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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200화 (200/269)

200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끝없이 찾아오는 벨소리 (10)

실종이 아니라는 건 다행이지만, 갑자기 이런 말을 들어봐야 당황스럽기만 할 뿐이다. 태주는 눈을 찌푸리고는 물었다.

“뭐가 X됐다는거야?”

“이걸 어떻게 설명한담? 에잇! 말 못해. 지금 이대로는.”

월이는 눈을 찌푸린 채 말했다. 월이가 호들갑을 떠는 일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진심으로 당황한 표정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큰 소리를 내는 건 꽤 드문 일이다.

아무리 평소에 바보같다고 놀리기는 해도 월이가 아예 앞뒤 설명을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이상함을 느낀 태주는 잠깐 고개를 갸웃한 뒤 다시 물었다.

“말 할 수 없다고?”

“그래!”

월이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마음이 급한 듯 보인다.

말도 못 하고, 큰 목소리만 낼 정도라.

“뭔가 잘못된 모양인데.”

어떤 사건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다는 건 생각보다 큰 문제다.

차라리 실종을 당했다 쳐도, 그에 대해 말은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 관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어떤 의미로는 본인이 실종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일에 관련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 태주는 일이 복잡하게 얽혔음을 깨달았다.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어? 아무리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해도 아예 이야기를 모르면 진행이 안 되는데.”

태주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그 하지만 그 설명이…!”

월이는 난처한 듯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그리고는 잠시 태주를 빤히 바라보다가는 뭔가 생각난 듯 눈을 반짝였다.

“너, 잠깐 나 좀 따라와 봐.”

월이는 멱살을 잡듯 태주를 끌고 갔다.

“너한테만 할 이야기가 있어.”

* * *

“나한테만 해야 할 말이라.”

태주는 잠자코 끌려온 뒤, 방 안에 두 사람만 있는 걸 확인하고는 말했다.

상황에 따라 꽤 로맨틱한 말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리고 상대가 상대다 보니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월이는 태주의 미지근한 표정을 보고는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는지 곧바로 눈을 찌푸렸다.

“야!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느낌이 이상한데. 뭔가 기분이 나빠.”

태주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동물적인 감각 주제에 꽤 정확하다. 태주는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둘러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고? 이번 일이 분명 꽤 복잡한 일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

태주의 말을 들은 월이는 깜짝 놀라서는 말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거야?”

태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내가 소장도 아니고. 그냥 전혀 짐작도 안 가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참, 너 혹시 지금이 몇 시인지 알아?”

“몰라? 열 시인가?”

월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정도 아니야?”

“아니. 열두 시 다 돼가. 아니, 이젠 넘었으려나?”

태주의 말을 들은 월이는 헉 하는 소리를 냈다.

“나 그렇게 늦었어? 진짜!?”

“그래. 핸드폰이 없는 채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나 보네. 어쨌든, 평소에 전화를 잘 받던 사람이 전화도 안 받고, 그렇게 늦을 만한 일도 아닌데 늦으면 무슨 일이 생긴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거 아냐. 당연히.”

아차, 이 말은 해야겠네. 태주는 덧붙였다.

“참고로 설이는 네가 어디서 실종이라도 된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을 정도야. 그러니까, 나중에 직접 이야기 좀 해줘.”

월이는 엥? 하는 표정을 지은 뒤 물었다.

“뭐? 실종? 거기까지 생각했단 말이야?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가 실종될 리 없잖아?”

“나도 그럴 확률이 낮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더라고.”

태주는 월이를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학교에 늑대인간이 다니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는 이야기, 너도 알지?”

월이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는 반박할 말이 없는지 혀를 한번 찼다.

“야, 또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할 말이 없어지잖아.”

월이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태주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사실이지. 네가 자신감이 있다는 건 알고 그럴 만큼 대단한 건 맞는데, 그래도 늘 그 이상으로 이상한 일은 일어나. 용만 해도 그랬잖아?”

절대라는 건 없는 법이다. 월이는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뾰족 내밀었다.

“어쨌든, 네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실종되는 건 있을 수 있는 이야기야. 그러니 다들 걱정했다고. 연락도 안 되고 들어오는 것도 늦으니까 말이야.”

설이가 가장 심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이라고 걱정을 안 했던 건 아니다.

“신경을 못 쓰는 상황이었다는 건 어느 정도 알겠지만, 다음에는 그런 부분도 신경을 좀 써. 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야.”

“…그래. 걱정시킨 건 좀 미안하긴 하네.”

하지만 여전히 조금 억울하기는 한 듯 월이는 말했다.

“으으, 그래도 나도 이렇게 늦을 줄은 몰랐달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월이는 눈을 찡그렸다.

