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116화 (116/265)

제116화

아더의 말에 슈렉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안… 도르문트?”

자신이 존경해 마지 않은 상관.

그리고 사내의 이름을 아더가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붙잡고 있던 소녀를 거칠게 내팽개 친 슈렉이 이를 갈았다.

“너 죽고 싶어!? 감히 이안님을 언급해!?”

아더가 방긋 웃었다.

“하나.”

“이 놈이!”

슈렉이 벌컥 화를 내며 칼을 휘둘렀다.

그 일격을 가볍게 피한 아더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둘.”

“죽어!”

슈렉이 재차 칼을 휘둘렀다.

그 일격을 이번에도 피해낸 아더가 마지막 남은 손가락을 접었다.

“셋.”

슈렉이 비웃음을 터트렸다.

“멍청한 놈! 어디 죽여봐!”

슈렉의 도발에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오? 알겠어요. 죽일게요 그럼.”

이 말과 함께 아더가 예고도 없이 칼을 휘둘렀다.

그 순간 비웃음을 흘리던 슈렉의 얼굴이 그 상태 그대로 하늘을 날았다.

“……!”

숨죽여 지켜보던 가족들의 눈이 커졌다.

동시에 허공에 떠올랐던 슈렉의 얼굴을 받아낸 아더가 혀를 찼다.

“어우. 남의 집에 피 묻히면 안 되는데 실수했네.”

아더가 받아든 슈렉의 얼굴을 휙, 창밖으로 내던졌다.

그 광경에 세 가족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지, 집어 던졌어! 사람 얼굴을!’

그때 시선을 돌린 아더가 친절히, 질문했다.

“괜찮으세요, 여러분?”

아더의 질문에 세 가족이 입을 다물었다.

“…….”

미친놈이 죽더니 더한 미친놈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 * *

뒤늦게 집안으로 들어온 레온이 혀를 찼다.

“또 죽였어?”

“대답을 안 하길래 죽였지 뭐예요?”

“약속대로 셋 세고 물은 거 맞지?”

“그럼요. 셋 세고 확실히 대답 할 시간을 줬어요.”

아더는 확신에 차 말했지만, 레온의 의심은 좀처럼 풀릴 줄 몰랐다.

‘시간 준 거 맞아? 그냥 하나 둘 셋 한 거 아니야?’

그 사이 아더는 오들오들 떠는 가족들을 향해 까닥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혹시 뭐 다친 데 있으세요?”

아더의 질문에 중년 사내가 입만 뻐끔거렸다.

공포에 질린 그의 표정에 아더가 혀를 찼다.

‘어휴… 얼마나 슈렉이라는 분한테 시달렸으면.’

꼴을 보니 딸 아이를 가지고 협박한 모양인데, 그렇다면 저런 표정을 짓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아더가 말했다.

“여러분. 그럼 가볼게요. 또 다른 누군가 올 수 있으니 숨어 계세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자리를 벗어나려는 찰나였다.

중년 여인의 품 안에 있던 소녀가 불쑥 소리쳤다.

“구, 구해줘서 고마워요 아저씨!”

소녀의 대답에 고개를 돌린 아더가 대답했다.

“어허.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에요.”

“…오빠요?”

“그럼요. 저 17살 밖에 안 됐어요.”

“…?”

“어라? 그건 무슨 표정이에요 귀여운 꼬마 아가씨?”

소녀가 눈을 끔뻑이며 대답했다.

“어… 죄송해요 오빠. 나이가 많은 줄 알았어요.”

아더가 웃으며 대답했다.

“착한 아이네요. 실수했는데 금방 사과도 하고.”

“…….”

“그럼 진짜로 가볼게요. 모두 수고하세요.”

작별인사와 함께 아더가 집안을 나섰다.

기다렸다는 듯,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악-!”

아더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평화롭던 마을에 곳곳에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고, 공포와 광기.

두 감정이 무겁게 공기를 짓누르고 있었다.

‘옛날 생각나네, 이거.’

미쳐 있던 시절.

바이에른의 혈통을 각성하고, 복수를 위해 바이에른 영지에 들렀을 때였다.

