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전문 사무소-253화 (253/269)

외전- 25화.

괴담 전문 사무소 : 우당탕탕 운전면허 대소동 (7)

“바보 두 사람이라.”

시아는 그렇게 한탄했다.

“진짜 바보는 나였군.”

시아는 분명 출발하기 전 태주에게 설명을 들었다. 지금 두 사람이 가 있는 장소는 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그러니까 가장 낡은 운전 연습장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시아가 서 있는 장소는 아무리 봐도 꽤 멀쩡한 시설을 가지고 있다. 당장 이곳에서 시험을 보더라도 아무 지장도 없을 만큼.

“아무리 봐도 공사 준비 중인 곳은 아니야.”

시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애초에 안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시간대가 애매하다 보니 당장 운전 중인 사람은 없지만 안쪽에서 뭔가 일하고 있는 도중인 건 분명하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확실하다.

“내가 잘못 왔군.”

시아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처음 내렸을 때부터 알고는 있었다. 이 장소는 누가 봐도 이야기로 들었던 수준으로 낡지는 않은 곳이다. 두 사람이 있다고 하는 장소일 리 없다.

다만, 내리고 나서 택시는 곧바로 사라져버렸고, 그대로 다시 돌아가면 스스로가 너무 바보 같을 것 같았기 때문에 한번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온 것뿐이다.

그래봐야 확인한 결과가 결국 이 모양이지만.

“바보같이 말을 잘못해서는.”

시아는 눈을 찌푸렸다. 돌이켜보면 시아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가장 외진 운전 연습장이 어디에 있습니까?’

“가장 낡은 시설의 운전 연습장이라 말했어야 했는데….”

기사님께 말 한마디 잘못 한 것 때문에 이렇게 됐다. 뭔가 억울한 기분이지만 그렇다고 달리 탓할 사람도 없다.

“지리도 잘 모르는데 그냥 돌아갈 수도 없고… 다시 택시를 부르려고 해도 금방 다시 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시아는 머리를 싸맸다. 이곳은 말 그대로 외진 장소다. 원래는 바로 그 두 사람과 합류할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된 이상 안쪽에 부탁해서 혹시 곧 나가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나 볼까.

시아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멀리서 인기척이 들렸다.

“뭐지?”

설마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이 있는가 싶었던 시아는, 곧 반가운 얼굴을 하고는 물었다.

“어?”

아직 거리가 멀지만 확실하다. 저 얼굴, 저 표정에 저런 걸음걸이로 걸어오는 사람이 다른 사람일 리 없다. 시아는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너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월이가 그곳에 있다. 대체 왜 여기에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만나서 참 반갑다. 시아가 막 웃으려는 찰나, 월이는 큰 소리로 말했다.

“설마! 언니가 범인이었던 건가!”

* * *

갑작스러운 말을 들은 시아는 그대로 눈을 깜빡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뭐?”

어쩔 수 없다. 누구라도 반가운 얼굴을 보고 인사하려고 했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손가락질을 하면서 ‘네가 범인이다!’ 같은 말을 하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거다.

“…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시아는 거의 삐걱대는 수준으로 말했다. 그나마 이 정도라도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인 수준이다.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이 입장에서는 그 반응이 오히려 더 의심스러웠던 모양이다. 월이는 왠지 확신에 차서는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언니라면 가능할 것 같아! 언니가 범인이면 엄청나게 많은 게 설명된다구!”

“그러니까, 대체 뭐가 말이냐?”

시아는 아직도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물었다.

“그 장산범인지 뭔지 하는 녀석 말이야! 언니라면 그 호랑이답지도 않은 녀석을 숨겨 놓을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까지 아무도 못 찾았던 거야!”

변명할 말이 있다면 해 보라는 태도가 된 월이는 팔짱을 꼈다. 하지만, 시아가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당연하게도 지금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월이는 눈을 더 크게 떴다.

"부정하지 않아… 설마, 설마 진짜 범인인 건가?!”

월이는 스스로 내린 결론에 감탄한 것처럼 몸을 살짝 떨었다. 문제는, 뭔지는 몰라도 그 결론이 틀린 건 분명하다는 것이다.

“… 아니, 그럴 리가 없잖니.”

시아는 간신히 말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애초에 나는 지금 막 여기에 도착했단다. 무슨 상황인지도 아직 잘 모르겠고. 그런데 대체 내가 왜 범인이라는 말이야?”

“어어?”

월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아직 설명도 안 했는데? 이거 진짜 범인인 거 아냐?”

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이마에 손을 올렸다. 단순히 어질어질한 수준이 아니라 진짜로 정신 나갈 것 같다.

시아는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

“왜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냐고? 왜냐하면, 아니니까.”

시아는 눈을 감았다.

“네가 대체 뭘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아니니까.”

“그런 식으로 발뺌하려고? 언니는 지금 장산범이 도망친 방향에서 나타났어.”

월이는 후후 웃으면서 말했다. 뭔가 엄청난 세상의 진실을 알아낸 것처럼 구는 저 의기양양한 태도가 가장 열 받는다.

“하지만 범행도 여기까지야! 만난 이상 도망칠 수 없어! 그 녀석을 숨길 수 있고,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통제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이곳에 있는 게 우연일 리가 없잖아!”

월이는 큰 소리로 말했다.

“언니가 범인이야!”

시아는 뒷목을 잡았다. 평소 고혈압은 없어 정말 다행이다. 만약 있었다면 지금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잠시 침묵하던 끝에 시아는 말했다.

“너, 그 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

시아는 천천히 말했다.

“나는 방금 전에 이곳에 도착했다. 너희를 만나려고 내려왔지. 공항에서 나온 게 방금 전이야. 이제 한 시간이 조금 넘었을 정도지.”

“응?”

월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한 시간 전?”

