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68화 (68/265)

제68화

프라킬의 반지.

정확히는 흰수염의 반지의 능력을 일으킨 아더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대로를 질주했다.

“그놈들 방은!?”

“아무런 흔적도 없었어!”

“제기랄 어디로 간 거야, 그놈들!”

수많은 사람이 그런 아더를 지나쳤지만,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질주하던 아더가 마력발전소를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아케인에만 있는 아주 특수한 전력 공급 장치였는데, 수로는 물론이고 전기가 필요한 모든 곳에 전력을 공급하는 아주 중요한 건물이었다.

‘이곳의 공급이 끊기면 도시 전체가 암전되겠지.’

그렇게 되면 도주에 더 용이해지게 될 터.

생각과 함께 아더가 입구를 지키는 삐에로 가면 사내들을 바라봤다.

“이게 뭔 소란이야?”

“듣기로 어떤 미친놈이 경매장에서 총을 쐈다…컥!”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삐에로 가면을 뒤집어쓴 사내들이 쓰러진다.

단 한 번의 칼질로 그들의 목숨을 빼앗은 아더가 마력발전소로 들어섰다.

“흐음….”

1t에 가까운 마정석이 특수한 결계에 갇혀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밑에는 여러 버튼이 번쩍이고 있었는데, 지켜보던 아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오기는 왔는데 이걸 어떻게 꺼야 하지?”

고민하던 아더는 비스트를 꺼내 들었다.

“애매할 때는… 부셔 버리는 게 낫겠지?”

생각과 함께 입꼬리를 올린 아더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들려온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아더의 허리가 90도로 꺽인다.

퍽!

그와 동시에 날아온 단검이 발밑에 꽂혔다.

시선을 돌린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오. 절 쫓아왔어요?’

“개의 후각에서 어딜 벗어나려고?”

이 말과 함께 저편에서 한 사내가 등장했다.

역시나 삐에로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다른 점이라면 다섯 마리의 개들이 그의 곁을 지킨다는 점이었다.

“아하. 개를 이용해 쫓아온 모양이네요. 냄새까지는 지워 주지 못한 모양이네….”

생각과 함께 몸을 일으킨 아더가 비스트의 총구를 돌렸다.

쾅-!

폭음과 함께 날아간 총탄이 사내의 몸에 명중했다.

하지만 함부르크 때처럼 압축되지 않았다.

‘피했다?’

생각과 동시에 아더가 자리에서 뛰쳐 올랐다.

그 순간 기괴한 문신으로 상반신을 도배한 사내의 단검이 아더가 조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에 꽂혔다.

“피했어?”

중얼거림과 함께 거리를 벌린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주위로 다섯 마리의 개들이 몰려들었는데, 지켜보던 아더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개 조련사예요?”

“비슷하지.”

대답과 함께 사내가 단검을 던졌다.

아더는 운철검을 이용해 그 단검을 튕겨 내는 한편, 비스트의 총구를 다시 들이밀었다.

쾅-!

이번에도 삐에로 가면의 사내는 깔끔히 피해 냈다.

보아하니 총구의 방향을 따라 보고서 예측해 피해 내는 듯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이지만 평범한 인간의 반사 신경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

그 탓에 아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느껴지는 마나의 고리는 한 개뿐인데….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고민하던 아더가 공간 도약을 사용했다.

“…!”

놀란 사내가 멈칫거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뒤를 점한 아더가 번개를 손에 둘렀다.

퍽-!

사내의 오른팔이 깔끔히 잘려 나갔다.

그것에 멈추지 않고, 아더가 칼을 내질렀다.

그 일격을 기형적으로 몸을 꺾어 삐에로 가면의 사내는 피해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제 일격을 피해 낼 줄 몰랐던 아더가 눈을 치켜떴다.

그 사이 다섯 마리의 개들이 아더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크르르… 컹컹!

평범한 개들이 아닌지 날카로운 어금니가 쇄골 뼈를 부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내가 광기에 찬 웃음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케케케켁! 미친개에게 물리면 끝이지! 잘 가라!”

외침에 아더가 눈을 끔뻑이며 질문했다.

“오…. 이 개, 미친개인가요?”

“그렇지. 내가 특별히 키운…응?”

개 조련사가 눈을 끔뻑였다.

“너… 어떻게 살아 있냐?”

“아, 원래 이번 일격으로 죽일 생각이었어요?”

“그, 그게 아니라… 독이 발린 어금니가 목에 박혔는데….”

아더가 쓰고 있던 호랑이 가면을 툭 건드렸다.

“개가 어떻게 호랑이를 죽여요. 동물도감 안 보셨어요?”

개조련사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와 동시에 휘둘러진 운철검이 개조련사의 목을 깔끔히 잘라냈다.

“…!”

그 광경에 아더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있던 개들이 놀라 떨어졌다.

