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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222화 (222/269)

222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마지막 대답 (7)

쨍그랑—!

큰 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났다. 순간적으로 총 소리처럼 큰 소리가 나고, 반짝거리는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린다.

힘껏 날아드는 파편들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피부가 찢어지고 말 거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지만, 동시에 반짝거려서 아름답기도 하다. 가운데서 나름 멋진 포즈로 날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더 그렇다.

단순히 비현실적인 광경인 정도를 넘어 초현실적인, 그 모습을 보는 사람은 감탄해서 잠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림 같은 장면이다.

“뭐야!!”

처음으로 소리를 지른 건 마녀 쪽이다. 놀라고 당황한 표정이다. 그리고 사실은, 소리만 지르지 않았을 뿐 태주나 시아의 표정 역시 비슷비슷하다.

두 사람이 소리를 내지 않은 건 마녀보다 특별히 놀라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월이가 만드는 이런 장면을 이전에 종종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아마 두 사람도 이런 상황을 처음 겪었다면 똑같이 소리 지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갑작스럽다.

어쩔 수 없다. 바깥과 안쪽이 완벽하게 다른 세계라는 것은 안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빛도 소리도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바깥에서 무슨 준비를 하든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이런 타이밍에 이런 갑작스러운 침입을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정말로 뭐든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지금 이 등장의 전조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왜?’

이유를 알 수 없다. 완벽한 기습이라고 해도 전능에게 그 어떤 피해도 줄 수 있을 리가 없다.

당황스러운 표정이 된 태주는 황급히 시아 쪽을 쳐다봤다. 혹시 시아에게는 짚이는 구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뻔하다면 뻔하게도, 시아 역시 완전히 경악한 상태다. 태주와 별로 다를 것도 없는, 그런 상태다. 태주는 곧바로 다시 월이 쪽을 살폈다.

‘대체, 뭐하러?’

지금 이 자리에서 월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전투가 일어날 리 없고, 일어나더라도 상대가 너무 규격 외다.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저기 저 전능도 월이를 방치했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도 그걸 알고 있을 거다. 그렇기에, 태주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독단은 아닐 테고, 그렇다면 뭔가 다른 목적이 있을 텐데,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왜일까.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태주가 머릿속이 복잡해진 사이, 월이는 태주 앞에 도착했다. 태주가 멈칫하는 사이, 월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야! 잡아!”

“뭐? 뭐를?”

갑자기 잡으라고 말해도 그게 뭔지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태주가 눈만 깜빡이는 걸 본 월이는 답답해진 듯 큰 소리로 말했다.

“내 팔! 아니, 손이든 뭐든… 에이, 됐다.”

월이는 그렇게 말한 뒤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혀를 차고 곧바로 태주를 들었다.

이 모든 행동을 하는데, 채 오 초도 걸리지 않았다.

태주는 그제야 이 행동의 목적을 알았다.

“…나였냐!”

태주는 정신없이 날아가면서도 어떻게든 말했다. 이런 일을 여러 번 겪다 보니 그래도 이제는 적응이 된다.

“그래! 너 데려가래!”

월이는 큰 소리로 말했다.

“입 닫아! 아님 혀 깨물어!”

눈앞의 적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에게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월이는 곧바로 들어온 장소로 다시 나갔다. 나가기 직전, 전능을 한번 힐끗 쳐다보기는 했지만,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거기 안 서!”

마녀가 큰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이미 상대는 그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정도의 거리로 멀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것까지 미리 준비했던 것인가 싶어 상대 쪽을 바라본 마녀는, 마찬가지로 이쪽을 당혹스럽게 쳐다보는 시아를 보고는 저쪽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이건 대체 뭐야?”

분노에 찬 마녀의 목소리를 들은 시아는 떨떠름하게 답했다.

“글쎄. 이건 우리한테도 예상 밖의 일이라.”

“장난해?”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시아는 느긋하게 대답했다. 오히려 시아의 말을 긍정한 건 전능 쪽이다.

“아니, 진짜일 거야. 그 녀석이 좋아하는 방법이거든. 같은 편한테도 말 안 하는 거 말이야.”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말하지 않는다. 아군의 발설이 가끔은 치명적인 변수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굳이 알 필요 없는 건 잘 알려주지 않아. 그 녀석은.”

그건 나름대로 확실하게 목적을 이루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전능에게는 꽤 치가 떨리는 방법이다.

“한 방 먹었네. 나름 영리한 방법이야.”

전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식으로 유리 파편을 흩날린다면 내가 저 애를 지켜야 하니까, 아주 잠깐 정도는 시간이 날 거라 생각한 거겠지.”

이 정도의 시간은 괜찮을 거다. 어디부터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부터 어디까지는 안 괜찮은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방법이다.

전지가 아니라면 할 수 없었을 방법이다. 전능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귀찮은 방법이란 말이야, 이거.”

물론 이렇게 되었다고 해서 상대방을 쫓아가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조건이 맞지 않아 순간이동을 쓰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단순히 도망치는 사람을 쫓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아직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가지 않았을 테니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바로 찾으러 가지 않은 이유는 하나 있다.

바로 움직이지 않은 전능을 본 마녀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저는 두고 가세요, 선생님.”

마녀가 곧바로 말했다.

“두고 가라고?”

전능이 곧바로 출발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 긴장은 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방해가 되고 싶지는 않다.

