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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221화 (221/269)

221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마지막 대답 (6)

돌아오지 않은 데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아주 나중에 태주가 홀로 깨달은 것처럼, 그리고 중간부터는 전능 역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처럼. 이유는 뻔하다.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된 시점부터, 전지는 곧바로 깨닫고 말았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 온 일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전부.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건 가능하다. 처음에 두 사람이 하던 일이 그런 것이다. 그저 한 명의 사람으로도 그 정도의 일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완벽하게 좋은 세상으로 바꾸려던 것은 불가능했다. 그 두 가지가 완벽하게 다른 것이라는 점을 구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과 정말로 완벽한 세상으로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걸 몰랐던 것이 패인이다.

“정말로, 머리가 아픈걸.”

전지는 허탈하게 말했다.

두 사람이 백 년 정도를 고생했던 것의 결과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설마 그런 결론이 나올 거라는 생각을, 전지는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호흡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자세한 건 내일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내일이라고 이걸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차라리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아버리는 게 아니었다면, 그래도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면서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그 모든 방법의 결과도 함께 알아버리는 탓에 가능성을 믿고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볼 여지조차 없다.

어떤 의미로는 일종의 저주나 다름없는 일이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행동에는 정답과 오답만이 남는다. 딱 한 가지,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그 방법을 제외하면 다른 모든 방법은 오답이 된다.

그것이 아무리 내키지 않는 정답이라도, 정답은 정답이다. 그리고, 그 정답에 따르면, 두 사람이 원래 원하던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힘을 가지고도 불가능이라.”

틀린 것을 알면서도 행할 수는 없는 법이다. 수십 번을 고민해도, 고민의 횟수가 세 자리를 넘어 네 자릿수가 넘어가더라도 결론은 같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해 온 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전지는 천천히 마음을 추슬렀다. 시간을 좀 들이고 나니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래도 망설임이 하나 남는다.

“이런 말을, 해 주는 게 맞나?”

자신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충격적인 일이고, 충동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는 했지만, 천천히 생각하고 결론을 내려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전능에게 그것이 가능할까.

아닐 거다. 이건 전지하기 때문에 아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봐 온 전능은 좋은 의미로도, 그리고 나쁜 의미로도 포기가 없는 사람이다.

위험한 일이라도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하는 사람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더라도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대로 해버리는 사람이다.

어렵고 힘들고 불가능에 가까운 문제더라도, 전능은 할 거다. 이미 백 년을 봐 왔으니, 이미 전지에게는 전능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눈에 선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솔직하게 말할 용기가 없다. 우리가 백 년이나 걸쳐 준비한 이 행동이 모조리 다 쓸모없는 짓이었노라.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실망하는 표정을 보고 싶지 않다. 화나게 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여자가 제시하는 모든 방법이 정답이 아니라고, 말해야만 한다.

반대로 전지는 전능에게 수없이 많은 정답을 말해야 하고, 그건 절대로 여자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절대로 여자가 받아들이지 않을 방법을, 남자는 말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도 절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사람에게.

“차라리 그럴 바에는.”

남자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차라리 그렇게 될 바에는 말하지 않겠다. 계속해서 도망치겠다. 불가능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포기하고, 또다시 깨져나가는 모습을 볼 바에는 그냥, 가능한 목표에 도전하도록 하겠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할 사람을, 포기하지 않은 채 편하게 만들 방법은 이 방법뿐이다.

불가능에 매달리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자신을 찾게 한다. 지금까지 해 왔던 일에 비해서는 까마득히 쉽고, 편하고, 단순한 일이다.

그렇게 하면, 이 일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좋고, 중간중간 본인이 원하는 다른 일을 하면서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명백하게 나쁜 녀석들을 해치우고, 누군가를 도와주기도 할 거다.

그게 제일 낫겠지. 그게 제일 나을 거다. 백 년 정도 같이 살기 전부터, 아직 전능이 전능이지 않았던 시절에도 그렇게 지내 오지 않았던가.

전지는 그렇게, 비겁하게 도망치기로 결정한 것이다.

* * *

“내가 도망친 데는, 그래. 그런 이유들이 있었어.”

소장은 씁쓸하게 말했다.

“그런 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게 두려워서 그랬다는 것도 맞는 설명이야. 다른 변명도 해볼 만한 것들은 꽤 있지만 명백한 사실이야.”

그때 했던 생각들은, 한 치의 거짓 없는 사실이다. 차라리 그편이 전능에게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내린 결정이라는 것도,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선택이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결론이라는 사실 만큼은 명백하다.

그렇기에 전능은 한심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보 같긴.”

전능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겨우 그런 이유로 이렇게 길게 도망 다닌 거야?”

“그래, 바보 같지. 그리고 독단적인 결정이기도 해. 그러니까, 너는 나한테 한심하다고 말해도 좋아.”

소장은 조금은 씁쓸하게 말했다. 잘 봐줘도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하루아침에 동업자가 사라진 상대편의 기분은 어땠을지, 알면서도 한 짓이니 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걸 알았기 때문에 전능은 말했다.

“네 말대로 한심한 소리야. 처음부터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던 거야?”

서운하다, 아쉽다 이런 감정 이전에 정말로 실망스럽다. 겨우 그런 이유로 자신에게는 말도 없이 수백 년을 도망 다녔다.

