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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196화 (196/269)

196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끝없이 찾아오는 벨소리 (6)

“그럼 갔다 올게.”

월이는 자리에서 일어난 채 말했다. 태주는 거의 반쯤 남은 자몽 음료 두 잔을 한쪽으로 밀고는 말했다.

“그래, 다녀와. 혹시라도 뭔가 잘못될 거 같으면 굳이 숨기지는 말고.”

“네가 그런 말 안 해도 알아서 할거거든?”

월이는 흥 하고 고개를 돌린 뒤 걸어갔다. 월이가 보이지 않게 된 뒤, 설이는 살짝 웃었다.

“왜?”

“뭔가, 걱정하는 것 치고는 그냥 삐진 것처럼 보여서요.”

“쟤가 좀 그렇긴 하지. 이상한 구석에서 별로 안 솔직하다고 해야 하나.”

어떤 부분은 정말 놀랄 만큼 솔직하게 구는데, 또 어떤 부분은 절대로 직접 표현하지 않는다. 기준이 뭘까. 태주는 가끔 궁금했다.

“뭐, 저쪽은 알아서 잘 하겠지. 아마 큰 문제는 안 생길 거야.”

“그렇겠죠?”

설이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멈췄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전화 괴담에 대해서 조금 궁금한 게 있는데요. 지금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전화 괴담? 안 될 거 없지. 뭐가 궁금한데? 전화에 관련된 괴담들에 대한 내용?”

“아뇨, 그런 건 이미 검색해서 봤어요. 저도 핸드폰이 있으니까요. 그게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알겠어요.”

전화로 전화에 대한 괴담을 검색한다. 꽤 재미있는 일 아닌가. 태주는 그런 생각을 하고는 잠깐 미소지었다.

“그럼 뭐가 궁금한 건데?”

“크게 두 가지인데요. 전화 괴담은 뭐가 무서웠던 건가요? 그리고 왜 지금은 없는 건가요?”

설이는 눈을 찌푸린 채 물었다.

“조금 알아봤는데, 저는 잘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애초부터 왜 그런 걸 무서워했던 건지, 그리고 전화는 지금도 있는데 왜 벌써 없어진 건지 말이에요.”

차라리 다른 것들이라면 이해가 간다.

“만약에, 뭐 굴뚝이나 아궁이에 대한 괴담이나 숲에 대한 괴담이 없어진다면 이해가 가요. 지금은 거의 없어졌으니까요. 하지만 전화는 아직 멀쩡하게 있잖아요? 오히려 더 많아졌죠. 그런데 왜 없어지는 거예요?”

“그런 질문이구나. 꽤 괜찮은 질문이야.”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설이라면 충분히 가질법한 의문이다.

“아마 그 당시 사람들의 공포는 너한테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성일 거야. 그리고 사실은 월이도 너보다는 좀 이해하기 쉽겠지만 여전히 무서워하지는 않겠지. 직접 겪어봤다고 하기엔 좀 애매한 세대라.”

결국은 이것도 시대의 변화 때문인 셈이다. 태주는 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내가 전화 괴담이 왜 무서웠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야. 아마 그렇겠지.”

기껏해야 위아래로 한 서너 살 정도? 덧붙인 태주의 말을 들은 설이는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나도 알아. 좀 거창하게 들리지. 하지만, 이 표현이 가장 적당해.”

전화가 모든 집에 있었고, 공중전화가 아직 거리에 널려있던 시대를 살아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전화에 대한 괴담이 왜 무서운지를 이해하려면 전화를 두려워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를 알아야 해. 그럼 자연스럽게 왜 사라졌는지도 알 수 있게 되겠지.”

태주는 일단 한가지 전제를 말했다.

“사람은 전화를 두려워해.”

“…이걸요?”

설이는 납득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 되었지만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두려워한 적이 있다고 해야겠네.”

“이게 어디가 무서운데요? 그냥 핸드폰이잖아요?”

태주의 정정에도 불구하고 설이는 영 납득이 안 가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핸드폰 그 자체를 무서워한다는 말이 아니야. 통화를 무서워한다는 말이지.”

자세히 이야기를 좀 해야 하나. 생각해 보면 정작 이 이야기는 제대로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태주는 먼저 공포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기로 결정했다.

“공포는 어디에서 나올까? 공포는 상상에서 나와. 그걸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공포의 기본 원리야.”

그 상상은 꽤 현실적인 판단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헛된 상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아마 진화심리학자들이라면 ‘공포를 자주 느껴서 있을지 없을지 모를 위협에 대비한 쪽이, 공포를 느끼지 않아서 대비를 하지 않은 쪽보다 오래 살아남았기 때문에, 사람은 공포를 느끼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다’는 둥 이야기를 하겠지만 말이야.”