커, 커컹-!

본능적으로 제 주인이 죽었다는 걸 깨달은 개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사이 테이큰의 능력으로 부상을 회복하던 아더가 고개를 돌렸다.

“우쭈쭈, 착하지.”

……

“엎드려! 굴러!”

이 말에 다섯 마리의 개들이 눈을 끔뻑였다.

“뭐 해, 굴러!”

허나 계속되는 아더의 명령에 눈치를 보다 배를 드러냈다.

그 영민한 동작에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이렇게 똑똑한데 미친개라고? 개 조련사 맞아?”

중얼거림과 함께 개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아더가 명령했다.

“내 냄새가 진하게 밴 남자가 있거든? 가서 그 사람 좀 도와줄래?”

개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늑대인 양 하울링한다.

커커커컹~

그리고 일렬 종대로 맞추어 서더니 한순간에 마력 발전소를 빠져나갔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가 시선을 돌렸다.

목이 잘린 개 조련사가 보였다.

그의 피를 손으로 찍어 코끝으로 가져다 댄 아더가 입꼬리를 올렸다.

“흠… 반응 속도가 이상하다 했는데, 이 마약 때문인가?”

그런데 어떻게 일개 마약이 반응 속도를 올려 준 걸까?

생각과 함께 아더가 개 조련사의 품속을 뒤져 마약 하나를 챙겼다.

그 후 시선을 돌려 가동 중인 마력 발전소를 바라보았다.

탕-!

예고 없이 울려 퍼진 총성과 함께 비스트가 불을 뿜었다.

동시에 마력 발전소를 감싸고 있던 결계에서 거친 정전기가 피어올랐다.

‘쉽사리 부수지 못하게 막아 놓은 모양이구나.’

입맛을 쩝 하고 다신 아더가 고민한다.

부수는 건 안 되고, 그렇다면 저 버튼 중 아무거나 눌러 정지시켜야 하나?

그때 손에 들린 비스트가 옅은 진동을 보내왔다.

“응?”

시선을 돌린 아더가 제 손에 들린 비스트를 바라본다.

그 순간 탄창이 저절로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그 이변에 눈을 동그랗게 뜬 아더가 떨어진 탄창을 집어 들며 중얼거렸다.

“어라? 이 구멍은….”

말을 흐린 아더가 탄창의 빈 공간을 매만졌다.

‘탄환을 넣는 공간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작은데?’

고민하던 아더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져, 검은 구슬이 되어 버린 함부르크를 꺼내 들었다.

“…설마 여기에 넣는 건가?”

중얼거림과 함께 아더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 후 제 판단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은 구슬이 된 함부르크를 구멍에 넣어 보았다.

철컥!

듣기 좋은 울림과 함께 검은 구슬이 탄창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가벼운 탄성을 내지른 아더가 비스트를 다시 재장전한 뒤, 마력 발전소를 향해 겨누었다.

“…자신 있는 거지, 비스트?”

물음에 비스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더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말없이 방아쇠를 집어 당겼다.

그 순간.

쾅!

전에 없던 거친 떨림과 함께 비스트의 총구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검은 구슬이 되어 버린 함부르크의 비명이었다.

크아아아악-!

그 이변을 지켜보던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오, 이런 방식이었다고?”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일렀다.

검은 구슬을 장착한 비스트의 파괴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주변에 모든 것들이 비스트의 총구에서 토해져 나온 어둠에 빨려 들어갔다.

그건 마력 발전소를 둘러싸고 있던 결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콰직-!

기이한 소리와 함께 결계가 결국은 부서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1t에 달하는 마정석이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아름다운 빛의 향연에 아더가 입을 벌리는 사이, 심상치 않은 불씨가 하나둘 터져 나왔다.

“어라?”

탄성을 내지른 아더가 눈을 끔뻑이다 근처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챙-!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마력발전소가 빛에 휩싸인다.

그와 동시에 굴뚝을 통해 올라온 거친 연기가 하늘 위로 솟구쳤고, 그 이변이 끝나는 순간.

밤하늘을 향해 무언가 치솟아 올라갔다.

파파파팡-!

빛이 되어 버린 마정석.

1t에 달하는 마력을 담은 돌들이 별똥별이 된 것이었다.

* * *

밤하늘을 수놓는 빛의 폭발.

팡-! 파파팡-!

그 이변에 D-52구역의 마약 중독자들이 겔겔거리는 목소리로 소리친다.

“축제인가!”

“함부르크 님 최고!”

“즐겨, 마셔, 취해! 오늘만 살고 오늘만 죽는다!”

마약에 중독된 그들은 그 빛의 폭발을 축제의 전초라 생각했다.

하지만 밤하늘을 점령한 그 빛이 별똥별인 양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순간 그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어라?’

