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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미친놈-12화 (12/265)

제12화

흑마법사 프라킬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어머니? 네 놈이 속한 종파는 계집년이 이끄는가 보지?”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종파요? 그게 뭐예요?”

“모른 척하지 마라. [천년 마녀]가 이끄는 종파냐? 아니면 [검은 십자가]가 이끄는 종파냐?”

“흠···. 죄송하지만 둘 다 아닌데요.”

대답에 프라킬이 싸늘하게 웃는다.

“대화할 마음이 없나 보군. 그럼 대화할 마음이 생기게 해줘야지.”

그 웃음과 아더의 발밑에서 거센 불꽃이 피어올랐다.

프라킬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을 때부터, 마법이 시전되리라는 걸 예측하고 있던 아더는 가볍게 피해냈다.

‘마법사와의 전투는 시간 싸움. 마법을 준비할 시간을 주면 안 돼.’

생각과 함께 아더가 고리를 진동시켰다.

그 순간 피어오르는 마나와 함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힘이 전신에서 흘러넘쳤다.

육체 강화.

마나를 이용한 가장 기초적인 전투법이 시전된 것이다.

준비를 끝마친 아더는 곧바로 프라킬을 향해 뛰쳐 들었다.

프라킬도 곧바로 대응했다.

그는 눈치를 보던 거지들을 향해 거칠게 소리쳤다.

“저놈 산 채로 잡아 와! 그러지 못하면 너희는 오늘 다 죽는다!”

“네, 네?”

“네놈들을 제물로 바치겠다는 소리다. 알아듣지 못했나?”

거지들의 표정이 형편없이 일그러진다.

허나 저 무자비한 흑마법사를 상대로, 항변할 용기를 가진 거지는 없었다.

결국 50명에 달하는 거지들이 아더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런 거지들을 향해 아더가 입을 연다.

“제 앞을 가로막으면 다 죽일 생각인데, 괜찮나요?”

“…뭐라고?”

“앞을 가로막으면 원한이 있건 없건 죽일 생각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드릴까요?”

거지들이 눈을 끔뻑인다.

그 후 뒤늦게 아더의 말을 이해하고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X발 앞뒤로 우리를 죽인다고 지랄이네.”

“그래도 칼잡이보단 마법사가 무섭지···. 그게 흑마법사라면!”

외침과 함께 거지들이 덤벼든다.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수가 많아 피해갈 수는 없을 듯했다.

‘으음… 프라킬 저 사람. 아직 완전히 실력도 드러내지 않았는데, 힘 낭비를 하고 싶지는 않은데.’

고민하던 아더는 곧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쉽게 해결하고 갈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면, 조금쯤 무리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결론을 내린 아더가 칼을 휘두른다.

그 순간 앞장서 달려오던 거지들의 목이 달아난다.

“…!”

뒤따르던 거지들이 놀라 멈추어 섰다.

돌격을 멈춘 그들은, 깔끔히 목이 잘려 죽어버린 두 구의 시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신이 왜 죽었는지 그 이유조차 알지 못한 시체들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허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파앗-!

피가 튀기고 목이 떨어진다.

기이한 빛을 뿜어내는 칼이 사람 목을 두부 자르듯 부드럽게 잘라냈다.

그것만 해도 문제인데, 그 속도가 너무 빨랐다.

조금이라도 사정거리에 들어가면, 고개를 숙이건 허리를 피하건 목이 단번에 달아났다.

그 탓에 입을 벌린 거지들이 단 1분 만에 포위망을 풀어버리고서 소리쳤다.

“X발!! 저놈도 마법사잖아!”

외침과 함께 거지들이 달아나고,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이제 시작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풀어준다고?’

그 후 입꼬리를 올린 아더가 중얼거렸다.

운이 좋네.

아더가 다시 앞으로 뛰쳐나갔다.

거리를 빠르게 좁혀 오는 아더의 모습에 프라킬이 혀를 찼다.

‘쓸모없는 새끼들···. 일이 끝나면 반은 죽여야겠군.’

시체를 운반, 수색, 유기하기 위해 거두어들인 놈들인데 역시나 충성심이라곤 1도 없었다.

허나 예상한 바이기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프라킬은 완성된 주문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두 개의 고리가 거칠게 진동했다.

쿠크크-!

소음과 함께 피어오른 어둠이 달려오는 아더를 붙잡는다.

조금 전 불꽃과는 다른 마법이었다.

그 탓에 아더는 피하는 것이 아닌, 잘라내기 위해 검을 역수로 쥐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찔러 넣었다.

쨍-!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발목을 붙잡던 어둠이 양 등분 났다.

그 덕에 다시 자유를 되찾은 아더가 고개를 들었다.

