제125화
아더는 윌렛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이번에 아케인을 떠나게 된다면, 꽤 오랜 시간을 자리를 비워야 했다.
이번에 쥴리를 만나지 못한다면, 다음에 만남은 언제일지 기약 할 수 없었다.
‘천사의 집 아이들도 보는 걸 생각하면… 이번이 절호의 기회기는 하네.’
결정을 내린 아더는 윌렛이 잡아준 마차에 올라탔다.
윌렛은 같이 동행 하지 않고,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에 남았다.
“나는 일이 좀 더 남아서, 나중에 합류하지.”
마차가 출발하자, 곧 익숙한 골목 길이 보였다.
그 골목길마저 지나니 b구역 외각에 위치한 한적한 저택이 보였다.
아더는 빙그레 미소지으며 중얼거렸다.
“언제봐도 정겨운 곳이란 말이지….”
미래, 죽어가던 자신을 구해준 천사의 집.
아더는 그 저택의 정경을 잠시 바라보다 마차에서 내렸다.
마당을 쓸고 있던 시녀가 고개를 들었다.
“누구… 어? 안녕하세요!”
아더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윌렛 어르신….”
“연락 받았어요! 얼른 들어오세요!”
생각지 못한 시녀의 환대에 아더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시녀는 아더를 저택으로 안내하며 쥴리에 관해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쥴리가 요즘 많이 우울해해요…. 그러면서 매일 하는 말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누군가를 어찌나 언급하던지….”
아더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그 누군가가 저인가요?”
“음… 아니라고는 말 못하곘죠?”
어깨를 으쓱인 시녀가 정원을 가리켰다.
시선을 돌린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쥴리… 못 알아볼 정도로 키가 커버렸네?’
저번에 봤을 때는 제 무릎 밖에 오지 않던 아이가 이제는 허리춤까지 훌쩍 자라 있었다.
그 달라진 쥴리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아더가 기척을 숨겼다.
“쥴리?”
“……!”
멍하니 정원을 바라보던 쥴리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더, 던 아저씨?”
“이런. 쥴리도 아저씨라 부르네요. 죄송하지만 아직 아저씨라 불릴 나이가 아니에요.”
“…….”
쥴리가 놀람을 숨기지 못하다, 흠칫 어깨를 떨었다.
그 후 눈꼬리를 올리더니, 홱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아더가 머리를 긁적였다.
‘흠… 진짜 화가 나 있네?’
아더는 잠시 고민하다 그녀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쥴리는 그런 아더를 힐끔 바라보다,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아더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쥴리가 입술을 삐쭉이며 중얼거렸다.
“…저리 가세요. 아저씨랑 이야기하기 싫어요.”
“저는 아저씨가 아니니깐, 괜찮겠네요?”
“…오빠랑 이야기 하기 싫어요.”
“전 쥴리랑 이야기하고 싶은데 곤란하네요. 흠… 그럼 이렇게 할까요?”
아더가 천사의 집 담장 너머를 가리켰다.
“쥴리와의 약속을 어긴 걸, 사죄할 겸 지금부터 놀러 나가는 거예요.”
슬그머니 시선을 돌린 쥴리가 물었다.
“…놀러요?”
“네. 근처 가까운 잡화점 거리로 나가서 놀다 오죠, 어때요?”
쥴리의 표정이 한순간 밝아졌다.
하지만 곧 침울해져 중얼거렸다.
“…안 돼요. 천사의 집을 나가면 윌렛 어르신이 분명 화내실 거예요.”
아더가 씩 웃었다.
“아하. 그거라면 문제 없겠네요.”
“…왜요?”
“안 들키면 되잖아요.”
“…?”
“안 들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윌렛 어르신도 이 정도는 이해해주실 거예요.”
쥴리가 눈을 끔뻑였다.
그 사이 아더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믿을 만한 사람하고 외출하는 건데, 그걸 문제 삼을 정을 정도로 윌렛 어르신이 속이 좁지 않거든요.”
* * *
쥴리가 외출을 준비하는 사이, 아더는 시녀에게 쥴리와 외출을 하고 싶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시녀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안 되는 거지만, 또 믿을 만한 분이니깐 저녁때까지만 돌아와 주세요.”
