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마지막 대답 (4)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마을 안에서 할 수는 없다.
마을 바깥의 외곽 지역에서 남자는 말했다. 여전히 팔은 붙들린 채다.
“우리 모두라.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데.”
“뭐야, 그 전혀 안 믿는 것 같은 말투는?”
불만스러운 목소리에도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하지, 안 믿고 있으니까. 애초에 내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뭔지 알면서 하는 소리야?”
“아, 하나 정정할게. 그 ‘우리 모두’는 너랑 나만을 포함하는 게 아니야. 세상에 있는 사람 전부야.”
여자는 태연하게 그런 말을 했다.
“뭐?”
처음 생각한 것보다도 더 터무니없는 소리다.
“좀 심한데.”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자신의 머리를 의심했고, 그다음에는 상대방의 머리를 걱정했다.
아무 조건 없이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건 당연히 사기다.
“무슨 비유 같은 건가?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부를 얻거나, 뭐 그런 종류의 말?”
그나마 말이 되는 가설이라면 이런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말하는 건 말 그대로 모두가 바라는 소원 같은 거야. 비유 같은 게 아니라고.”
남자의 가설을 완벽하게 무시하는, 아주 당연한 말투로 여자는 말했다.
“확실한 방법이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전혀 믿을 가치가 없는 말이다. 진심으로 이런 말을 하고 있다면 미쳤거나 착각하고 있는 것이고, 진심이 아닌 사람이 이런 말을 하고 있다면 분명 사기를 치려는 속셈이 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리를 박차고 떠나지는 않았다. 눈앞의 여자는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닐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여자는 자신에게 사기를 칠 만한 사람이 절대 아니고, 그런 착각을 할 정도로 못난 사람도 아니다. 지난 이 주 동안, 서로가 서로의 됨됨이를 파악하는 정도는 해 뒀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눈을 찌푸렸다.
“머리 아프게 하는군. 일단 몇 가지 대답을 좀 듣고 나서 생각해야겠는데."
“무슨 대답?”
“무슨 방법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런 방법을 알았는지 들어야 할 것 같다는 말이야.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지.”
“그 방법이 뭐냐 하면… 아니, 일단은 언제 어떻게 알았는지부터 설명하는 편이 낫겠네. 일단 그 방법은 꽤 최근에 알았어. 남에게 자랑할 수 있을 방법이 아니긴 한데.”
여자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저기, 내가 방금 말한 사악한 마법사가 뭘 연구했을 것 같아?”
“그야 불로불사에 대한 연구겠지.”
가난한 사람을 이용해서 하는 연구. 그것도 금지된 사악한 연구라면 결국 뻔하다.
멀쩡한 살아있는 몸뚱이만 있으면 되는 연구라는 건 의도가 너무 투명하다. 목적은 전혀 투명하지 않지만.
“어떤 의미로는 나랑 비슷하긴 하겠네. 나랑은 조금 다른 방식이지만.”
“넌 겸사겸사 장생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 거잖아. 조금 다른 방식이 아니지.”
여자는 그렇게 핀잔을 준 뒤 말했다.
“어쨌든 정답이야. 그 인간을 찾았을 때, 네 생각대로 불로불사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어. 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지. 거기다 대고 그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자는 질색하는 표정이 되어서는 말했다. 대체 거기서 무엇을 봤길래 저런 표정을 짓는 걸까. 남자의 표정을 본 여자가 물었다.
“듣고 싶어? 뭘 봤는지 말이야.”
“궁금하긴 하지만, 됐어. 굳이 들을 이유는 없어 보이는군.”
“그래. 잘 생각했어. 거기서 영 좋지 못한 꼴은 다 봤거든.”
여자는 찌푸린 눈으로 말했다.
“불로불사에 대한 연구 자체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아.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만 아니라면 사실 어떤 연구를 해도 좋지. 혼자 미쳐서 수은을 마시는 건 바보짓이라는 생각은 들어도, 굳이 욕할 생각은 없기도 하고.”
