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91화 (91/265)

제91화

변해버린 아더의 모습에 슈가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세, 세상에… 저게 무슨.”

전류를 온몸에 두른 아더의 모습은, 한 줄기 벼락과 같았다.

그것만 해도 놀라운데 아더의 옆에 서 있는 두 존재는 완전히 상식 밖의 것이었다.

“상급… 정령?”

50년의 마법사보다 훨씬 귀하다는 정령술사.

그 정령술사 중에서도 최고의 정령술사들만 다룬다는 상급의 정령들이었으니.

그 탓에 슈가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때, 슈나이던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괴물이었군.”

“누가요? 제가요?”

흠칫 놀란 슈나이던이 검을 치켜들었다.

그와 동시에 공간도약으로 앞으로 쇄도한 아더가 칼을 휘둘렀다.

쾅-!

검기과 벼락이 만나면 거친 불씨가 튀었다.

하지만 밀린 쪽은 아더였다.

‘역시 검기. 벼락이라도 해도 그냥 베어버리네.’

이래서 검기를 발현한 자와 발현하지 않은 칼잡이는 격차가 날 수밖에 없었다.

‘검기를 두른 시점에서부터 괜히 기사급 취급을 해주는 게 아니라니까.’

이 말과 함께 훌쩍 뛰어오른 아더가 또다시 공간도약을 사용했다.

“……!”

지켜보던 슈나이던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마법에 상급 정령에… 이놈 대체 뭐야?’

잠시 고민한 슈나이던은 입술을 깨물었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 한 가지는 확신 할 수 있었다.

방심하다가는 죽는다.

그때 공간도약으로 사용한 아더가 예고 없이 그의 뒤에서 나타났다.

캉-!

벼락과 검기가 또 한 번 충돌했다.

그 속에서 아더가 비스트를 꺼내 들었다.

“씨발!”

욕설과 함께 슈나이던 몸을 튼다.

아니 몸을 틀려 했다.

[아더!]

[아더--!]

두 정령의 외침과 함께 슈나이던의 몸이 속박된다.

그 이변에 슈나이던의 눈이 커지고, 그의 가슴팍에 새겨진 다섯 개의 고리가 맹렬히 회전했다.

쾅-!!!

울려 퍼진 비스트의 총성과 함께 그의 허리가 반쯤 뜯겨 나갔다.

만약 제때 두르지 않은 마나 슈트가 아니었다면, 허리가 양단 났을 것이다.

물론 허리가 반쯤 뜯겨 나간 것도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이 개새끼가!”

피를 왈칵 토한 슈나이던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일격은 처음과 같지 않았다.

발현했던 검기는 불안했고, 내려치는 경로는 목표를 잃은 상태.

아더는 그의 일격을 가볍게 피해버리며 그의 목을 싹둑, 잘라냈다.

툭.

슈나이던의 머리가 데구르르 굴러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광경에 놀란 슈가가 털썩 자리에 쓰러졌다.

“허, 허…?”

그 사이 마검에 묻은 피를 털어낸 아더가 투덜거렸다.

“어우 힘들어. 죽을 뻔했네.”

“…….”

간신히 정신을 차린 슈가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힘들다고…? 이렇게 쉽게 이겨놓고서?’

그때 아더가 시선을 돌렸다.

저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선 슈가가 중얼거렸다.

“…이제 제 차례인가요?”

“슈가 차례요?”

“네. 죽이실 거 아니에요?”

아더가 웃었다.

“제가 슈가를 왜 죽여요. 호위 대상인데.”

“…….”

“하지만 사정은 설명 좀 해줘야겠어요. 어째서, 카셀을 찌르고 달아난 거예요?”

이 말에 슈가의 입술이 달싹일 때였다.

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열차가 크게 흔들렸다.

중심을 잃은 슈가가 넘어지고, 아더는 시선을 돌렸다.

뜯겨진 천장.

그 천장 속에서, 한 사내가 상당히 화가 난 표정으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내의 몸 주위에서 휘몰아치는 마력이 심상치 않았다.

“…마법사?”

소용돌이치는 마력이 현상을 비틀며,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세상에… 저 정도면 최소 80년의 마법사 아니야?’

50년을 수련한 마법사부터, 진짜 마법사라 불렸다.

그런데 저 남자의 몸에서 넘쳐흐르는 마력은 최소한 80년 이상이었다.

‘저 정도면 거의 궁전 마법사인데… 저런 거물이 왜 여기에 온 거지?’

아더가 혀를 내두르는 사이, 마력의 중심지에 있던 사내가 입을 연다.

“납치하라고 보내놨더니, 전부 죽어버렸군.”

“…….”

“네 놈 짓이냐 용병?”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짓인데요. 그쪽은 누구예요?”

“해적의 부선장. 아론 프라일이다.”

아더의 눈이 커졌다.

‘왜 저런 위험한 사람이 왔냐 했더니, 해적의 부선장이구나.’

아케인 뒷거리를 양분하는 가장 거대한 세력.

