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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215화 (215/269)

215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끝없이 찾아오는 벨소리 (25)

이전, 태주는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전능한 사람을 이기려면 어떤 방법을 쓰면 될까?”

그리 짧은 생각은 아니다. 처음 흡혈귀와 만났을 때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했던 생각이니 꽤 오랜 기간, 또 자주 생각에 잠겼던 주제다. 언젠가 전능과 만나게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언젠가 오겠구나 하고 버티다가 만나서 결국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평범하게 불사신인 정도의 적이나, 단순히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적에 대한 정도는 그래도 답이 나왔다. 야바위만 잘 쳐도 지금 전력을 가지고 어느 정도 해볼 만하다는 견적이 나왔다. 실제로 용을 상대할 때, 그 생각들은 꽤 도움이 되었기도 했고.

하지만 상대가 전능하다면 그건 아예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사실상 무적인 상대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 같은 게 있기는 한 걸까. 태주는 눈을 찌푸렸다.

“적당히 해야지 진짜.”

무심코 본 적도 없는 전능에게 투덜거리기까지 할 정도로 답이 없는 문제다. 아무리 태주라도 전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오래 생각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질 뿐이다.

기습은 통하지 않을 거다. 위력이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전능한 존재라면 아마 원자폭탄이 터지는 한 가운데에 서 있어도 본인만은 멀쩡하지 않겠는가. 가능한 경우의 수를 떠올려 보지만, 그 모두가 막힌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고, 그럼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또다시 막힌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떠올려 본 뒤, 태주는 말했다.

“뭐가 통할 것 같다는 생각 같은 게 잘 안 드는데. 돌겠네, 진짜.”

솔직히 말하면 차라리 계속 도망치는 쪽이 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태주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 소장이 한 일이고.”

차라리 다 같이 짐 싸 들고 해외로 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애초에 소장 본인이 더 이상은 도망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결국 그렇다면 태주가 할 일은 만나는 것을 전제로 뭔가 해 볼 계획을 세우는 것뿐이다. 싸워서 이길 수 없으면 싸우지 않고 이길 방법은 없을까. 혹은, 지지 않는 방법이라던가.

없는 건 아니다. 태주는 혀를 차고는 말했다.

“이런 걸 계획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다른 건 통하지 않는다. 힘이 아무리 강해도, 아무리 이상한 주술 같은 걸 쓸 수 있어도 그렇다. 전능 앞에서는 모두 다 의미 없는 종류의 힘이다.

그러니 결론이라 할만한 건 말을 잘 하는 것 정도고, 그렇기에 태주가 가장 가능성이 있다.

태주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솔직히 곤란하다.

“전능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는 잘 모르겠네. 소장 같은 사람일지, 아니면 그냥 완전히 다른 성격의 누군가인지.”

어떤 성격인지는 몰라도, 소장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 분명 통할 거다.

태주는, 결국 그 정도 결론밖에는 내리지 못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정신적인 독을 푼다. 태주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것뿐이다.

* * *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진실만을 가지고,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든다. 태주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것 정도고, 동시에 가장 잘 하는 것 중 하나다.

“너희가 손님이 아니라면, 그래.”

태주는 대담하게 웃었다.

“나도 굳이 조심스럽게 너희들에게 말을 할 필요가 없지. 배려도 필요 없을 거고.”

“하, 이제 와서? 네가 배려 같은 걸 좀 안 한다고 뭐가 뒤집히긴 하겠어?”

마녀는 비웃었다.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는데? 선생님이 여기까지 온 건 내 예상 밖이지만, 오히려 잘 됐지. 솔직히 말하면 그래, 준비하지 않고 갑자기 찾아온 셈이 되었지만, 나쁘지는 않아.”

전능이 너희들을 찾아왔다. 그 시점에서 이미 이야기는 끝난 것 아니겠냐면서 마녀는 으스댔다.

“너희가 전능한 사람 앞에서 뭘 할 수 있는데? 입이나 나불거리는 것 말고 더 뭘 할 수 있냐고?”

마법 같은 것도, 주술이나 힘으로 어떻게 해 보려는 것도 통하지 않는다.

“이렇게 입이나 나불거릴 수 있으면 충분해.”

태주는 웃으며 말했다.

“전능한 사람 앞에서, 누나나 다른 사람들은 갑갑하겠지. 원래 할 수 있는 일들이 다 의미 없어지니까. 하지만 나한테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야. 원래 나는 말 정도밖에는 못 할 때가 많거든.”

