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9화.
괴담 전문 사무소 : 우당탕탕 운전면허 대소동 (11)
두 사람이 바깥으로 나가는 동안, 설이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나뿐이다. 운전 연습을 하기 위한 것이다.
“으음, 뭔가 이상한데.”
하지만 설이는 딱 한 바퀴만을 돌고는 멈췄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하지만 꽤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설이는 눈을 찌푸린 채로 말했다.
“나, 생각보다 너무 운전 잘 하는 거 아냐?”
당연히 기능시험에서 계속 떨어지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애초에 그래서 여기까지 왔고, 또 와서는 밤낮없이 성실하게 연습하던 설이지만, 지금 상황은 아무리 봐도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나 혹시 운전 고수일지도?”
설이는 이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아무리 주변에 듣는 사람이 없다지만 그래도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으음,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그런데….”
진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도 결론은 같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니 조금 후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하고 다시 생각해봐도 여전히 본인 실력이 꽤 괜찮게 느껴진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 내가 기능시험조차 통과하지 못할 초보인 것 같지는 않단 말이야.”
지금 기준에 통과하는 수준의 코스 주행을 넘어서, 옛날에나 사용하던 난이도 높은 코스를 가서 돌아봐도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것도 위기다운 위기도 경험하지 않고 말이다.
“어쨌든 이 안에서만 계속 연습한 거고 테스트한 거기도 하지만….”
하지만 그건 뒤집어서 말하면 이 코스에 한해서는 월이를 넘어서 시아나 태주보다도 운전을 잘 할 자신이 있다. 당연하게도, 이 정도 할 수 있다면 도로에 나가도 별 문제 없겠다는 자신감도 이제는 생겼다.
“어쩌면 나는 정말 고수인 걸까… 부정하고 싶어도 그럴 수는 없을 정도인데….”
설이는 나름대로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이제야 진지하게 그런 의문을 다시 던졌다. 꽤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럼 나는 왜 떨어진 거지? 지금까지 아무리 열심히 해 봐도 시동이 꺼질 이유 같은 건 없었는데.”
지금까지는 자신이 긴장했기 때문에, 자신이 놓치고 있는 어떤 습관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설마 틀린다면 사람이 틀리지 기계가 틀릴 리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사실, 생각해보면 처음 운전 연습을 할 때부터 자신은 그럭저럭 괜찮게 차를 몰았다. 몇 번 정도 연습하는 동안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심지어 지금은 실력이 더 늘었다. 실력이 늘어나면 언젠가 발견할 거라 생각했던 자신의 이상한 운전 습관 같은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수백 번을 하는 동안 문제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고, 한 번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시동이 꺼진 적도 없다.
오직 그 현상은 시험 때만 반복해서 일어났을 뿐이다.
“나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조금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계속 부정했던 생각이지만, 이제는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시험에 떨어지고 있는 건 내 잘못은 아닌 것 같아. 거의 확실하게.”
그렇다면 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설이는 이제야 본격적인 위화감을 느끼고는 말했다.
“대체 나는 지금까지 대체 왜 시험에 떨어지고 있었던 거지?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설이는 그제야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다. 조금 더 깊게 생각에 잠기려는 찰나, 생각을 방해하는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왔어!”
설이는 지금까지 하던 생각을 멈췄다. 아무래도, 당장은 이쪽이 더 중요하다.
이것도 물론 중요한 생각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클라이언트 요청사항이 먼저다.
“고생했어!”
설이는 활짝 웃으면서 인사했다. 가슴 속에 작은 의문을 숨긴 채. 월이는 손을 흔들면서 들어왔다.
“어? 그런데 연습 안 하고 있었네?”
월이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아침에 좀 더 잔 거야? 하긴, 자는 게 좋지.”
“아냐! 벌써 한 바퀴 돈 거라구.”
“어라, 그래?”
월이는 그런 발상은 없었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재미있는 소리군. 널 깨운 게 대체 누군데?”
시아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자고 있어서 깨운 사람이 설이 아니었던가?”
“맞다!”
월이는 진심으로 방금 떠올렸다는 듯 손뼉을 한번 쳤다.
“그랬지?”
“그랬지.”
꽤 바보 같은 대화다. 월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이대로 대화가 끊기면 정말 바보 같아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 아무튼 거기 갔다 와서 이야기 말인데.”
“응.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설이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했다.
“분명히 언니가 나중에 다시 가 봐야지 곧바로 뭘 할 생각으로 가는 게 아니라고 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미 처음 예상했던 시간을 한참 지났다. 한 십분 이십 분 늦는 거라면 모를까, 한 시간을 훌쩍 넘기게 늦은 걸 보면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게 분명하다.
“설명하자면 꽤 긴데.”
시아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 길다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없지.”
* * *
“정말로 그게 다에요? 생각보다 대단할 것 없는 이야기인데.”
설이는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앗!”
월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말했다.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도 똑같은 말 했다가 언니한테 혼났는데! 봐, 나만 그런 거 아니잖아!”
월이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지만, 시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는 그 말을 그 남성분 앞에서 했잖아. 게다가 ‘뭐야, 여기 생각보다 별 볼 일 없는 곳이잖아.’와 ‘생각보다 대단하지는 않은 이야기인데?’가 어떻게 같지?”
