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전문 사무소-269화 (외전 완결) (269/269)

외전- 41화.

괴담 전문 사무소 : 우당탕탕 운전면허 대소동 (23)

혼자 있는 동안, 태주는 적당히 잔을 닦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는 하기 싫은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시간이다. 그냥 집중해서,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런 순간 말이다.

태주는 마지막으로 닦은 잔을 천장 빛에 비춰 보고는 말했다.

“좋아, 잘됐네.”

하다 보니 어느새 이게 마지막 잔이다. 이제는 모든 잔에 먼지도, 지문도 없다.

“그나저나, 슬슬 올 때가 됐는데.”

태주는 바깥쪽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마침, 바깥에서 조금 소리가 들려 온다. 태주는 씩 웃었다.

설마 이런 곳까지 찾아오는 손님이, 그것도 이 시간에 저렇게 망설임 없이 걸어올 리가 없다.

“다녀왔다….”

태주의 예상대로, 들어온 건 시아다. 그리고 괜히 피곤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표정을 본 태주는 일부러 웃으면서 말했다.

“제시간에 돌아온 거 보니까 별문제는 없었나 보네요.”

시아는 조금 질린 표정으로 태주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넌 알고 그러는 게 제일 악질이야.”

태주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했다.

“에이, 제가 뭘 안다고 그래요.

사실 알고 있으면서 하는 짓이맞다. 저 셋이 내려가서 예상 못 한 고생을 했다는 정도는 이미 다 들었다.

“저, 저 태평한 목소리… 괜히 열 받는군.”

시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짜증이야 나긴 하지만 진지하게 상대해 봐야 이쪽만 손해다.

“정말로, 이번 일은 여러모로 손해만 크게 본 기분이야. 그래도 어쨌든 끝은 났으니 이제는 좀 편하게 쉬어도 되겠지.”

시아는 거의 한숨을 쉬듯 말했다. 태주는 방금 전과는 조금 다른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괜히 내려가서 고생했네요.”

“말도 마라.”

정말로, 이번에 내려가서는 손해만 본 기분이다.

“그래도, 얻은 게 없었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만.”

“이야기는 들었죠. 저도 동의했고요.”

간만에 인력 충원이 가능하겠다 싶어서 태주도 간단히 동의했던 내용이었다.

“그 녀석이 이쪽에서 일해서 갚기로 했죠?”

주열도, 그 ‘개’라는 녀석도 당연히 낼 돈은 없다. 그러니 이쪽에서 먼저 손해를 메꿀 만큼의 금액을 낸다. 대신, 그 녀석이 그 분량만큼. 내킨다면 그 이상으로 이곳에서 일을 하도록 한다.

“그래서, 괜찮은 녀석인가요? 그 판단은 누나한테 맡겼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만약 녀석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기타 다른 잡다한 문제 때문에 이런 일에 적합하지 않다면 이쪽은 손해를 본다.

반면, 그 녀석이 일을 할 수 있다면 이쪽은 이득이다. 어쨌든, 이쪽은 한 사람 몫을 하는 사람을 구하기가 늘 어렵기 때문이다.

“일종의 도박이니까요. 결과는 까봐야 알 것 같은데요.”

최소한 보조 정도라도 할 수 있으면 손해는 아니다. 태주는 그런 마음으로 시아를 쳐다보고는 물었다.

“최소한 보조 정도는 할 수 있어 보이나요?”

“보조 정도는, 뭐 당장이라도 가능하겠지.”

긍정적인 답변이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태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당장이라도요?”

“그래, 당장이라도. 물론 아직 고삐를 쥐고 있을 사람이 하나 필요하겠지만.”

고삐를 쥘 사람이 필요하다. 태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성격이 많이 나쁜가요?”

“아니, 나쁜 성격은 아니다. 아직 어린놈이고, 당연히 정신적으로 좀 미숙한 녀석이긴 하지만 말이야.”

성격이 나쁜 건 아니지만, 좀 귀찮은 녀석이다. 지금까지 한 일을 보면 당연해 보이는 일이지만.

“그 녀석, 배운 게 딱히 없어서 그렇지 할 수 있는 게 꽤 많다. 머리도 좋고. 예를 들면, 방법만 좀 배우니까 사람 말을 할 수 있더군.”

“어라.”

사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구강구조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어떤 힘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사람 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이미 도박은 성공한 걸지도 모르겠다.

“대체 정체가 뭘까요?”

“글쎄. 그걸 지금부터 찾아봐야겠지. 어쩌면, 꽤나 유명한 종류의 어떤 녀석일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그게 뭐든 최종 결정은 네가 해야지.”

“그래봐야 크게 결격사유 없으면 합격 아닐까요?”

어쨌든, 이쪽은 늘 인력 부족이다. 능력 있는 신입이 들어온다면 쌍수 들고 환영이다.

