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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198화 (198/269)

198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끝없이 찾아오는 벨소리 (8)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그래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문이나 좀 열어, 나 알지?’라고?”

월이는 작은 목소리로 보영의 목소리를 따라 하며 투덜거렸다. 잠시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이던 보영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아는 사이는 맞잖아. 그렇지?”

“거야 그렇겠지.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것도 그렇게는 안 하겠다. 못 봐주겠다는 듯 앞으로 나서니까 갑자기 인터폰이 끊어지는 게 무슨 상황이야?”

결국 아파트에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두 사람은 티격태격했다.

“자신 있다는 것처럼 나서 놓고….”

월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엄청 자신 있게 말하길래 문이 열릴 줄 알았는데, 그냥 차단 비슷한 걸 당할 줄은 몰랐다. 이쯤 되면 당황스럽다 못해 웃긴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영도 할 말이 있다.

“야, 그래도 이건 진짜 내 탓 아니잖아. 저쪽에서 아예 말도 안 듣고 인터폰을 끊을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보영은 정말로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내가 막 쟤랑 원수진 사이고 그래서 뭔가 잘못된 거면 차라리 깔끔하게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이건 그런 상황이 아니잖아?”

애초에 말도 제대로 붙여보지 못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기회를 받지 못했으니 뭘 잘못 했다는 평가를 듣는 건 아무래도 조금 억울하다.

보영은 푸념하듯 말했다.

“쟤는 대체 왜 나를 피한 거야? 나를 원망하거나 무서워하거나 그럴 이유 같은 건 없을 텐데.”

“하지만 결국 그 비슷한 거 아냐? 널 보자마자 껐다는 건 너를 피했다는 말이잖아.”

월이는 별 생각 없이 말했다.

보영은 눈을 찌푸렸다. 문제는 그 별 생각 없는 말이 정말로 그래 보인다는 점에 있다. 누가 봐도 그렇다.

말하는 도중, 보영이 나타난 뒤 상대편에서 헉, 하는 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수신이 끊어졌다.

혹시 놀라서 잘못 누른 건가 싶어 두어 번 더 호출 버튼을 눌러봤지만, 이후에는 아예 인터폰을 받지도 않고 몇 초 만에 다시 끊어질 뿐이다.

명백한 거절. 보영은 눈을 잔뜩 찌푸렸다.

“짜증 나네, 이거. 이해가 안 가. 애초에 왜 저러는 거지?”

월이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왜 저러냐니? 갑자기 무슨 말이야? 너를 피하니까 그런 거 아냐?”

“나를 피하는 게 이상하다는 게 아니야. 나를 피하는 건, 뭐 그래. 그것도 이해는 잘 안 가지만 그럴 수 있으니까. 그냥 내가 조금 마음에 안 들거나, 아니면 정말로 지금은 나와 마주치는 게 곤란한 어떤 이유가 있을 수는 있을 거야. 그런 게 뭐가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가 있는 게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다.

“거절의 방식이 문제야.”

아무리 지금 당장 문을 열어주는 것이 내키지 않는 일이라고 해도, 이런식으로 거절하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다.

“이건 무슨 보험 팔러 온 사람이나 사이비 종교단체를 대하는 것 같은 사람의 태도잖아?”

가장 좋게 표현해도, 인사하는 것을 잊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싸가지가 없는 거다.

최소한 반의 동급생에게 대해도 되는 태도가 아니다. 전화로 따지면 차단이나 다름없는 방식이다.

“거절이 문제가 아니라 거절하는 방법이 문제다, 그 말인 거지?”

“그래. 그러니까 오히려 이러면 안 좋다는 말이야. 너는 몰라도 나는 다신 볼 일 없는 사람이 아니니까. 진짜 이래서야 네가 한 말대로 아는 사람만도 못해.”

“하긴, 같은 반이라고 했던가?”

월이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애초에 중학교 때도 같은 학교였어. 꽤 오래 본 사람인 셈이야. 그걸 이렇게 끊어버리는 건 이상해.”

지금까지 여러 번 봐 왔고, 앞으로도 봐야 한다. 굳이 사이가 이렇게 나빠질 위험을 감수하고 이럴 필요는 없다.

“내가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원래 그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이야기라도 하겠지만, 이번엔 그런 것도 아니고. 진짜, 모르겠네. 이번에 뭔가 마가 낀 게 분명해. 평소에 이렇게 안 풀려본 적이 없는데. 대체 오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그럴 이유가 생각이 안 나는데!”

세상이 날 음해한다! 같은 소리를 하는 보영을 잠시 짠눈으로 바라보던 월이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에휴, 벨이나 한 번 더 눌러볼까?”

아쉬우니 한 번 더. 그런 마음으로 월이는 말했다. 하지만 보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굳이 그러지 마. 안 받을 걸 알면서도 계속 초인종을 누르면 그냥 괴롭힘 정도밖에는 안 되잖아?”