따지고 보면 의학 발전에 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그런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연구다. 그러니, 그 목적 자체는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 꼴은 아무리 떠올려도 불쾌해. 평범하게 끔찍한 정도의 모습을 보는 것 정도는 익숙해진 지 오래인데 말이야.”
없어져도 상관없을 부랑자들,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을 가지고 하는 연구였기 때문에 더 자비 없는 손속이었다고, 여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몸을 떨었다.
“흐음, 어지간히도 죽음이 두려웠던 사람이었나?”
“그게, 좀 이상한 부분이지.”
여자의 말을 들은 남자는 집중했다. 분명 지금부터가 크게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 사람은 조금 특이했어. 불로불사를 연구하는 주제에, 그 자체는 최종 목적이 아니었거든.”
죽음이 두려워서 그런 연구를 한 게 아니다. 그저 죽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불로불사에 대한 연구를 병행했을 뿐이다.
“그 인간의 목적은, 보통 사람이 평생을 바쳐도 절대 얻을 수 없을 만한 것에 대한 연구를 끝마치는 거였어.”
“그게 뭐였지?”
“전지전능.”
여자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저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꽤 조심해야 할 만큼 허황된 말이다.
“전지전능?”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찾았을 거라는 생각 정도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게 주제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여자가 그렇게 당당하게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남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하, 단순히 불로불사인 누군가가 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신이 되는 게 목표였던 건가.”
꽤 건방진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다. 아니면 그냥 미쳤다거나, 허황된 욕심에 눈이 멀었다고 할 수도 있을 거다.
“불가능한 것을 하기 위해서 마찬가지로 불가능에 집착하다니.”
확실한 건 바보 같은 목표라는 점이다. 남자의 그런 평가를 본 여자는 잠시 침묵했다.
“다른 때였다면 나도 그 평가에 동의했겠지만 말이야, 사실 지금은 아니야.”
여자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연구를 검토해 본 결과, 가능해. 그 인간은 꽤 진심이었어. 중간 과정이 엄청나게 힘들어 보이긴 하지만.”
“가능성 여부를 고려해봤다고? 그런 걸?”
남자는 눈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여자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읽어나 봤지. 말이 되는 소리인지 궁금했거든. 결론은 말이 된다는 거였고.”
“혹시나 해서 묻는데. 설마 그 연구를 이어갈 생각이라도 하고 있나?”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었으면 알겠지만, 그래. 당연하지.”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게 아니면 내가 뭐하러 너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겠어?”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건 가능성이 없을 거야.”
“정말로 있다니까? 내가 확인했어! 네가 그 연구를 봤냐고!”
유치하기까지 한 반격을 들은 남자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설령 있다 해도 한없이 0에 가깝겠지. 그렇지?”
“…한없이 0에 가까워도 진짜 없는 건 아니야. 그리고, 그렇다면 도전할 가치가 있어.”
여자는 조금 불만스럽게 말했다.
“물론 나 혼자서 하면 불가능해. 하지만 네가 돕는다면 가능해. 여전히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남이 돕는 걸 전제로 계획을 세우면 안 되지.”
남자는 눈을 찌푸렸다. 여자는 그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나는 네가 도울 거라고 생각해.”
“무슨 근거로? 아니, 애초에 이전에 이주밖에 안 본 사람한테 왜 이런 권유를 하지?”
잠시 눈싸움을 한 끝에,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본 사람 중에서는 너밖에 없었어.”
여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기 자신의 욕심이, 다른 사람의 불행과 연결되지 않는 사람은 너밖에 없었다고.”
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사는 목표는 뭐야?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호구 노릇을 자처하는 이유가 뭐냐고.”
뜬금없는 말이다. 남자는 조금 황당하다 못해 불쾌해졌다.
“갑자기 너한테 그런 걸 말해야 하나?”
“나는 말할 수 있어. 이런 위험한 짓을 계속해 온 이유가 없을 리 없잖아.”
여자는 남자의 불만에도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
“간단한 이유야. 나는 세상이 조금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
순간적으로, 남자는 말문이 막혔다.
