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아케인 대학의 한 학기는 크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한 학기의 절반이 지난 지금, 중간고사 시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중 치즈이 교수님 강의는 조별 과제로 대체했고, 나머지는 그냥 필기시험. 검술 강의는…’
엘린의 말에 따르면 대련으로 결정지어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대련 상대는 눈앞의 엘린 레버쿠젠.
여기까지 생각한 아더는 왜 엘린이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애매하네요.”
“그렇지?”
“네. 엘린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엘린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그래.”
“……?”
“아더 너랑 대련해서 널 패배시킨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기분이 나쁘고, 또 대련에서 승리한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좋기도 하고.”
그녀의 말에 아더는 눈을 끔뻑였다.
‘오… 엘린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번 대련에서 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재밌네…. 흠.’
물론 타당한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다.
제국의 단 3명뿐인 소드 마스터의 손녀.
그것도 검술 명가라 불리는 레버쿠젠 가문의 손녀가 이 정도 자신감을 안 보여 주는 게 되레 이상했다.
‘하지만 나도 질 생각은 없는데 말이지.’
이제는 어엿한 바이에른 가문의 후계자다.
요넬의 기대는 둘째치고, 그에 걸맞은 자격이 필요하단 소리다.
그리고 그 자격을 위해 아더는 아케인 대학의 수석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언젠가 내가 물려받을 가문… 그 자리에 걸맞은 자격으로 아케인 대학 수석 졸업만큼 적당한 게 없지.’
그런 의미에서 엘린과의 대련은 패배할 수 없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아더가 입꼬리를 올렸다.
“재밌네요. 저도 질 생각이 없는데.”
엘린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제안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기하는 게 어때?”
“내기요?”
“그냥 대련으로 결판 짓는 건 아깝잖아? 무려….”
말을 흐린 엘린이 눈빛을 빛냈다.
“2년 만의 재대결인데.”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죠. 어떤 내기로 할까요?”
“음… 상식적으로 들어줄 수 있는 선에서의 소원 한 가지. 진부하긴 하지만 어때?”
“오? 나쁘지 않은데요?”
엘린이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그럼 이걸로 한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야?”
“그럼요. 엘린이야말로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예요?”
아더의 말에 엘린이 속으로 기합을 내질렀다.
‘좋아! …나쁘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상황 속에서, 나름 깔끔한 판이 깔렸다.
‘위기를 기회로… 오래된 격언이지.’
중얼거림과 함께 엘린이 웃었다.
사실 그녀는 아더가 대련 상대로 결정되었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음에 둔 상대와 검을 섞는 건 썩 즐거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지금, 오히려 잘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걸 떠나, 검을 잡은 이상 패배하면 안 되지.’
사실 그녀는 검을 잡은 뒤로 단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엘린에게 첫 패배를 안겨 준 것이 바로 아더 바이에른이었다.
‘그때 내가 실수로 한눈을 팔긴 했어도… 진 거는 진 거야. 그날 대련에서 아더가 더 뛰어났어.’
그리고 다시 만난 지금, 그녀는 다른 의미에서의 또 한 번의 패배를 느낄 수 있었다.
‘첫 수업에서 보여 주었던 그 일격…그 일격은 대체 뭐였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날 아더의 검은 이해할 수 없었다.
목검으로 광물을 자르는 시험에서, 그런 유연한 일격이라니?
그런데 그 일격을 본 자신은 광물이 반으로 쪼개지는 느낌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착각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날의 일격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은연중에 아더의 검이 더 뛰어난 게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당연하지만, 엘린은 이런 감정에 익숙하지 않았다.
‘떨쳐 낼 좋은 기회야. 이번 대련을 통해.’
물론 패배의 설욕만으로 끝나면 의미가 없다.
생각과 함께 그녀의 목울대가 출렁인다.
‘만약 대련에서 이기면, 그 때 소원으로….’