지금쯤 어디까지 가르쳤을까. 태주는 느긋하게, 간단한 교육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면접관 노릇인가. 그건 처음 해 보겠네요.”

* * *

어느 정도 교육이 끝나고 난 뒤 올라올 거라 했으니, 몇 시간은 더 있다가 올라올 줄 알았던 월이는 약 삼십 분만에 올라와서는 말했다.

“야! 얘 뭔가 이상해!”

“대체 뭐가?”

태주는 무슨 소리 하느냐는 표정으로 물었지만, 월이는 떼쓰듯 말했다.

“그리고 가르치는 거 생각보다 귀찮아! 부담스럽기도 하고. 나 못하겠어!”

“무슨 소리야? 네가 하겠다고 했다며.”

태주는 한층 더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찐 막내 생겼으니, 직접 가르쳐 보겠다고 했다고 들었는데? 누나가 거짓말한 거야?”

“그, 그게 뭐랄까. 이런 일인지는 몰랐다고 해야 할까. 이 녀석, 생각보다 습득력이 너무 높고 너무 깍듯한 녀석이라고 해야 하나.”

월이는 입술을 삐죽거리고는 말했다.

“사람처럼 될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지멋대로 사람이 되는데 내가 그런 걸 어떻게 가르쳐! 부담스럽다고!”

“뭐?”

태주는 방금과는 다른 방향성의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말을 하는 것도 보통은 꽤 어려운 일인데, 사람의 모습을 취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하긴, 개 취급받을 때는 개였고, 범 취급받을 때는 범이긴 했는데….”

그렇다고 사람 취급하니 사람이 되는 건 뭔가 단단히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진짜라니까! 야! 좀 들어와 봐, 밖에서 미적거리지 말고!”

“시정 하겠습니다!”

문 뒤쪽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실제로 문을 열고 들어온 것도 소년이었다. 머리가 회색빛이라는 점과, 덩치에 비해 천진난만해 보이는 표정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그냥 평범하게 잘생긴 모습이다.

다만, 그 나름대로 괜찮은 소년의 이미지는 입을 열면 깨진다.

“들어왔습니다!”

뭔가 잘못 배운 군대 말투 같은 느낌이다. 태주는 네가 가르쳤냐는 표정으로 월이를 쳐다봤다.

“야! 저딴 걸 내가 어떻게 가르쳐? 내가 저런 말투로 말하냐?”

“그건 아니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저런다니까? 이상하잖아!”

월이는 찌푸린 눈으로 말했다. 확실히, 이상한 건 사실이다. 아마 어디서 잘못 주워들은 말투가 아닐까 하는 추측만 될 뿐이다.

“이상하긴 하네.”

태주는 소년의 모습을 한 범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는 말했다.

“야, 합격. 앞으로 쟤랑 잘 붙어 다녀라?”

“네!”

소년은 곧바로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대화를 들은 월이는 손을 머리에 짚고는 말했다.

“잠깐만…. 뭘 보고 합격이니 뭐니 말하는 거야? 나한테는 왜 붙이고?”

태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 별 건 아니고… 그냥 너는 잘 따를 것 같아서? 그리고 너만 잘 따라다녀도 너만 귀찮게 하고 다른 문제는 더 안 일으킬 거 같아서?”

어차피 면접관 경력은 없다. 잘 판단할 수 없다면, 결국 감에 의해 판단해야 하는 건데, 그 감에 따르면 별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본인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네! 잘 따를 겁니다! 아빠가 그렇게 시켰거든요! 이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고, 제가 언젠가 사람들 틈에 섞일 수 있도록 가르쳐 줄 사람들이라고요!”

“그렇대.”

짧은 시간이지만,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종류의 똑똑한 바보다. 태주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은 일을 나한테 떠넘기려고!”

월이는 항의하려고 했지만, 별로 의미는 없었다. 옆에서 소년이 다시 말했기 때문이었다.

“네! 귀찮은 일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네가 그 귀찮은 일이야….”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대화다. 뒤에서 듣고 있던 시아가 황당하다 못해 픽 웃어버릴 정도로는 그랬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고도 소년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월이를 우러러봤다.

월이는 소년을 살짝 흘겨보다가 결국 그 마주 보는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는 태주에게 말했다.

“야! 내가 이렇게 곤란해하고 있으면 알아서 좀 도와줘야 할 거 아냐!”

“알아서 잘 하겠습니다!”

“너한테 한 말 아니야….”

월이가 이렇게 고통받는 경우는 꽤나 드물다. 태주는 씩 웃었다.

“그래도 딱 좋네. 최소한 네 말은 잘 따를 것 같은 막내라, 좋잖아?”

듣고 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월이는 아주 약간 혹한 표정으로 말했다.

“… 그게 그렇게 되나?”

“그렇지. 그래도, 언젠가 바랐던 그런 막내 아냐?”

“그런가?”