그녀의 말에 살며시 미소지은 아더는 대문에 기대어 쥴리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쥴리가 문밖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아더가 그런 쥴리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쁜데요, 쥴리? 꼭 병아리 같네요.”
“…칭찬이에요, 아저씨? 그게?”
“칭찬이죠. 병아리가 얼마나 귀여운데.”
쥴리가 입술을 삐쭉이다, 주변을 황급히 둘러봤다.
그런 그녀를 아더는 예고 없이 훌쩍 안아 들었다.
“왁!”
“꽉 잡아요. 날아갈 테니깐.”
이 말과 함께 아더가 뛰어올랐다.
깜짝 놀란 쥴리가 아더의 목을 잡았다.
‘나, 날았어!’
그 사이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담장을 넘은 아더가 조금 전 타 고온 마부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A구역으로 가주세요, 마부 씨.”
아더의 말에 담배를 태우던 마부의 눈이 커졌다.
“….”
그는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를 들쳐 업은 아더의 모습에 잠시 눈을 끔뻑이다, 곧 어깨를 으쓱였다.
“5실버입니다, 손님.”
“여기요.”
돈을 받은 그는 말없이 마부석에 올라탔다.
아더도 쥴리를 마차에 내려놓고서 올라탔다.
달그닥-!
마차가 출발하자, 쥴리가 참고 있던 숨을 토해냈다.
“지, 진짜 탈출했네요?”
“그럼 진짜 탈출하죠. 가짜로 탈출하겠어요?”
“…아저씨는 가끔 보면, 너무 무모해요.”
“종종 그런 소리를 듣곤 하죠. 하지만 답답한 것보단 낫잖아요?”
아더의 말에 쥴리가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 처음으로 보는 그녀의 미소에 아더도 따라 웃었다.
휘잉-!
그 사이 A구역에 도착한 마차가 멈추어 섰다.
아더가 먼저 내렸고, 쥴리가 따라 내렸다.
“와….”
탄성을 터트린 그녀가 A구역의 정경에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여, 여기 A, A구역 아니에요, 아저씨?”
아더가 고개를 끄덕인 뒤, 근처에 있는 노점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쥴리의 옷 색깔과 똑 닮은 노란색 솜사탕 하나를 집어 들어 건네주었다.
“…이게 뭐예요?”
“솜사탕이라고, 설탕 덩어리 음식이에요.”
“설탕 덩어리 음식이요?”
“네. 호불호가 조금 갈리긴 하는데,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해요.”
쥴리가 눈빛을 빛내며, 아더가 건네준 솜사탕을 집어 먹었다.
“…맛있어요!”
쥴리의 말에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오… 쥴리는 호 쪽인가 보네요. 전 완전 입맛에 안 맞는데.”
“이게 안 맛있어요, 던 아저씨는?”
“전 설탕 덩어리를 먹는 취미는 없어서요. 그것보다 일단 걸어볼까요?”
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더가 앞장서고, 쥴리가 그 옆을 지켰다.
아케인에서 가장 비싼 거리라 불리는 A구역의 거리는 저녁 시간이 되자 더욱 사람들이 붐볐다.
쥴리는 그 거리의 풍경을 신기하다는 듯 연신 관찰했고 아더는 그런 쥴리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거리를 구경할 때, 쥴리가 중얼거렸다.
“던 아저씨.”
“네?”
“저거 먹고 싶어요.”
쥴리의 말에 아더가 고개를 돌렸다.
노천카페로 된 스테이크집이었다.
“음… 좋은데요? 어차피 저녁을 먹기도 해야 했으니깐.”
아더의 말에 쥴리가 호다닥, 테라스 테이블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아더도 그 맞은 편에 앉고서 손을 들었다.
“여기 주문이요.”
웨이터가 다가와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아더는 무난해 보이는 스테이크와 사과 쥬스, 커피를 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고, 쥴리는 스테이크를 낑낑거리며 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는 쥴리의 손에 들린 나이프와 포크를 부드럽게 빼내며 질문했다.
“그런데 쥴리.”
“네?”
“사춘기라면서요?”
아더의 질문에 쥴리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네 사춘기 맞아요.”
“오… 사춘기가 맞다고요?”
“네.”
“흠… 본인 입으로 사춘기라고 말하면 사춘기가 아닌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더가 어깨를 으쓱였다.
