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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214화 (214/269)

214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끝없이 찾아오는 벨소리 (24)

“저건 누구야?”

전능의 말을 들은 마녀는 웃던 모습 그대로 딱딱하게 굳었다.

“네? 그게 무슨….”

마녀는 당황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상황을 너무 정확하게 이해했기 때문에 그렇다.

어떤 의미로는 자신이 사용한 방법을 그대로 돌려받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게 가짜라는 말씀이세요?”

“응.”

전능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마녀는 하얗게 질려서는 말했다. 치명적인 실수다. 이쪽은 중요 인물이 노출되었고, 저쪽은 노출되지 않았다. 그래도 전능은 웃었다.

“으음, 아무래도 속아버렸나 보네. 하긴 어쩔 수 없지. 그러고 보니 너는 실물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따지고 보면 이건 내 잘못이기도 하고.”

한없이 본인에 가까운 초상화 같은 걸 만들어 보여주기는 했지만 정말로 본인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물론 실물을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설명 정도는 좀 더 자세히 해 줄 수 있었을 텐데. 전능은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이런 얼굴만 비슷한 녀석에게 속아넘어가지 않도록 할 수는 있었을 텐데 말이야.”

생긴 것을 이만큼이나 비슷하게 카피를 했다면, 오히려 얼굴을 아는 것이 정확한 판단을 방해하도록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능은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이제 와 하는 이야기지만, 진짜는 범접할 수 없는 차이가 나거든. 아니, 말로 한 적은 있겠지만 사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걸 일일이 기억하는 건 무리가 있을 테니. 그렇지?”

전능은 태주를 보고는 물었다.

“얘.”

친근하게, 마치 아이를 부르듯. 태주는 조금 당황했다.

“누구, 저요?”

“그래 너. 여기 내가 부를 사람이 너 말고 누가 있는데?”

전능은 보는 쪽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 애나, 아니면 저기 방금 내가 데려온 저 친구를 부를 리는 없잖아? 널 보면서 말을 했는데.”

어쨌든, 틀린 말은 아니다. 태주가 황당해하는 사이 전능은 스스로를 가리키며 물었다.

“너,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어?”

“무슨 생각이 들었냐고요?”

“그래.”

“…음, 글쎄요?”

태주는 턱을 짚고는 말했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잠깐만, 나 PTSD오는데.”

마녀는 손으로 머리를 짚고는 말했다.

“너도 뭐 그 미친놈처럼 굴 건 아니지? 흡혈귀처럼?”

“아니, 난 제정신이야.”

“다행이야. 네가 미친새끼가 아니라서. 갑자기 아름답다느니 말해서. 놀랐잖아.”

“갑자기 왜 욕이야?”

주종이 쌍으로 지랄이다. 태주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내가 진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뭐 아부를 하려는 걸로 이해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진짜야. 마치 사람이 아닌 것 같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분명히 눈앞에 있는 건 사람일 텐데.”

태주의 말을 들은 마녀는 처음 눈앞의 소장이 가짜라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멈춰 서며 굳었다.

“뭐?”

“그렇잖아?”

아마 마녀는 이미 익숙해져서 느끼지 못하겠지만, 분명 그렇다.

“분명히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아우라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처음 보는 입장에서 그건 말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을 만큼 당연하게 언급해야만 하는 것이다.

“저런 게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겉모습만 봐서는 전혀 들지 않는다고. 오히려 나는 이제야 좀 이해가 가기도 해.”

처음 봤지만, 처음 봤기 때문에 깨달을 수 있었다.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를 이해했을까?”

전능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흡혈귀에 대해서 말이에요.”

“흡혈귀?”

“그 흡혈귀가 왜 그렇게 신성한 무언가처럼 전능 당신을 따랐는지 알 것 같아요.”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아름다운 무언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졌고, 이전까지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힘을 자신에게도 주었다.”

태주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그야 뭐, 신성시할 만도 하겠죠. 사실은 반해 있었다… 그런 말도 가능하겠고요.”

“엥? 진짜?”

전능은 그건 정말 몰랐다는 듯 말했다.