누군가 내지른 탄성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별똥별이 무채색의 건물에 떨어진다.

……쾅!!!

요란한 폭음과 함께 3층짜리 건물 하나가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그 광경에 마약 중독자들이 경악해 소리쳤다.

“이런 미친!!!”

“저게 뭐야!!”

허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D-52구역 곳곳에서 별똥별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럴 때마다 건물이 무너지고 거리가 박살 났다.

함부르크가 평생을 노력해 일군 뒷거리 <랄랄랄>.

그 모든 걸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별똥별이 부셔 버린 것이다.

그 광경을 마시알이 찾아 놓은 개구멍 앞에서 바라보던 레온이 입을 벌렸다.

“도, 도대체 그놈. 뭔 짓을 저지른 거야?”

이 말에 옆에 있던 지니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마 상상 이상의 일을… 저지른 거 아닐까요?”

“…?”

레온이 시선을 돌려 지니를 바라봤다.

“상상 이상의 일…이요?”

“네. 그 미친…놈이 아니라 던 님은 항상 예상을 깨니깐요.”

레온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많이 당하셨나 봅니다?”

“많이 시달렸죠…. 그분 덕에 배에 구멍도 나 보고, 전신 화상도 입어 보고… 이런저런….”

레온이 움찔 몸을 떨었다.

‘배, 배에 구멍도 나고 전신 화상도 입었다고? 도대체 뭔 짓을 저지른 거야 그놈?’

생각과 함께 레온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우지 못할 때였다.

어느 사이엔가 다가온 마시알이 입을 연다.

‘황자님. 탈출하려면 지금이 적기일 듯합니다. 구역 전체가 혼란에 빠져 통제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입 모양만으로 전하는 그 말을 용케 알아들은 레온이 고개를 저었다.

“조금 더 기다려 보지. 아직… 그 친구가 도착하지 않았으니깐.”

마시알이 미간을 찌푸리긴 했지만 그 이상의 반문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둠에 몸을 숨긴 세 사람이 아더를 기다릴 때였다.

커커컹-!

개 짖는 소리와 함께 늑대와 비교해도 덩치가 밀리지 않은 사냥개 다섯 마리가 레온과 지니 곁으로 다가왔다.

“…?”

그 모습에 지니와 레온이 눈을 끔뻑이는 사이, 다가온 사냥개 다섯 마리가 배를 드러내며 벌러덩 드러누웠다.

“...혹시 개 키우십니까?”

“아, 아뇨?”

지니와 레온이 당황하며 다섯 마리의 사냥개들을 지켜볼 때였다.

콰앙-!!

다시 한번 울려 퍼진 폭음과 함께 도시 전체가 빛에 휩싸인다.

그 여파에 레온과 지니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은 사이, 자욱한 연기가 거리 전체에 내려앉았다.

“큭….”

신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레온이 시선을 돌렸다.

바닥에 엎어졌던 지니가 입술을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네. 그보다….”

말을 흐린 지니가 자욱한 연기가 내리깔린 거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던 님…. 괜찮은 걸까요? 도대체 이게 무슨…”

그 물음에 레온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구역 전체가 폭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무너져 있었다.

시선을 끌라고 했지, 설마 도시 전체를 폭파시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설마 진짜로 죽은 건 아니겠지?’

생각과 함께 레온이 불안한 심정을 애써 달랠 때였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

그 난데없는 종소리에 레온과 지니가 눈을 크게 떴다.

반대로 옆에 있던 다섯 마리의 개들은 거칠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커커컹-!

두려움이 묻어나는 그 울음소리에 레온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뭐지? 웬 종소리가…”

그때 안개 너머, 늙고 병든 조랑말이 등장한다.

레온의 입이 벌어진 순간, 조랑말의 목줄을 잡은 해골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함.부.르.크.죽.였.나?]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에 지니가 눈을 끔뻑이다 흠칫 놀랬다.

“서, 설마….”

마시알을 부축하던 레온이 다급히 소리쳤다.

“저 해골이 뭔지 아십니까!?”

“소, 소문이 있어요….”

“소문이요?”

“네. 늙은 조랑말과 종소리. 그것이 함께하면 도망쳐라….”

지니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지옥에서 온 사자. 위대한 하늘섬의 문지기… 데스나이트가 찾아온다는 증표이니.”

레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늘섬…이라고요?”

“네….”

“그거 전설 아니었습니까!?”

지니가 벌벌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않으며 가리켰다.

“…하지만 저 해골. 아무리 봐도 책에서나 나올 법한 데스나이트 같지 않아요?”

이 말에 레온이 시선을 돌렸다.

“….”

입을 다문 그는 미간을 일그러트렸다.

동의하기 싫지만 그래 보였다.

저 눈앞의 해골은 믿기 싫지만, 전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데스나이트.

죽음에서 되살아난 기사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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