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83화 (83/265)

제83화

붉은 달.

그리고 검은 태양.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 하늘 아래 어둠에 휩싸인 도시가 꿈틀거렸다.

“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더는 탄성을 터트리며 하늘로 향해 손을 뻗었다.

타오르는 검은 달이 잡힐 듯 말 듯, 요망한 달빛을 흩뿌렸다.

그 기이한 빛에 아더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졌어. 저 바깥에 있는 마법과 같은 결계인가?’

가정이 맞다면 상당히 독특한 취향을 가진 마법사일 듯싶었다.

저 정도로 정교한 달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진짜 달을 만들어도 되었을 텐데 굳이 이런 색을 선택하다니.

그때 옆에 있던 윌렛이 중얼거렸다.

“여전히 기분 나쁜 도시로군.”

아더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기분 나쁜 도시요?”

“기분 나쁘지 않나? 저 가짜 하늘이나 이 도시의 색이나… 사람 기분을 불쾌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어.”

그의 설명에 아더가 턱을 쓰다듬었다.

“꽤 유명한 도시인가 보네요.”

“이 암시장이 열릴 때마다 개방되는 지하 도시지. 그래서 뒷거리 인간들은 '검은 보름달'이라 부르고.”

아더의 눈이 커졌다.

‘지하에 있는 도시라고?’

그럼 여기가 아케인의 밑이란 소리인가?

새로이 알게 된 사실에 아더가 나직한 탄성을 터트렸다.

‘신기하네… 그 아케인의 밑에 이런 도시가 있다니.’

그와 동시에 한편으로는 의문도 들었다.

‘이 사실을 왜 내가 모르고 있지? 설마 10년 뒤에는 존재하지 않는 건가?’

그때 윌렛이 갑작스레 걸음을 옮겼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아더가 그 옆을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움직인 둘은 이내 도시 한복판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웅성웅성.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물건을 파는 사람, 사는 사람, 싸우는 사람, 취한 사람.

복장도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이 한데 묶여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축제가 열린 시장 바닥과도 같았는데, 그 광경을 아더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정확히는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물건 쪽이었다.

‘별의별 게 다 있네.’

인간의 시체도 있고, 정체 모를 동물의 사체도 있었다.

살아 있는 동물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여러 고서적도 있었고 보물도 있었으며 칼도 몇 자루 눈에 띄었다.

윌렛의 말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희귀한 물건들도 제법 갖추고 있는 듯했다.

그때 윌렛이 제 등받이에 있던 후드를 들어 올려 씌워 주었다.

“얼굴을 가려. 지금은 던, 자네의 얼굴이 드러나서 좋을 게 없으니깐.”

아더가 후드를 제대로 뒤집어쓰며 대답했다.

“아티펙트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도 부족할까요?”

“그 아티펙트로 나타나는 흐릿한 인상을 여기 있는 놈들 중 한 놈이 외우고 있을지도 모르지.”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저를 찾으려 하는 인간이 있을까요?”

“가만히 있어도 칼을 맞는 곳이 이 바닥이지 않나? 주의를 하자는 소리야.”

윌렛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더도 그 뒤를 따라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와중에도 거리에 펼쳐진 시장 바닥에 눈을 떼지는 않았다.

“10골드.”

“지랄하네.”

“7골드.”

“5골드 아니면 안 사. 이 사기꾼 새끼야.”

욕설과 함께 서로의 얼굴에 주먹을 꽂는 주인과 손님.

“좀 더 구할 수 있나?”

“시간을 줘야 해. 일주일은.”

“일주일? 너무 길어. 3일로 하면 물건을 사지.”

정체불명의 언어로 흥정하는 사람들.

여러모로 독특한 면이 있어, 지켜보는 맛이 있었다.

하지만 아케인 최고의 암시장이라 생각하면 또 부족하기도 했다.

‘일단 규모가 너무 작은데…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지?’

시장 바닥에 놓인 물건 중에 플라스크 속에 담긴 몇몇 개의 피나 제법 날이 선 칼이 보이기는 했지만 제 눈길을 끌기엔 부족했다.

