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전문 사무소-260화 (260/269)

외전- 32화.

괴담 전문 사무소 : 우당탕탕 운전면허 대소동 (14)

월이가 추측한 대로, 장산범은 끊임없이 경계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살폈고, 평소라면 이 정도면 됐다고 판단할 타이밍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유는 당연히 월이가 추측한 대로다. 그런 것을 만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원래 하던 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법이다.

‘함정인가, 아닌가.’

그리고 그 고민은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장산범은 끊임없이 고민했다.

만약 이게 함정이라면 자신은 피할 방법이 없다. 지난번에 만난 그 여자뿐 아니라 다른 한쪽도 그리 만만해 보이진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는 아무리 좋아 보이는 기회라도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 않는 쪽이 정답이냐 물으면 그것도 역시 아니다.

일단 공사가 시작되고, 사람이 대량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때는 이미 혼자 힘으로 막을 수 없다. 좀 더 지연되도록 만드는 정도는 가능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그 정도가 한계다. 장산범은 자신의 한계를 정확하게 안다.

심지어 저기 저 정장을 입은 여자는 지금까지 본 사람 중 가장 침착하다. 목표와 친근하게, 그리고 꽤 오래 대화를 주고받는 걸 보면 멀지 않아서 곧바로 공사를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막아야 한다. 결론은 그렇게 나왔다. 그렇다면 타이밍은 언제로 해야 하는가. 장산범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그 상태로 천천히,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상대방을 따라다녔다.

빈틈은 꽤 있다. 하지만, 이거다 하는 순간은 잘 주지 않는다. 장산범은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하지 않을 수 없다면, 타이밍이라도 정확하게 잡아야 한다.

연습장 시설들을 넘어서, 마지막에 주차장으로 올 때까지, 적절한 타이밍은 없었다. 두 사람이 다 한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한 사람은 자신을 볼 수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던 순간, 갑자기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시작했다.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꽤 진지한 대화처럼 보인다. 처음으로 마주보고 하는 긴 대화다.

이 이상 완벽한 순간은 없다고, 장산범은 그렇게 생각했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보다 더 좋은 순간은 이전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다.

기습으로써는 완벽하다. 이 타이밍밖에 없다. 봐야 할 사람은 자신을 볼 수 있고, 보지 말아야 할 사람은 자신을 보지 못 하는 유일한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장산범은 모습을 드러냈다. 발소리도, 숨소리마저도 죽이고. 한 사람에게는 보이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자신을 보고 겁먹어서 다시는 이곳에 온다는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지만, 해낼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난이도의 일을 장산범은 해내고야 만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다. 자신을 보지 말아야 할 사람은 자신을 보지 못했고, 봐야 할 사람이 자신을 목격한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왜, 저쪽에서는 무서워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완벽한 기습이다. 타이밍도, 상황도 완벽했다. 상대방이 놀라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 왜 그러는 걸까. 장산범이 의아해하는 바로 그 순간, 장산범은 뒤에서 소름끼치는 목소리를 들었다. 분명 자신보다 훨씬 강할 괴물의 목소리다.

“아쉽네. 확실히 타이밍은 잘 잡았어. 기회를 놓치지 않는 걸 보면 꽤 괜찮은 녀석 같은데… 뭐, 그래도 성공해야 괜찮은 작전이었던 거지. 안 그래?”

어디서? 어떻게? 알 수 없다. 분명 이전에 살폈을 때, 뒤에서 나타날 만한 장소는 없었다. 대체 어떻게 나타났단 말인가.

확실한 건, 뒤쪽에서 나타났을 것이라는 점 하나뿐이다. 더 깊게 생각하거나, 자세히 살필 수 있다면 알아낼 방법도 있었을 것 같지만, 지금은 그럴 겨를이 없다.

뭔가 더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장산범은 하늘을 날았다. 날개가 없이 잘도 날았다.

“홈런!”

월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상대가 안 좋았어 상대가!”

월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기습이라는 건 근본적으로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타이밍을 잘 살펴야 하는 법이다.

예상치 못했다면 당연히 대처하지 못한다는 말이고, 대처하지 못한다면 대부분의 공격은 당연히 한 번의 공격으로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상대가 습격을 눈치채지 못하면 못할수록, 아예 마지막까지 눈치채지 못하거나 최대한 늦게 눈치채게 할 수 있을수록 좋고, 또 그러려면 타이밍이 정확할수록 좋다.

그런 의미에서 기습은 일종의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할 수 있겠다. 누구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인 셈이다.

그런데 그러려면 상대방을 끊임없이 살피면서, 한순간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한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고, 심지어 어쩌면 아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온 신경을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기습을 하는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기습당하기에 가장 좋은 순간이다. 기습의 함정이다.

“선빵치려는 녀석들은 이게 문제야.”

월이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지들이 당할 줄은 몰라.”

그러니까 망을 봐주는 든든한 동료가 존재하거나 판짜기가 완벽하지 않으면 그만큼 위험하기도 한 게 이런 종류의 기습이다. 기습은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한 순간, 이미 그 효용을 잃는다.

“뭐, 다음번엔 좀 더 잘 해보라고.”

이미 들을 수는 없겠지만. 월이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손바닥을 이마에 가져다 댔다. 마치 야구선수들이 펜스를 넘길 것 같은 공을 치고 나서 취할 것 같은 태도다. 월이는 처음에는 일자였던 구부러진 쇠파이프를 주변에 대충 던졌다.