“뭐?”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 그게 내가 바라는 유일한 일이야. 오직 그 이유로 나는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어. 확실하게 나쁜 녀석들을 하나 하나 처리하다 보면 세상의 평균치는 조금씩 더 좋은 방향으로 가겠지.”
남자의 방식과는 다르다. 가난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돕고, 여유를 주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다.
하지만, 목적은 같다. 남자가 무심코 그렇게 생각한 틈을 타 여자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너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거야. 최소한 비슷하기는 하겠지. 굳이 돈도 안 되는 그런 힘든 일을 자처해서 할 만한 이유는 그런 것밖에 생각 안 나. 엄청 진심으로.”
남자가 여자를 살핀 것보다도 여자는 남자를 더 자세히 살폈다. 처음에는 의심했기 때문에 철저하게 살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혐의가 없다는 판단이 섰다. 여자는 그 판단을 믿으며 말했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이 일이 싫지는 않아. 목숨 걸고, 힘들고 얻는 건 별로 없지만, 기분은 꽤 괜찮아.”
하지만, 이 일을 만족스럽게 하는 것과는 완벽하게 별개의 이유로 여자는 종종 허탈함을 느끼곤 했다.
“그래도 그건 있어. 내가 아무리 이 일을 반복해도 세상이 아주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기대는 없어.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는 했지만, 정말로 조금일 뿐이니까. 결국, 전체 중 아주 조금밖에는 바꾸지 못하는 거야, 난. 한 명의 악당을 해치우면, 저쪽에 둘이 나타나. 늘 그런 식이야.”
여자는 뭔가 생각나는 거 없냐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비슷한 경험 없어?”
“있긴 하지.”
한 사람을 고쳐 놓으면, 다음에는 다른 두 사람이 온다. 아마 남자가 몇백 년간 치료를 계속한다 해도, 결국은 고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거다.
같은 목적이지만, 정반대의 방향을 선택한 두 사람은 결국 비슷한 벽을 만난 것이다.
“거봐, 너도 느끼고 있잖아. 그럼, 슬슬 다른 방법을 한번 시도해 볼 때도 되지 않았을까?”
여자는 씩 웃었다.
“전지전능한 사람이 있으면, 그것도 우리 같은 사람이 그런 힘을 얻으면 앞으론 이런 허탈함을 느낄 필요가 없을 거야.”
“그래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건가.”
“그래. 지금까지 해 온 방법은 다르지만, 너는 나랑 비슷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같이 하자고.”
여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엄청나게 힘들고, 하다가 죽을지도 몰라. 아무리 우리 실력이 좋아도 운이 없으면 결국은 실패할 거야. 심지어는 성공해도 우리를 알아줄 사람은 거의 없겠지. 어쨌든 확실한 건, 중간에 죽거나, 차라리 죽는 편이 나을 정도로 힘들 거라는 점뿐이네.”
“그런 걸 설득이라고 하고 있는 건가? 굉장히 하고 싶어지지 않는 말인데.”
남자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설득하려는 사람이 그런 것부터 말하면 곤란한데.”
“당연하잖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것을 앞에 내세우는 건 사기라고. 대신 확실하게 줄 수 있는 걸 내세워야지.”
“그 결과가 엄청나게 하기 싫어지는 그 설명인가.”
“그래. 당연히 그럴 거야. 그런 신적인 힘을 얻는 게 절대로 쉬운 일일 리가 없잖아?”
여자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 너는 해보고 싶을 거야.”
여자는 대답도 듣지 않고 말했다. 붙잡았던 팔도 어느새 놓은 채다.
“그렇잖아? 이런 엄청나게 좋은 기회에 도전을 안 해보고 싶을 리가 없잖아?”
너는 분명 그런 사람일 거다. 그러니까, 네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네가 아니면 안 된다.
“너뿐이야.”
여자는 마지막으로 그런 말을 덧붙였다. 그 부분만큼은 마치 사랑 고백처럼 들리는 말이다.
전체적인 설득하는 방법으로는 최악의 방식이지만.
정말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잘 모르는구나. 하지만 그렇기에 남자는 마음을 굳혔다. 가끔은 이런 투박한 말이 더 마음을 울리는 법이다.
“한번 해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