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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193화 (193/269)

193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끝없이 찾아오는 벨소리 (3)

태주는 말했다.

“공항 내에 그런 빨간색 전화부스는, 정말 확실하게 없어요.”

“어어….”

채연의 경험은 그러니 불가능한 것이다. 손님은 그대로 굳었다. 설명을 좀 더 자세히 하는 것도 잊은 채 그대로 굳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저 굳은 게 아니다. 엄청나게 충격을 받은 듯 손을 덜덜 떨고 있다.

당연하기는 하다. 자신이 본 것이, 그리고 전화를 받기까지 한 것이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라면 그야 그렇게 굳어버릴 만도 하다.

손님은 두려움, 당혹함. 그런 기색이 역력히 보이는 말투로 더듬거렸다.

“어어, 그게… 없다고요? 그럴 리가….”

“하지만 그건 없는 물건이에요. 최근에 다시 무슨 행사 같은 거라도 열었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면요.”

당연히 그런 행사 같은 게 있었을 리는 없다. 그런 이상한 행사를 하면 어떤 홍보라도 분명 했을 것이다.

태주는 잠시 눈을 찌푸렸다. 방금 전까지는 그래도 꽤 당차게 이야기를 하던 손님은 마음이 크게 흔들린 듯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말하던 중간에 이 사실을 그냥 말해버린 건 실수였던 걸까. 태주는 약간 반성하고는 말했다.

“일단 계속 말해 주시겠어요? 그다음 이야기를 말이에요.”

“말이요?”

충격이 회복되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말해야 한다.

“네. 있을 리 없는 공중전화를 한 번 받은 건 분명히 특이하고 놀랍고, 무섭기까지 한 일일 수는 있겠지만 그건 지금 아신 거잖아요? 이전까지는 문제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던 부분이고요.”

“어어, 네.”

“그럼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신 부분은 따로 있을 거예요.”

“그렇, 네… 그렇죠.”

아직도 조금은 떨리는 눈이다. 하지만 손님은 곧 진정하고는 말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요. 어쨌든 그때는 전화에 내용은 없었고, 저도 그래서 당시엔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어요. 말씀하신 대로요. 그저, 이런 일도 다 있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으로 받아들였을 뿐이고요.”

그러나, 전화는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그 뒤로는, 음 전화가 계속 와요. 집 전화, 핸드폰 전화 구분 없이 말이에요. 내용도 특별한 내용이 있는 건 아니에요.”

“내용이 없다고요?”

태주의 질문을 들은 손님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아니, 정확히는 있기는 하겠지만 제가 알아듣지는 못하니까요. 그냥 당시에 들었던 거랑 비슷하게 들리는 말을 들어요. 그것도 계속이요.”

작은 목소리로 들리는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는 외국어. 그러니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도 잘 알 수 없었다. 채연의 입장에서 그건 내용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중간에 끊는다면요? 혹시 해보셨나요?”

“끊는 건… 사실 한 번 해보긴 했는데, 그때는 끊기자마자 다시 전화가 왔어요.”

의외다. 안 해봤을 줄 알았는데. 태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일방적으로 말하고 끊고, 상대방이 듣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듯 전화가 온다… 일단 대답을 듣거나, 뭔가를 알려주려는 목적은 아니라는 말이겠네요. 그저 들려주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보여요.”

태주는 잠시 생각하다가는 말했다.

“어렵네요. 전화의 내용은 그렇다 치고, 빈도는 어떻게 되나요?”

“빈도요?”

“네. 하루에 한 번? 아니면 더 자주 오나요?”

“으음, 그때그때 달라요. 하루에 한 번 정도, 하지만 매일 한 번쯤은 오는 것 같아요. 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요.”

다만, 어디에 있더라도 어떻게든 전화가 온다.

“제가 핸드폰을 놓더라도, 집 전화를 끊어놓더라도 그래요. 결국은 어떻게 해도 연락이 오더라고요.”

“하지만, 계속해서 온다는 말씀이시죠?”

“네. 그래서 학교도 안 가고 집에만 있었어요.”

“집에만요?”

태주는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다가는, 곧 납득했다. 이어지는 설명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잖아요? 절 프랑스에서 도와줬던 그 사람도 안전한 곳에 있으라고 하기도 했던 데다, 전화가 올 때마다 그 전화를 바로 받지 않으면 주변 모든 전화기가 이상한 현상에 말려드는데 제가 어떻게 밖에 나가겠어요?”

이전에는 그래도 공중전화였지만, 다른 사람의 핸드폰에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면 정말 곤란한 일이다.