“…뭐야? 너 그럼 평소에도 아무것도 못 하는 거 아냐?”

마녀는 한심한 눈으로 태주를 쳐다봤다.

“그럴까?”

태주는 역으로 물었다.

“내가 어떤 특별한 일을 했기 때문에 네가 들켰냐?”

마녀는 눈을 찌푸렸다.

“아냐. 난 그런 힘 같은 건 없어. 뭔가 숨겨낸 진실을 알아내는데 특화된 특별한 힘이라거나,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없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너한테는 이긴 거나 다름없지. 최소한, 저기 저 네 선생님이 없었다면 너는 졌어.”

“…그래서, 뭐? 정신승리라도 하려고? 내가 너보다 한 수 이상 밀렸다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내가 이겼어.”

“아니.”

태주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거의 다 끝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니야. 너희는 우리 소장을 못 찾았잖아?”

태주는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말했다.

“잠시 대화를 좀 할까요?”

“대화?”

전능은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우리 애랑 하는 것도 안 끝났는데, 무슨 대화?”

“아니, 어차피 두 사람이 다 들어야 할 말이니까요. 꽤 중요한 말이에요.”

태주는 날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자, 우리 소장은 당신들이 보기에는 배신자예요. 그리고 내가 보기에도 도망자는 맞죠. 배신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녀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전능 역시 그렇다.

“그리고 솔직히 말할까요? 우리 소장은 도망치는 데 지쳤어요. 아니, 사실 지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치는 걸 그만두기는 했죠.”

“하, 거짓말.”

마녀의 비아냥을 들은 태주는 역으로 물었다.

“그래? 그럼 대체 왜 도망친다는 사람이 이런 사무소 같은 걸 운영하고 있었지? 너도 우릴 그냥 평범한 동업자 정도로 생각할 정도로 이쪽은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었잖아?”

마녀는 눈을 찌푸렸다.

“우리는 도망가지 않았어. 애초에 우리 위치가 대충 어디쯤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던 것도 도망치지 않아서잖아?”

“…그건 그렇지.”

마녀는 이내 수긍했다.

“설마 이렇게 대놓고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 전지가 숨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 해서 일이 이렇게 된 거니까.”

“그래.”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전까지는 왜 도망쳤을까? 그리고 왜 이 장소를 만들고 난 뒤에는 도망치지 않았을까?”

두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작 대답은 뒤에서 듣고 있던 도깨비가 했다.

“그러게, 왜 그랬대냐?”

시아가 도깨비에게 엄한 표정을 지었다. 도깨비는 이거 또 시작이구만 하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정답은 이제는 도망칠 필요가 없어서.”

태주는 곧바로 덧붙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렇게만 말하면 아무도 납득할 수 없겠죠. 그럼 좀 더 자세히 생각해보죠, 애초에, 소장은 왜 도망쳤던 걸까요? 처음 시작은 분명 전능 당신과 같았을 텐데 말이에요.”

둘 다 같은 목적을 위해 말도 안 되는 힘을 손에 넣었지만, 하루아침에 소장이 도망치고 말았다.

“글쎄.”

전능은 조금은 쓸쓸한 눈으로 말했다.

“그냥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처음부터.”

“욕심이야 있겠죠. 소장은 제가 방금 말한 것처럼 평범한 사람이니까요.”

태주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아닐 거에요. 손익 계산이 맞지 않아요. 이미 전지한 힘을 손에 넣은 시점에서 보면 그 전까지의 고생은 감수할 만한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얻기 전 시점에서 생각해보죠.”

태주는 전능을 보며 물었다.

“전능한 힘을 얻거나, 전지한 힘을 얻는 과정은 과연 쉬웠을까요? 제 생각에, 그건 쉽지도 않고 확률도 낮은 데다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거에요. 그렇죠?”

“그래.”

전능은 즉답했다.

“솔직히 쉽지 않았지. 당시에는 죽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역시나.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건 아무리 욕심이 난다고 해도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을 거예요. 개인적인 욕심이라 쳐도 말이죠.”

심지어 그런 걸 가지고 뭔가 이뤄내지도 않았다. 뭐라도 했다면 야망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라도 하겠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그만한 고생을 해서 평생을 도망치기만 하는 결과를 얻는다면, 그게 엄청난 손해가 아니면 뭐겠어요?”

