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70화 (70/265)

제70화

데스나이트의 외형이 변한다.

“…!”

앙상한 두 팔에는 활력이 넘치다 못해 터질 것 같은 근육이.

두 다리에는 군마에 비견되는 종아리가.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에는 긴 흰 수염이 휘날리기 시작힜다.

그 변화를 멀리서 지켜보던 지니와 레온이 놀라 입을 벌렸다.

“…뭐?”

“데스나이트가… 살아났다고?”

그건 아더도 다르지 않았다.

죽음에서 되살아나는 데스나이트라니?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 일이었다.

그사이 벗겨진 머리에는 백발이.

덜그럭거리는 입에는 긴 흰 수염이 자라난 데스나이트가 중얼거렸다.

“소드마스터 할리버 칸이다. 네놈의 이름은 뭐지?”

던져진 질문에 아더가 대답했다.

“던이요. 아케인의 용병이죠.”

“…용병 나부랭이가, 기사도를 논했단 말인가?”

“논할 수도 있죠. 기사도가 뭐 신의 이름도 아니고.”

할리버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허나 눈동자가 없어, 눈매만 가늘어졌을 뿐이었다.

모든 신체가 유일하게 돌아왔지만, 눈동자만 돌아오지 않은 그 모습에 아더는 떠올렸다.

‘사람의 눈동자는 영혼 그 자체라는 말…. 처음에는 그냥 허언인 줄 알았는데 이걸 보니 진짜일지도?’

생각과 함께 아더가 운철검을 휘리릭 돌려 잡으며 질문했다.

“그런데 정말 소드마스터예요?”

“…?”

“고명한 기사이신 건 알겠는데, 소드마스터처럼은 안 보여서요. 진짜 소드마스터예요?”

죽음에서 돌아온 기사.

할리버가 노해 소리쳤다.

“그 입 닥치거라!! 어디까지 날 우롱할 셈이냐!”

이 말과 함께 그의 군마가 거친 콧김을 내뿜었고, 아더도 개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컹컹-!

거칠게 울부짖은 대장 개가 달려 나간다.

그에 맞추어 군마도 달려 나갔다.

그 격돌을 지켜보던 레온과 지니가 정신을 차리고 소리친다.

“아, 아더!”

“던 님-!”

그 외침과 함께 아더와 할리버의 검이 격돌한다.

챙-!

울려 퍼진 쇳소리와 함께 아더의 어깨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그 모습에 지니와 레온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릴 때, 할리버의 검이 아더의 뒤통수를 노리고 쇄도했다.

[…!]

하지만 그의 군마가 중심을 잃는 바람에 허공만을 베어 냈다.

지켜보던 지니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노움-! 노움의 능력이구나!”

이 외침과 함께 첫 일격을 교환한 할리버와 아더가 자리를 바꾼다.

할리버가 검기를 두른 검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이상한 술수를 쓰는군. 하지만…”

“….”

“영 반푼이는 아니야. 검에 힘이 실려 있어.”

이 말에 아더가 상처가 난 어깨를 힐끔 바라보았다.

치이익--!

테이큰의 재생 능력과 할리버의 마나가 거칠게 싸우고 있었다.

정상으로는 돌아올 테지만 그러기까지 제법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듯했다.

‘하필 다친 쪽이 오른쪽 어깨네. 오른손잡인데….’

말을 흐린 아더가 왼손으로 운철검을 바꿔 쥐었다.

그리고 이쪽을 노려보는 할리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깨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얻은 게 없는 건 아니야.’

죽음에서 되돌아온 데스나이트.

할리버는 수준 높은 칼잡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뛰어난 기사였다.

그가 다루는 검기는 고결했으며 제 어깨를 베어 낸 일격은 솔직히 말하자면 보지도 못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하지만 소드마스터는 아니야…. 내가 만나 봤던 그들과는 달라.’

이 사실은 생각보다 많은 걸 의미했다.

지금 상태로 소드마스터는 이기지 못하지만, 뛰어난 기사는 요령을 피운다면 충분히 한 수를 노려볼 수 있었다.

생각과 함께 아더가 씩 미소지었다.

“다음 일격으로 승부가 나겠죠?”

“죽는 건 너다.”

“그건 해 봐야 알죠. 결투에 올라온 이들의 목숨은 모두 단 한 개.”

아더가 검을 들어 할리버를 가리켰다.

“똑같은 조건이라면… 충분히 제게도 승산이 있죠.”

할리버가 웃음을 터트렸다.

“기세 하나는 인정할 만하다. 좋다-!”

이 말과 함께 할리버의 검 끝에서 엄청난 검기가 솟구쳐올랐다.

지켜보던 지나와 레온이 입을 벌리며 경악했다.

“무슨 검기가….”

검을 뒤덮는 것을 넘어 검 그 자체가 되어 버린 검기가 사나운 울음을 토해 냈다.

저 정도의 검기라면 한 왕국의 기사단장직을 맡아도 이상하지 않을 터.