“직접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네. 분명 그랬겠죠, 그 마음 정도는 조금 이해가 갈 정도로요.”

“…그건 선생님만 몰랐을 거예요.”

마녀는 약간은 태주에게 동의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랬던 건가….”

전능은 목을 살짝 긁적이고는 말했다.

“듣고 보니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긴 한데…. 너는 왜 말 안 해준 거야?”

“왜 말 안 해주긴요, 제가 그런 걸 어떻게 말을 해 줘요?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고자질하는 건 어린애들 수준이잖아요.”

게다가, 몇십 년 정도를 그런 상태로 살아온 흡혈귀에 대해서 자신이 새삼스럽게 지적을 하는 것 역시 이상한 일이다.

“여러모로 제가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죠. 차라리 따질 거면 우리 어머니한테 따지시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은퇴한 애한테 그런 거나 따지러 가긴 좀.”

전능은 자연스럽게 회피했다.

영 진지해지지를 못하는 모습이다. 하긴, 그런 점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괜찮고, 그 어떤 것도 자신에게 위기가 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매사에 진중하고, 진지하게 검토할 리가 없다.

결국, 진지해져야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다. 태주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뒤 말했다.

“저기, 저 여기서 계속 이런 이야기나 해야 하나요? 제가 꺼낸 이야기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나 할 때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요. 어쨌든, 저게 가짜 소장이라는 이야기를 하던 중 아니었나요?”

솔직히, 시간을 끌어서 유리해지는 점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태주의 말을 들은 마녀는 찌푸린 눈으로 태주 쪽을 쳐다봤다.

“아차, 이런 이야기 할 때가 아니었는데.”

전능은 그제야 떠오른 듯 말했다.

“어쨌든 그래. ‘마치 사람 같지 않다’라는 부분이 핵심이야.”

전능과 소장은 전혀 다르다. 성별이 다르고, 외모가 다르고, 성격은 모르겠지만 행동하는 스타일도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하나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 녀석은 솔직히, 아름답지는 않아. 뭐랄까 알 수 없는 녀석이고, 따지고 보면 조금 불길하지. 검은 옷을 너무 좋아하고, 더러운 건 아니지만 정돈도 잘 안 해서 지저분해 보이고.”

여러모로 전능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하지만, 확실해. 그 녀석도 그 녀석대로 비범한 점이 있어. 그리고 그건 보기만 하면 알 수 있고 말이야. 그건 절대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이건 얼굴이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뭔가라고.”

“그럼 이건 뭔데요? 얼굴만 똑같이 생겼다면…?”

마녀는 소장의 모습을 한 무언가를 쳐다보며 물었다. 전능 역시 그런 건 모른다. 이게 진짜가 아니라는 것만 알 뿐이다.

“그러게, 넌 뭐니?”

전능은 소장의 모습을 한 남자를 보고는 물었다. 소장의 모습을 한 남자는 웃었다.

“넌 뭐냐니, 이것 참. 다들 너무 버릇이 없는걸? 그렇지 않나?”

남자는 태주를 보며 말했다.

“게다가 아무래도 이번 일은 재미가 없어. 사람 속이는 일이라고 해서 좋다고 왔더니, 그냥 가만히 입 다물고 서 있으라는 말이나 듣고 말이야.”

“좀 참아요. 애초에 이번에는 놀러 온 게 아니잖아요? 저 도와주러 온 거면서.”

태주는 가볍게 핀잔했다. 어디까지나 진지한 타박은 아니다.

“그리고 가만히 입 다물고 서 있었다니, 대답은 알아서 잘 해 놓고 말이에요.”

“하지만 들은 말은 그랬잖냐. 대답만 하고, 그 외에 입은 열지 말라고. 내가 입을 열면 아마 바로 들켜버릴 거라고 말이다.”

“그렇죠. 성격이 워낙 티가 나서.”

태주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 최소한 보는 동안은 사람과 전혀 구분할 수 없는 건 당신 정도라서요. 뭐, 여우 같은 것도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담이 약하고 성별도 달라서.”