월이가 올바르게 상황판단을 하기 전, 태주는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그렇지. 그럼 앞으로도 네가 걔를 맡기로 하고… 그러고 보니 설이는 그대로 시험 보러 간 건가?”

태주는 힐끗 시계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화제 전환용 주제긴 하지만 정말로 궁금하다.

“이번에는 붙으려나?”

“잘 해야지 그럼!”

월이는 옆에서 뭔가 쓸데없이 깍듯한 태도로 굴고 있는 소년을 무시하면서 말했다. 꽤 큰 목소리다.

“지금 이게 어쩌다 일어난 일인데.”

마지막에는 거의 잊어버리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번 일의 시작은 확실히 설이가 운전면허를 못 따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로 끝이 보인다.

“돌고 돌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정말 따야지. 안 그래?”

설마, 이번에는 따겠지. 월이는 말했다.

“이렇게까지 하고 나서 못 딸리가 없잖아?”

* * *

면허 시험을 따러 가는 길, 설이는 발걸음을 살짝 멈췄다. 이제 와서 긴장했기 때문은 아니다. 이미 몇 번 정도 반복한 일이다. 그런 이유로 잠시 발걸음을 멈출 시기는 지났다.

“좋아.”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설이는 살짝 입을 열었다.

“참, 몇 번씩이나 가는 것도 힘든 일이네요. 이쯤 되면 거기 시험관분들이 ‘너 또왔냐?’ 하는 표정만 안 지으시면 좋겠는데요.”

혼잣말은 아니다. 요즘은 어지간하면 별일 없겠다 싶어서 잠만 자는 편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설이는 혼자가 아니다.

“듣고 계시죠?”

설이는 대놓고 물었다.

“네, 역시 일어나 계셨네요. 어쩐지, 제가 면허를 딸 때마다 일어나 계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준비는 끝났다. 설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저는 면허를 몇 번이나 못 땄죠. 엄청 바보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그래요.”

못 딸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는데, 따지 못했다. 하지만 기계 결함이나 운전미숙 외의 다른 이유일 거라고는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제가 운전면허를 딸 때마다 안에서 지켜봐 주고 계셨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의심하지 못했다. 설마, 누군가 다른 사람이 방해하고 있다면 안에서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예 물어보기까지 했다.

“혹시, 제가 면허를 못 따는 이유를 알겠냐고 물어보거나, 혹은 다른 수상한 사람이 방해하고 있냐고 물었을 때, 대답해 주지 않으셨죠. 별로 의미 있는 말은 듣지 못했어요.”

당시에는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별생각 없이 넘어가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설이는 눈은 웃지 않으면서 웃었다.

“이번에 오빠가 하는 조언을 듣고 깨달은 건데요, 뭔가 어떤 사건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면, 이해할 수 없더라도 거기에는 어떤 의도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면허 시험에 붙지 못한 건, 말 그대로 이상한 일이 반복되고 있는 상태다.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특별히 이상하게 하는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전을 가르쳐 본 사람도, 왜 떨어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저는, 혼자 있을 때 운전을 꽤 잘 하고 있었어요. 혼자서 잘만 돌아다녔죠. 혼자 있으면 운전을 잘만 한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심지어 하필이면 시험을 볼 때만 시동이 꺼져요. 참 이상하죠?”

그렇다면, 그건 단순히 기술적으로 실수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 이상으로 뭔가 잘못된 상황이라는 말이다.

설이는 차분하게, 그리고 차갑게 말했다.

“다른 건 하나뿐인데… 이상하죠?”

설이는 천천히 말했다. 대답을 요구하고 있는 질문은 아니다. 애초에, 이미 확신을 가진 채 하고 있는 질문이다.

“대체 누가 저를 방해하고 있는 걸까요? 차암 이상한 일이에요. 그렇죠?”

대답은 없다. 설이는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설이 안쪽에 있던 지네는, 조심스럽게 변명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꽤나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봐 무서웠다… 응, 뭐 이해가 안 가는 동기는 아니네요.”

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고사는 생각보다 드물지 않다.

“네? 그래서 봐 줄 거냐고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설이는 항상 지니고 다니던 비녀를 그대로 보관함 안쪽에 처박았다.

“저기 가서 시험 보고 올 테니까 얌전히 기다리세요.”

조금은 구슬픈 소리가 나지만, 뒤돌아보지 않는다.

“참, 저 양반들도 지나치게 걱정이 많다니까.”

어쨌든,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됐다. 이제는 붙는 일만 남았다.

“좋아! 가 볼까!”

이번에야말로 붙어야 한다. 이렇게 해 놓고 떨어지면 너무 바보 같지 않은가.

하지만 설이가 운전면허 시험을 곧바로 붙는 일은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딸 수 있다고 방심한 탓에 사이드브레이크 푸는 것을 깜빡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 불합격!”

“안돼!!”

-외전 끝-

^공^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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