“사춘기는 자기가 사춘기인 걸 몰라야 사춘기거든요. 그런데 쥴리는 스스로가 사춘기라 말하잖아요?”
쥴리가 당황한 듯 입술을 오므렸다.
“…아니에요, 저 사춘기 맞아요.”
“그럼 귀여운 사춘기네요.”
“그런 사춘기가 어디 있어요.”
“그러게요. 하지만 뭐…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잖아요? 귀여운 사춘기도 있을 수 있죠.”
“…칫.”
“흠? 못 믿는 눈치네요.”
쥴리가 눈빛을 반짝였다.
“그럼 던 아저씨는 어떤 사춘기를 보냈는데요?”
쥴리의 질문에 아더가 턱을 쓰다듬었다.
“저요? 음… 저는 좀 늦게 왔어요. 나이가 한 스물 후반? 그때 쯤 돼서 사춘기가 왔으니깐.”
쥴리의 눈이 커졌다.
“스, 스물 후반이요? 그럼 사춘기가 아니지 않아요?”
“에이. 사춘기에 나이가 어디 있어요. 그냥 기분이 울적하면 사춘기지.”
“…그래서 던 아저씨 사춘기가 뭐였는데요?”
아더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저는 세상이 꽃밭으로 변했어요.”
“…꽃밭이요?”
“네. 그래서 깨달았죠. 아… 사춘기가 왔구나. 그러지 않고서야 갑자기 세상이 꽃밭으로 보일 리가 없잖아요?”
쥴리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꽃밭? 사춘기가 왔는데 왜 세상이 꽃밭이 된 거지?’
거기다 처음으로 던이 제 나이를 밝혔다.
‘20대 후반에 사춘기가 왔다면… 대체 지금의 던 아저씨는 몇 살인 거야?’
그녀는 고민하다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오? 날카로운데요? 그런데 말씀드렸지 않아요? 저 미래에서 왔다고.”
“…미래요?”
“네. 그날 처음 만났을 때 말했잖아요. 저는 미래에서 온 사람이에요.”
쥴리가 눈을 끔뻑였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 던 아저씨 식의 농담이구나.’
그런데 농담을 왜 저렇게 진짜같이 한담.
잠시 고민한 쥴리는 아더의 농담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던 아저씨 말은 가끔 너무 어려워요.”
아더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요? 흠… 하긴. 아직 나이가 어린 쥴리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네요. 그런데 스테이크 더 안 먹어요?”
“다 먹었어요.”
“좋아요, 그럼 다시 일어날 볼까요?’
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음식점을 벗어난 둘은 한참을 거리를 돌아다녔다.
쥴리는 그 과정에서 아더에게 펭귄 모양의 인형을 선물 받았다.
“진짜 고마워요, 던 아저씨.”
“말로만요?”
“…음. 저도 선물을 드릴까요?”
아더는 잠시 턱을 쓰다듬다 눈빛을 빛냈다.
“제가 가르쳐준 혈통 연습… 잘하고 있어요?”
쥴리도 아더를 따라 눈빛을 빛냈다.
“네. 이제 자유롭게 번개를 내리칠 수 있어요!”
“오…? 좋은데요? 그럼 다음에 만날 때는 쥴리가 벼락 그 자체가 되는 걸 보여줘요.”
쥴리의 눈이 커졌다.
“벼, 벼락 그 자체가 되라고요?”
“네 쥴리라면 할 수 있어요.”
아더의 단언에 쥴리가 눈을 굴렀다.
‘…아무리 번개 혈통을 가졌다고 해도 내가 벼락이 될 수 있다고?’
쥴리의 미간이 살짝 모였다.
도저히 그런 일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데, 차마 못 하겠다는 대답은 하지 못했다.
‘던 아저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그 탓에 쥴리는 애써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던 아저씨. 다음에 만날 때는 벼락이 될게요.”
아더가 씩 미소지으며 쥴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말아요. 쥴리라면 어차피 때 되면 할 수 있는 일이니깐.”
“네.”
쥴리가 아더가 사준 펭귄 인형의 두 손을 까닥거렸다.
그런 쥴리의 모습에 아더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후 다시 아케인의 A구역 거리를 걷기 시작했을 때, 쥴리가 길게 하품을 했다.
“업어줄까요, 쥴리?”