태주는 남자를 보면서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인 척은 어쨌든, 당신만한 게 없잖아요? 재미는 없었어도 일종의 장난이기도 하고요.”

태주의 말을 들은 남자는, 도깨비는 말했다.

“물론 이번에 나는 그냥 장난치러 온 게 아니라 너에게 받은 도움을 돌려주러 온 거니 그런 불만을 품을 입장은 아니다만. 한 입으로 두말하는 성격은 아니기도 하고.”

남자는 자연스럽게 어깨를 풀고는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돕는 건 아무래도 좀이 쑤신달까. 누구랑 힘으로 겨루거나 하는 편이 낫지. 처음에는 뭐든지 할 수 있는 것과 만날 수 있다길래 조금 기대를 했는데.”

사람 속이고, 놀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또 정정당당한 힘싸움을 좋아하는 기묘한 존재.

도깨비는 혹시 그런 힘싸움을 할 수 있지 않으려나? 하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슬쩍 눈치를 살폈다. 그런 분위기는 아니라서 곧바로 실망했지만.

“뭐, 그렇게 해서 이겨야 할 상대는 아니라서요. 애초에 그런 종류의 싸움도 아니고요. 정 그런 걸 하고 싶으면 글쎄, 나중에 월이한테 잘 부탁해 보던가요.”

도깨비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걔는 나를 별로 안 좋아하더라?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걸 아직도 모르고 있었나….”

시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으음, 당연히 모르지. 어쩔 수 없지 않나? 말해 준 적이 없는데.”

도깨비는 그렇게 말한 뒤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주변 눈치를 보니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서 그렇다.

“그나저나, 분위기가 안 좋긴 하군. 단순히 속아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도깨비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물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도깨비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입을 다물라는 게 자기가 들은 말이다.

“너 방금 나한테 거짓말 안 한다고 하지 않았어?”

마녀는 태주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니, 거의 안 한다고 그랬지.”

태주는 웃었다.

“이 정도는 괜찮잖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번에는, 속임수에는 속임수다.

“네가 한 거짓말에 비하면 약과 아니야? 어쨌든 네가 우리가 다시 도망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처럼, 우리도 네가 갑자기 달려들 수 있는 상황을 걱정했거든.”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태주는 씩 웃었다.

“그리고, 저기 네 선생님이 온 걸 보면 무의미한 걱정도 아니었던 모양이고.”

할 말은 없다. 마녀는 짜증이 난다는 듯 이를 갈았다.

“진짜, 너 기분 나빠.”

상황을 따진다면, 사실 마녀가 훨씬 낫다. 이곳에는 자신의 선생님이 있고,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별 볼 일 없는 일들뿐이다.

하지만 이기고 지고의 문제를 따지자면. 마녀는 확실히 진 기분이다. 일방적으로 흔들리기만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태주는 그런 마녀의 기분을 짐작하고는 물었다.

“글쎄. 한번 속았으면 속여줘야지. 그래서, 네 생각에 변함은 없다 이거지? 설득할 생각은 없고, 대화하러 온 건 아니다?”

“그래. 그런 시간 낭비나 할 생각은 없어. 이렇게 내가 유리해 보이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나.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야.”

태주는 말했다.

“넌 손님이었던 적도 없다. 그렇게 봐야겠네.”

“손님이었던 적도 없다?”

전능이 물었다.

“무슨 말이야?”

“글쎄요, 그건 저기 저 친구가 더 잘 알 거에요.”

태주는 조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이 쪽에게는 불청객이었다는 말이니까요.”

“흥, 누가 손님 대접이나 해 달래?”

“하, 손님이었던 적도 없다고?”

마녀는 비웃듯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손님이 아니면 뭐 어쩌게?”

“글쎄.”

태주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네 부탁은 들어줄 필요가 없다는 말이야.”

“흥, 어차피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주제에.”

마녀는 비웃듯 말했다.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우리 선생님 앞에서 말이야.”

“뭘 할 수 있냐고?”

태주는 씩 웃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건 말하는 것 정도겠지.”

“그걸 알면서 그런 헛소리를 해?”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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