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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224화 (224/269)

224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마지막 대답 (9)

분위기가 변했다.

전능의 분위기는 확실히 이전과 다르다. 그래도 이전까지는 위압감을 느낄 수는 있었을지언정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람을 초월한 무언가와 만나는 그런 느낌이었지, 위험한 것과 만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은 다르다. 본능적으로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직감이 든다.

뒷목에 소름이 조금 돋고, 몸이 조금 차갑게 식는 느낌과 함께 털이 빳빳이 선다.

전능의 표정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크게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태연했던 태도와는 다르다. 전능은 지금 아주 기분이 나쁘다.

“나에 대해서도 알았다고?”

목소리가 차갑다. 월이는 본능적으로 태주 앞으로 나섰다.

눈앞의 사람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건 안다. 그러니 앞에 나선다고 해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주 잠깐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충분하다. 그 태도를 본 전능은 잠시 멈칫했지만, 그래도 멈추지는 않았다. 지금은 아무리 그래도 좋게 들어 넘길 수 없는 이야기를 들어버리고 말았다.

전능은 입을 열었다.

“그게 거짓말이라면, 나는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진실이라면, 반대로 그 녀석을 용서하지 않을 거고.”

용서하지 않겠다, 인가. 태주는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그 표현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태주가 모를 리 없다.

“그건 참,”

하지만 태주는 태연하게 말했다. 오히려 앞에 나서서 자신을 감싸는 월이의 어깨마저 툭 짚고는, 그보다 앞으로 나섰다.

“무섭네요.”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표정으로, 태주는 말했다.

“전혀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구나. 내가 하는 말이 허세라고 생각하는 거니?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기라도 한 거니?”

“설마요. 전능한 사람이 하는 말이 그저 허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어요?”

“그럼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전능은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는 충격적인 말을 한 거란다.”

전능에게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다.

“지금까지 그 녀석이 나를 피한 게, 모르고 그런 거라면 사실 상관없어.”

그저 배려가 부족했던 거라면 괜찮다. 아니, 마냥 괜찮은 건 아니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니 참을 수 있었다. 더 큰 목적을 위해서 개인의 감정을 누를 수 있었다.

왜 말도 없이 사라졌는지, 나타나지 않는지 걱정했던 그 사실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능한 최선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과정을 모르고 있었다면 납득할 수 있다.

평생의 목표를 눈앞에서 놓친 기분이 얼마나 비참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면 참을 수 있다.

그 참을 수 있다는 것의 근거는, 모르고 한 짓에 대해서 잘못을 물을 수는 없다는 그 한 가지 사실 뿐이었다. 다른 사람은 모두 다 알 수 있는 소장이지만, 그런 힘으로도 전능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알았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모든 것을 알더라도, 나에 대한 것만은 몰랐다고 혼자 생각했었어.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알았다고?”

허탈한 감정 그 이상의 감정이다. 전능은 태주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하는 짓이, 나를 또 속이고 너희를 쫓도록 하는 거야? 심지어 지금 이 이야기까지도, 너한테 들어야 했어. 대체 왜?”

서운한 감정, 아쉬운 감정 같은 것. 그런 것이 모두 뒤섞여서는 원망이 된다.

방금 전까지는 어떤 일이 일어나든 달관하듯 있던 사람이, 그 한마디만 가지고 곧바로 변했다.

“왜 그래야만 했지? 왜 말하지 않았던 거야?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차라리 빨리 말을 해 줬어야지.”전능은 태주에게 물었다.

“말하렴 아이야. 네가 한 말은, 어디까지 사실이니?”

중요한 질문이되, 질문이 아니다. 전능은 이미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다. 태주가 한 말이 전부 사실이고,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도 전부 알고 있다. 태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대답은 정해져 있다. 전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지금 이건, 사실이 아니라 감정적인 문제니까.

“미안해요.”

그렇기에 태주는 사과했다. 전능은 물끄러미 태주를 쳐다봤다.

“왜?”

“글쎄요. 거짓말이라서 사과하는 건 아니에요. 그 외에 특별히 제가 뭐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요. 도덕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관점에서 제가 잘못을 저지른 건 전혀 없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미리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뭐랄까, 사과를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는 조금 들었어요. 왜냐하면 사무소가 생긴 건, 그리고 소장이 도망치기를 그만둔 건 다 저 때문이거든요.”

“너 때문이라고?”

그 사실에는 조금 흥미가 가는 듯, 전능은 조금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

“네.”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연이지만 그래요. 소장이 갑자기 도망치기를 그만둔 이유는 그것 하나뿐이에요.”

