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44화 (44/265)

제44화

충격적인 선언에 학생들이 술렁거린다.

“아니 수업을 안 받아도 된다고?”

“이게 좋은 거야 안 좋은 거야?”

“좋은 거 아니야? 강의 하나를 날로 먹을 수 있잖아···. 그것도 A+를 받고!”

“그래도 첫 강의인데 이런 식으로 나가도 되는··· 건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놀스 하이엔이 입을 다문다.

동시에 그의 가슴팍으로부터 거대한 마나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아더가 재빨리 귀를 막은 순간, 사자후(獅子吼)가 터져나온다.

“모두 조용히!”

“…!”

“누가 멋대로 떠들라고 했지?’

학생들이 입을 다문다.

마나를 담은 목소리가 하나의 명령이 되어 교실을 지배한 것이다.

그 덕에 조용해진 교실의 풍경에 놀스 하이엔 교수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를 꺼내 든다.

검은색으로 빛나는 직사각형 광석이었다.

“이게 뭔지 아는 학생?”

“…….”

“아무도 모르나?”

물음에 학생들이 눈치를 본다.

그건 아더도 다르지 않았는데, 놀스 교수가 꺼내든 광물이 매우 독특했기 때문이었다.

‘은도 아니고 철도 아니고···. 저게 뭐지?’

그 사이 놀스 교수가 입을 열어 설명했다.

“이 광물은 과학의 탑에 계신 교수님들이 직접 수공제작한 물건이다. 강도가 웬만한 철보다 단단해서 마나를 담지 않으면 부수기가 쉽지 않지.”

“…….”

“여러분은 지금부터 이 광석을 베어낸다. 이것이 지금부터 치르는 테스트이며, 한 학기 전체를 평가받는 성적으로 반영될 시험이기도 하지. 혹시 질문 있나?”

놀스 교수의 말에 학생들이 놀라 눈을 치켜뜬다.

고작 광물 하나를 베어내는 것이 시험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치를 보던 그때, 한 학생이 손을 들고서 질문을 던졌다.

“그 광물을 베어내기만 하면 A+만점입니까 교수님?”

“그렇다. A+만점이다.”

선언에 학생들의 눈빛을 빛낸다.

‘저걸 베어내기만 하면···. 수업을 안 들을 수 있다고?’

‘너무 쉬운 거 아니야? 여기 있는 학생들 다 통과할 것 같은데?’

‘함정이 있을 것 같긴 한데···. 그걸 고려해도 쉬워 보이는데. 저깟 철 쪼가리를 베어내기만 하면 된다라···.’

각기 수준은 다르지만, 이곳에 모인 학생들은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영재들이다.

귀족가의 자제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원석인 이들은 그 수준이 낮게는 1서클에서부터 뛰어난 학생들은 3서클에 이르기도 했다.

그런 학생들에게 있어 광석 하나를 베어내는 건쯤은 매우 손쉬운 일이었다.

그 탓에 낮게 가라앉은 교실의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를 때였다.

놀스 교수가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질문한다.

“먼저 지원할 사람 있나?”

“…….”

“기피하는 일에 가장 먼저 나서는 것 또 한 칼을 가진 자들의 덕목. 다시 묻겠다. 먼저 지원할 사람 있나?”

눈치를 보던 학생들 몇몇이 재빨리 손을 든다.

놀스 교수가 그중에서 가장 먼저 손을 든 학생을 지목한다.

“라일린 학생 앞으로 걸어 나오도록.”

“네 교수님!”

대답과 함께 순둥순둥한 인상의 소년이 자신감 있게 걸어 나온다.

기회를 놓친 아더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아 안 뽑혔네···. 저 학생이 통과하면 말 돌리는 거 아니야?’

그만큼 놀스 교수의 선언은 파격적이었다.

그 사이 걸어 나온 라일린이 허리춤에 검을 뽑아 들고서 고리를 진동시켰다.

웅웅-!

2개의 고리를 이루었는지, 그 공명이 나직이 퍼져나간다.

평균보다 높은 수준에 학생들이 아쉬움이 담긴 탄식을 터트린다.

저 정도 경지에 이른 칼잡이가 광물을 베어내지 못할 리가 없다.

이러한 생각을 할 때, 놀스 교수가 미간을 모으며 입을 연다.

“라일린 학생 지금 뭐 하는 거지?”

“…네? 교수님?”

“누가 마나를 쓰라 했나? 그리고 칼은 왜 뽑아 들고?”

라일린이 눈을 치켜뜬다.