말을 흐린 그녀가 입꼬리를 히죽 올릴 때였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아더도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흠… 소원으로 뭘 받아야 하나?’
사실 아더의 입장에서는 대련의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무리 엘린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검 대 검으로 누군가에게 지는 미래는 도저히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은 문제는 대련을 이겼을 때, 어떤 걸 받느냐는 것이었다.
고민하던 아더는 곧 적당한 걸 떠올렸다.
‘혹시 운철검의 수리도 가능하려나?’
물건에 애정을 주는 타입은 아니지만, 검만큼은 달랐다.
하물며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인 운철검은 더욱 애정이 남달랐다.
그래서 부러진 운철검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좋은 기회가 온 듯했다.
‘전처럼 실전용에서는 써먹지 못하겠지만, 온전한 모습으로 만드는 것 정도라면 레베쿠젠 가문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과 함께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술 명가라 불리는 레버쿠젠이라면 충분히 운철검의 수리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끝마친 아더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기대되네요, 엘린.”
“나도 마찬가지야.”
“봐주지 않을 거예요.”
“내가 할 말인데 그건?”
이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둘은 각자의 강의실로 향했다.
“드디어 중간고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주는 간략한 시험 설명….”
남은 강의에서 또한 중간고사 과정을 설명했다.
다행히 치즈이 교수의 강의나 검술 강의만큼 독특한 시험 방식은 없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아케인 대학답게 공부해야 할 범위는 엄청났다.
‘쉽지 않아 보이는걸?’
생각과 함께 아더가 펜을 휘리릭 굴렀다.
‘그래서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을 흐린 아더가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윌렛 어르신이 말한 그 암시장 날짜가 아마 이번 주 주말이었지?’
* * *
약 3달 전, 윌렛은 자신에게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암시장 티켓을 선물했다.
‘듣기로 아케인에서 열리는 가장 큰 암시장이라지?’
거대한 자본으로 세워진 아케인에서 가장 큰 암시장이란 것은 대륙 최고의 암시장이란 소리였다.
지난번의 삶에서 이런 암시장을 통해 쓸 만한 혈통, 영약.
더 나아가 여러 물건을 구매한 경험이 있던 아더였던지라, 꽤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잘하면 혈통, 영약뿐만이 아니라, 칼도 한 자루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미쳐 있던 시절의 자신은 장비라는 것을 크게 중요치 않게 여겼다.
하지만 제정신으로 돌아온 지금, 아더는 뛰어난 아티팩트 혹은 장비가 전투의 판도를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실감하고 있었다.
‘당장 비스트만 보더라도 말이지. 가장 큰 암시장이라니깐 쓸 만한 물건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탓에 아더는 중간고사를 준비하기 전, 마지막 외부 일정을 암시장으로 잡기로 결정을 내렸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또다시 본격적으로 사냥에 나서야 되니깐, 부러진 칼도 정비하고 윌렛 어르신도 만나는 거면… 나쁘지 않겠어.’
그렇게 다가온 주말 아침.
아더는 아침 일찍 일어나, A-1 구역에 위치한 양복점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를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윌렛 어르신?”
아더의 인사에 신문을 보던 중인 윌렛이 눈을 끔뻑였다.
“…던. 자네인가?”
“네. 던이에요.”
“…헛것이 아니라?”
그의 말에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침부터 술 드셨어요?’
“…미안하지만 맨정신이야.”
“그런데 왜 절 보고 헛것이라 하세요?’
윌렛이 대답하는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살아 있는 게 신기해서 그렇지.”
“…헐. 제가 죽기를 바라신 거예요?”
“그건 아니지만, 죽은 줄 알았지. 자네가 일으킨 사고를 듣고서.”
아더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음… 위험하긴 했지만, 나름 잘 처리했어요.”
“그게 잘 처리했다고?”
윌렛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뭐… 자세한 이야기는 밑에 가서 하지. 암시장 건 때문에 온 거 맞지?”
아더가 고개를 끄덕이자 윌렛이 지하 주점으로 향했다.