“그래. 공항에서 잠시 대기하던 시간을 합쳐도 두 시간이 안 된다. 지금 네가 대체 뭘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부산에 도착한 지 채 두 시간도 안 됐다는 말이다.”

월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 진짜? 먼저 와 있었던 게 아니고?”

“그래. 진짜다. 비행기 표로 증명할 수 있겠지. 애초에 그런 것부터 물어보고 나서 범인 취급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시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월이는 그제야 지금까지 하는 말이 완벽하게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 역시 아닌가.”

월이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왠지 맞을 것 같았는데.”

“대체 뭐가 맞을 것 같았단 말이냐.”

“태주나 언니 보면 가끔 이런 식으로 막 이야기하잖아? 그리고 그게 막 사실이기도 하고.”

나도 그런 거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고, 월이는 말했다.

“참 어처구니없는 동기인데.”

시아는 조용히 말했다.

“그건 이런 식으로 억지 부리는 게 아니야.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하는 말이지. 나도 태주도 만나자마자 갑작스럽게 사람을 몰아붙이는 건 한 적 없다. 단 한 번도, 그런 적 따윈 없어.”

시아는 천천히 말을 끊어 말했다. 월이는 그 말을 듣고서야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런가? 에이, 그래도 혹시나 하고 한 번 질러 봤는데… 뭔가 아쉽네.”

월이는 입맛을 다셨다. 뭔가 그럴듯한 생각이 아닐까 하는 기분이었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나 보다.

“아쉽네?”

시아는 방금 전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쉽네, 라고? 그건 내가 범인이 아니라서 아쉽다는 말일까?”

“어어, 어… 어라?”

월이는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일이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이런 목소리는 처음으로 듣는 것 같다.

“낯선 곳에서 만나서 반갑다 싶었는데, 장난으로 범인 취급이라고?”

“언니 혹시 화났어…?”

월이는 지금까지 인생에서 살면서 질문한 것 중 가장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아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네가 뭘 찾았고, 뭘 수상해하는지 모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태주에게 들은 게 전부고, 걔도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건 아니니까.”

“어어….”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추궁당했다. 그것도 만나면 반갑게 맞이해 줄 거라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던 사람에게.

시아는 정말 차가운 눈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엄청나게 서운하다.

물론, 서운하더라도 자신을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납득할 수 있다. 애초에 이쪽 일이라는 게 그렇다.

“네가 나를 의심할 만한 ‘합리적 이유’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건 없는 것 같군.”

게다가, 시아가 서운한 이유는 더 있다.

“설령 그런 이유 같은 게 있었더라도 최소한 먼저 인사라도 할 수 있었을 거다. 낯선 장소에서 반가운 얼굴을 봤는데, 다짜고짜 의심부터 한다고?”

두 사람을 도와주기도 할 겸, 오랜만에 같이 여행 기분도 내 볼 겸 따라온 거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취급을 받는 건 참을 수 없다.

“그런데 그 이유가 그냥 한번 찔러봤다?”

제대로 화가 났다. 월이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그래….”

큰일났다. 월이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 * *

한편 그 시각.

“장산범이라.”

한 열흘 전만 했어도 명종은 절대로 이런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너무나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정말 장산범 말고는 그럴듯한 해답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어느 정도 납득이 갑니다. 호랑이가 있는 것보다 지금까지 장산범이 나타났다고 하는 편이 차라리 더 말이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그렇지만 이곳에 장산범이라는 것도 역시 없다는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까?”

옛날에 장산범이라는 것이 처음 이슈가 되었던 시절, 한 방송사에서 직접 나와서 조사를 했던 적이 있다. 설마 장산범은 실존하는가? 와 같은 적당한 내용의 방송이었다.

“그러니까, 물론 그건 일요일에 방송하는 그런 흔한 가십거리용 조사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꽤 본격적인 조사였을 겁니다. 최소한 저희가 한 것과 비슷한 수준은 되겠죠.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그렇죠.”

설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괴물들은 아직도 누군가는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으면 정말로 생겨 버리거든요. 실제로 덩치가 조금 큰 뭔가를 장산범이라고 오해하는 것만으로도 생길 수도 있고, 그저 이야기가 유행하는 것만으로도 생겨날 수 있는 게 이런 것들이에요.”

“그런 걸까요.”

명종은 결국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애초에 직접 만난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거기에 제가 끼어들어서 더 할 말은 없죠.”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명종은 핵심적인 부분을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럼 그 장산범인지 뭔지를 해결할 방법이 있나요? 다시는 이곳에 나타나지 못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그런 것 말이에요.”

“네, 아마 가능할 거에요. 뭔지도 알았고, 그게 장산범이라면 저희 선에서 충분히 처리 가능할 거에요. 어디에 있는 녀석이고,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만 알아내면 이제 나머지 일은 끝이죠. 물론, 이게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겠지만요.”

일반적으로, 예상치 못한 것과 만날 때 동물들이 보이는 반응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추는 것이다. 하지만 장산범은 눈이 마주친 바로 그 순간 도망쳤다.

“조심성이 강한 녀석인 것 같아요. 언제든지 도망칠 준비를 한 상태로 이쪽에 나타났다는 말이니까요.”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어려운 건 그 정도뿐이다.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영리하고 경계심 많은 동물을 잡는 것 정도의 일이니, 결국은 한번 간파하면 잡을 수 있다.

“뭐, 그 간파가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월이가 계속 확인하고 있으니까요.”

명종은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런데 혼자서 그렇게 돌아다녀도 됩니까? 일단은 맹수 아닌가요?”

“에이, 설마요? 맹수가 걔를 두려워해야 하는 편이 더 맞을 걸요?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월이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채, 설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걔가 뭔가 무서워하는 모습이 상상이 안 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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