그것이 태주의 잘못이라 하거나, 어떤 잘못의 원인을 물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

“자세한 건 제가 할 말은 아니네요. 하지만, 지금 미리 사과를 해야 할 필요는 있었어요. 왜냐하면, 조금 있다가는 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요.”

곧, 소장이 올 거다.

“나머지는 본인에게 직접 들어보시죠.”

태주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다.

* * *

“바보같아.”

마녀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딴 방법을 쓴다고?”

한 번에 전원이, 그것도 다 같이 어딘가에 묶여서 빠르게 이동한다. 꽤 강제적인 방법이지만 그래도 가능은 했다.

“그건 나도 동감이야.”

시아도, 지금 만큼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직접 하면서도 이게 될 줄은 몰랐다.

가장 먼저, 적당한 크기의 공간을 하나 만든다.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이 너무 다닥다닥 붙을 필요는 없을 정도의 크기의 그런 공간.

그리고 그 안에 사람들이 모두 들어간 다음, 그 공간이 통째로 움직인다. 말도 안 되는 방법이고, 생각도 해 본 적 없었던 방법이지만 가능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도깨비가 그 무게를 전부 감당하면서 충분히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우리 안 무거워요?”

설이가 도깨비에게 물었다. 도깨비는 오히려 좋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이건 힘 좀 쓰는 일인데, 차라리 맘에 들어. 이것도 별로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낫군.”

“그래요?”

“그래. 이제 곧 도착하겠군.”

도깨비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리 먼 거리도 아니었고, 사람이 뛰어다니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니 당연하다.

소장은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말했다.

“이제 금방인가.”

“처음 봅니다, 그런 표정.”

시아는 소장의 표정을 보고는 말했다.

“그래. 그렇겠지.”

소장도 안다. 지금 자기 표정이 어떨지, 너무 잘 안다. 하지만, 이런 표정을 지을 자격은 없다. 소장은 다시, 평소대로 표정을 바꿨다.

쿵, 하고. 묵직한 충격이 울린다. 도깨비가 멈춘 것이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이 건물은 괜찮을까?”

도깨비는 자신이 착지한 건물을 보고는 말했다. 묵직한 게 갑자기 떨어졌으니 괜찮을까 싶은 거다.

“혹시 모르니 나중에 손을 좀 봐줘야겠군.”

도깨비가 중얼거리며 건물을 살피는 사이 소장은 그 공간에서 내렸다.

가장 먼저, 그러나 아주 천천히. 마치 이 시간이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 같은 그런 모습.

하지만 그럴 수 있을 리는 없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소장은 결국 태주의 옆에 섰다.

뭐 저딴 방법을 사용해서 오는가, 그런 태주의 시선을 본 소장은 살짝 웃어주고는 다시 앞을 봤다.

“오랜만이야.”

소장의 첫 마디는, 그렇게 나름대로 평온했다.

“오랜만에 봐도, 너는 여전하구나.”

하지만 평온한 건 소장뿐이다. 전능은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너.”

짧은 한마디지만, 감정이 전부 느껴진다.

“다 알고 있었다고?”

소장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이전까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들을 필요는 없다. 저 한마디면 충분하다.

“전부 알면서 지금까지 그랬다는 말이야?”

“그래.”

소장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전능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지는 걸 본 소장은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래. 저 친구 말이 맞아.”

“왜?”

사무치는 질문이다.

“나한테 이 사실을, 그것도 저 애의 입을 빌려서 말하는 이유가 뭐야?”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도 알 수 있다. 전능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수가 없다. 소장은 잠시 침음성을 흘렸다.

“음….”

일부러 이렇게 되도록 유도하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소장 역시 기분이 좋지는 않다. 필요했다지만, 몹쓸 짓이다.

“이렇게 안 하면 대화가 불가능했거든.”

소장은 솔직하게 답했다. 이것도 역시, 전능의 화를 돋우는 일이 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 와서 더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은 데다 애초에 전능이 진정하도록 만들어서도 안 된다.

“만약 네가 침착하다면, 너는 내 이야기를 듣지 않을거야. 그대로 나를 붙잡아서 전지전능해지려 하겠지.”

궁금증이 있더라도, 목표를 우선하게 될 거다. 사소한 개인적인 감정 같은 건 접어두고 전지전능해지려 할 거다.

하지만, 흔들려버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지금은 도저히 본인의 입으로 이유를 듣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그래. 지금 너를 괴롭힌 이유는, 겨우 그런 이유인 거야.”