“어라? 어디 가셨지?”

이 말과 함께 몸이 기울었다.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거친 충격에 아더의 신체가 주르륵 밀려나 벽면에 부딪혔다.

겉으로만 봤을 때는 완벽한 유효타.

허나 프라킬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것 봐라? 반응한다고?”

그사이 조금 전 일격을 운철검으로 막아낸 아더가 눈빛을 빛낸다.

“오… 다시 보니 반갑네요. 그 갑옷, 아니 껍질이라 불러야 할까요?”

프라킬이 움찔 몸을 떤다.

그 후 혈통의 힘으로 강화한 오른팔을 은근슬쩍 뒤로 빼며 소리쳤다.

“이 능력에 대해서 안다고? 너 도대체 누구냐?”

“말씀드렸지만, 밝힐 수가 없어요. 어찌 되었건 안면이 있는 사이입니다.”

대답과 함께 아더가 다시 뛰쳐 든다.

그 움직임에 맞추어 프라킬이 주먹을 휘두른다.

쾅쾅쾅-!

쇠와 껍질이 부딪치는 소리라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기이한 소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그 속에서 수십 합을 교환한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거리를 벌렸다.

그 짧은 여유를 틈타 아더는 숨을 훔쳤고 프라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고리가 한 개냐?”

“예? 제 고리요?”

“느껴지는 기운은 1서클인데, 설마 힘을 숨기고 있는 거냐?”

아더가 눈웃음을 지었다.

“아뇨, 1서클 맞습니다. 보기보다 눈치가 빠르시네요.”

프라킬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후 아더를 노려보며 그 의중을 살피려 했지만, 쉽사리 되지 않았다.

쓰고 있는 가면 덕도 있었지만, 저 녀석의 목소리는 이곳에 들어와 지금까지 변화가 없었다.

높낮이의 변화가 없는 목소리에서 거짓을 구분하기란 불가능했다.

‘…힘을 숨긴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정말로 1서클이라고?’

거지 50명을 물러나게 만들고, 제 일격을 막아낸 칼잡이가 고작 1서클?

상식에 어긋나도 너무 어긋났다.

그 탓에 프라킬은 진심으로 궁금해져 질문을 던졌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계속 같은 질문을 하시네. 대답해 줄 수 없다니깐···. 그리고 한눈팔아도 되나요?”

프라킬이 움찔 놀란다.

그사이 치고 들어온 아더가 프라킬의 턱을 겨냥해 검을 쳐올린다.

키키킥-!

다행히 발동된 혈통의 능력 덕에 그 일격을 막아낸 프라킬이 곧바로 반격했다.

파충류의 껍질로 뒤덮인 주먹이 대기를 가르며 쇄도했다.

그 주먹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바라보던 아더는 입꼬리를 올렸다.

‘운디네 부탁해.’

그 순간 프라킬의 신체가 기울었다.

“…!”

놀란 프라킬이 황급히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무슨 사술을 부렸는지 몰라도, 오물들이 살아 움직여 제 발목을 흔들어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군! 전투 마법사Battle Magician라서 고리가 하나였던 거였어!’

프라킬이 다시 중심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기울어진 몸이 그대로 오물 위에 내팽개쳐졌고, 그 틈을 아더는 놓치지 않았다.

쇄도한 운철검이 프라킬의 오른팔을 깔끔히 잘라냈다.

“크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분노한 프라킬이 미리 완성해 놓은 두 개의 마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이미 자리를 벗어난 아더였기에 손쉽게 피해낼 수 있었다.

그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프라킬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네놈. 절대로, 곱게 죽이지 않으마.”

그 순간 기이한 어둠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남아있던 거지들이 그 어둠에 기겁해 모두 달아났다.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건, 뒤에서 숨어 이 광경을 지켜보는 아둔이 유일했다.

허나 그 아둔마저도 횃불의 빛을 집어삼키는 프라킬의 어둠에 결국 자리를 뜨고 말았다.

‘미, 미친! 저런 괴물들이 왜 여기 와서 난리야!’

외침과 함께 아둔마저도 사라졌을 때였다.

프라킬이 뿜어낸 어둠을 바라보던 아더가 턱을 긁적였다.

‘흠···. 위험하네. 아직 마법을 즉발로 실현시킬 실력은 안 되는 것 같은데 저 갑옷이 있으면 그 시간을 벌 수가 있고….’

미래 프라킬이 악명을 떨친 데는 마법이 아니라 저 혈통 덕이 컸다.

마법과 검기를 막아주는 껍질이자 갑옷.

그 혈통이 완벽히 발현된 이상, 시간을 오래 끌어서 좋을 게 없었다.