그래서 차오르던 기대감이 약간은 꺾이려는 찰나, 윌렛이 질문했다.

“뭘 살 거야?”

“네?”

“뭘 살 거냐 물었네. 슬슬 길이 갈라지거든.”

아더가 입꼬리를 살며시 올렸다.

“여기가 전부가 아니었군요?”

“당연하지. 이곳은 저 안으로 들어갈 자격도 안 되는 놈들이 모여 만든 장터야. 진짜는 저 탑 안에 있지.”

이 말과 함께 윌렛이 저 멀리서 보이는 3개의 검은 탑을 가리켰다.

시선을 돌린 아더는 흐릿한 안개에 휩싸인 탑을 가만히 지켜보다 손가락을 튕겼다.

“일단 칼을 보고 싶어요.”

“그리고?”

“혈통. 그것도 제법 독특한 혈통을 구하고 싶어요.”

윌렛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칼은 이해가 가는데… 혈통은 조금 독특하군.”

“어려울까요?”

“그건 아니야. 다른 곳에서는 귀하디귀한 혈통이지만, 이곳에서는 널린 게 또 혈통이거든.”

아더가 눈을 치켜떴다.

“오호…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예전에는 미래를 볼 수 있는 혈족의 피도 나왔다 하더군. 아주 예전의 일이지만.”

아더가 입을 벌리며 경악했다.

“세상에… 그런 피가 있다고요?”

“왜 없겠나? 세상에서 가장 이질적인 능력을 쓸 수 있는 것들이 그런 혈통을 가진 자들인데.”

대답과 함께 잠시 고민하던 윌렛이 3개의 탑 중 하나를 가리켰다.

“일단 칼을 보러 가지. 저쪽에 가면 일단 쓸 만한 장물이 있을 거야.”

고개를 끄덕인 아더가 윌렛이 가리킨 정중앙의 탑으로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낯선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오… 이게 누구신가.”

윌렛과 아더가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그 속에서 윌렛이 흠칫 놀라며 중얼거렸다.

“…당신은?”

“거의 20년 만이군.”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노인이 끌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동안 잘 지냈나? 윌렛 크리스톨?”

* * *

제 뒤를 점한 노인을 바라보며 아더가 중얼거렸다.

‘기척을 못 느꼈어.’

마법사인지 아니면 숙달된 칼잡이인지는 몰라도 이렇게나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움직임을 못 느끼다니?

그 탓에 아더가 긴장감을 끌어 올린 상태로, 머리가 두 개인 노인을 바라볼 때였다

윌렛과 인사를 나누던 노인이 그 시선을 눈치채고 턱짓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이 잘생긴 신사분은 누군가? 윌렛?”

그의 질문에 윌렛이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제 사무실 소속 용병입니다.”

“사무실? 자네 언제 브로커가 되었나?”

“꽤 되었습니다. 10년 전에 차렸으니.”

노인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그 뒷세계를 주름잡던 윌렛 크리스톨이 브로커가 되었다고? 내가 아무리 뒷방에 처박혀 있었다지만, 정말 놀라운 일이군.”

이 말과 함께 노인이 두 개의 머리 중 하나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래서… 자네를 은퇴시킨 사람이 누군가?”

“…….”

“자네 의지대로 은퇴했을 리는 없고, 해적 놈들인가?”

윌렛은 대답하지 않았다.

노인이 끌끌 웃음을 터트리며 기울였던 머리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사정이 있나 보군.”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이 말과 함께 노인이 다시 윌렛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건네려 할 때였다.

대화를 귀 기울여 듣던 아더가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저… 혹시 뭐 하나 질문해도 될까요?”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응? 갑자기 웬 질문?”

“윌렛 어르신이 그렇게 유명했나요?”

“…뭐?”

“전설의 용병이라던데,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아더의 질문에 노인은 눈을 끔뻑였다.

“오… 이 이야기를 모르는가?”

“과거 이야기를 말씀해 주지 않으셔서요.”

“그래? 그렇게 부끄러운 이야기는 아닌데 그거 이상하군.”

노인이 제 턱을 쓰다듬었다.