“그래서 집 안에만 있었어요. 오늘까지는요.”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판단 자체는 그래도 정확하다. 개인적으로도, 공익적으로도 그렇다.

“하긴, 어설프게 용감한 것보다는 집에만 있는 편이 낫죠. 잘 하셨어요.”

하지만, 어디에 있어도 계속 오는 전화라. 태주는 눈을 잠시 찌푸리고는 말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네요.”

단순히 어려운 이야기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이야기가 되기에 불필요한 구석과 이상한 점이 너무 많다.

“전화의 내용은 아시나요?”

“아뇨, 전혀 몰라요.”

“어렵네요. 그거라도 알면 실마리가 보일 것 같은데.”

태주의 말을 들은 손님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무슨 내용인지가 말인가요?”

“전화를 해서까지 말을 전한다면 그야 꽤 중요한 메세지일 테니까요.”

태주는 거기까지 말한 뒤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는 말했다.

“일단 알 수 있는 게 없지는 않았어요. 이번 일의 문제를 짚어보자면 몇 가지 있기는 해요.”

“몇 가지요? 실마리가 없는 거 아니었어요?”

의외라는 듯 돌아오는 질문이다. 태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예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건 아니에요, 거기서 더 나아갈 수 없었을 뿐이죠. 지금 알 수 있는 의문이라면, 하나는 처음에 손님의 머리속에서 들린 목소리와 전화의 목소리의 정체는 정말로 같은가? 가 되겠네요.”

“당연히 같은 거 아닌가요?”

의아한 목소리지만, 사실 마냥 그렇기만 한 건 아니다. 태주는 고개를 살짝 젓고는 말했다.

“네. 손님 말대로 일단 같아 보이기는 해요. 왜냐하면 전화의 내용, 그러니까 손님이 처음에 머릿속으로 들은 내용을 다른 사람들은 모르니까요.”

그러니, 처음의 메세지와 전화의 내용을 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면 그게 더 곤란하다.

“정신을 읽는 괴물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 안 돼요. 물론, 그쪽이 더 곤란하기도 하고요.”

본인 말에 따르면 어쨌든 같은 내용의 말이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쉽게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전화 부스에 대한 이야기는 확실히 마음에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지만요.”

“전화 부스….”

갈라지는 목소리다. 손님은 그 이야기만 하면 소름이 돋는지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일단 공중전화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미뤄둘까요? 아무래도 그것까지 끼워서 이야기하면 너무 어려운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요.”

아직 거기는 손댈 영역이 아니다. 태주는 물었다.

“손님도 동의하시죠?”

“앗, 네!”

“하던 이야기를 이어 하자면, 처음 가졌던 의문의 결론은 일단은 같은 목소리라 생각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라는 말이 되겠네요.”

하지만 태주의 표정은 여전히 그리 내키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만약 같은 대상이 당신에게 전화인지 대화인지를 걸고 있다면 이야기가 말은 되지만 그 정체를 파악하는 것은 솔직히 훨씬 어려워져요. 사실상 당장은 알 수 있는 것이 없게 되어버리는 셈이니까요.”

대체 무엇이, 머릿속으로 직접 말을 거는가. 그리고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말을 걸 수 없게 되었다가는 다시 전화로 말을 거는가.

“의도를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행동이에요. 심지어 머리속으로 말을 거는 것 외에는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않고요”

의도를 떼더라도 어렵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가.

“제가 알기로는 딱히 없어요. 텔레파시를 거는 존재의 이야기 정도는, 뭐 대충 알죠. 하지만 그런 것이 국제전화를 건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반대도 마찬가지다. 전화로 자신의 메세지를 전하는 괴담의 종류도 생각보다는 꽤 있지만, 애초에 전화로 이야기를 전한다는 데서 알 수 있듯 텔레파시를 쓸 수 없다.

“심지어 성실하기까지 해요.”

원래라면 할 수 없을 것을 전화로 걸어서 말을 건다.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어떻게든 전한다.

“돈 주고 시키는 게 아니고서야 이러기는 쉽지 않은데 말이에요.”

성실한 데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태주의 말을 들은 손님은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그러니 누가 하는 건지는 그래서 알 수 없어요. 이대로는요. 그럼, 남는 건 내용이죠.”

태주가 ‘성실하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꾸준히 하는 전화다.

“보통, 전화를 거는 괴담의 경우는 원한을 뿜어내는 용도거나, 혹은 그 때문에 발생하는 저주에 대한 예고의 형태에 가까워요.”