그 세력 중 하나인 해적의 부선장이면, 지금 보이는 저 힘이 납득이 됐다.

‘흠… 그럼 이걸 어쩌지?’

아직 운디네와 노움의 힘을 빌리면 비장의 한 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만약 그 일격이 실패로 돌아가면 진짜로 위험해질 수 있었다.

‘지금도 체력이 간당간당한데…. 이거 애매하네.’

생각과 함께 아더가 입맛을 쩝 다실 때였다.

옆에 있던 슈가가 입을 틀어막았다.

“읍-!”

구역질을 하던 그녀의 눈이 뒤집어 졌다.

동시에 입을 틀어막은 손 틈으로부터 왈칵 무언가 쏟아졌다.

놀란 아더가 탄성을 흘리는 사이 슈가의 입을 통해 나온 무언가가 서서히 형체를 갖춘다.

“오… 바란스 씨?”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노인.

바란스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잘 해내줬군, 용병. 잠시 쉬고 있게.”

* * *

슈가의 입에서 빠져나온 바란스가 천천히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해적의 부선장, 아론 프라일이 입술을 깨물었다.

“…바란스 이 개자식이.”

바란스가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해적 꼴이 말이 아니군. 그래… 함정에 빠진 기분이 어떤가?”

그의 말에 아론이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함정? 네 놈이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보는 거냐?”

“얼씨구. 그럼 못 죽일 것 같으냐?”

“다 죽어가는 늙은이의 객기란 참으로 무섭군.”

바란스가 방긋 미소 지었다.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요즘 젊은것들은 위아래가 없어. 나 때는 적어도 예의라는 걸 지켰는데.”

이 말과 함께 바란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허공에서 문이 열리며, 두 명의 사내가 등장했다.

칠황의 인원.

5목의 카시야스.

7목의 파란이었다.

그들은 바란스에게 짧게 고개를 숙인 후, 아론을 바라보았다.

“떨거지들이 없이 이렇게 보니 얼마나 좋아.”

“이제 슬슬 끝내자고. 네 놈을 잡으면, 캡틴 마시우스, 그놈도 더는 버티지 못하겠지.”

아론이 표정을 일그러트리더니 왈칵 소리쳤다.

“닥쳐라!! 우리 선장은 결코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외침과 함께 아론의 몸 주위에서 마력이 폭발했다.

쾅-!

그것을 신호로, 칠황의 인원 3명과 해적의 부선장이 격돌했다.

밑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더는 턱을 쓰다듬었다.

“오호… 그렇게 된 거였나?”

흘려 들어오는 대화를 보니, 아무래도 이 상황 자체가 저 부선장을 낚기 위한 함정인 듯했다.

‘슈가는 사실 미끼였구나.’

그렇다는 소리는 이 임무조차 가짜 임무란 소리.

그때 기절해있던 슈가가 정신을 차렸다.

“커, 컥!”

시선을 돌린 아더가 침을 질질 흘리는 슈가를 향해 물었다.

“괜찮아요? 슈가?”

“…죽을 것 같네요.”

“당신 아버지가 당신 입에서 나오던데요?”

이 말에 슈가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반응에 아더는 이 상황을 슈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흠… 이제 뭔가 그림이 다 맞춰가는데, 딱 하나를 모르겠네.’

슈가와 바란스와의 사이.

그리고 슈가가 왜 갑자기 도망을 쳤는지.

이 두 의문을 풀어야, 지금의 상황이 납득이 될 것 같았다.

그 탓에 아더는 슈가의 몸을 운디네의 능력으로 치료했다.

“…!”

깜짝 놀란 슈가가 입을 벌렸다.

조금 전까지 엄청난 열기가 느껴지던 몸 상태가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때 아더가 질문했다.

“이제 사정 좀 설명해주시겠어요? 이게 어떤 상황인지?”

슈가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흐리멍덩해진 눈동자가 보였다.

“…설명하면, 절 죽여주실 수 있나요?”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갑자기요? 흠….”

“…….”

“설명 좀 들어보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면 죽여드릴게요. 어때요?’

슈가가 망설임이 담긴 표정을 지어보였다.

허나 곧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먼저 설명해야 할 게 있어요. 저는….”

말을 흐린 슈가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인간이 아니에요. 정확히는 호문클루스죠(Homunculus).”

* * *

슈가의 설명에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문클루스?’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인간, 혹은 인형.

‘슈가 씨는 그럼, 바란스가 만들어낸 인공 인간이란 소리인가?’

그 탓에 아더가 나직한 탄성을 터트리는 사이, 슈가가 중얼거렸다.

“저는 바란스… 저 사람의 손에 만들어진 인형이죠.”

정신을 차린 아더가 질문했다.

“바란스 씨가 그 정도 경지에 오른 마법사였다고요?”

“…그건 아니에요. 바란스가 부탁했고, 저는 다른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졌어요.”

“그게 누구죠?”

슈가가 잠시 망설이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흰 수염… 이 세계에서 가장 사악한 악마이자 마법사. 저는 그자의 손에서 탄생했어요.”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그 후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어휴… 흰 수염 씨는 안 끼는 데가 없네요.”