맞는 말이다. 월이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말했다.

“그래도 그것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는데. 어떻게든 이야기는 좀 해봐야 하는 상황인 거잖아? 몇 가지 질문을 대신 좀 해보고 와달라는 게 걔 부탁이었으니까 말이야.”

이대로 돌아가면 방문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힘을 써서 해결되는 문제라면 편할 텐데. 월이는 그런 생각을 하고는 끙 하고 앓는 소리를 조금 냈다.

“으음, 대체 왜 너는 그래도 괜찮았고 나는 안 되는 걸까. 모르는 사람은 괜찮은데 아는 사람은 안 괜찮을 상황이 뭐가 있지?”

보영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월이라고 답이 나올 리는 없다.

“내가 어떻게 알아.”

보영은 대답은 바라지도 않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쨌든 이대로는 답이 없겠어. 불법 침입이라도 하면 모를까.”

보영은 월이를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시선을 느낀 월이는 뭘 보냐는 표정을 짓다 깜짝 놀라서는 말했다.

“야! 너 설마 강제로 들어갈 생각이야?”

깜짝 놀란 월이가 물었지만, 보영은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한 말투로 되물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불법이잖아, 그거. 내가 할 말은 아닐지 몰라도 하루 정도 너를 쫓은 거랑은 비교도 할 수 없는 큰일이라고 그거.”

보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근데 왠지 너,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 경험 없어?”

“없어.”

월이는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보영은 피식 웃고는 말했다.

“거짓말 같은데. 어차피 그럴 수 없으니 상관은 없는 이야기지만.”

어쨌든, 이대로는 더 진행이 불가능하다. 보영은 눈을 찌푸렸다.

“뭐, 좋아. 일단은 물러나자.”

“물러나자고?”

“당장 다른 방법이 없으면 이대로 물러나야지 어쩌겠어?”

보영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월이는 영 신뢰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그냥 물러날 거라는 말을 믿으라고?”

“대화가 불가능하니까. 뭔가 더 대화할 수 있었다면 알 수 있는 것도 있었을 테니 포기하지 않았겠지만, 애초에 말을 안 듣는 건 벽이나 돌에다 대고 얘기하는 거랑 다를 게 없잖아.”

그건 어떻게 해 볼 여지가 없는 그냥 완벽하게 무의미한 짓이다. 보영은 눈을 찌푸린 채 말했다.

“쟤가 너 일하는 데는 방문해서 뭘 부탁하고 그랬다며?”

“그랬다지? 나도 잘은 모르지만.”

애초에 그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월이는 어깨를 한번 으쓱한 채 말했다.

“그게 힌트일 거야. 왜 낯선 사람은 괜찮은데 아는 사람은 안 괜찮은 걸까? 그것만 알아도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풀릴 거란 말이지.”

하지만 대화를 할 수 없는 이상 알 수 있는 건 겨우 거기까지가 한계다. 보영은 작게 투덜거렸다.

딱히 대답을 바라는 종류의 말은 아니었기에 월이는 그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말았다.

“뭐, 대화를 한다 쳐도 별로 쉬웠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럴 거야. 어렵겠지. 그러니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사실은, 할 만큼 했다고 말해도 될 거야. 될 거기는 한데 말이야.”

보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말했다.

“그래도 그냥 물러나진 않을 거야. 그건 안 될 말이지.”

“뭐가 안돼?”

갑작스러운 보영의 말을 들은 월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보영은 조금은 사악해 보이기까지 하는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이대로 돌아가는 건 자존심이 좀 상한단 말이야.”

보영의 말을 들은 월이는 직감했다. 아, 이 녀석 이대로 끝낼 생각이 절대 없구나.

“그럼 뭐 어떻게 하려고? 이야기는 불가능할 거라며?”

“‘나는’ 그렇겠지.”

모르는 사람은 아직 대화를 받아 준다면, 원하는 대로 해 줄 모르는 사람을 하나 구해 오면 된다.

“내가 부르면 무조건 올 사람이 하나 있거든. 너도 알지?”

보영은 그렇게 말한 뒤 전화기를 꺼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유를 좀 들어 봐야겠어.”

* * *

“그런가.”

태주의 말을 들은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너대로 이상한 점을 캐치했다는 말이구나.”

“그렇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조금 이상하잖아요?”

태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화 괴담이라는 건 근본이 잘 모르는 것과 연결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에요. 다른 게 아니란 말이죠. 하지만 그 사람은 전혀 무서워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낯선 것과 만난다는 행동 자체를 그렇게 어려워할 거라는 생각이 안 들죠.”

