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전문 사무소-258화 (258/269)

외전- 30화.

괴담 전문 사무소 : 우당탕탕 운전면허 대소동 (12)

명종은 쭈뼛거리면서 말했다.

“그, 그래서 이곳 시설은 완전히 새로 갈아엎을 생각인데요.”

“그렇군요.”

시아는 적당히 말했다.

“그래서, 왜 갈아엎습니까?”

“그렇게 하면 단기적으로 비용이 크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신규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안전성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명종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영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왜 이곳에서, 처음 보는 여성에게 이런 설명을 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잘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본인도 동의한 행동이다. 명종은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어쨌든 지금부터 다시 견적을 내더라도 아직은 다음 대학생 방학 기간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전 타이밍을 좀 놓치는 건 아쉽지만, 대목은 놓치지 않을 수 있겠죠.”

명종은 말하면서도 뭔가 조금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시아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내일쯤 다 잊어버릴 것 같은 내용이고요. 게다가, 애초에 부산 지역 운전연습장 사업계획을 들어봐야 제가 어디에 쓰겠습니까?”

“아뇨, 사실 그런 걸 걱정하는 건 아니고요.”

명종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쪽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 이게 진짜 사업 설명회 하는 기분이 들어서요. 아무래도 시아씨 복장이 정말 거래처 직원 같은 느낌이 좀 있다 보니 말이에요.”

시아는 잠시 생각하다가는 쓴웃음을 지었다.

“… 그건 생각도 못 했지만 그것도 그럴 수 있겠군요.”

다들 자주 잊어버리는 사실이지만, 시아는 길에서 보면 그냥 번듯한 직장인으로 보인다. 늘 정장을 입고 다니고, 심지어 꽤 잘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면 더더욱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시아는 무슨 문제 있냐는 듯 말했다. 사실, 진짜 같으면 진짜 같을수록 좋다.

명종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만요. 제가 이런 곳에서 연기 비슷한 걸 하게 될 거라고는 정말로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에요.”

명종은 살짝 한숨을 쉰 뒤 물었다.

“그래서, 이게 도움이 될까요?”

“됩니다.”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되고 있을 겁니다. 명종씨라고 하셨던가요?”

“네.”

“조금 신기한 꼴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그 녀석 말마따나 쉬운 선택지는 아니었을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하신 선택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것만은 보장하겠습니다.”

시아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 지금 이대로 쭉 설명해 주시죠. 그래서, 저쪽에 있는 타워에서 살릴 만한 건 없습니까?”

“아, 네. 그것도 생각을 하긴 했는데….”

명종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하지만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긴장한 채, 명종은 속으로 오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 * *

명종이 공사 계획 설명회 연기라고 해야 할까, 사실상 진짜 공사 계획 설명회를 하게 된 건 당연하게도 설이가 한 제안 때문이다.

오전부터 다시 한번 설이의 호출을 받았던 명종은 곧바로 나타났다. 그리고는 물었다.

“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나요?”

지난번 질문이 꽤 인상 깊었던 명종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물었다. 설이는 배시시 웃고는 말했다.

“아뇨. 이번에는 좋은 소식만 있어요.”

“좋은 소식만이요?”

“아, 정확히는 좋은 소식’들’이라고 해야겠네요.”

설이는 여전히 웃으면서 정정했다.

“어쨌든, 방법이 두 개나 생각났으니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이 아니에요. 어느 쪽도 다 말이 되는 방법이거든요. 둘 다 나름대로 괜찮은 방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명종은 고개를 갸웃했다.

“… 그게 그러니까 무슨 방법인가요?”

“앗. 마음이 급해서 그걸 설명 안 드렸네요.”

설이는 민망한 듯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있었던 문제가 이곳에서 공사를 할 수 없었다는 점이잖아요? 견적을 내려는 단계에서 계속해서 호랑이, 아니 장산범 같은 녀석이 나타나서요.”

“그랬죠.”

명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아주 골치가 아프다.