생각을 끝마친 아더가 질문한다.

“그런데 프라킬 씨. 당신 능력, 마법도 막아주는 거겠죠?”

“뭐?”

“당신의 그 혈통 말이에요. 마법도 막을 수 있는 거 확실하죠?”

프라킬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네놈…. 역시 다른 학파에서 보낸 암살자지?”

“다른 학파요?”

“내 혈통을 탐낸 흑마법사 학파. 거기서 네 놈이 나온 모양이로군.”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그사이 멋대로 결론을 내린 프라킬이 씩 입꼬리를 올린다.

“하지만 아직 기초 마법밖에 쓸 줄 모르는 것 같군. 이제 그런 잔재주는 통하지 않을 거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선언과 함께 전신을 검은 껍질로 뒤덮은 프라킬이 움직인다.

그 사이 아더는 눈을 끔뻑이며 중얼거렸다.

‘마법사들이 남의 말을 안 듣는 건 알고 있었지만, 흑마법사는 더욱 심하네···. 거기다 자기 멋대로 오해도 하고.’

그 후 조금 전 잘라낸 프라킬의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아더를 향해 다가오던 프라킬이 이를 간다.

“그건 언제 주워…!”

놀란 프라킬이 입을 벌린다.

잘린 제 오른팔을 들어 올린 괴한이 난데없이 베어 물었기 때문이다.

‘뭐야? 왜 갑자기 내 오른팔을….’

의문과 함께 프라킬의 뒷덜미에 한기가 스쳐 지나간다.

기이한 예감에 프라킬이 다시 아더를 향해 뛰쳐 들었다.

그사이 입술 주변에 피와 살점을 덕지덕지 묻힌 아더가 중얼거렸다.

“…으. 예상은 했지만, 역시 흑마법사의 피는 맛이 없네요. 쓰고 떫어요.”

그리고 한 박자 늦게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프라킬을 바라본다.

전신이 검은 껍질로 뒤덮인 프라킬은, 흑마법사라기보다는 검은 갑옷을 두른 기사 같았다.

그러한 생각을 하며 아더가 똑같이 자리에서 뛰쳐 올랐다.

그 순간 프라킬의 눈이 치켜 떠졌다.

“…!”

아더가 시야에서 완벽히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흑마법사지만 혈통 덕에 웬만한 기사 수련생들보다 예민한 감각을 자랑하는 그였기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칼잡이들의 싸움은, 서로를 인지하냐 인지하지 못하냐의 싸움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갑작스레 뛰어오른 저 칼잡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프라킬은 어느 사이엔가 제 가슴팍을 꿰뚫은 검을 바라보며 피를 흘렸다.

“어라? 뚫리네요? 흐음… 보니깐, 감당하지 못하는 힘이면 뚫리는 모양이네.”

그 속에서 들려오는 중얼거림에 프라킬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껍질을 완벽히 뒤집어쓴 괴한의 모습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미친. 진짜로 내 능력을 빼앗아 갔다고?”

그의 나지막한 중얼거림에 아더가 보답으로 프라킬의 가슴팍에 박아 넣은 칼을 빼 들었다.

심장을 제대로 관통당한 덕에 프라킬의 신체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더가 중얼거렸다.

‘전설적인 흑마법사는 100번은 죽여야 한다는데, 아직 이 사람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네.’

그렇게 전투가 끝났음을 느낀 아더는 활짝 웃었다.

“능력 잘 쓸게요, 프라킬. 좋은 곳에다 말이죠.”

이 말에 죽어가던 프라킬이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어 묻는다.

“도대체… 넌 누구냐? 정체가 뭐야?”

“어우 이제 지겹네요. 말씀드릴 수 없어요.”

“…그럼 왜 날 죽이려는 거지? 진짜 내 혈통이 목적이었나?”

질문에 아더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당신을 죽인 건, 미래에서 당신이 저를 먼저 죽이려 들었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먼저 죽이러 온 거예요. 겸사겸사 당신의 능력도 빼앗고.”

프라킬이 눈을 끔뻑인다.

그리고 헛웃음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미친놈이 끝까지 거짓말을! 그따위 말을 하면 내가 믿….”

허나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어느 사이엔가 움직인 아더의 칼이 프라킬의 목을 베어냈기 때문이었다.

툭.

프라킬의 손이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완벽히 생기를 잃었다.

그 후 찾아온 침묵 속에서, 시체가 된 프라킬을 바라보던아더가 중얼거렸다.

“결국 끝까지 대화가 안 통했네요. 그래도 덕분에 하나 배워 가요.”

아더가 짧게 묵념했다.

“흑마법사하고는 대화가 안 통한다. 좋은 교훈을 얻었어요. 프라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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