“어···. 그럼?”

“마나는 쓰지 않는다. 그리고 광석을 내려칠 검은 이 목검으로 대신한다.”

“…!”

“그런 좋은 검에 마나를 두르면, 어느 누가 광석을 못 베어내지? 설마 그런 쉬운 시험을 내리라 생각한 건가?”

라일린이 입을 벌린다.

그건 교실에 있는 다른 학생들도 다르지 않았다.

마나도 쓰지 않은 체, 목검으로 광석을 베어내라니?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허나 뒤이어 들려오는 선언은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임을 알려준다.

“자 그럼 테스트를 시작하지. 참고로 한 학기 동안 이 광물을 베어내지 못하는 학생은 낙제점이다.”

&

팅!

“프릴안 학생 들어가도록.”

탱!

“유니안 학생 들어가도록.”

팅! 팅! 팅!

“쟈스민 학생 들어가도록.”

선언에 쟈스민이란 이름을 가진 소년이 입술을 깨물며 단상에서 내려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놀스 교수는 눈빛을 빛냈다.

‘근성이 있군. 실력도 있고. 다른 학생은 고작 세 번 휘두른 것만으로 나가떨어지는데, 저 학생은 목검을 네 번 부러트리기도 했고.’

허나 그 감탄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굳이 지금부터 기대감을 드러내 자만심을 심어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평균적으로···. 목검을 부러트린 건 세 번 정도인가.’

생각과 함께 놀스 교수가 팔짱을 낀다.

사실 이번 테스트는 통과하라고 준 테스트가 아니다.

학생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내어준 일종의 시련이었다.

‘확실한 목표가 있고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 순간 감추어진 진짜 실력이 발휘되기 마련이지.’

불가능이라 여겨지는 상황에서 동요 없이 칼을 내지를 수 있는가?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육체적 힘과 한계는?

그 모든 것들을 알아내기 위해 이 테스트를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딱 기대치에 걸맞은 수준이었다.

‘그 기대를 뛰어넘는 학생은···. 아직 없군.’

그때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조금 전과는 다른 반응에 놀스 교수가 고개를 든다.

“나왔다···.”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드마스터···. 홀란 레버쿠젠의 손녀!”

“듣기로 3서클이라던데?”

“웬만한 검술명가의 유스조차 당해내는 사람이 없다나 봐.”

놀스 교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드디어 나오는 건가······. 가려낸 원석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엘린 레버쿠젠.

이번에 입학한 신입생 중에서 칼로만 따졌을 때 그 재능이 3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천재 중의 천재.

그 탓에 놀스 교수는 은근한 기대감을 품으며 목검을 건네주었다.

“설명은 필요 없겠지. 엘린 학생?”

“네 교수님.”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하지.”

고개를 끄덕인 엘린이 몸을 돌려 앞에 놓인 광석을 바라본다.

“…….”

입술을 살며시 깨문 엘린이 쥐고 있는 목검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캉-!

거친 소음과 함께 광석이 한 차례 부르르 떨린다.

그와 동시에 엘린이 쥐고 있던 목검이 그대로 부러져버린다.

지켜보던 학생들이 감탄을 숨기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와 미친···.”

“방금 광석이 떨렸지?”

“저게 어떻게 가능해?”

“그것보다 자세가···. 우리랑 같은 열 입곱 살 맞아? 완전 기사급 자세인데?”

그 사이 엘린이 새로운 목검을 쥐고서 다시 광물을 내리쳤다.

캉-!

이번에도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단 일격에 목검이 부러졌다.

엘린은 그것을 10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단번에 검을 부러트리지 못하게 되었다.

허나 그 누구도 그런 그녀에게 아쉬움이 담긴 시선을 보내지 못했다.

이제까지 학생들이 부러뜨린 검의 개수는 평균 3번

그런데 엘린 레버쿠젠은 그 3배를 넘는 검을 부러트린 것이다.

‘미친···.’

‘괴물이라 들었는데, 생각보다 더 괴물이잖아?’

‘그냥 순수한 육체 힘으로 10자루의 목검을 단 일격에 부러트렸다고?’

상상 이상의 결과에 학생들이 혀를 내두를 때였다.

놀스 교수도 마른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엄청나군···. 고작 17살. 그 17살의 소녀의 육체가 저 정도로 완성되어 있다고?’

경지는 6서클이지만, 놀스 교수는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뛰어난 선생으로 유명했다.

그중에는 소드마스터에 이른 희대의 칼잡이도 있을 정도.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이 칭찬은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엘린 학생. 수고했다.”