“저희가 지금까지 준비한 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에요. 그게 두 가지 있다는 말이죠.”

명종은 눈을 크게 떴다. 분명 설이는 처음에 일주일 정도 걸릴 수 있다고 말했고, 실제로는 그 이상 걸릴지도 모른다는 각오도 한 상태다.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기는 한데요.”

하지만 이 짧은 시간에 방법을 찾아왔다면, 그것도 두 개를 찾아왔다면 정말로 말도 안 되게 잘 풀린 셈이다. 명종은 당황하면서도 말했다.

“그러니까, 방법이 두 개씩이나 있고 그 두 가지 방법이 다 쓸만하다는 말인가요?”

“물론이죠! 그러니까 불러서 말씀드린 거 아니겠어요?”

설이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뒤 말했다. 자신만만한 태도다.

“어느 쪽을 고르셔도 당연히 손해는 없어요. 하지만, 제가 임의로 고르기에는 조금 애매한 문제라서요. 아무래도 제 맘대로 결정할 수는 없는 문제잖아요?”

방법이 딱 하나뿐이라면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만,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당연히 물어보는 편이 맞다.

명종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혹시 손해는 없다는 게….”

“말 그대로의 의미에요. 어떤 쪽을 골라도 처음 목표는 무조건 달성할 수 있을 거에요. 공사를 재개하는 거 말이에요.”

“그런가요? 그건 다행이지만… 일단 내용부터 들어보는 편이 좋겠네요. 대체 그 방법이 뭔가요?”

“일단 둘 다 그 장산범을 붙잡는 방법이에요. 그걸 어떻게 잡느냐는 선택하시는 방향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설이는 정말로 간략하게 말했다.

“먼저 간단하게는 지금 이 문제만 해결하시고 깔끔하게 끝내는 방법이 있어요.”

“이 문제만 해결한다는 게…?”

명종은 고개를 갸웃했다.

“네, 그러니까 어쨌든 지금 공사를 못 하는 게 문제잖아요? 그 공사 자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마칠 수 있을 거에요. 지금부터는 저희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신경을 쓸 일도 당장은 거의 없으실 거고요.”

설이는 요약해서 말했다.

“간단하게 답변드리면 이쪽에서 그냥 알아서 장산범을 붙잡아서 그대로 일을 끝낼 수도 있다는 말이 되겠네요.”

어려울 것 없는 일이다. 설이 입장에서도, 명종 입장에도 말 그대로 간단한 선택지다.

“그건….”

명종은 눈을 크게 떴다.

“괜찮네요. 간단한 방법이라 말씀하셨지만, 사실 처음 요청했던 게 그런 거였으니까요.”

그러니 애초에 그 정도만 해도 목표 달성이라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런데도 굳이 다른 선택지를 주는 이유가 뭘까. 명종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간단한 방법이라면, 대체 간단하지 않은 방법은 어떤 방법인가요? 많이 복잡한가요?”

“복잡할 것까지는 없지만 말 그대로 간단하지 않은 방법이에요. 그냥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는 쪽에 비하면 훨씬 복잡하고 어렵고 이 부탁을 한 본인도 잠시 저희랑 같이 고생 좀 하셔야 해요. 그 와중에 좀 무서운 경험을 할 수도 있고요.”

아무리 좋게 들어도 반쯤 협박처럼 들리는 소리다. 명종은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그래야 한다고요?”

“네. 아니, 정확히는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지만요.”

아직 설이도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

“그럼 아무리 봐도 그런 걸 저한테 제안하실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요.”

“그래 보이죠?”

설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럼 그 제안은 철회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생글생글 웃을 뿐이다. 당연히 앞에 걸로 하겠다는 말을 하지도 않는다.

“이쪽이 의미가 있는 선택이니까 그런 반응을 보이시는 걸 텐데.”

명종은 눈을 찌푸렸다.

“대체 그쪽은 뭐가 좋길래 저한테 굳이 제안하시는 건가요?

“뭐가 좋냐고요?”