아더는 지금과 비슷한 광경을 그 영지에서 봤었다.

‘도르문트 군인들에게 유린당하는 바이에른의 영지민들.’

그때의 기억이 지금 이 마을에서 겹쳐보였다.

그래서 아더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의 자신은 애석하게도 고통받던 바이에른 영지민들을 구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구해 낼 힘도 있고, 도르문트 병사들을 죽일 수도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아더가 다음 목표물로 향해 움직이려는 찰나였다.

어느 사이엔가 집 밖으로 나온 레온이 아더의 어깨를 덥석 붙잡았다.

“아더, 잠시 멈춰봐.”

“왜요?”

“아무래도 방법을 좀 바꿔야겠어.”

레온의 말에 아더가 고개를 돌렸다.

“이안의 위치를 찾으려면 이게 제일 확실하지 않아요?”

레온이 한숨을 내쉬었다.

“맞긴 하지만 너무 시간을 잡아먹어. 도르문트 병사들이 이안의 위치를 순순히 불지 않기도 하고, 이러다 이안이 예니카 양에게서 성물을 뺴앗고 도망쳐버리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

아더가 턱을 쓰다듬었다.

“그래서 예니카가 있는 쪽으로 가자?”

“어차피 이안이 향할 곳은 예니카 양이 있는 곳이야.”

“…….”

“목적지를 아는 데 굳이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지. 거기다..”

말을 흐린 레온이 아더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가리켰다.

“카르페 씨도, 그러라고 자네에게 목걸이를 준 것 같고.”

레온의 정확한 지적에 아더가 고민에 빠졌다.

‘흠… 맞는 소리긴 한데.’

웬지 모르게 자리를 뜨고 싶지 않았다.

‘이안도 죽이고 싶고, 지금 난동을 부리는 도르문트 군인들도 죽이고 싶어.’

조금 전 바이에른 영지민들의 모습까지 겹쳐 보여,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 탓에 아더가 고민에 빠지려는 찰나, 거대한 폭음이 울려퍼졌다.

쾅-!

그와 동시에 저 건너편에서 괴물의 포효가 울려퍼졌다.

크와와와악-!

그 분노에 찬 섬뜩한 외침에 아더가 눈을 치켜뜨며 중얼거렸다.

“오… 테이큰 씨 깨어나셨네.”

이 말과 함께 아더가 고민에 빠졌다.

허나 곧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결론을 내렸다.

‘아무래도 검은 십자가의 신도를 구하는 건 내 일이 아닌 것 같네.’

검은 십자가에게는 자신이 아닌 든든한 구원자가 이미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아더가 몸을 돌렸다.

“좋아요 레온. 저희는 신전으로 가서 이안을 잡죠.”

* * *

아더와 레온은 마을 한복판을 빠르게 가로 질렀다.

그렇게 달리기를 한참, 저 멀리서 평범한 병사와 달리 갑옷과 투구.

그리고 말을 탄 자들이 아더의 시야에 걸렸다.

도르문트가 자랑하는 붉은 장미 기마병이었다.

“저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 걸 보니 레온의 예측이 맞는 것 같은데요?”

아더의 질문에 레온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무래도 그래 보이는 군. 붉은 장비 기마병은 케인 도르문트와 그 혈족의 직속 부하들이니깐.”

“흠… 신기하네요. 전 후방에서 조금 더 관찰할 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움직이다니.”

“그만큼 피의 성배가 중요하단 소리 아니겠나?”

“대체 그 성배가 왜 도르문트에게 중요할까요?”

“그건 나도 모르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

레온의 질문에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하다니요?”

“이대로 뚫고 들어갈 건가? 아니면 돌아서?”

아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당연히 뚫고 들어가야죠.”

이 말과 함께 내달리던 아더가 사라졌다.

공간도약.

짧은 거리를 텔레포트 할 수 있는 혈통 능력이 발동된 것이다.

언제봐도 신출귀몰한 능력에 레온이 혀를 찼다.

동시에 잠들어 있던 제 힘을 일으켰다.

두근.

한차례 거칠게 뛴 심장과 함께 레온의 눈동자가 별 모양으로 바뀌었다.