파고들기 꽤 흥미로운 주제라 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지금 중요한 건 자신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상상이 바로 공포라는 점이다.

“그렇게 하면 무엇이 주로 공포를 자극하는지 알 수 있게 돼. 단순히 아프고 괴로운 것, 혹은 낯선 것이 바로 공포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아.”

전자는 확실하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고 후자는 그럴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쪽은 보통 후자다.

“그래서 많은 무서운 이야기는 익숙한 것이 낯설게 보이는 상황에서 시작해. 예를 들어 늘 걷던 저녁의 골목길의 가로등이 어느날 갑자기 꺼진다거나, 혹은 내가 버린 인형이 갑자기 내가 처음 찾아간 친구의 집에서 발견되거나.”

둘다 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이다.

“시험을 망친 아이가 시험 성적을 숨기는 이유는, 둘 모두로 해석할 수 있겠지. 실제로 부모님께 혼이 나기 때문일 것이고, 평소와 다른 낯선 부모님과 만나게 될 것이 두려워서 그런 걸지도 몰라.”

그리고, 이 낯선 것이 공포를 일으키는 주된 요소라는 것을 알아야만 전화가 왜 무서운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전화가 무섭다는 건 그런 의미야. 전화는 낯선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도구거든.”

비록 직접 만나는 건 아니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와 성격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할 가능성이 있다. 전화에 대한 공포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자, 한가지 질문.”

“어어? 네? 갑자기요?”

설이는 당황한 듯 말했다. 하지만, 정말로 간단한 질문이다.

“별 건 아니고. 네 주변에 전화 거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어? 배달을 전화로 시키지 못하는 사람이라거나.”

분명 주변에 한 사람은 있을 거다. 핸드폰이 보급된 이후 세대에서는 꽤 흔한 증상이기 때문이다. 설이는 떨떠름한 표정이긴 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어요.”

“그래. 그 사람들이 전화를 거는 걸 두려워하는 이유는 낯선 사람과 연결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야. 처음 보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모르니까 무서운 거지.”

물론 상대방이 그저 물건을 하나 더 팔고 싶어 하는 점원이나 사장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 순간부터는 이상한 상상을 하지 않게 된다. 처음 전화를 하는 곳이라도 익숙하게 여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이건 어떻게든 낯선 사람과 만나는 경험을 많이 하다 보면, 그리고 전화를 여러 번 걸다 보면 알아서 고쳐져. 특별히 나쁜 경험을 많이 한 게 아닌 이상 말이야.”

태주의 설명을 들은 설이는 아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게 옛날에는 달랐지.”

태주는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자, 네가 들고 있는 그 핸드폰이 제대로 보급된 게 언제부터일까?”

설이는 응? 하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이거요?”

“물어보긴 했지만 사실 넌 잘 모를 거야. 왜냐하면 너는 이걸 보급하는 과정이 끝난 뒤에 갑자기 나타났으니까.”

사실 설이가 바깥 문물을 제대로 쓰기 시작한 지는 이제 반년이 좀 넘은 정도다. 이게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휴대전화가 대중화된 지는 얼마 안 됐어. 그래 봐야 한 이십 년 정도 됐으려나. 게다가 십 년 전만 해도 아직 초등학생들에게 휴대폰은 이르다는 여론이 꽤 남아있었을 정도니까. 아닌가? 십오 년쯤 전의 일이려나? 뭐 하여튼 십에서 십오 년 사이일 거야. 초등학생들도 다들 자기 핸드폰을 가지기 시작한 건.”

태주 역시 자기 핸드폰을 가지게 된 건 중학생이 되고 난 이후부터였다.

“심지어 그건 지금 같은 스마트폰도 아니었지. 가운데 이상한 버튼 누르면 긴급히 종료를 눌러야 하는 그런 쓰레기같은 핸드폰이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안 됐네요?”

설이는 조금 놀랍다는 듯 말했다.

“그래. 하지만, 그 전에는 전화가 없었을까? 나 초등학생 때는 뭐 편지라도 전했게?”

설이는 아마 본 적도 없을 거다.

“당연히 아니야. 그때는 집전화라는 게 있었어.”

“저도 그 정도는 알거든요?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고요!”

설이는 자기를 무슨 바보처럼 보냐는 듯 화를 냈다. 하지만 모를 수밖에 없다.

“그래. 하지만 써본 적은 없잖아? 그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를 거고. 그게 얼마나 다른 건지는 듣지 않으면 모르겠지.”

집전화와 휴대전화의 결정적인 차별점은 두 가지다.

“전화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집전화는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듯이 가정에 하나씩 있는 거였어. 개인의 물건이 아니라.”