“…아뇨. 더 놀고 싶어요.”
아더는 더이상 권하지 않았다.
그렇게 10여 분 정도 더 거리를 구경하자, 쥴리가 결국 못 참고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아더는 자연스레 질문했다.
“이제 업어줄까요, 쥴리?”
쥴리가 펭귄 인형과 함께 꾸물거리며 아더의 등위로 올라왔다.
“더 놀아요… 던 아저씨.”
“그럼요. 더 놀아요.”
아더의 대답에 쥴리가 살며시 미소지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잠이 들었다.
아더는 쥴리의 쌔근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근처에 있는 마차에 올라탔다.
“B구역으로 가주세요.”
마차가 내달리고 얼마 안 있어 천사의 집에 도착했다.
천사의 집 마당의 흔들의자에 있던 윌렛이 몸을 일으켰다.
“늦었군.”
“쥴리랑 있으니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천사의 집에서 나오던 시녀가 깜짝 놀라 속삭였다.
“어머! 드디어 오셨네요!”
고개를 끄덕인 아더가 업혀 있던 쥴리를 그녀에게 건네주려 할 때였다.
쥴리가 아더의 옷깃을 꽉 잡으며 잠꼬대를 했다.
“…가지 마요, 던 아저씨.”
시녀가 놀랐고, 윌렛도 살짝 눈을 치켜떴다.
오로지 아더만이 웃으며 쥴리를 엉덩이를 토닥였다.
“다음에 또 만나러 올게요, 쥴리. 우리가 영원히 이별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 말에 쥴리가 붙잡고 있던 아더의 옷깃을 스르륵 놓았다.
그런 쥴리를 시녀에게 건네준 아더가 펭귄 인형도 같이 건네주었다.
시녀가 고민하다 아더에게 속삭였다.
“잠시만 기다려 주실 수 있어요?”
“당연하죠.”
고개를 끄덕인 시녀가 천사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 후 쥴리 대신 커다란 스케치북 하나를 들고서 나타났다.
“쥴리의 스케치북이에요. 매일 여기다가 그림을 그렸죠.”
시녀의 말에 아더의 눈이 커졌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윌렛은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 사이 스케치북을 들춘 아더가 웃었다.
“하하… 쥴리 그림에 재능은 없네요. 너무 못 그렸는데요?”
커다란 집, 나무 두 개 . 수십 명의 아이들.
그 중간에 윌렛으로 보이는 아저씨와 눈앞의 시녀 아가씨.
마지막으로 흐리멍덩한 인상의 자신이 쥴리로 보이는 아이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그림이 아무리 좋게 봐줘도 너무 꼬질꼬질했다.
그것이 비단 아더의 착각이 아닌지, 시녀도 따라 웃었다.
“그렇긴 하죠. 하지만 뒤 페이지를 보면 놀라실걸요?”
“오? 뭔가 반전이 있는 모양이군요.”
고개를 끄덕인 아더가 그녀의 말에 따라 스케치북 뒷장을 넘겼다.
“…….”
아더의 입이 자연스레 다물어졌다.
그런 아더를 지켜보던 시녀가 빙그레 미소 지으며 조언했다.
“계속 넘겨보시겠어요?”
그녀의 조언에 따라, 아더가 또 다시 뒤 페이지를 넘겼다.
‘똑같네. 그림이 전부.’
첫 뒤 페이지에도, 그 다음 뒤 페이지에도, 처음과 똑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허나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 넘긴 뒤 페이지에도 똑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거였다.
그 탓에 살짝 놀란 아더가, 입을 벌린 사이 마지막 페이지에 그려져있는 그림에 작은 글씨가 보였다.
[나의 영웅, 던 아저씨도 우리랑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어설픈 그림에 어울리지 않은 예쁜 글씨체.
쥴리의 작은 소망이 담긴 그 글귀에 아더의 눈이 커졌다.
‘내가… 쥴리의 영웅이라고?’
아더가 고민하다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렸다.
‘그렇구나… 쥴리에게 있어 나는 윌렛 어르신이있어.’
구원받은 자와 구원자.
아더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윌렛을 바라보았다.
시가를 물고 있던 윌렛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보나?”
그 모습에 아더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마음이 따뜻해지네.’
누군가에게 받은 유대.
그 유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또 다른 누군가와 이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