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78화 (78/265)

제78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아더는 당황했다.

‘이걸 어쩐다?’

설마 발표자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주는 것이라니.

물론 예니카도 어느 정도 숙지를 한 상황이지만, 결국 자신이 맡은 파트에 한해서다.

실험 전체 과정을 설명하고 이끌어갈 수준은 되지 않았다.

그때 예니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네 교수님.”

담담한 대답과 함께 그녀가 단상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3주간 노력해 준비한 자료들과 준비물들을 차분히 풀어놓았다.

동요라고는 보이지 않은 그 담담한 태도에 학생들이 나직이 감탄한다.

‘갑자기 지목당했는데도… 전혀 떨지 않은데?’

‘하긴… 그 헤이즐 기업가의 장녀면 떨 이유가 없긴 하지.’

‘듣기로 헤이즐 기업가의 사장이 천재 중의 천재라지? 그럼 딸인 그녀도 마찬가지일 거고.’

그 사이 모든 준비를 끝마친 예니카가 시선을 돌렸다.

치즈이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 하세요.”

허락에 예니카가 입을 연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A조 실험 발표를 맡은 예니카 헤이즐입니다.”

소개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예니카는 그 소리가 멎기를 잠시 기다렸다, 차분히 설명을 이어나간다.

“저희 조가 준비한 것은 마도공학의 핵심을 이루는 ‘마정석’의 변화입니다.”

“…….”

“마정석은 마력을 담은 돌로, 아주 특정 지방에만 생성되는 특수광물입니다. 현시대는 이 광물을 통해 많은 것을 이루었죠. 간단한 예로 자동차와 기차. 그 밖의 여러 자원에서 활용되는 게 마정석입니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예니카가 마정석 하나를 집어 든다.

동시에 일렁이는 마력이, 그 마정석을 향해 스며들었다.

위잉-!

그 순간 거친 정전기가 마정석에서 터져 나왔다.

예니카는 그 정전기에 휩싸인 마정석을 단상 위에 올려놓은 뒤 잠시 멈췄던 설명을 이어나갔다.

“보다시피 마정석은 마력을 집어넣었을 경우, 이런 전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

“이 전류를 이용해 밤에도 책을 읽을 수 있으며, 여러 동력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말 대신 자동차, 텔레포트 대신 기차를 타는 게 대표적입니다.”

예니카가 차분히 숨을 고르며 양피지를 집어 들었다.

“저희는 이 마정석이 어떤 마력에 특정한 반응을 일으키는지 조사했습니다. 그럼 먼저…….”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또 다시 감탄했다.

지금 예니카 헤이즐의 발표는 솔직히 말해 완벽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발음이면 분위기.

그리고 좌중을 훑는 담담한 표정까지.

실험 과정을 둘째치고, 발표하는 태도만 놓고 보면 점수 A를 줘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켜보던 아더는 달랐다.

‘와 큰 일났네… 모르는데 아는 척하고 있어.’

첫 시작은 좋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가장 중요한 실험 과정 파트를, 예니카가 제대로 설명을 못 하고 있었다.

애초에 실험 과정은 그녀가 맡은 파트가 아니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결국 이 발표자리는 실험과정과 그 결과를 도출해 설명해야 했다.

그런 자리에서 저런 겉 핥기식 포장은 결국 좋은 점수를 받을 리가 없었다.

“흠……?”

“뭔가 이상한데?”

그 증거로 몇몇 학생들이 예니카의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치즈이 교수의 표정 또 한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A는커녕, 준비한 것도 다 보여주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는 상황.

그 탓에 아더는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뭔가 수가 없나? 예니카에게 내 생각을 전달할 방법이?’

그 고민과 함께 아더가 미간을 살며시 찌푸릴 때였다.

옆에서 나직이 감탄하는 중인 레온이 보였다.

“오오… 예니카 양 생각보다 잘 하는데?”

“…….”

“이 상태면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이지 않나? 아더 바이에른?’

그의 말에 아더가 눈을 끔뻑이며 중얼거렸다.

“있었네… 방법이."

“……?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더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급하니깐 지금 간단히 말할게요, 황자님.”

“……?”

“저번에 썼던 그 능력으로 지금 저와 예니카 머릿속을 연결할 수 있어요?”

레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 수야 있긴 한데… 왜? 잘하고 있잖아?”

“저게 잘하는 걸로 보여요? 그냥 아는 게 없어서, 뺑뺑 둘러 말하고 있는데?”

“…진짜?”

“진짜죠. 치즈이 교수님 표정 보세요!”

이 말에 레온이 시선을 돌린다.

그 후 표정을 굳히며 중얼거렸다.

“정말이군… 치즈기 교수님.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눈꼬리가 처지거든. 그런데 지금 매우 처져있어.”

“예니카의 지금 발표가 마음에 안 든다는 소리죠. 그러니깐 시간 없어요. 빨리 연결 시켜 줘요.”

레온이 고개를 끄덕인 뒤, 슬며시 제 눈동자의 힘을 발현시켰다.

파앗-!