“네 교수님.”

꾸벅 고개를 숙인 엘린이 단상에서 내려간다.

처음으로 놀스 교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들은 학생이 되었지만, 어찌 된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그녀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그 이유를 놀스 교수와 학생들은 광석을 베어내지 못한 것이라 판단할 때, 아더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엘린 수고했어요. 이제 제 차례네요.”

“…응 아더.”

엘린이 잠시 눈치를 보다 입을 연다.

“그···. 말이야.”

“네?”

“…아니. 잘하고 와 응원하고 있을게.”

아더가 방긋 웃는다.

“고마워요. 흐음···. 그런데 베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저런 건 베어내라고 내온 물건이 아닌데···.”

생각과 함께 아더가 단상 위로 걸어 나간다.

그 모습에 놀스 교수의 시선이 가늘어진다.

‘이번에는 아더 바이에른이라….’

엘린 레버쿠젠과는 다른 의미로 눈여겨 보는 학생이었다.

가볍게 통과하라고 내어준 인성 시험에서 첫 낙제점을 받은 학생.

그 덕에 아케인 교수진 전체가 모여 회의를 하게 만든 요주의 인물.

당연하지만 그런 아더를 놀스 교수는 썩 좋게 보고 있지 않았다.

허나 그 감정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칼잡이들은 결국 칼로 말하는 법.

그런 의미에서 아더 바이에른이 이번 테스트를 잘 치러낸다면 그 정도 흠 정도는 없어질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놀스 교수가 아더를 바라볼 때였다.

목검을 움켜쥔 아더가 검을 내지르는 게 아니라, 팽이처럼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

그 난데없는 돌발행동에 모두가 눈을 끔뻑였다.

그 속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놀스 교수가 질문한다.

“…아더 바이에른 학생 지금 뭐 하는 거지?”

“네?”

“왜···. 목검을 내려치지 않고, 찔러넣고 있는 거지?’

아더가 원석을 향해 찔러넣고 있던 목검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광석을 베어낼 수는 없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광석을 베어내는 게 아니라 쪼갤 생각으로 검을 찔러넣고 있었습니다.”

놀스 교수의 눈이 치켜떠진다.

그건 상황을 지켜보던 학생들도 다르지 않았다.

“…원석을 쪼개려고 목검을 돌렸다고?”

“네···. 제 생각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쪽이 더 그럴싸해 보여서. 혹시···. 안 되는 건가요, 놀스 교수님?”

질문에 놀스 교수가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

“…….”

이 시험을 직접 창안한 자신조차 이런 사고방식의 전환을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나 곧 정신을 차리고 대답한다.

“…독특한 방법이지만, 이번 시험의 목적하고는 맞지 않는다. 검을 내리치도록 아더 바이에른 학생.”

입맛을 다신 아더가 목검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앞에 놓인 광석을 바라보며, 다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흠···.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런 조건으로 광석을 베어내는 건 쉽지 않은데.’

차라리 광석을 으스러트리라고 했으면, 테이큰의 혈통을 일으켜 부숴버렸을 것이다.

허나 목검을 쥔 상태로는 그것도 불가능했다.

결국 긴 나뭇가지에 불과한 목검이 테이크의 힘을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깐.

‘하지만 그 불가능을 해내고 싶단 말이지···. 가장 불필요한 수업인 검술 수업을 안 들을 수 있으니깐.’

이미 누군가에게 검술을 배울 단계는 지나 있었다.

그건 아케인의 놀스 교수라 할지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탓에 아더가 턱을 긁적이며 고민할 때였다.

광석에 난 작은 흠집이 눈에 들어온다.

“어라?”

이 광석을 내려친 수십 명의 학생 때문인지, 아니면 조금 전 목검을 돌렸을 때 난 흠집인지 몰라도 작은 구멍이 하나 나 있었다.

그 작은 빈틈을 바라보던 아더는 곧 눈빛을 빛냈다.

‘이거···. 가능할지도?’

생각과 함께 아더가 목검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온몸의 신경을 목검을 잡은 팔과 근육에 집중시켜 극한의 감각을 끌어낸다.

“…….”

모든 소리가 차단되고, 세상이 바뀐다.

그 세상에 있는 것은 돌과 자신.

자신과 돌.

그 무아지경의 상태 속에서 아더는 가볍게 돌을 내려쳤다.

그 순간.

팅······!

맑고 청아한 울림이 교실 전체에 울려 퍼진다.

지켜보던 놀스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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