설이는 살짝 웃었다.

“지금 이곳에서 공사를 못 하게 되는 일이 발생했잖아요?”

“그랬죠.”

설이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다.

“만약에, 공사가 끝나고 나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날까요?”

“네?”

명종은 그대로 잠시 멈췄다. 그건 생각지도 못했다.

“… 죄송합니다. 뭐라고요?”

“간단한 방법으로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요. 공사가 끝나는 동안 중간에 있는 방해 요소를 싸그리 치워 드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다음에는요? 그다음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나요? 이번에는 공사를 방해하는 괴물이 나타났어요. 다음엔 뭐가 나타날까요?”

설이는 가볍게,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라는 것처럼 말했다.

“물론 다시는 안 나타날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번에 왜 이런 게 나타났는지 알 수 없다면 다음에 또 이런 게 나타나도 여전히 알 수 없지 않겠어요?”

“그건….”

명종은 약간 신음을 흘렸다.

“맞는 말이네요.”

그게 왜 나타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앞으로 다시 나타나더라도 원인을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설이가 주는 선택지는 그런 뜻이다.

어렵고 힘들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겠는가, 아니면 그냥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만 해결하고 볼 것인가.

“앞으로 그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그럴 때마다 매번 사람을 부를 수도 없을 거고요.”

“그렇죠? 게다가 어떤 종류의 일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일어나지도 않을 수도 있어요.”

결국 다른 선택지는 없다. 명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말했다.

“그럼, 좋아요. 일단 그 어렵게 가는 길을 가 볼까요. 혹시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오래 걸리지는 않아요. 고생하는 건 하루이틀 정도겠죠.”

그렇다면 나쁠 건 없다. 명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괜찮겠네요. 하루이틀 힘들어 봐야 얼마나 힘들겠어요?”

명종은 그렇게 말했지만 설이는 살짝 웃을 뿐이다.

“그럴까요?”

묘하게 불길하다. 명종은 어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 왜 그런 표정이시죠?”

“아뇨, 그냥요. 이렇게 하기로 하셨으면 제일 중요한 건 아무래도 손님 연기나 뭐 그런 거라서 말이에요.”

“제 연기요?”

명종은 귀를 의심했다.

“제가 연기를 하라고요?”

“네.”

설이는 약간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이게 저희가 할 수 있으면 그냥 저희가 해도 될 일이기는 한데요.”

설이는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고용주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것도 좀 미안하긴 하다.

“하지만 이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왜냐하면, 그 장산범이 명종씨 얼굴을 알고 있거든요.”

명종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저를 안다고요?”

“네.”

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똑똑한 동물이라도… 아니죠, 사람이라도 대체 누가 공사 현장에 견적을 내러 온 전문가인지 겉모습만 보고 알 수 있겠어요? 생각해 보세요, 매번 처음 와 본 사람이었을 거 아니에요? 견적을 매번 다른 업체에 의뢰하셨을 테니 말이에요.”

무슨 신비한 힘으로 점을 쳐서 알아낸다거나, 아니면 동물적인 감각으로 알아낼 수 있는 종류의 사실이 아니다.

“그럼 간단하죠. 장산범은 협박할 대상을 잘 고른 거에요. 명종씨랑 가장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따라가서는, 겁을 준 거에요. 더 이상 같이 일하지 못하도록.”

단순한 방법이지만 확실하다. 이곳에 나타나서 사장 역할을 하는 사람과 깊게 대화하는 외부인이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일 리 없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가 없는 거에요.”

합리적인 추측이다. 하지만 명종은 눈을 찌푸렸다.

“그건… 제가 직접 장산범의 미끼가 되어야 한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정확하게 이해하셨네요!”

명종은 질색하는 표정이 되어서는 말했다.

“… 혹시 방법을 바꿔도 될까요? 아니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본다거나.”

하지만, 그게 가능했으면 오후에 시아에게 공사 현장 설명회를 시작했을 리 없다.

“그런 건 없나 보네요.”

명종은 체념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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