만약 마법이었다면, 이런 꼼수는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실 내에서 마력이 발생한다면 대마법사가 아닌 이상에야 감지가 되었을 테니.

하지만 레온의 능력은 마법이 아니었다.

‘저주받은 황가의 혈통. 그 혈통 능력은 감지가 안 되지.’

생각과 함께 아더가 예니카를 바라본다.

아무렇지 않게 설명을 이어나가던 예니카였지만, 점점 힘에 부치는지 조금씩 말이 더뎌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던 아더는 눈을 감고서 중얼거렸다.

‘예니카 들려요?’

이 말에 예니카가 입을 다문다.

“……?”

그 이변에 지켜보던 학생과 치즈이 교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예니카의 시선이 돌아간다.

‘공자님……?’

이 말에 아더가 웃는다.

‘진짜 당신 때문에 별의별 짓을 다 하네요. 그래도 수고했어요. 이제 다시 시작해보죠.’

* * *

처음 치즈이 교수에게 지명 당했을 때, 예니카는 당황했다.

‘하필 내가 지목된다고?’

이번 조별과제를 소홀히 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서 열심히 참여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평범한 수준이었다면, 이 정도만 하더라도 무난히 발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별과제는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다.

당장 학계에 논문으로 내보낸다 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그런 논문에 가까운 자료를, 실험 주체자인 아더 바이에른이 아니고서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예니카는 그 당황을 내보이지 않았다.

제대로 된 발표를 못 하는 시점에서, 표정 관리마저 되지 않으면 3주라는 시간을 그냥 날려버리는 셈이니.

‘그러니… 적어도 겉보기에는 멀쩡하게 보여야지.’

다행히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 관리를 하는 거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럴싸하게 말하는 재주도 있었다.

그 덕에 어찌어찌 소개를 끝마치고, 분위기를 나쁘지 않게 끌어갔지만 결국 한계에 봉착했다.

‘…….’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가자, 얕은 지식이 금방 드러난 것이다.

다행히 대다수의 학생들은 눈치채지 못한 듯했지만, 치즈이 교수는 달랐다.

그는 두꺼운 눈꺼풀 사이로 서늘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예니카는 직감할 수 있었다.

‘…망했네.’

저 노련한 노교수가 이런 구멍이 숭숭 뚫린 설명을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 탓에 남 몰래 한숨을 내쉰 예니카였지만, 발표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지금 여기서 중단한다면, 그나마 받아야 할 점수도 받지 못할 테니.

그렇게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설명을 이어나갈 때였다.

익숙한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들려온다.

‘진짜 당신 때문에 별의별 짓을 다 하네요.’

‘……?’

‘그래도 수고했어요. 이제 다시 시작해보죠.’

머릿속으로 아더 바이에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예니카가 입을 벌리는 사이, 아더가 재빠르게 주문한다.

‘먼저 마정석의 변화 과정을 보여줄 거예요. 준비하세요, 예니카.’

이 말에 정신을 차린 예니카가 재빨리 벌어진 입을 다문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태 막힘이 없던 예니카 헤이즐이 말을 멈춘 것은 넘어,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표정 관리를 한 그녀가 서늘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환기 시킨다.

“…죄송합니다. 다시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예니카가 마정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미리 단상에 올려둔 상자 안에 그 마정석을 집어넣었다.

설명에서 벗어난 그 움직임에 학생들이 흥미가 깃든 시선을 보낼 때, 예니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보여드릴 건 저희 이론을 뒤받침 할 실험 과정입니다.”

“…….”

“마정석이 과연 마력에 반응해야만 전력을 내보이는 건가? 아니면 그 외에도 반응을 하는가? 그걸 알아보는 실험입니다.”

이 말에 여태 침묵하던 치즈이 교수가 손을 든다.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예니카 학생……?”

“네 교수님.”

“그 상자의 용도는… 무엇입니까?”

“이 상자는 마정석에서 일어난 반응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게 만든 특수한 상자입니다.”

예니카의 말에 치즈이 교수가 턱을 쓰다듬었다.

"특수한 상자라...굳이 그런 게 필요가 있을까요? 마정석은...마력이 담긴 돌입니다. 폭발 같은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

“그래서 애매하군요. 굳이 그 상자에 넣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지적에 예니카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 아더를 바라봤다.

‘오 날카로운 질문이네.’

‘…….’

‘역시 치즈이 교수님인가? 흠… 이걸 어떻게 납득 시켜야 할까?’

눈을 감은 채 고개를 갸웃갸웃하는 모습에 예니카가 살며시 주먹을 말아쥐었다.

‘… 뭐든 빨리 말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대답이 막히자 또다시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있었다.

그 탓에 예니카가 조급함을 느끼는 순간, 아더가 다시 입을 연다.

그리고 그 설명은 예니카의 입을 통해 다시 흘러나왔다.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네?”

“특정 에너지에 마정석이 반응해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저희 조가 실험한 것은 이 폭발이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 관해서며, 앞서 설명드린 이번 실험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치즈이 교수의 처진 눈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그 사이 교실의 분위기 또 한 예니카의 발언을 두고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뭐?”