전능은 푸념하듯 말했다.

“그렇게 말도 없이 도망쳐 놓고, 한다는 말이 그런 수준인 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겨우 불가능하다고 실망하는 게 두려워서 자리를 떴다고?”

“할 말이 없는걸.”

여전히, 두 사람의 감정은 말하는 것에 비해 평온하다. 앞에서 바라보던 태주는 확실히 느꼈다. 정상적인 사람의 반응이 아니다.

“뭐, 그건 됐어. 지난 일은 지난 일이야. 이제 그 이야기를 더 해 봐야 궁금증의 해결 이상은 할 수 없겠지.”

그러니, 앞으로의 이야기를 하자. 전능은 그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너는 도망을 쳤지. 꾸준히. 하지만 이제는 도망을 치지 않고 있어. 너네 애들 말마따나 말이야.”

그 사실 자체는, 전능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태주가 한창 하는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소장은, 이제는 도망을 치고 있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말이야, 이해가 잘 안 가.”

평생 잡히지 않을 각오를 하고 도망을 다녔던 사람이 이제는 왜 도망을 치고 있지 않은가. 그게 여러모로 전능에게는 이상하게 느껴지는 점이다.

“너는, 평생 도망칠 각오를 다져 놨을 거야. 절대로 중간에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었을 거고 그럴 능력도 있었을 거야.”

실제로, 전능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소장을 찾을 수는 없었다.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뭐든지 알고 있는 사람을 붙잡는 것이 가능할 리 없을 뿐이다.

“그런데 내가, 우리 애들이 널 찾을 수 있었어. 흡혈귀나 용 같은 녀석들과 너는, 애초부터 만나지 않을 수 있었어. 조용히 넘어가거나, 티를 안 내면 분명히 찾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만났다. 위치가 드러나고 말았다.

“그게 이상한 점이야. 너는 숨지도, 도망치지도 않았으면서 너를 찾으러 간 녀석들은 쓰러트렸어. 마치 내가 아주 옛날에 그러고 돌아다녔던 것처럼.”

단순히 포기한 거라면, 그 둘을 해치울 필요는 없다. 도망은 치지 않으면서, 정작 잡으려 하면 저항한다.

“왜 그러는 거야?”

전능은 그 부분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듯 물었다.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

“이유라.”

소장은 말했다.

“당연히 있지. 이유 없이 그냥 지쳐서 여기에 자리를 편 게 아니야. 그 도망보다 중요한 뭔가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있었던 거라고.”

영원히 도망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이곳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도망치지 않았다.

“네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했던 질문 기억해?”

소장은 은근한 말투로 물었다. 전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기억하지. 설마 그 날을 잊어버릴까 봐.”

“그 질문은 나한테 꽤 치명적이었지. 나는 네 질문에 대답할 수 없어서 도망쳤어. 그것도 계속해서.”

우리는 앞으로 뭘 해야 할까.

단순한 질문이지만, 소장은 그 질문 하나 때문에 완전히 무너졌다.

“그런데, 난 이제 답을 찾았어. 정확히는 찾으려고 해서 찾았다기보다 포기했을 때쯤에 우연히 발견했지. 아마도 너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이것만이 정답으로 느껴져.”

소장은 말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면 안 돼.”

그게 남자가 내린 결론이었다.

“우리가 좋은 세상을 만들면 안 돼. 이미 우리가 이렇게 되어버린 순간부터 우리는 그런 데 개입하면 안 되었던 거야.”

전능은 처음으로 조금 동요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게 결론이라고?”

“그래. 그런 건 뒤에 맡겨야 했던 거야. 우리가 알아서 뭔가를 해야 했던 게 아니라. 우리는 애초부터 그런 시도를 해서는 안 됐어.”

“….”

전능은 대답하지 않았다. 소장 역시 뭐라 더 말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소장은 기다렸다.

“네가 납득할 대답이 아니라는 건 알아. 그래, 심지어는 나도 납득하지 못 할 대답이었지. 그런데, 그래도 뒤에 맡겨야 하는 거였어.”

한 사람은 다음 사람에게 맡긴다. 그 다음 사람도 또 그보다 뒷사람에게 맡긴다. 사람은 그런 식으로 발전해야 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런 게 아니었다는 말이야.”

“그건 태만이야. 할 수 있는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누가 해야 하는데? 너도 그런 일을 했잖아? 그런 힘 같은 게 없어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하면서 살고 있었잖아?”

소장은 흠, 하는 소리를 냈다. 보이지 않지만, 쓴웃음을 짓고 있는 것 같다.

“글쎄, 그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몰라.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한 부분이지.”

“글쎄, 네가 와야 그런 이야기를 하지. 지금 이 장소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잖아?”

아직도, 이 안에는 소장이 없다.

“너 대체 어디에 있는 건데?”

“글쎄, 네가 찾을 수 없는 곳에 있어. 최소한 당장 내 눈앞에 나타날 수는 없을 그런 장소. 너도 알겠지만 나는 확실한 상황이 아니면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 나타나지도 않고.”

소장은 갑자기 능글맞은 목소리로 돌아와서는 말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짓은 그리 좋아하지는 않거든. 그럼,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소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깥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던 경계가 해제됐다. 그리고 동시에 큰 유리창이 완전히 깨졌다.

쨍그랑——!

유리 파편이 휘날리면서, 월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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