“그걸 말하려고 나를 여기로 데려온 거 야냐?”

“맞아, 맞는데 그래도 뭔가 나부터 잘 이해를 못 하고 있는 상태라서.”

월이는 일이 분 정도 더 끙끙대고는 입을 열었다.

“그게 아무래도 말이야, 전화가 옮는 것 같더라고.”

전화가 전염이 된다. 쉽게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귀가 의심되는 단어의 조합이다. 태주는 그게 무슨 뜻인지 해석하려다 그냥 관뒀다.

“전화가 전염이 된다는 게 무슨 말이야? 좀 더 자세히 말해봐.”

“몰라? 지금은 나도 이것밖에는 모르겠더라.”

월이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확실한 건 그 전화가 나한테도 오기 시작했다는 거야. 보영이도 그렇고.”

“좀 자세히 말해봐.”

태주는 눈을 찡그리고는 말했다.

“처음부터.”

* * *

인터폰이 끊기는 데까지, 월이는 무난하게 이야기를 전했다.

“거기까지는 별 일 없었단 말이지.”

태주의 정리를 들은 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주는 계속 말해 보라는 의미로 물었다.

“그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을 불렀어.”

“다른 사람?”

“응, 우리가 모니터링할 수 있고, 시키는 대로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하지만 그 채연이는 처음 보는 사람.”

혹시나 해서 그냥 해 본 시도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게 되더라. 왜 됐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처음에 이야기를 꺼낸 보영조차 진짜로 되니 순간 당황한 기색이었다. 곧바로 재미있다는 미소가 되기는 했지만.

“대체 그런 사람이 어디서 났대?”

태주는 눈을 찌푸렸다.

“게다가 굳이 뭐하러?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사실은 그대로 돌아와도 괜찮지 않았던 거 아니냐 하는 태주의 물음에, 월이는 멋쩍은 표정을 짓고 말했다.

“사실 나도 원래는 거기까지만 하고 돌아오면 어떨까 했는데 말이야…. 근데 걔한테는 그게 자존심이 상하는 종류의 문제였나 봐.”

이대로 물러나면 자기 자신은 아무 도움도 안 된 거나 다름없다는 뭐 그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월이는 말했다.

“게다가 아까도 말했지? 마침 이런 일에 써먹기 좋은 사람이 하나 있다고 말이야. 방법이 있는데 시도조차 안 하는 건 용납이 안 되는 것 같더라고. 그게 없었다면 걔도 깔끔하게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게 대체 누구길래.”

태주의 질문에 월이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아, 넌 본 적 없겠구나. 뭐, 있어 그런 사람. 지금은 그냥 평범한 사람 하나 있어.”

거기 불러서 오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태주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일단은 잠자코 설명을 들었다. 설명이 흐름을 탔으니 굳이 방해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그 사람이 와서 어떻게 됐는데? 이야기를 들어 줘?”

“어. 그게 될까 싶었는데, 되더라.”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실제로 들어 줬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던 듯 월이는 허탈하게 웃었다.

“지금 당신이 겪는 일 관련해서 할 말이 있다니까 아예 더 묻지도 않고 바로 문 열어주던데. 웃기지 않아? 같은 학교 학생 둘은 돌려보내고, 처음 보는 남자는 집에 들어와도 된다고 하고.”

월이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우리가 안 나쁜 사람이니까 망정이지.”

월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확실히 그렇다. 거기까지 가면 그건 이상한 수준의 일이다.

“어쨌든, 그 사람이 그렇게 들어가고 나서는 아바타 소개팅하듯이 이야기를 했어. 귀에 무선 이어폰 하나 껴 놓고. 무슨 말인지 알지?”

“꽤 재미있는 방식이네. 그런데 그거 자연스럽게 보이긴 어려울 텐데.”

양쪽 모두가 익숙하지 않으면 써먹기 어려운 방법이다.

“근데 꽤 잘 하더라고. 하긴 그 정도 자신이 있으니까 불러서 그런 걸 했겠지만. 꽤 합이 맞는 콤비던데. 어차피 알아내려 했던 것도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기도 했고.”

“그건 그렇지.”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태주는 난이도가 아주 높은 무언가를 알아오라고 하지는 않았다.

“질문 몇개에, 가능하다면 옛날 사진 하나. 이 중 가장 어려울 게 옛날 사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 맞다. 그 사진 구할 수 있을 거야. 중학교 동기라나 뭐라나.”

“중요한 걸 그렇게 지나가듯 말하냐?”

어쨌든, 나쁠 건 없다. 태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더 알아낸 건?”