그 뒤를 따르니 평소보다 많은 용병들이 지하 주점에 자리 잡고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용병들이 아더가 주점으로 들어온 순간, 모두 멈칫하며 시선을 돌렸다.
‘오… 저번 사고의 영향 때문인가?’
중얼거림과 함께 아더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시선 속에 깃든 흥미, 불안, 기대.
그리고 별로 좋지 않은 감정들까지.
전생에서는 숱 없이 봐 온 시선들이, 지금 용병들의 눈길에서 묻어나고 있었다.
그 익숙하면서도 기분 나쁜 시선에 아더는 중얼거렸다.
‘덕분에 귀찮아져 버렸네… 저런 시선을 보내온 사람들치고 사고를 치지 않는 사람들이 없던데.’
그리고 그 사고를 치는 사람들 모두 제 손에 죽었다.
아더는 부디 그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윌렛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대충 느꼈지?”
“네.”
“그럼 내가 왜 자네를 보고 놀랐는지 이해도 했겠군.”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윌렛은 더는 묻지 않고, 술잔을 꺼내 들었다.
저번에도 보았던 금으로 도배된 잔이었다.
“처음 이야기 들었을 때, 내 귀를 믿지 못했어. 그래서 묻고 싶은데, 그거 의도한 건가?”
보드카를 따르며 건넨 질문에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
“의도했을 수도,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술잔을 든 윌렛의 손이 멈칫 떨린다.
“…안 본 사이에 꽤나 영악해졌군?”
물음에 아더가 입꼬리를 올렸다.
“영악해진 게 아니라 배운 거죠. 어르신에게.”
“가르쳐 준 기억이 없는데, 훔친 거 아닌가?”
윌렛이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술을 마저 따른다.
“좋아. 뭘 제시하면 그 정보를 나한테 넘길 건가?”
“음… 지금 당장은 말고, 나중에 정보를 살 수 있을까요?”
“값어치가 맞지 않으면 곤란한데?”
“에이. 노예 시장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사건의 내막인데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곤란하죠.”
윌렛이 한가득 채운 보드카를 단번에 털어 넘기며 말했다.
“영악해진 게 아니라, 이제 보니 얄미워진 거군. 그래 뭐… 이야기해 보게.”
그의 대답에 아더가 설명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조금 더 확언을 들었겠지만 윌렛이기에 그런 검증은 필요 없었다.
그 사이 아더의 설명을 듣던 윌렛의 표정이 모호해졌다.
“…그래서 마력 발전소를 터트렸다?”
“네.”
“자네… 제정신인가?”
아더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 사이 윌렛이 미간을 찡그리며 충고했다.
“시의 물건을 건들지 않는 게, 이 거리의 규칙인 걸 모르나?”
“아, 당연히 알고 있죠. 그래서 원래는 정전만 시키려 했는데, 그게 팡! 터져 버렸지, 뭐예요?그래도 다행히 잘 마무리됐어요. 시의 건은.”
“…마무리가 됐다고?”
“네. 그러니깐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윌렛이 입꼬리를 씰룩였다.
“…이럴 때 보면, 자네가 참 무서워.”
“제가요?”
“안 무섭겠나? 돌발 행동도 어느 정도 해야지… 그런데 이런 행동을 하고도 살아남은 걸 보면, 그 행운이 부럽기도 하군.”
아더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행운이 반복되는 걸 보면, 실력 아닐까요?”
자신만만한 대답에 윌렛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글쎄…뭐. 그럴지도 모르겠군.”
“네. 그래서 여기까지가 제 이야기예요. 그 뒤는 별거 없어요.”
아더가 의도적으로 흰 수염과의 만남은 숨기며 대답했다.
다행히 윌렛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는 고민에 잠긴 표정으로 테이블을 두들기다, 툭 중얼거렸다.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사무소에서 자네를 보호해 줄 수는 없어.”
“네. 괜찮아요.”