“너는 끝까지 그런 식이구나.”

전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배신당한 표정을, 전능은 이제야 지었다.

“그 한마디를 말해주는 게 그렇게나 어려웠던 거야?”

도망까지 치고, 저 멀리 도망까지 치면서.

“그래. 그게 왜 어려웠냐면, 네가 포기하지 않을 거라서.”

방금 이야기의 연장선상이다. 소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 목표는 모든 사람이 행복한 세상이었어. 저 친구의 의견이 추가되어서, 모든 사람들에 괴담 속 존재들까지 포함해서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걸로 수정되기는 했지만, 그 근본은 변하지 않았지.”

어쩌다 보니 따라온 마녀를 힐끗 보면서, 소장은 말했다.

“그리고 정말 솔직히 말하면… 그거, 가능은 해. 전지전능이 있어도 불가능하다는 말은, 사실은 거짓말이야. 아예 불가능한 일은 세상에 없지. 가능한 선에서의 최선이 뭔지 나는 알아. 네가 원하는 대로의 좋은 세상을, 우리는 만들 수 있어. 더 이상 전쟁이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고. 아무도 울지 않는 완벽한 세상을 우리는 만들 수 있어.”

단 하나뿐인 방법이지만 가능은 하다.

“우리가 모든 걸 통제한다면 가능해져. 아무도 필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고, 과한 것을 요구하지 않도록 만들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겠지. 만족할 테니까.”

만족한다는 말은, 그것에 대해서 더는 욕심이 없다는 말이다. 누군가를 욕심 때문에 해칠 일도 없지만, 그 분야에 대해서 발전을 이룰 수도 없다.

더 이상 나아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건 조금 돌려서 말하면 아무도 원하는 게 없는 세상이라는 말이야. 발전이 없지. 우리가 조금씩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 줄 수는 있겠지만… 글쎄, 그건 우리가 원하는 거지 그들이 원하는 게 아니겠지.”

아무도 바라는 것이 없다. 그냥, 주어진 대로만 살아간다. 그렇다면 전쟁도 없고, 모든 것이 통제 하에 잘 굴러갈 거다. 그게 목표를 이루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고, 단 한 가지의 방법이다.

“난 그런 세상은 받아들일 수 없어. 그래서는 안 돼. 우리가 원했던 게 그런 세상은 아니었잖아?”

폭력도 전쟁도 욕심도 없지만, 꿈과 희망도 없는 세계다. 바라는 것이 없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그럼 그런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했어야지! 그렇게 떠나버리는 게 아니라!”

전능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이야기를 했다면,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전능의 말을 들은 소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넌,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게 뭐든 간에 해. 너는 변하지 않았어. 너는 고민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네 손에 닿는 범위 안에서의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지. 너는 너에게 가능한 일을 할 테니까.”

전능에게 하기로 한 일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고,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전능은 반드시 한다.

그러니 흡혈귀나, 용 같은 것을 이용해서라도 소장을 찾으려 들었다. 그 둘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라는 이상에 전혀 공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능은 소장을 똑바로 쳐다봤다.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은 채 그대로 소장을 쳐다봤다.

“잘 모르겠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그때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었을까. 이제 와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말 한마디는 할 수 있었잖아. 그때라면 아직 돌이킬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기회 한 번 정도는 있었을 거라고.”

어쩌면 지금 같은 형태가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전능은 그런 말을 했다. 이제 와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다.

“이제는 늦었어.”

확실한 건 이제는 안 된다는 것뿐이다. 이미 소장은 전능의 눈앞에 왔고, 전능은 이미 너무 멀리 왔다.

가능하다면, 전능은 그렇게 해야만 한다.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도 너무 늦었어. 더 좋은 세상은 이제 내 목표이기만 한 게 아니야. 그게 불가능하거나, 해서는 안 되는 목표라도 이젠 그만둘 수 없어.”

이미 그 목표를 위해 너무 많이 왔다.

“나한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그 애도 있어. 그 애의 부모님도 있었지.”

같은 목표를, 수정 보완해 오면서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이어가는 것이 이미 몇 세대를 거쳤다.

“이제는 안 돼.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최고의 방법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어.”

“그래. 그게 문제였던 거야.”

소장은 씁쓸하게 말했다.

“그걸 받아들이는 게 내가, 그리고 네가 해야 했던 일이었는데. 거기에 답이 있어.”

마지막까지 결국은 평행선. 전능은, 큰 소리로 말했다.

“시끄러워, 입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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