“…네?”

“흰 수염 씨요. 몇 번 마주쳐서 인연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분은 안 끼는 곳이 없네요.”

이번에는 슈가가 눈을 끔뻑였다.

저조차 보지 못한 그 전설적인 흑마법사를 눈앞의 용병이 알고 있다고?

그때 아더가 다시 질문했다.

“그런데 바란스 씨가 왜 당신을 만든 거예요?”

슈가가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제 남편인 반 프라임을 꾀어내기 위해서였죠.”

“…반 프라임?”

“네. 현재 프라임 왕국의 차기 계승권자 1서열에 계신 분이자, 제 남편이죠.”

아더가 눈을 치켜떴다.

“그럼….”

슈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저는 반 프라임의 이상형에 맞추어 제작된 인형이자 호문클루스에요.”

“…….”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 있죠. 바란스… 저 사람은 그 반 프라임의 이상형에 맞추어서 절 만들었고 결국 그와 혼인시키는 데 성공했죠.”

정신을 차린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와… 프라임 왕국을 손에 넣기 위해?”

“…그런 셈이죠.”

“그런데 해적분들이 중간에 난입한 거고?”

“맞아요. 해적은 프라임 왕국의 2왕자 헤론 프라임과 손을 잡은 상태죠.”

아더가 입을 벌렸다.

“어… 해적이 2왕자, 헤론 프라임과 손을 잡았다고요?”

“네. 칠황은 1왕자. 해적은 2왕자. 지금 프라임 왕국은 이 두 세력과 왕자에 의해 내분에 휩싸여 있어요.”

“…….”

“그 와중에 암살의 위협이 있었고, 저는 어쩔 수 없이 잠시 바란스의 밑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어요.”

아더가 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이제 돌아가려는데, 이 사고가 터졌다?”

“…그런 셈이죠.”

“흠… 대충 이해는 가는데 슈가 씨.”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명을 들어도 카셀 씨를 찌른 이유를 모르겠는데요?”

“…….”

“해적과 내통은 왜 하신 거고?”

슈가가 입술을 달싹였다.

허나 곧 모든 걸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입을 열어 설명했다.

“인형도… 사랑을 한다면 믿을 건가요?”

“인형이요?”

“만들어진 괴물이라도… 저에게 한없이 사랑을 베푸는 그 남자에게 정을 느꼈다면 비웃지 않을 자신 있으세요?”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그 소리는…?”

“제가 살아있는 한, 제 남편은 한없이 바란스에게 휘둘리겠죠.”

“…….”

“그래서 처음에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어요.”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형이라서?”

“…맞아요. 죽음조차 허락되지 않은 게 이 몸뚱이죠.”

“흐음… 그래서 해적분들에게 부탁해서 납치해달라 했다?”

슈가가 눈물을 터트렸다.

“네 맞아요. 제가 못 견디고 떠난 것처럼 위장해 달라고 했죠. 그렇게 하면 그 남자가 최소한 저를 포기할 테니깐… 그래서 이 일을 꾸몄어요.”

그녀의 두 눈동자에서 떨어지는 맑은 눈물을 지켜보던 아더는 턱을 쓰다듬었다.

‘…이제야 이해가 가네.’

어째서 이 상황이 벌어졌는지, 슈가가 도중에 배신을 했는지.

마침내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바란스 씨는 슈가가 해적에게 제 납치를 부탁했다는 걸 일찍이 눈치채고 있었을 거야.’

그는, 그런 슈가의 배신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차피 슈가 씨는 보통 방법으로 죽지 않으니깐, 해적의 부선장을 꾀어내기 위한 함정으로 만든 거였네.’

어쩌면 칠황 내부에 간첩이 있다는 소리조차 만들어낸 소문일지 몰랐다.

상대방이 그렇게 믿도록 하고, 쇼를 벌여 용병과 브로커를 모은 것조차 해적의 부선장을 꾀어내기 위한 함정이었을 확률이 높았다.

‘오… 이렇게 보니 모든 게 딱딱 들어맞네.’

생각과 함께 모든 의문을 푼 아더가 미소지을 때였다.

쓰러져 있던 슈가가 입을 열었다.

“…이제 약속대로 절 죽여주세요.”

아더가 시선을 돌렸다.

인간, 아니 인형인 슈가가 눈물범벅인 얼굴로 애원하고 있었다.

“당신 정도의 능력자라면… 절 죽일 수 있을지 몰라요. 그러니깐 제발 절 죽여주세요.”

그녀의 부탁에 아더가 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비스트를 꺼내 들어 검은 탄환을 장전했다.

탁-!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슈가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곧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눈을 감으려는 순간, 아더가 질문했다.

“그런데 슈가 씨. 갑자기 든 생각인데, 과연 당신이 사라지면 모든 게 해결될까요?”

“네?”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사라지는 이유가 반 프라임. 그 분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당신이 사라지면….”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연 반 프라임. 그분은 살아있을까요? 저는 따라 죽을 것 같은데?”

슈가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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