“꽤 있어. 집 안에서 밖을, 그리고 밖에서 안을 보기 힘들게 해 놓은 상태라는 거나, 그리고 지금 집에 혼자 산다는 거… 배달도 안 시키는 것 같고 편의점만 왔다 갔다 한 것 같다는, 뭐 그런 거?”

“꽤 잘 조사했네.”

“걔네 이런 거 꽤 잘하더라. 정말로, 커서 뭐가 되려고….”

생각하면 또 놀랍다. 월이는 질린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쨌든, 그 밖에는 불안함이 강한 상태인 것 같아. 아예 모르는 사람 만나는 건 또 괜찮은 거 보면 또 헷갈리긴 하는데 어쨌든 그런 상태인 것 같긴 하다던데.”

“걔가 자신이 있을 이유가 있었구나.”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그리고 무슨 말을 했는지. 그리고 지금 상태가 어떤지도 알 수 있었다. 여러모로 소득이 있었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태주는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

“아직도 네가 왜 전화를 안 받았는지 모르겠어, 오히려 잘 풀렸다고 자랑하면서 와야 할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중간까지는 문제가 없었어.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

왜 사람을 피하고, 밖에 나가기는 하면서 학교는 안 가느냐.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채연은 머뭇거리다가는 말했다.

“그 네가 말했던 그 사람 있잖아. 그 사람한테 자신이 아는 사람한테 이 사실을 전하면, 같은 일을 겪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더라고.”

“같은 일을 겪는다?”

태주의 질문에 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니까 바깥에 나가지 말고, 오직 혼자서 집 안에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 그러면 괜찮을 거라고. 전화로도 연결되면 안된다고, 아니 오히려 전화는 더 안 될 거라고 들었다고 하던데.”

“그런 거였나.”

태주는 이제야 조금 왜 아는 사람을 극도로 피하는지 알 것 같았다.

모르는 사람에게 친근한 게 아니다. 누구라도 좋으니 매달리고 싶은 건데 아는 사람에게는 매달려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거다.

“그 부분을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

“그건 거기서 더 제대로 못 들었어.”

월이도 이유를 자세히는 모른다. 너무 이상한 말이기도 했고, 그 직후 이상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야기를 반쯤 흘려듣고 있었기도 하고. 좀 이상한 말 같아서.”

문제는, 그 말이 사실이었다는 거다.

“그런데, 그 자리를 끝내니까 전화가 오기 시작하더라고.”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믿지 않았다. 두 사람 다 뭐 그런 이야기가 다 있느냐고 멀리서 수군거리는 정도였다.

“나한테, 그리고 보영이 걔한테 이상한 전화가 오기 시작했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태주는 눈을 찌푸리고는 물었다.

“혹시 받아 봤어?”

“아니. 혹시 몰라서 걍 차단했는데. 근데 안 통하더라고.”

전화가 계속 온다. 두 사람의 핸드폰으로 끊임없이 전화가 온다. 태주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서 옮는다고 표현한 건가. 전화도 그래서 꺼놓은 거고?”

월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그냥 부쉈어. 꺼도 지 혼자 켜지더라고. 어쨌든, 그럴 수밖에 없었어. 다른 방법은 생각이 안 나던데.”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었냐면서 월이는 자화자찬했다.

“보영 씨는 어떻게 했어?”

“야, 보영 씨라고 하니까 좀 징그럽다. 그냥 보영이라고 해… 어쨌든 걔는 전화를 받았어. 그리고 일이 이상해진 것 같아서 적당히 하던 질문만 마치고 자리는 끝냈고.”

여러모로, 일이 이상하게 풀렸다. 잠시 몇 가지 확인을 좀 하다가 늦고 말았다고, 월이는 말했다.

“이상한 일이야. 아는 사람에게는 연락하면 안되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도움을 요청해도 되고. 어길 경우 전염이 되고, 그러기 싫으면 이상한 짓을 해야 하고….”

월이는 팔짱을 끼고는 중얼거렸다. 태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규칙이라. 이해할 수 없는 규칙들이 있고, 어기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또 언뜻 보기에 모순된 결과물처럼 보인다….”

태주는 이제야 알았다.

“내가 착각했네.”

이건 레트로한 괴담 같은 게 아니다.

“전화 괴담이 아니야. 이건 굉장히 현대적인 괴담이었어.”

“현대적?”

월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런 의미가 없기도 하고,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도 하다. 규칙괴담. 태주는 눈을 찡그렸다.

“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방식의 괴담이니까. 이건. 빨간 전화 박스에 대한 언급이 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 공항에는 빨간 전화 부스가 없습니다. 만약 빨간 전화 부스를 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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