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끝없이 찾아오는 벨소리 (17)
사무소의 문이 닫혔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는 건 태주의 생각이 맞았다는 말이다.
딸랑—
시아는 손가락을 튕겨 경계를 조작했다. 방울소리를 마지막으로, 사무소 안에서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소리는 사라졌다.
“저 쪽은 완전히 격리됐다.”
이제 밖에서는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다. 보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
그리고 반대로, 안 쪽에서 바깥 쪽의 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 이걸로 안쪽과 바깥 쪽은 완벽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시아는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이걸로 됐다. 흠, 내가 봐도 완벽해. 저걸 깰 수 있는 건 소장이랑, 태주 본인이 바깥으로 나오길 원할 때 정도겠지.”
자신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안과 바깥을 분리하는 것은 시아가 가장 잘 하는 일 중 하나다.
“그런데 정말 저 자리에 오빠 혼자 남아도 되는 걸까요?”
설이는 조금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시아와는 대조적인 표정이다. 설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거든요. 저게 괜찮은지 아닌지.”
확신이 없는 표정을 본 시아는 의외라는 표정이 되었다.
“뭐가 그렇게 걱정스러운 거니?”
“그냥, 여러가지 전부요?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한두가지가 걱정되는 게 아니다 보니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혼자 남는 것도 그렇고, 처음부터 이 쪽을 노리고 있었던 범인이랑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위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듣고 보니 한 두가지가 아니다. 시아는 조금 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게 궁금했다면 왜 바로 물어보지 않았지? 다 같이 있을 때 안 물어보고 말이야.”
의아한 점이 있으면 그 때 물어봤어야지 않느냐. 그런 시아의 말을 들은 설이는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랑, 시아언니는 그렇다 치고 월이까지도 괜찮겠지 하는 이야기를 하길래요.”
설이가 보기에, 이 중 가장 위험 감지를 잘 하는 사람은 바로 월이다.
혹시라도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범위에 뭔가 있다면 일단 거부반응부터 보이고 보는 게 평소의 월이 태도다.
“하지만 이번에는 걔도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다른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 월이는 표정부터 일그러진다. 다른 방법이 없다니 말리지는 않지만 진심으로 싫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괜찮아 보이는 표정이더라고요.”
거짓말을 못 하는 정도를 넘어 사실을 숨기지 못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정말 한치의 의심 없이 괜찮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기에 일단은 미심쩍더라도 넘어갔다.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랬구나. 다른 사람들은 아는데 너는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그랬던 거야.”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네가 우려하는 부분은 우리가 보기에는 위험하지 않다. 그 부분은 설명이 부족했구나. 미안하다.”
“앗, 아뇨! 그런 말을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요!”
“아니, 설명이 부족한 건 내 잘못이 맞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면 바로 물어보는 게 좋단다. 나중에 그 때 그걸 물어봤어야 했는데, 하고 생각을 하면 이미 늦은 거니까 말이다.”
잔소리는 여기까지다. 어차피 설이가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시간이 애매하니 그 부분은 생략하겠다만, 네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란다. 월이도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는 거고.”
시아는 확실하게 말했다.
“믿어도 된다. 그 부분은 신경쓰지 않아도 좋아. 애초에 다른 방법 같은 건 없었다. 어쨌든 저 방법을 생각해 낸 건 태주고, 또 그 역할에 가장 적임인 사람도 태주니 말이다.”
시아는 그렇게 말한 뒤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 표현하면 정확하지 않겠구나. 저기서 일대일로 대화를 해도 되는 건 오히려 태주 뿐이다. 누가 같이 있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리고 차라리 그 편이 안전하기도 할 거다. 시아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오히려 지금 위험한 건 우리다.”
“어라? 그런가요?”
설이는 당황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범인이랑 만나는 것보다 우리가 더 위험하다고요?”
“그래. 아니, 저 쪽이 그리 편한 자리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긴 하지만.”
시아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용이나 흡혈귀는 사람보다 아득히 강하다. 평범하게 마주치면 절대로 이길 수 없지.”
흡혈귀는 그래도 월이가 일대일로 마크가 가능했다면, 용은 그런게 성립을 안 한다.
“그건 그렇죠.”
“하지만 이번에 내가 본 그 사람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평범… 이라고요?”
설이는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다. 시아는 쓴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사람 중에서도 평범하다는 말이 아니라 종족적으로 평범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정확한 건 그 쪽도 숨겼으니 알 수 없지만 나와 비슷하다 보면 되겠지.”
분명 몸에 익힌 기술이 특별하고, 그렇기에 남들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시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아가 사람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건 아니다.
“그 여자는 용이나 흡혈귀와는 달라. 자기 혼자 맨 몸으로 와서, 모든 걸 다 박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차라리 무술가나 킬러 같은게 온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상대가 그런 사람은 아니다. 평범한 여자고, 몸싸움을 전제한다면 태주가 질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다.
“결국 그 여자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여러 준비가 없으면 별 힘을 낼 수 없다. 사실상 할 수 있는 건 즉석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마술들, 그 중에서도 사람의 정신을 흔드는 부류의 것이겠지.”
마술적, 주술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말을 잘 해서 사람을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어느 쪽도 태주에게는 통하기 어렵다. 마술적인 의미의 최면이나 세뇌 같은 것은 당연히 통하지 않으니 차라리 말을 잘 해서 사람을 설득하는 쪽이 가능성이 있지만, 글쎄. 나는 태주가 그렇게 헛소리에 끌려다니다 설득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군.”
설이는 무심코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이야 되지만, 그런 걱정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 자리는 태주가 있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어느 쪽이든 태주에게 통하게 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 될 테니.”