마녀는 눈을 찡그리면서도 말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실 거잖아요. 그렇죠?”

“그래, 그렇지.”

전능은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는 시아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자, 너희들.”

전능은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저 애가 멀쩡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느니 하는 협박 같은 건 필요 없다.

“돌아와서 보자.”

그 한 마디면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 * *

이번으로 이런 게 몇 번째더라.

태주는 이제는 몇 번 겪어 익숙한, 그러나 사실은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던 지금 이 상황에 대해 탄식했다.

참, 바깥에는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그나마 장점이라 할 만한 건 안기는 쪽이나, 들고 가는 쪽이나 익숙하다 보니 꽤 안정감이 있다는 점이다.

안정감이 있다는 건 참으로 장점으로 들고 싶지 않은 점이지만, 그렇기에 대화가 가능하다.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태주는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되자마자 물었다.

“아, 거 참 말 많네.”

월이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가만히 오면 안 돼?”

“야, 한 마디 했다. 딱 한 마디. 그리고 내가 입을 안 열면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냥 짐짝 노릇을 하려고 날 꺼내 온 건 아닐 거 아냐?”

월이는 혀를 차며 말했다.

“그건 그래.”

월이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임에도 태주를 꽤 안정감 있게 안아 날랐다. 하긴, 이번에는 하기 싫다고 질질 끈다면 도망치는 게 아니라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테니 어쩔 수 없었지만.

“이게 통할 리가 없어.”

태주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대는 전능이야. 분명 오래 걸리지 않겠지. 아마 오 분도 도망 제대로 못 갈 거야. 분명 실패하겠지.”

사실 오 분이나 걸릴까 싶긴 하다.

“그래, 그럴 거야.”

월이는 대답했다.

“그걸 알면서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태주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왜 이런 짓을 했냐고?”

월이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소장이 시켜서. 더 자세한 건 나도 몰라.”

뻔하다면 뻔한 이유다. 하지만, 그 한마디로 납득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시 그랬냐.”

태주는 살짝 혀를 차고는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까 내가 뭘 해야 할지도 알겠네.”

“뭘 해야 하는데?”

월이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지만, 태주는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글쎄, 그걸 지금 말해줄 수는 없겠어.”

월이 역시 그 말에 더 질문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그래 보이네.”

전능이 왔다. 오 분은 무슨, 채 일 분 정도나 걸렸을까 싶다.

옥상과 옥상 사이를 뛰어넘던 월이는 관성의 법칙을 꽤 무시하면서 멈췄다. 놀라지는 않았다. 그저 찌푸린 표정일 뿐이다.

월이는 말했다.

“..그래도 벌써 나타날 줄은 몰랐는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본 전능은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전능은 웃으며 말했다.

“벌써 꽤 멀리 왔네? 더 도망칠 거니?”

월이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지금부터 간다면 내가 따라갈 텐데.”

“안 가. 내가 받은 지시는 태주를 데리고 가능한 곳까지만 도망가라는 말이었으니까.”

“그래? 나는 분명히 전화를 하고 있는 그 녀석이 있는 곳으로 도망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능은 고개를 갸웃했다.

“거기까지 갈 수 없으면, 포기하라는 지시였던 걸까?”

“아니요.”

태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제가 대답할 수 있겠네요.”

“뭐?”

“전화에 대한 건 이 애는 모를 거예요. 대신 제가 알죠.”

태주는 월이를 재촉해서는 내렸다. 그리고는 땅을 간신히 밟은 채 말했다. 살짝 비틀거릴 뻔했다.

“우리는 소장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지 않았어요.”

“그럼 어디를 간다는 말이니?”

“아무 데도요. 그냥, 소장이 있는 곳에서 가장 먼 곳이라고 하면 될까요?”

“반대쪽으로 갔다는 말이야?”

태주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전화가 끊기고,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서 사람을 들고 튄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전화와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둘이 항상 인과관계가 있는 건 아니다.

“당신은,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이 소장이 있는 장소라고 생각해서 따라온 걸 거에요. 사실 그렇게 착각하게 만들기 딱 좋긴 했죠.”

월이는 전화와 상관없이 뛰어든 거고, 전화 같은 걸 하고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니 이번 납치 비슷한 무언가는 사실 전혀 상관이 없었다. 상관이 있도록 보이고 싶었을 뿐. 누군가 어느 곳으로 달아나고 있으니 그쪽에 뭔가 있을 거라고 착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전화라는 건 글쎄요, 종종 착각을 하게 만들죠. 꽤 멀리서 전화를 하고 있는 거라고요. 분명히 거리가 있으니까 전화를 하는 걸 거라고 생각하게 하죠.”

전화의 용도란 원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연락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전화가 오면 근처에 전화를 건 사람이 있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천천히 생각하면 알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시간을 주지 않았다.

“너희를 쫓은 것 자체가 실수였다고?”

“그런 셈이죠.”

빠른 판단으로 사람을 따라간 건, 이번에 한해서는 실수였다는 말이다.

“그거 아세요? 사실은 때가 되면 그쪽에서 밝히려고 했던 건데요.”

태주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소장이 굳이 아무것도 모르는 월이를 시켜서 도망치게 만든 건 이런 이야기를 하라는 뜻일 것이다.

“대체 왜, 우리 소장이 당신이랑 실시간으로 통화를 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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