“마정석이 폭발을 일으킨다고?”

“…대체 어떻게 일으킨다는 거지?”

기본적으로 알려진 상식으로 마정석은 폭발하지 않은 안전한 에너지 자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탓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때, 예니카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럼 곧바로 실험에 들어가겠습니다. 순간 번쩍임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과 함께 예니카가 무언가를 꺼내 든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치즈이 교수의 눈꼬리가 또다시 올라간다.

‘마… 정석?’

예니카가 꺼내 든 것은 다름 아닌 또 다른 마정석이었다.

그런데 이미 상자 안에 들어간 마정석과는 또 다른 빛을 띠고 있었다.

그 빛의 정체를 치즈이 교수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속성 마법… 그것도 암흑 계열이군.’

생각과 함께 치즈이 교수는 이번 실험의 의도를 파악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

그 웃음에 학생들이 의아해하며 눈을 끔뻑이자, 치즈이 교수가 손을 내저었다.

“아… 죄송합니다. 실험 자체가 매우 독특해서 저도 모르게…….”

그의 입에서 나온 칭찬에 학생들이 끔뻑이던 눈이 커다래졌다.

오로지 아더만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역시 치즈이 교수님. 단번에 실험의 정체를 파악했네.’

마정석이 흔히 안전한 에너지 자원이라 불리는 이유는, 돌 안에 담긴 마력이 다했을 경우, 방전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방전된 마정석에 또 다시 마력을 주입한다면?’

그리고 그 마력이 속성 마법, 흔히 자연 계열 마법이라 불리는 암흑 마법이라면 아주 높은 확률로 거친 폭발이 일어난다.

‘암흑 계열 마법이 가지는 고유의 발화 때문이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정석이 안전한 에너지 자원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조차도 이 사실에 대해 몰랐지. 그 마력 발전소에서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때의 경험을 살려 아더는 이 사실에 조사했고, 곧 마정석이 암흑계열 마법에는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급히 실험의 한 과정을 추가한 아더였다.

‘마정석이 정말로 안전한가. 이 논리를 입증시키려면 실제로 마정석을 폭발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게 가장 빠르지.’

그리고 그 실험을 담당한 것이 바로 예니카였다.

그녀의 마법이 ‘암흑’ 계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더는 실험에 한해서는 다소 안심했고, 그건 예니카도 다르지 않았다.

“그럼 실험 시작하겠습니다.”

자신만만한 선언과 함께 예니카가 마정석에 마력을 집어넣었다.

쿠크크크크-!!

그녀의 마력이 진한 어둠으로 물들고, 그 마력이 마정석에 담기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눈을 끔뻑인 순간, 상자 안에 있던 마정석이 빛의 폭발을 일으켰다.

쾅-!!!

예고 없이 일어난 그 폭발에 학생들이 입을 벌렸다.

그와 동시에 상자 안에 옅은 불꽃이 타오르며, 기존에 있던 마정석이 새하얀 별이 됐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학생 중 한 명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허……?”

“진짜로… 폭발했다고?’

그 반응 속에서 예니카가 주입하던 마력을 거두어들이며 아더를 바라본다.

‘이제 설명하죠 예니카.’

작게 고개를 끄덕인 예니카가 천천히 입을 열어 실험의 나머지 부분을 설명해 나간다.

‘이 폭발의 실험 주체는…….’

“이 폭발의 실험 주체는…….”

아더가 설명을 전하고, 예니카가 그 설명을 가공해 말한다.

그렇게 이 실험이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는지, 또 어떤 식으로 준비하게 되었는지 준비한 모든 것들을 아더의 설명을 빌려 모두 말한 예니카가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여기까지가 저희 조가 준비한 발표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말과 함께 교실이 침묵에 휩싸인다.

“…….”

교실에 있는 학생 중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한 채, 예니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어색한 분위기를 치즈이 교수의 박수 소리가 절묘하게 끊어놓는다.

짝짝…

울려퍼진 그 소리에 맞추어, 학생들이 하나둘 정신을 일깨우고서 박수를 친다.

짝짝…

짝짝짝-!

이내 모든 학생이 홀린 듯이 박수를 쳤고, 그 분위기를 지켜보던 예니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끝났네.’

고작 발표 하나를 했을 뿐인데,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 탓에 그녀는 오랜만에 다리가 저리다는 감각을 느끼며, 아더를 바라보았다.

‘잘했어요 예니카.’

웃고 있는 표정이, 꼭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래서 피식 웃음을 터트린 예니카였다.

‘자기가 다했으면서, 무슨…….’

이 말과 함께 예니카가 제자리로 돌아가려 할 때였다.

학생 중 한 명이 수군거린다.

“와 역시 예니카 헤이즐인가?”

그 수군거림과 함께 예니카의 발걸음이 우뚝 멈춘다.

그 사이 들려 온 수군거림은 곧 자신의 이름이 되었다.

“A조 준비는… 예니카 헤이즐이 전부 했겠지?”

예니카 헤이즐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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