그 탓에 레온과 지니가 아더를 향해 소리쳤다.

“더, 던 님! 같이 싸워요! 저런 말도 안 되는 걸 어떻게 혼자…!”

“아뇨.”

“…?”

“혼자 싸울게요. 그러는 쪽이 편해요.”

이 말에 레온와 지니가 눈을 부릅떴다.

반대로 할리버는 탄성을 내질렀다.

“용병 나부랭이라 해도, 자존심이 있다는 건가?”

“자존심이 아니라, 이길 확률에 높은 쪽에 배팅한 거죠.”

대답과 함께 아더가 운철검을 쥔다.

그 순간 운철검이 비명을 토하듯 옅은 진동을 보내왔다.

‘아 맞다. 대장장이가 검기에 맞서지 말랬지.’

생각과 함께 아더가 입맛을 다셨다.

짐작일 뿐이지만, 아마 저 검기를 다시 한번 받아 낸다면 운철검은 부러질 것이다.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인 운철검이 부러진다 생각하니 문득 슬퍼진 아더가 중얼거렸다.

‘수지 타산이 안 맞네…. 하필 왜 저런 괴물을 만나 가지고.’

생각과 함께 아더가 자세를 낮춘다.

그와 동시에 할리버도 자세를 낮추며 돌격할 준비를 끝낸다.

지켜보던 레온과 지니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공기가….’

‘달라졌어.’

‘무겁다. 그리고 무서워.’

경지에 오른 칼잡이들은 기세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두 칼잡이에게서 그 기세가 느껴지고 있었다.

죽음에서 되돌아온 저 데스나이트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더에게서 마저도 그 기세가 느껴질 줄 몰랐던 둘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도대체…’

‘저 사람 정체가 뭐야?’

항상 상식을 파괴하는 미친놈.

그 미친놈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한 순간,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발을 굴렀다.

휘잉-!

커커컹-!

말과 개가 울부짖으며 달려 나갔다.

그와 동시에 휘둘러지는 할리버의 검.

검기를 두른 덕에 그 공격 범위는 비정상적이었다.

그 탓에 격돌하기도 전에 그의 칼날이 아더의 목 끝에 닿으려는 순간이었다.

“…!”

아더 바이에른이 타고 있던 개를 박차고 튀어 올랐다.

할리버가 눈을 치켜뜨며, 약간의 동요를 보였다.

‘이 시점에 자리에서 뛰쳐 오른다고?’

제아무리 뛰어난 기사라 할지라도 허공에서 움직일 수 없을 텐데?

생각과 동시에 할리버가 고민했지만, 그의 칼은 정직히 움직였다.

지금 이 동작이 실수건 아니건, 그 사정을 봐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후웅-!

허공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칼이 아더의 허리를 양분하기 위해 쇄도한다.

그 일격을 허공에 뛰어오른 상태에서 지켜보던 아더는 입꼬리를 올렸다.

“…뭐?”

할리버의 탄성과 함께 아더가 사라진다.

퍽.

그와 동시에 그의 복부를 운철검이 꿰뚫고 빠져나왔다.

지켜보던 레온과 지니가 입을 벌릴 때, 할리버의 뒤통수에다 비스트를 겨눈 아더가 중얼거렸다.

“궁금하네요. 지옥에서 살아온 기사가 과연 머리를 잃고도 살아 움직일지.”

스산한 속삭임과 함께 아더가 방아쇠를 당겼다.

그 순간 비스트의 총구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이, 할리버의 머리 반을 날려 버린다.

흘러내리는 뇌수 혹은 무언가로 보이는 살덩이에 레온과 지나가 흠칫 놀랄 때, 할리버의 칼이 움직인다.

후웅-!

놀랍게도 지옥에서 돌아온 노 기사는 머리의 반을 잃었음에도 움직였다.

그 사실에 아더는 크게 놀라워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인간이 또다시 죽는다는 게 이상하지.’

그 탓에 여유롭게 할리버의 반격을 막아냈다.

문제는 할리버의 검기를 운철검이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파직-!

결국 부러진 운철검을 바라보며 아더가 입맛을 쩝 다셨다.

“잘 가, 운철검.”

작별 인사와 함께 운철검을 놓아 버린 아더가 공간 도약을 통해 자리를 벗어났다.

다시 한번 허공을 베어 낸 할리버의 검이 방향을 잃은 그 순간, 노움과 운디네가 능력을 발동한다.

쿠크크크…쾅-!

솟아오른 대지가 군마와 할리버를 감싼다.

동시에 뿜어져 나온 거대한 물줄기가 할리버의 육체를 스치고 지나갔다.

“…컥-!”

파도와도 같은 그 거센 기세에 할리버가 신음을 터트린다.

허나 거기서 끝이었다면, 불사신에 가까운 기사는 다시 한번 자리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타오르는 낙뢰.

아더의 손끝에서 피어올린 자연 그 자체의 기적이 기사의 몸 전체를 훑고 지나갔다.