“지금은 [칠황]이나 [해적] 아니면 저 애송이 [본드] 같은 놈들이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10년 전에는 저 사내의 이름이 가장 컸지.”

아더가 눈을 치켜떴다.

“윌렛 어르신이요?”

“그래. [귀신] 윌렛 크리스톨. 그는 아케인이 생겨난 이래 가장 뛰어난 용병이자 마….”

노인의 설명을 윌렛이 끊었다.

“옛날이야기는 그쯤 하시죠, 어르신.”

“내가 너무 말이 많았나?”

“과거 이야기를 너무 거창하게 하셔서 말입니다.”

노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과거에 사는 자들은 말이 많은 법이지… 그럼 신세대의 이야기를 해 볼까?”

시선을 돌린 노인이 아더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던인가?”

“…오?”

“탄성을 보니 맞는 것 같군. 그 노예 시장을 박살 낸 말썽꾸러기.”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예 시장을 박살 낸 사람이 따로 없으면 아마 저일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단번에 알아보신 거예요?”

노인이 제 얼굴에 있는 네 개의 눈동자를 가리켰다.

“눈이 많으니 볼 수 없는 것도 가끔 보이더군. 그때 우리 애들이 신세를 좀 졌다고 해서 얼굴을 기억해 뒀는데 이렇게 보게 되는구만.”

“…어르신이 누구신데요?”

“나? 칠황의 한 목이지.”

아더의 눈이 커졌다.

그사이 윌렛이 나직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던. 예의를 갖추게. 칠황의 삼 목, 바란스 님일세.”

정신을 차린 아더가 순순히 허리를 낮추었다.

그사이 바란스라 불린 노인이 손을 내저었다.

“됐네. 자네도 꼰대가 다 되었구만. 요즘 애들은 이런 걸 싫어해.”

“…….”

“그건 그렇고… 던이란 용병이 자네 사무소 소속일 줄이야. 제자가 스승을 따라간다는 말은 들었어도, 용병이 브로커를 닮다니….”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린 노인이 몸을 돌렸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여기까지 하지. 가야 할 곳이 있어서.”

윌렛은 굳이 붙잡지 않았다.

“오랜만에 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가? 난 자네를 보니 아직도 가슴팍의 상처가 쑤시는데?”

두 개의 머리 중 하나를 돌린 바란스가 찡긋 윙크했다.

“그럼 좋은 시간들 보내게나. 뭐 때문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암시장 아마 재밌을 거야.”

작별 인사와 함께 바란스가 등장할 때처럼 소리 없이 사라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는 중얼거렸다.

‘기척 없이 다가왔던 게 마법이었구나.’

형태만 보면 최소 50년을 수련한 마법사.

흰 수염을 제외하면, 이번 생에서 만나 본 마법사 중 가장 수준이 높았다.

‘그래서 눈치채지 못 했구나. 저번 생에서 만난 칠황의 그 도끼쟁이보다 강한 사람이네….’

아케인 현상금 top 10 중 7명이 뭉쳐 만들어진 조직, 칠황.

그중 몇몇과는 지난번의 삶에서 연이 있었다.

그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던 아더가 윌렛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윌렛 어르신, 전설의 용병이셨어요?”

아더의 질문에 바란스가 떠나간 자리를 지켜보던 윌렛이 인상을 일그러트렸다.

“전설은 무슨.”

“그런 것치고 바란스란 사람은 윌렛 어르신을 엄청 존중해 주던걸요?”

“저게 존중으로 보이나? 날 죽이고 싶어 안달 난 것처럼 보이는데.”

아더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 윌렛이 드물게 제 과거를 언급했다.

“저 사람하고는 악연도 인연도 있지… 그래서 마주치기 싫었는데, 설마 수련을 마치고 나왔을 줄이야.”

혀를 찬 그는 과거의 기억을 털어 내듯 몸을 돌렸다.

“그만 탑으로 가지. 얼른 볼일을 마치고 가야겠어.”

* * *

다행히 조금 전과 달리 더 이상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몇몇 자들이 윌렛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눈초리를 보냈지만, 바란스처럼 직접 움직여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 속에서 아더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재밌네… 들어온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칠황 중 한 명도 만나고, 윌렛 어르신의 과거 이야기도 듣고.’