타당한 말이다. 마녀는 눈을 찌푸렸고, 전능 역시 그 말 자체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니 처음에 도망친 건 계획이 있었던 게 아니에요. 그냥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겠죠. 뭐를 감당하지 못했는지는 일단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고요. 여기까지, 제 말이 틀린 게 있나요?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나?”

짜증은 나지만, 틀린 말은 없어 보인다. 마녀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소장한테 들은 말로 변호라도 해 보려는 거야?”

“아니. 이건 순전히 내가 혼자 하는 추측이야. 말했잖아? 우리 소장한테 나는 들은 게 없다고. 뭐, 내가 어떻게든 다 알아내다 보니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소장은 지식적인 짠돌이라고.”

태주는 그렇게 평했다.

“그리고, 이제 제가 당신한테 절대로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질문을 하나 드릴 건데요.”

전능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데? 어디 한번 해 봐.”

“전지전능해진다면 과연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전 세계적인 평화나, 뭐 그런 거 말이에요.”

태주는 물었다. 과연 그것은 가능한 목표일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당연하지. 그게 목표인걸.”

전능은 뭘 그런 의문을 갖느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게 목표인 건 우리 소장도 똑같았을 거예요. 최소한 그 전지한 힘을 얻기 전까지는요. 최소한 당신들이 배신했다고 느끼기 전까지는요. 그렇죠?”

태주는 말했다.

“소장은 자신의 목표를 눈앞에 두고, 뭘 감당하지 못해서 도망쳤을까요? 도망까지 쳐야 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요? 뭐든지 아는 사람이, 옆에는 전능한 누군가까지 두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뭐가 무서워서?”

전능은 잔잔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하고자 하는 게 뭐니?”

“어쩌면 말이죠.”

태주는 전능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건 불가능하다는 말이에요. 두려워할 만한 건, 감당 못 할 만한 건 그 정도 일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겠죠.”

그 결론에 따르면 세계 평화고 뭐고, 다 불가능한 일이다. 태주의 그 결론을 들은 마녀가 큰 소리를 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전지전능하다면 그런 거잖아?”

“글쎄, 정말로 말도 안 될까?”

태주는 차가운 눈으로 마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소장은 그리 나약한 사람은 아니야. 평범한 사람이라고 내가 이야기하긴 했지만, 사실 절대 나약한 사람은 아니지.”

보통 사람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그냥 목표를 수정한다. 예를 들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 백에 구십구는 포기한다.

“그런데, 우리 소장님과 너희 선생님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지.”

그나마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확실하게 실존한다 치겠지만, 전지전능이라는 건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것을 얻기 위해 인생을 투신하는 건 누가 봐도 비합리적인 수준의 짓이다.

“그런 사람이 그저 아는 것만으로 감당할 수 없어서 도망칠 이유가 뭐가 있겠어?”

“인정할 수 없어. 그런 말은 안 믿어.”

마녀는 거의 태주의 멱살을 잡으려는 듯 앞으로 다가왔다.

“어허.”

도깨비는 한 팔로 간단히 막았다.

“이래 봬도 보디가드 비슷한 입장이라.”

잠깐의 소강상태. 전능은 물었다.

“하지만 그건 네 생각일 뿐이지?”

“글쎄요.”

태주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설득력이 없는 결론이라는 생각이 드나요?”

“난 잘 모르겠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 정도는 들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같이 들지만.”

전능은 태주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글쎄,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는데.”

“아, 혹시라도 절 건드릴 생각 같은 건 하지 마세요. 그래 봐야 소장은 찾을 수 없을 거예요. 그럴 줄 알고 다 준비를 해 놨으니까.”

태주는 그 정도는 염두에 뒀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녀는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뭐가 또 있다는 거야?”

“그래. 내가 거기 있는 게 소장이 아니라는 말은 했지만, 소장이 듣고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말은 했던가?”

태주는 웃었다.

“뭐라고?”

“말했잖아. 난 거의 거짓말은 안 한다고.”

태주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지금 이 대화, 소장은 듣고 있었어. 그리 멀지만은 않은 곳에서 말이야. 자, 봐.”

태주는 손가락을 폈다.

“셋, 둘, 하나.”

따르르르릉——!

전화가, 또 왔다.

“한번, 본인한테 들어보기로 하죠. 그렇게 말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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