그 말을 듣고 보니 전혀 다르다. 설이는 살짝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 하지만 정말 별 건 없었는걸. 그분이 보여주지 않은 다른 곳에 뭐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구.”
설이는 혹시나 싶어 주열에게 부탁했다. 혹시 그 장산범으로 추정되는 녀석을 키우는 장소를 볼 수 있겠냐고.
“잠깐 본 게 다긴 하지만 정말로 좀 큰 개 키우는 장소처럼 되어 있었을 뿐이잖아. 공간이 꽤 넓긴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구.”
월이는 조금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설이는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개 키우듯 키웠다, 인가.”
그 자체는 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설이는 뭔가 좀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이 되었다.
“근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정말 가능하다고 봐요? 확률적으로?”
“글쎄.”
시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우연히 비바람 부는 날, 개인 줄 알고 주운 것이 사실은 개가 아닌 무언가를 주웠는데 그게 우연히 한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라이벌을 방해한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마른 하늘에 벼락 맞을 수준의 확률처럼 들리는 이야기지만.”
문제는, 아무리 그런 확률이라 해도 누군가는 벼락을 맞는다는 데 있다. 언젠가 누구 하나는 실제로 그런 일을 겪고 만다.
“매번 말하지만 그런 사람이 꾸준히 나타나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걸 직업으로 삼고 일할 수 있는 거 아니겠니. 게다가 확률 자체는 낮지만 처음 한 번의 우연을 제외하고는 나름대로의 인과관계도 그럴듯해 보인다는 점이 문제야.”
월이는 중간에 끼어들었다.
“응응, 최소한 그 아저씨가 그 장산범인지 뭔지 하는 녀석을 꽤 아낀 건 분명해.”
주열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경상도 남자 어른 그 자체인 사람이다. 특별한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그 애정을 굳이 티 내려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필요한 부분은 꼭 가져다주고 챙기는 모습이 보였다.
예를 들어, 혀를 벨 까봐 캔의 뚜껑은 완벽하게 제거한 채 먹으라고 던져준다거나. 이래저래 말투 빼고는 섬세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그걸 월이는 간단하게 표현했다.
“그게 그 츤데렌지 뭔지 아냐?”
“대체 언제적 말을….”
하지만 시아는 부정하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고, 저것보다 그 아저씨를 짧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다.
“어쨌든, 이러니저러니 해도 증언한 말에 거짓은 섞여 있지 않거나, 본인이 잘 모르는 채 말해서 발생한 사소한 디테일 차이 정도만 있어 보이더군. 애초에, 거짓말을 할 이유도 특별히 없어. 그 사람은 이곳에서 경력은 꽤 있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직위가 특별히 높아 보이지는 않아.”
애초에 직원 입장에서는 경쟁사가 망해서 수강생이 이쪽에 다 몰리는 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굳이 상대 업장을 방해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여러 의미로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 한 가지뿐이었겠지.”
시아는 조금 골치 아픈 표정으로 말했다.
“저쪽 사업장이라기보다는 저쪽에 있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사람요?”
설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명종씨가 뭔가 잘못이라도 했던 건가요?”
“잘못이라.”
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잘못을 한 건 아니지. 그렇게 표현하는 건 바르지 않아. 명종씨는 그저, 주변에 있는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잘났을 뿐이다.”
“… 잘나긴 했지.”
설이는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어쨌든, 시아와 나이가 크게 다를 것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사장 대리 자리를 맡고 있다는 건 분명 혈연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단한 일이다.
“그래, 잘못이라 할 건 아니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지. 사람이 잘났다는 건 그 자체로 꽤 적을 만드는 일이거든.”
사람의 감정은 항상 그런 잘잘못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시아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말했다.
“명종씨는 서울말을 쓴다. 잘은 모르지만, 그냥 자리만 있는 게 아니야. 공격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배짱과 실력과 권한이 모두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보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시아는 물었다.
“글쎄, 질투?”
월이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했다.
“그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지. 비슷한 감정이니까. 하지만 ‘나라면 더 잘할 텐데.’ 혹은 ‘저건 그냥 집안만 좋은 애송이일 뿐이야.’ 하는 식으로 업신여긴다면 그건 질투의 감정이겠지만 이건 조금 달라.”
단순한 질투의 감정이라 하기보다는, 아니꼽다는 감정이 더 맞다.
“좁은 동네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인상을 받을 거다.”
“아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얼굴이 조금 흐려졌다.
“근데 그것 하나 때문에 그 ‘개’가 장산범이 되어서는 상대편 사업장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말이야? 정말 그거 하나 때문에?”
“글쎄.”
시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거기서부터는 너희가 알아내야 할 몫이지. 말하지 않았니? 나는 원래 여기에 말이나 전하러 왔다고?”
“치사해!”
월이는 우우하는 손 모양을 하다가, 지은 죄가 있으니 재빨리 철회했다.
“그렇게 말해도 원래 이건 내가 끼어들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뭐, 진지하지 않은 정도의 요청은 들어주마.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이라면 나도 끼도록 하지.”
시아는 웃으면서 말했다. 놀러 온 사람 입장에서는 이 정도도 큰 양보다.
“애초에, 하기에 따라서는 정말로 일이 간단해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