준비를 끝마친 레온이 소리 쳤다.

“아더! 붙잡아 뒀으니깐 바로 죽여버려!”

그 외침에 공간도약으로 기마병들의 머리 위에 나타난 아더가 비스트를 꺼내들었다.

탕-!

울려 퍼진 총성과 함께 제일 나이가 많은 기마병의 머리가 날아갔다.

쉭-!

동시에 휘두른 검으로 그의 옆에 있던 두 명의 기마병의 목도 날려 버렸다.

그 갑작스러운 죽음에 남은 두 명의 기마병이 눈을 치켜떠졌다.

“…뭐야 이놈은!”

그들의 경악과 함께 지상에 착지한 아더가 마검을 휘둘렀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두 명의 기마병들이 창을 치켜들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를 않았다.

“……!”

입을 벌린 그들이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한 사내가 보였다.

‘마법사?’

이 말과 함께 아더가 남은 두 기마병의 목마저 깔끔히 베어냈다.

순식간에 다섯 명의 기마병을 죽여버린 아더가 그들이 타고 있던 말 한 필 위에 올라탔다.

“우쭈쭈 착하지?”

아더의 말에 세련된 흑마가 거칠게 투레질했다.

힝힝!

하지만 고삐를 세게 끌어 잡자 금방 얌전해졌다.

그 사이 다가온 레온이 흑마 위에 훌쩍 올라타며 말했다.

“증표가 없으면 아직 신전에 들어가지 못했을거야! 바로 가자고 아더!”

“좋아요 출발합니다-!”

이 말과 함께 아더가 고삐를 잡아당기자, 흑마가 쏜쌀같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힝힝-!

그렇게 10여 분 정도 달리자 저 멀리 있던 신전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아더가 고삐를 잡아 당겨 속도를 늦추며 중얼거렸다.

“어라? 신전의 문이 열려있는데요?’

아더의 말에 뒤늦게 신전을 확인한 레온이 눈을 치켜떴다.

조금 전 아더의 말대로 신전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인,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뭐야? 카르페 씨가 그 목걸이가 없는 한, 들어갈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레온의 말에 아더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흠… 카르페 씨가 거짓말한 것 같지는 않고, 설마 누가 안에서 열어준 건가?’

그렇다면 저 문을 열어준 사람이 과연 누굴까?

아더가 저도 모르게 살며시 미소 지었을 때였다.

쇠를 가는 것과 비슷한, 기분 나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웬 놈들이냐?”

아더가 흑마의 고삐를 잡았다.

한차례 투레질한 흑마가 멈추어 섰다.

“오?”

아더의 눈빛이 반짝였다.

신전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여섯 명의 기사와 후드를 뒤집어 쓴 마법사가 보였다.

그들 모두 도르문트를 상징하는 붉은 장미를 새기고 있었다.

‘기사가 있는 걸 보니… 이안이 여기로 정말로 왔구나.’

그 때 후드를 뒤집어 쓴 사내가 다시 질문해 왔다.

“웬 놈들이냐고 물었다.”

아더가 눈을 치켜떴다.

저 사내의 거친 목소리가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고민한 아더가 질문했다.

“…혹시 원숭인가요?”

“원숭이? 날 말하는 거냐?”

“네. 당신, 원숭이 아니에요?’

이 말에 원숭이라 불린 사내가 흠칫, 몸을 떨었다.

“너. 날 어떻게 알아….”

말을 흐린 원숭이가 깜짝 놀라 허리를 숙였다.

탕-!

그와 동시에 쏘아져 나간 비스트의 탄환이 옆에 있던 기사들에게 가로막혔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원숭이가 거칠게 소리쳤다.

“야, 이… 이 미친 새끼야!! 갑자기 총은 왜 쏴!”

아더가 비스트를 휘리릭 돌려 잡으며 말했다.

“흑마법사하고 길게 이야기해서 좋은 건 없잖아요?”

“…뭐? 내가 흑마법사인 것도 안다고?”

“네. 당신 아주 위험한 흑마법사잖아요.”

아더의 말에 원숭이의 입이 벌어졌다.

‘저 놈 뭐야? 오늘 처음 보는 데, 내 정체를 안다고?’