그렇기에 그 시절의 전화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사람과 연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도 친구 부모님을 한번 거쳐서 전화를 전달해야 하던 시절이다.

“내가 전화를 걸면, 상대방은 내가 누군지 몰라. 번호가 보이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내가 누구고, 누구를 찾으며, 어떤 용건인지를 처음에 밝히는 것이 전화 예절이었지.”

전화를 받으면서도 그게 어디서 온 것인지는 그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반대로 건 쪽도 자신이 맞게 눌렀는지 확인하려면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당시 전화는 그런 물건이라는 말이야. 나도 교환원이 있었던 시절의 전화까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그렇기에 지금의 전화와 결정적인 차이점이 생긴다.

“그래서 당시에는 전화를 받는 게 무서울 수 있는 일이었어. 정말로 누구인지 모를 사람과 연결이 될 수 있었거든. 물론 익숙해지면 다들 잘만 했지만, 그래도 처음 한 번은 다들 긴장하기 마련이었지.”

전화를 잘 못 받는 어린아이가 뭔가 잘못된 건 아니다. 그냥 상상력이 좋았을 뿐이다. 낯선 사람과의 연결은 상상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꺼려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전화에 익숙하지 않을수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전화 괴담은 그래서 있을 수 있었던 거야. 나에게 전화를 거는 게 만약 이상한 무언가라면? 혹시 내가 전화를 받는 것으로 괴상한 상대와 연결이 되어버린다면? 옛날에는 지금만큼 전화를 차단하거나 추적하기도 쉽지 않았고.”

그렇게 되면 전화에 대한 공포가 조금은 이해가 갈 거다. 하지만 설이는 여전히 조금 어렵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알 것 같아요. 저도 맨 처음 전화를 할 때는 조금 긴장했던 것도 같고요. 하지만 집전화가 없어졌다는 게 괴담이 사라질 이유가 되나요? 모르는 사람한테 전화가 올 수 있는 건 지금도 같잖아요?”

“이유가 되지.”

태주는 단언했다.

“지금은 낯선 전화를 안 받아도 되잖아? 옛날에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선택이 없었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받아야만 했던 거야. 이렇게 말하면 엄청 이상한 일 같지만 그때는 당연한 일이었지.”

나에게는 별 일이 없을지라도 부모님에게는 필요한 전화였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쩌면 자식이나 형제의 친구일 수도 있다. 그러니 받아야만 하고 그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화가 오는 순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전화를 받는 건 의무에 가까운 행동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전하지 않아도 괜찮아. 모두가 개인의 전화를 가진 시대니까.”

핸드폰이 개인의 것이 되고, 번호가 표기되는 것만으로도 전화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게 되었다.

모르는 번호에서 연락이 온다면 받지 않을 수 있다. 차단도 가능하다. 심지어는 메신저 앱 등을 활용하여 거의 전화를 하지 않고 지낼 수도 있다.

“전화를 거는 건 어쨌든 안 하면 그만이야.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는 것도 끊으면 그만이지. 심지어 발신번호 제한으로 계속 연락이 오는 것도 경찰이나 통신사에 요청하면 못 알아낼 리가 없고. 이래저래 갑작스럽게 오는 전화가 더 이상은 무섭지 않은 시대가 된 거야. 받는 것보다 거는 쪽이 더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릴 정도니까.”

그러니 낯선 전화가 오는 괴담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와서는 별로 무서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손님의 방문은 조금 특이했다. 태주가 보기에는 그렇다.

“사실, 그래서 조금 이상하기도 해. 전화에 대한 괴담이 나오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어. 이걸 굳이 표현하면 레트로 괴담이 될 텐데.”

공중전화까지 나오니 그런 느낌은 더하다.

“괴담과 레트로라니. 이게 붙을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단어야. 어색하기도 하고, 부자연스러워. 이런 게 어떻게 만들어졌지?”

갑자기 이런 게 튀어나와도 곤란하기만 할 뿐이다. 태주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하여튼,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어. 어쨌든, 슬슬 돌아갈까? 누나도 이제 이야기는 끝났을 테니.”

“어, 벌써요? 어디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설이는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 태주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말했다.

“응. 원래는 그래도 공항을 한 번 가볼까 했는데, 안 가봐도 될 거 같아.”

태주는 그렇게 말한 뒤 지금은 없는 월이 자리를 보며 말했다.

“내가 직접 갈 필요도 없어. 그냥 그 보영이라는 애가 보여주는 사진만 보면 될 것 같아.”

태주는 잠깐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말했다.

“사진이 안 오면 뭐, 그것도 상관 없고. 그것도 정보로는 충분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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