“…!”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온몸이 새까맣게 타 버린 할리버와 군마가 입을 벌린다.

“…네놈은 기사가 아닌가?”

던져진 질문에 쥴리의 능력을 손끝에 두른 아더가 대답했다.

“기사요? 웬 기사?”

벼락을 손에 쥔 아더가 할리버의 벌어진 입에다 박아 넣는다.

“처음부터 용병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설마 칼만 가지고 제가 싸울 거라 생각한 거예요?”

이 말과 함께 다시 한번 타오르는 전류가 할리버의 몸을 그대로 폭사시킨다.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던 레온과 지니가 입을 벌렸다.

그 경악과 함께 가벼운 한숨을 몰아쉰 아더가 비스트를 손에 쥔다.

타타타탕-!

연달아 울려 퍼진 총성과 함께 할리버의 사지가 분해된다.

그 모습에 흠칫 놀란 레온이 소리쳤다.

“그, 그만해도 되지 않나?”

“그만이요?”

아더가 사격을 멈추지 않으며 대답했다.

“다시 살아나면 그때는 레온이 책임질 거예요?”

“….”

“이렇게 만들어도 제가 보기엔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데?’

레온이 입을 다문다.

그 사이 파편 단위로 할리버의 신체를 쪼개 버린 아더가 눈짓했다.

[…!]

그 의미를 알아들은 노움이 두 손을 모은다.

그 순간 솟아오른 대지가 할리버의 조각난 신체를 각자 다른 곳에 파묻어 버리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남은 건 그의 머리와 검은 빛깔이 감도는 칼.

아더는 그제야 긴장을 풀며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좋은 대결이었어요. 할리버.”

“….”

“하지만 전투 방법이 너무 구렸어요. 그렇게 정직한 전투는…한 천 년 전 유행하던 방식이니깐요.”

얼굴만 남은 할리버가 대답했다.

“자네의 전투 방식이 이상한 게 아니라?”

“요즘은 다 이래요. 약삭빠르고 이기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죠. 서로의 순수한 칼 실력만 겨루는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래예요.”

할리버가 중얼거렸다.

“시대가 변했다는 거군….”

“그렇죠. 그래도 당신 검, 멋졌어요.”

칭찬에 할리버가 웃는다.

그와 동시에 그의 얼굴이 타오른다.

화르륵-!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할리버와 아더의 대화를 지켜보던 지니와 레온이 움찔 몸을 떨었다.

“음? 다들 왜 그렇게 놀래요?”

“….”

“목숨을 구해 줬는데 반가워하지는 못할망정?”

이 말과 함께 아더가 웃는다.

그 천진난만한 미소에 지니와 레온이 간신히 입을 열어 중얼거렸다.

“자넨… 참 독특하군.”

“여전하시네요…. 던 님은.”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여전하죠. 그것보다 레온은 괜찮아요? 배에 구멍이 뚫린 게 별로 상태가…”

그 순간 불꽃이 치솟아 오른다.

쾅-!

그와 동시에 들려온 폭음에 아더와 지니, 레온이 급히 시선을 돌린다.

쿠크크크-!!

타오르던 할리버의 얼굴에서 문이 솟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을 통해 누군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는 반사적으로 비스트를 뽑아 들어 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라?’

탄성과 함께 아더가 부들부들 떨리는 제 손을 바라본다.

‘내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과 함께 아더의 입이 벌어진 순간, 문을 통해 넘어온 외팔이의 사내가 입을 연다.

“누가 내 귀여운 종을 이렇게 만들었지?”

질문에 아더가 고개를 돌린다.

나이는 30대 후반.

만약 수염을 기르지 않았더라면 그것보다 조금 더 젊게 봐줄 용모를 자랑하는 사내가 미소짓고 있었다.

허나 그 사내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기세는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게 아니었다.

그 탓에 아더가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혹시 당신 소드마스터인가요?”

질문에 옆에 있던 지니와 레온이 놀라 눈을 치켜뜬다.

“호오?”

그건 외팔이의 사내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한쪽뿐인 팔로 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그래, 소드마스터지….”

스스로를 소드마스터라 밝힌 사내가 재만 남은 할리버의 얼굴을 짓밟는다.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꺼내든 거대한 대검이 아더의 목에 겨누어진다.

“이름은 할리버. 네 이름은 뭐지?”

질문에 아더가 대답했다.

“던이요. 아케인 용병이죠.”

“그래? 흠…. 그래 던.”

할리버가 웃으며 중얼거린다.

“이름은 기억했으니 이제 그만 죽어 주게.”

이 말과 함께 아더의 목이 바닥에 떨어진다.

“…!”

놀란 지니가 입을 벌린다.

그사이 데구르르 굴러간 아더의 얼굴이 그녀의 발치를 툭 건든다.

“던…님?”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 탓에 지니는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아더 바이에른은 단칼에 목이 베여 죽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