“하지만 이 정도 정보는 건네줄 수 있겠군… 자네의 이번 일은 이 거리에서 꽤나 큰 파장을 일으켰어.”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파장이요? 무슨 파장이요?”
윌렛이 시가 하나를 꺼내 들어 입에 물었다.
“뒷세계의 거물들이 자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
아더가 눈을 치켜떴다.
“[칠황]이나 [해적], 더 나아가 [파일럿]이나 [본드]까지. 자네에 대한 정보를 요구해 오더군.”
그의 설명에 아더가 떠올렸다.
‘칠황이나 해적은 저번에도 마주친 적 있는 사람들인데.’
아케인의 뒷거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두 거대 조직이었다.
물론 여기에 하늘 섬도 끼어 있긴 했지만, 그들은 아케인이 아니라 대륙 전체를 지배하는 조직이니 실질적인 실세는 이 두 조직이었다.
그 사이 윌렛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설명했다.
“일단 넘겨 주지 않기는 했지만…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네에 대한 소문을 입수할 거야. 그리고 각자의 방법으로 접촉해 오겠지.”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는 알아서 해야 된다, 이 말씀이군요.”
“은퇴하는 방법도 있긴 하네.”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라서요.”
윌렛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강제로 은퇴당할 수도 있네. 뭐 여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번 암시장은 건너뛰는 게 낫지 않겠냐는 거야.”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죠? 어렵게 구한 티켓인데?”
“조금 전 내가 말한 조직들이 이번 암시장에 참여할 예정이기 때문이지.”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오… 지금은 너무 눈에 띄었으니, 조금 자숙하는 시간을 갖자?”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이번 암시장을 여는 주체는 [칠황]이야.”
윌렛이 손가락을 튕겼다.
“자네에게 관심을 가지는 뒷세계의 조직 중 한 명이지. 개인적으로는 참여 안 하는 게 나아 보여.”
아더가 턱을 쓰다듬었다.
‘흠… 이성적으로 보면, 윌렛 어르신의 말이 맞긴 한데.’
굳이 눈에 띈 상태에서 더 눈에 띌 필요는 없었다.
자신이 아는 그 칠황이나 해적이 맞다면 흰 수염까지는 아니더라도 엄청나게 위험한 인물들이 잔뜩 모여 있는 조직이니.
‘하지만 굳이 그래야 될까?’
생각과 함께 아더가 입꼬리를 올렸다.
눈에 띄기 싫었다면, 애초에 이런 폭발을 일으켜서는 안 됐다.
그런데 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그렇다면 이런 불편함을 불평해서는 안 됐다.
‘그리고 쓸 만한 칼 한 자루도 구해야 하고…. 그걸 생각하면, 참여하는 게 맞아.’
결정을 내린 아더가 고개를 들자, 윌렛이 중얼거렸다.
“가기로 한 모양이군?”
“어라? 대답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표정을 보니 딱 그래 보여.”
아더가 씩 웃었다.
그 미소에 윌렛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놀랍게도 이제 저 미소만 보면, 어떤 식의 대답이 나올지 예측이 되었다.
‘적응해 가는 내가 싫군….’
중얼거림과 함께 윌렛이 쪽지를 건네준다.
받아 든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B-13구역? 이곳에 암시장이 열리는 건가요?”
윌렛이 대답했다.
“맞아. 정확히는… 암시장으로 향하는 수많은 통로 중 하나지.”
“이곳 말고도 다른 곳도 있다는 거군요?”
“검은 종탑이 세워진 곳 대부분이 암시장으로 향할 수 있는 통로야.”
아더가 고개를 끄덕이려다 멈칫했다.
‘어라?’
검은 종탑?
어디서 들어 본 단어인데?
중얼거림과 함께 고민하던 아더는 곧 떠올렸다.
‘하늘섬의 흰 수염.’
그가 자신을 보고 싶다면 찾아오라 했던 곳이 바로 이 '검은 종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