물론 제 이름을 아는 자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도르문트의 그림자로 활동하며, 은은하게 퍼진 명성 덕에 도르문트의 원숭이라는 이명은 은근 유명했다.

하지만 저 사내처럼, 제 목소리만 가지고 원숭이라 확신하는 자들은 흔치 않았다.

‘뭐지? 나와 예전에 부딪친 적이 있는 놈인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 흐리멍텅한 얼굴이 기억 나지 않았다.

시선을 좁힌 원숭이가 중얼거렸다.

“네 놈 수상하군.”

“흑마법사만 할까요?”

“…산 채로 잡아서 고문을 좀 해봐야겠어. 딱 기다려.”

원숭이의 협박에 아더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 사이 원숭이의 말에 옆에 있던 기사 중 한 한명이 걸어나왔다.

두꺼운 철갑옷으로 무장한 그가, 허리춤에 찬 칼을 뽑아들며 말했다.

“순순히 붙잡히면, 고통은 없을 것이다.”

이름 모를 도르문트 기사의 말에 아더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네요. 순순히 비켜드리면 고통없이 죽여드릴게요.”

기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광신도 주제에 기사를 모욕해?”

이 말과 함께 기사가 예고 없이 돌진해왔다.

하지만 아더는 가볍게 몸을 틀어 그 기습을 손쉽게 피해버렸다.

제 일격이 빗나갈 줄 몰랐던 기사의 표정에 당혹감이 나타났다.

“…평범한 광신도가 아니군?”

“죄송한데 광신도 아니에요.”

“광신도가 아니라고? 그럼 여길 왜 왔지?”

아더가 방긋 웃으며, 마검을 뽑아들었다.

“왜 왔긴요. 당신들 죽이러 왔죠.”

이 말과 함께 아더가 마검을 휘둘렀다.

채찍처럼 쏘아져 나간 그 일격에 기사가 화들짝 놀라, 검을 들어 막았다.

캉-!

어깨가 으스러질 것 같은 압력에 기사의 눈이 커졌다.

‘기사인 내가 힘에서 밀린다고?’

그 경악과 함께 표정을 굳힌 기사가 검기를 발현시키려는 찰나였다.

아더의 비스트가 기사의 미간에 닿았다.

탕-!

울려퍼진 총성과 함께 이름 모를 기사가 검기도 뽑아보지 못하고, 절명했다.

그 광경에 원숭이가 눈을 끔뻑였다.

“응?”

“……?”

옅은 침묵이 현장에 내려앉았다.

그 속에서 원숭이가 입을 벌렸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 때 원숭이가 침묵을 깨며 중얼거렸다.

“…뭐야? 벌써 끝이야? 진짜로 죽었다고?”

5서클 경지에 이른 칼잡이인 기사.

그것도 도르문트의 기사가 단 두합만에 정로 죽었다고?

믿기지 않은 상황에 원숭이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때였다.

마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아더를 바라보며 레온이 혀를 찼다.

‘…처음 봤을 때도 괴물 같았는데, 지금은 그냥 괴물이군.’

아무리 도르문트 기사가 방심을 해도 그렇지, 단 두 합만에 기사를 죽이는 경지에 이르렀다니.

그때 아더가 마검을 치켜들며 질문했다.

“제가 갈까요? 원숭이 씨가 올래요?”

이 말에 정신을 차린 원숭이가 시선을 좁혔다.

“네놈… 정체가 뭐야? 평범한 광신도로는 절대로 안 보이는데.”

“광신도 아니라니깐요.”

“그럼 뭔데! 광신도가 아닌 놈이 왜 여기에 와!”

원숭이의 말에 아더가 방긋 웃었다.

“바이에른의 미친놈.”

“…?”

“이렇게 말하면 알아들어요?”

원숭이가 눈을 끔뻑였다.

“그건 또 뭔 헛소리야? 네 놈이 미친놈이라고?”

“거봐요. 못 알아듣잖아요.”

아더가 칼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러니깐 정체 좀 묻지 마요. 프라킬 씨 때도 그랬지만 흑마법사들은 왜 이렇게 정체를 묻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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