그렇기 때문에 그 쪽은 위험하지 않다.
“그래서 월이가 이 쪽에 있는 거다. 물론 당장 우리 옆에 있는 건 아니고 그 쪽은 먼저 가서 상황을 보고 있는 거긴 하지만.”
시아의 말을 들은 설이는 그러고 보니 이렇게 셋이서 뭔가를 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처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 그러고 보니 이 쪽이 위험하다고 말씀하셨죠?”
“그래.”
“그럼 이 쪽은 왜 위험한가요? 그 괴담과 직접 만나서? 하지만 그게 그렇게 위험한 건 아니지 않나요? 그건 그냥 규칙이잖아요?”
“지금은 그렇지.”
시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태주의 생각에 따르면, 그리고 실제로 우리가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그래. 지금 당장은 그렇게 위험한 상태로 남아있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무언가가 널리 퍼지려면 그게 아주 위험해서는 안된다.
“바이러스가 그렇듯, 이것도 그렇다. 널리 퍼트리기 전에 대상이 죽어버린다면 연쇄가 거기서 끝나버리고 만다.”
결국 이런 종류의 무언가가 해야 할 것은 피해자가 겪을 위험이 치명적이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는 처음 한 명이 널리 퍼트리지 않고 버텼기 때문에 연쇄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정말로 죽을 정도로 조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
여러모로 저 여자에게는 속터지는 결과였을 거다.
“여러모로, 상대방은 운이 없었다. 하필 처음으로 선택한 사람이 힘들어도 끝까지 버티는 소신 있는 사람이라는 점도 그렇고, 그 사람을 자극하기 위해 선택한 사람들이 우연히도 전지를 가장 경계하는 사람들인 것도 그렇지.”
결국 조급해서 이것 저것 알아보다가, 외부에서 찔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아마 그래서일 거다.
하지만 어쨌든, 그 괴담의 조정 자체는 완벽했다. 널리 퍼지기에 최적화된 이 괴담은 사람을 괴롭히는 것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겁을 조금 줄 뿐이다.
“딱히 인본주의자라서 사람을 해치지 않은 건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글쎄. 흡혈귀나 용에 비하면 훨씬 사람에게 온건한 태도일 거라는 생각은 한다. 일단은 그 쪽도 사람이니.”
그러나 상대방의 태도야 어쨌든, 이 쪽에서는 가능한 준비를 모두 해야 한다.
“하지만 만반의 준비는 해야 한다. 그 괴담을 철저하게 위험성을 통제해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반대로 그걸 언제든지 위험하게 조정할 수도 있다는 말이니.”
설이는 표정이 굳었다.
“과연 그 여자가 그걸 모를까? 그런 방법을 알지 못할까?”
정답은 아니다.
간단한 이치다. 폭탄을 위험하지 않은 방식으로 터트릴 줄 아는 사람들, 예를 들어 철거 전문가나 폭탄 해체반 같은 사람들은 그 폭탄을 가장 치명적인 장소에서 터트리는 방법도 알고 있다.
특별히 어려울 것도 없다. 위험하지 않게 조정했던 부분을 죄다 반대로만 하면 된다.
“그 조정했던 부분들 중 하나만 바꾸더라도 큰 일이 날 수 있다. 저 쪽에서는 무엇을 바꾸든 그걸 당장 폭탄으로 만들 수 있는데, 이 쪽은 무엇을 바꿀지 아예 알 수도 없지.”
시아도 태주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이다. 여자는, 꽤 전문가다. 그런 사람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시아는 너무나 잘 안다.
“만약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그 여자가 뭔가 터트릴 확률은 분명 있다. 아니, 분명 뭔가 터트리겠지.”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을 활용하지 않을 리 없다.
“그게 어떤 방법일지는 모르지만, 분명 사용할 거다. 그러니 우리가 더 위험한 셈이지. 이렇게 말하면 조금 이해가 가지 않니? 폭탄을 설치한 범인을 잡는 쪽이 더 위험할까? 아니면 폭탄을 해체하러 가는 쪽이 더 위험할까?”
“…직접 폭탄 앞에 가는 쪽이 더 위험하겠네요.”
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시간 제한도 있는 거죠?”
“그래. 물론 시간 제한이라 해도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만.”
시아는 눈을 찌푸렸다.
“문제는 결국 두 종류겠지. 하나는,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태주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여자를 붙잡아두는가.”
폭탄의 스위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또 다른 폭탄이 언제 우리를 발견하는가. 확실한 건, 전능하다는 그 양반이 우리를 눈치채면 상황 종료라는 말이다. 우리 소장에게 비밀을 만드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전능한 누군가에게 일단 발각이 되고 나면 상황을 뒤집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할테니.”
그러니 말 그대로 시간 문제다. 언제까지가 제한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다.
“아마 분명히 이 근처에 있을 거다.”
“…무섭네요. 언제 들킬 지 모른다는 게.”
“소장도 괜히 도망다닌 건 아니라는 말이지. 하지만 그건 지금 고민해도 별 답은 없는 문제다.”
시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했다. 화산이 언제 터질 지 모른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어쨌든, 이제 슬슬 정말로 만나봐야겠구나. 이번 문제의 핵심은 아직 만난 적도 없는 손님에게 달렸으니.”
시아는 곧바로 정정했다.
“아니, 손님이 아니었군. 이 곳에 찾아온 적이 단 한번도 없었으니.”
“그렇죠. 직접 온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요.”
“그런가, 그럼 이번에는 우리가 손님이 되는 셈이로구나.”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낯선 경험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