확실히 규모가 있다 보니, 평소라면 만나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더는 좋은 예감을 느꼈다.

‘보통 이런 장소에서는 뭔가 사건이 터지는 던데…. 흠.’

말을 흐린 아더가 걸음을 멈추었다.

조금 전 마주쳤던 난쟁이, 고블린이 나타나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손님… 티켓 주세요.”

윌렛은 품속에 간직하고 있던 티켓을 꺼내 들어 보여 주었다.

티켓을 확인한 고블린이 탑의 문에서 비켜서며 말했다.

“욕망의 탑에 오신 걸 환영해요.”

이 말과 함께 탑의 문이 열린다.

내부의 풍경을 들여다보던 아더는 탄성을 터트렸다.

“갤러리…네요?”

옆에 선 윌렛이 설명했다.

“미술관의 구조를 띠고 있지.”

이 말에 아더가 시선을 돌렸다.

윌렛의 말처럼 내부는 고급스러운 미술관의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하얀색 대리석과 레드 카펫 위의 단상에 수많은 물건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을 고블린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들에게 무언가 속닥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아더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을 때, 윌렛이 손짓했다.

“이리로 오게.”

이 말과 함께 윌렛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따르던 아더는 눈을 굴리며 주위를 구경했다.

“300골드.”

“곤란해요, 손님. 조금 전 손님은 400골드를 적고 갔어요.”

“이걸 400골드나 적었다고?”

“네 손님.”

이야기를 엿들은 아더가 중얼거렸다.

‘입찰제 방식이구나. 그런데 물건은 이게 끝인가?’

전시된 대부분 물건이 보석 혹은 귀금속.

그게 아니면 화려한 장식의 칼들이었다.

흥미롭기는 했지만, 원하는 종류는 아니었던 터라 시선을 거두었을 때였다.

윌렛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경매 방식은 이해했나?”

“네.”

“좋아. 그럼 여기서 잠시 찢어지지.”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윌렛 어르신도 볼일이 있으신 거예요?”

“이런 곳에 오는 일이 흔치 않으니, 쓸 만한 것들이 있으면 사 놓는 게 좋지. 자네가 원하는 칼은 저쪽 방향에 있을 걸세.”

설명에 아더가 갸웃거리던 고개를 끄덕였다.

“몇 시에 만날까요?”

“앞으로 한 시간 뒤. 팁을 주자면 처음부터 너무 큰 금액을 부르지 마. 고블린 놈들이 사기를 칠 수도 있으니깐.”

이 말에 아더의 눈이 커졌다.

‘오… 그럼 부르는 가격이 가짜일 수도 있다는 건가?’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암시장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생각을 끝마친 아더는 조금 전 윌렛이 가리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윌렛의 말대로 꽤나 많은 수의 도검류들이 갤러리 내에 자리 잡고 있었다.

“흠….”

말을 흐린 아더가 흥미로운 눈길로 그 검들을 바라보았다.

장식용 검부터 시작해 검보다는 둔기에 가까운 대검까지.

가지각색의 검들이 갤러리의 단상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확실히 이쪽이 더 수준이 높네.’

중얼거림과 함께 아더가 시선을 좁혔다.

어떤 칼이 좋은 재질인지 뛰어난 대장장이의 작품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칼을 써야 잘 죽일 수 있을지는 곧바로 감이 왔다.

칼과 검만이 가지는 날카로운 예기.

그 숨길 수 없는 번뜩임을 갤러리 내 전시된 칼들에게서 엿보던 아더가 한 자루의 검으로 향할 때였다.

누군가 제 가명을 불렀다.

“…던?”

움찔 놀란 아더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회색 머리칼을 가진 청년을 바라보며 눈을 치켜떴다.

“…누구세요?”

질문에 회색 머리칼의 청년이 미간을 모았다.

“카셀이다.”

“……?”

“그때 나랑 같이 협업했었잖아!”

눈을 끔뻑이던 아더가 탄성을 내질렀다.

“아… 그때 환각에 당해서 쓰러졌던 분?”

회색 머리칼의 청년, 카셀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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