사람도, 공간도, 심지어 앞으로 해야 할 이야기나 행동 자체도 낯설 것이다. 그런데도 그 학생은 거의 자연체인 상태로 있었다. 할 수 있었을 리 없는 경험을 했다는 그 한 가지 경우에는 확실히 당황했지만, 그건 누가 겪어도 당황할 일일 테니 일단 예외로 봐야 한다.

“그게 그 자체로 이상한 건 아니에요. 가끔씩 낯선 것과 만나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우연히 지하철 옆자리에서 만난 사람과 친해져서 결혼식에 초대받는 일도 세상에 없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낯선 사람에게 거부감이 없는 것과 가까운 사람보다 낯선 사람에게 더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건 조금 다른 문제죠.”

이상한 일이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많아요. 왜 이쪽에 사람 찾는 걸 부탁했을까요?”

“음?”

시아는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괴담 이야기라서 그런 게 아닌가?”

“아니죠. ‘사람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어요. 지금 겪고 있는 일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요.”

그렇다면 이쪽에 부탁할 일이 아니다. 모르는 장소의 모르는 사람들보다, 차라리 아는 사람과 함께 노력하는 편이 낫다.

“주변에 그런 도움이 될 사람이 없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고요.”

태주는 보영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단순히 사람 찾기라면 저보다 더 잘 할 것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어요. 그런데도 이곳으로 왔죠.”

왜 굳이 이곳으로 왔는가. 그게 조금 이상한 일이라고 태주는 말했다.

“그게 이상해서 아예 그 보영이라는 친구를 그쪽으로 보낸 거였나.”

“네, 그렇죠.”

적당한 구실을 붙여서 두 사람이 만나도록 했다.

“몇 가지 가설이야 있지만… 두 사람이 만나고 난 뒤 반응을 생각하면 대충 결정이 될 것 같아요. 그중에 어떤 게 맞는 건지 말이에요. 그건 그렇고,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인데 누나는 뭐가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시아는 눈을 찌푸렸다. 그걸 본 태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아니, 하나는 포함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애매해서 말이다. 하긴, 급한 게 아니니 둘 다 말해도 괜찮겠지.”

시아는 의자 뒤로 몸을 쭉 기대면서 말했다.

“들은 내용은 별 것 없었다.”

“별 것 없었다고요?”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웠지.”

시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설명을 잘 못 하는 사람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설명하려 하니 난이도가 끔찍하더구나.”

시아의 말을 들은 태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하, 맞다. 그분 이야기 정리를 끔찍하게 못 했죠?”

평범하게 횡설수설하는 정도가 아니다. 태주도 그대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중간에 끊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할 정도였다.

“뭐랄까, 본인도 잘 모르는 사건을 설명할 줄 모르는 사람이 하는 걸 듣고 있자니 머리가 좀 아팠지.”

오히려 이해를 방해하는 것 아닌가 싶은 수준이다.

“고생 좀 하셨네요. 근데 이게 이상한 이유인가요?”

태주는 허탈하게 웃었다.

“아니. 그건 두 번째 이유와 연결된다. 내가 이번 일을 이상하게 여긴 첫 번째 이유는 손님이 찾는 사람이 사용한 방법이 굉장히 구식이라는 거였어.”

“구식이요?”

“그래. 그 사용한 의식의 절차는 그 동네에서도 아주 오래된 방식인 것 같아. 나도 이야기만 듣고는 몰랐고 따로 찾아봐야 알 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아주 오래된 방식. 심지어 문헌에도 잘 남아 있지 않은 이야기로 보인다.

“일종의 구전으로 전해지는 방식 같은데, 그렇다면 대대로 이어진 방식이겠지.”

“구식 방법이 이상한가요? 오히려 이런 낡은 괴담에는 더 잘 맞을 것도 같은데.”

태주의 의문에 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거랑은 좀 다른 문제야. 그런 방식은 익히는 게 어렵다. 그걸 우리와 나이가 크게 다를 것도 없는 사람이 사용한 방식이 그랬다는 게 신기한 점이지. 열 살짜리 꼬마애가 홍동백서 같은 거나 외우고 있다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겠니? 물론 그건 근본 없는 방식이긴 하다만.”

“아, 그런 문제인가요.”

비유가 재미있다. 태주는 작게 웃었다.

“어쨌든, 설명은 이상하게 못 하는데, 그 과정 자체는 정확하게 설명했다. 그 부분에 대한 손님의 설명만 가지고 무슨 방법인지 어렴풋하게는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왜 이상하다는지 알겠네요.”

설명을 더럽게 못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여러 번 물어봐도 틀림이 없다.

“그 부분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던 건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만.”

시아의 말을 들은 태주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뭐, 그것도 월이가 돌아와 봐야 알 수 있겠네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려나.”

태주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 오늘 안에는 올 테니 그 틈에 소장님 좀 만나보고 와야겠네요.”

“소장을?”

“네.”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볼 게 하나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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