“전화 괴담이요?”

질문을 들은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만화나, 아니면 그냥 그런 이야기 같은 곳에서 흔하게 나오는 이야기 말이죠. 그런 전화 괴담 같은 것들은 말이에요.”

이제는 무섭지도 않은, 그냥 낡았을 뿐인 괴담이다.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인형을 버리고 이사를 갔더니, 혹은 그냥 버리고 왔더니 정체를 모를 전화가 어디선가 걸려오고,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나 어디에 있어’하는 말이 조금 더 가까이에 오다가 마지막에는 ‘네 등 뒤에 있어’하고 끝나는 그런 괴담 말이에요. 보통 인형의 이름은 메리던가요? 뭐, 이름이야 아무렴 어때요. 중요한 건 전화 괴담은 이렇게 명확한 메세지가 있다는 점이에요.”

태주는 그렇게 말한 뒤 다시 한번 눈치를 살폈다. 특별한 반응은 없다. 역시, 마음에 걸리는 일은 없는 모양이다.

“어쨌든, 별로 상관은 없는 이야기 같네요. 애초에 그런 종류의 괴담이라면 이미 손님 등 뒤에 있을 테니까요. 아, 지금 보실 필요는 없는데.”

손님이 으스스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걸 본 태주는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뭐에요, 놀랐잖아요.”

불만스러운 태도다. 태주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어어, 음 죄송합니다. 그렇게 바로 쳐다보실 줄은 몰라서… 어쨌든, 지금은 그것도 곤란한 상황이죠. 왜냐하면, 그 메세지가 잘 모르는 나라 말로 오고 있다고 하셨으니까요.”

사실상 이대로는 아무것도 진행할 수가 없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 도와주신 분에 대한 연락도 이대로는 불가능한 상태일 게 분명하고요.”

태주의 이야기를 납득한 모양인지 손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녹음이 필요할까요?”

채연은 그렇게 말하고 난 뒤, 잠시 눈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그런데 제 핸드폰은 녹음 기능이 없어요. 어떻게 하죠?”

“아, 기종이 그런가요? 뭐, 그럼 잠시 다른 핸드폰을 쓰면 되겠죠. 어떻게 해서든 전화는 온다면서요?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의 핸드폰에 전화가 오든,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전화가 오든 하겠죠. 그냥 손님의 전화를 꺼 두시면 되겠네요.”

그런 방법이 있나. 하는 표정이 된 손님은 다시 한번 오오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도 못 한 방법이네요. 일부러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오게 해서 녹음을 하다니.”

“뭐, 이런 일 좀 하다 보면 꼼수가 늘더라고요.”

괴담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태주는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다음 문제인데요.”

“아직도 문제가 있었나요?”

“당연하죠. 아직 손님이 처음에 부탁하신 데까지는 가지도 않았잖아요?”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찾고 싶다. 그게 처음 부탁이었다.

태주는 그렇게 말한 뒤,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다음 문제는, 대체 손님을 도와줬다는 분은 대체 왜 손님을 도와준 걸까요?”

“이유가 짚이는 건 별로 없는데요. 그냥 선의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랬을 수도 있죠. 하지만 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자신에게 연락하라는 말이 저는 잘 이해가 안 가요.”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의도 자체를 모르겠다.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그냥 방치한 것처럼도 보이거든요.”

“설마요!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었어요!”

부정하는 듯한 목소리지만, 태주는 고개를 저었다.

“친절한 것과 사람의 의도는 별개의 문제에요. 만약 그분이 별로 좋지 않은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면, 처음부터 손님에게 이상한 텔레파시를 건 거라는 가정까지도 가능한걸요.”

“엑.”

손님은 정말로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생각은 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네! 당연히요! 굳이 저한테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음, 뭐 예시니까요. 정말로 그렇다는 건 아니고.”

재빠른 반박에 태주는 한 발짝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의견을 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대의 의도를 모른다는 건 그만큼 위험하다는 말이에요. 정말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잘 모르는 사람 속이는 건 일도 아니거든요.”

“그건… 그래도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요.”

여전히 부정하는 목소리다. 태주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뒤 말했다.

“오늘 이미 전화가 왔었나요?”

“아, 네. 오늘 분량의 전화… 이런 표현이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화는 이미 왔어요.”

“그래요? 그럼 오늘은 또 안 오겠네요.”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옆에 저 여자분께 당시 상황에 대해서만 자세히 전해 주시고 돌아가시면 될 것 같아요.”

태주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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