거대한 호랑이가 날아가는 장면을 본 월이는 씩 웃었다. 손맛이 좋았던 만큼 충분히 멀리 날아갔다. 아무리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어 봤다지만 저만한 크기의 괴물이 저렇게 날아가는 건 뭐랄까, 통쾌한 감각이 있다.

“기습하기 가장 좋은 장소와 타이밍을 내가 예측하지 못할 리가 없잖아. 다음번엔 두 번 정도 꼬아서 공격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애송이.”

월이는 조금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 * *

그렇기 때문에 명종이 뒤쪽을 돌아본 순간, 사실 이미 상황은 다 끝나 있었다.

“어?”

명종이 뭔가 겁을 먹거나, 도망을 치거나, 애초에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전에 모든 상황은 정리되었다는 말이다.

“이게 무슨?”

명종은 저 높이, 멀리 날아가는 커다란 짐승의 모습을 봤다. 전혀 무섭지 않다. 사람이 상상한 범주의 바깥에 있는 일이 일어난다면 놀라거나 당황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명종은 무심코 날아가는 호랑이의 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호랑이는 저 멀리까지 날아가서 대문 쪽 낡은 구조물을 박살을 내 버렸다.

와장창! 과 같은 차라리 귀여운 소리가 나지는 않는다. 쇠가 끼이익 하고 우는 소리가 났다.

명종은 귀를 막았다. 이건 분명 앞으로 몇 번 듣더라도 익숙해질 수 없는 소리다.

그런 명종의 모습을 본 설이는 어느새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어, 네.”

괜찮고 뭐고도 없다. 본인 입장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 거죠?”

명종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별거 아닌데요.”

설이는 히히 웃으면서 말했다.

“붙잡은 거에요. 이곳에 계속 나타나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장산범… 정확히는 본인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어떤 동물을요.”

“… 그렇게 쉽게요?”

명종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설이는 뭐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했잖아요? 조금 무서운 꼴은 볼 수 있지만, 위험할 리는 없다고요. 저희 중 이런 것 하나 못 이길 사람은 없어요. 거기 있는 저 언니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말하면 조금 미안하지만 장산범은 제대로 된 상대조차 될 수 없다. 아주 약한 건 아니고, 부족한 경험을 어느 정도의 지성으로 메꿀 수 있는 나름대로 곤란한 타입의 녀석이지만 문제는 이쪽은 더 강하고 더 경험이 많은 데다 생각도 할 줄 안다.

장산범이 가진 이점은 지리적인, 그리고 상황적인 이점 정도라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딱히 없었죠. 상황은 저희가 만들었고, 위치도 저희가 이쯤이 적당하겠다 하는 곳에 숨어 있었으니까요.”

두 사람이 숨어 있었던 곳은 간단하다.

“저기 구석에, 못 보던 차 하나 있죠?”

“네.”

명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히 보니 남의 차량이다.

“저 차 안에 있었어요. 유리창은 저희가 떼버렸고요, 그 안쪽에 앉아있었죠.”

경계를 만드는 작업 중 투명해 보이는 막을 만드는 것만큼 쉬운 일도 별로 없다. 규모가 크거나 예쁜 구형으로 만들어야 한다면 모를까, 그냥 차 유리창 같은 모습으로 만드는 건 의외로 쉽다.

“저기 안쪽에 계셨다고요?”

“네.”

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외딴곳에 있어도 주차장에 차 한 대 정도가 서 있는 게 그렇게 이상해 보이지는 않죠. 이곳의 역할을 이해하고 있는 녀석이라면, 이런 걸 의심하지는 못해요.”

모든 것을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에 대해서 더더욱 자세히 파악하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모른다면 의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차장에 빈 차가 서 있는걸 의심할 수는 없다.

“온 신경이 다른 곳에 가 있는 녀석이면 절대로 예상할 수 없었을 걸요?”

설이가 그렇게 설명하는 동안, 월이는 장산범의 목덜미를 잡아서는 땅에 질질 끌고 왔다. 명종은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 이게 그 호랑이란 말이죠.”

“예.”

이번에는 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그 호랑이인가 봅니다. 실물은 저도 처음 보는 거긴 합니다만.”

시아가 봐도 좀 큰 녀석이다. 크기에 비해 강한 건 아니겠지만, 크기는 확실히 드물다.

“이런 녀석이 혼자 있을 때 뒤에서 나타나서 겁을 준다면 그야 확실히 난리법석이 나겠네요.”

명종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그래 봐야 얼마나 무섭겠나 했지만 이건 진짜 좀 크고 무섭다. 그나마 월이가 목덜미를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어 둔 상태라 덜 무섭지, 저 손이 없다면 본인도 바로 도망치고 말았을 것이다.

“… 저거 안 무나요?”

명종은 멍하니 그런 질문을 했다.

“물 수야 있을 겁니다.”

시아는 어깨를 으쓱하곤 말했다.

“하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겠죠.”

그럼 지금처럼 조금 맞고 끝나는 선에서 정리되지 않는다. 정말로 죽는다. 범은 살짝 몸을 떨었다.

“그렇게 되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본인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그럴 수는 없죠.”

애초에 한번 그렇게 날려지고 나서도 반항하는 건 불가능하다. 힘의 격차를 말 그대로 몸소 체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 호랑이는 잡았고, 그다음 차례인데요.”

설이는 두 사람이 앉아있던 창문 없는 차 쪽을 보고는 말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전부 보고 들으셨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희가 뭔가 크게 잘못한 게 있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주열은 살짝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 없다.”

주열은 그대로 명종의 앞까지 걸어와선 머리를 숙였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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