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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192화 (192/269)

192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끝없이 찾아오는 벨소리 (2)

“채연 씨? 사람을 찾는다고 하셨죠?”

태주는 이름을 밝힌 손님을 보고는 물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손님은 태주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람을 찾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사람을 찾는 건가요? 그것도 이런 시간에, 학교도 빠지고 오셔서는 말이에요.”

사람을 찾는다는 건 보통 이렇게 학교를 빠지고 해야 할 일은 아니다.

긴급하게 가족이 실종된 경우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봐도 눈앞의 손님의 태도는 그리 다급해 보이지는 않는다.

처음 보는 장소에 와서 조금 주저하고, 망설이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정도가 다다.

평범하게 활기찬 사람. 태주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요청이라. 태주는 말했다.

“찾으시는 분이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죠?”

“네, 그렇죠.”

태주는 따듯한 커피를 한 잔 넘겼다.

“앗, 감사합니다.”

“어떤 사람인가요?”

태주는 대뜸 물었다.

그래도 다른 경우라면 그래도 대충 짐작이 가는 사례들이 있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맞는다. 경험이 이래저래 쌓여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을 찾는 경우는 아무리 그래도 처음이다.

“어떤 사람이라.”

입술을 삐죽거리던 손님은 잠시 침묵하다가는 말했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잘 몰라요?”

의외의 말을 들은 태주는 눈썹을 조금 찡그렸다.

“네. 그게, 해외여행 갔다가 우연히 만났던 사람이거든요. 거기서 제가 좀 이상한 일을 겪었거든요. 자세히 설명드리려면 조금 길어지겠지만, 길게 설명해도 사실 제가 찾으려는 분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자기 스스로도 설명하기에 영 어려웠던 모양인지 눈을 꽤 찡그린 채다. 태주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은 잠자코 들었다.

“어쨌든 그때 저를 도와줬다는 것 말고는 사실 잘 몰라요. 제가 돌아가고 나서도 잘 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하긴 했는데 말이에요.”

주의 깊게 들었음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설명이 너무나 부족하다.

“질문을 바꿔야겠네요.”

가끔씩 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경우, 스스로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올바른 상황전달을 유도해야 한다.

“왜 찾으시는 건가요? 그 도움을 주신 분을 말이에요. 감사를 전하려는 건가요? 아니면 뭔가 다른 도움이 또 필요하거나?”

“으음, 둘 다예요.”

손님은 조금 주저하다가는 말했다.

“이상한 일이 또 생긴다면 본인에게 연락을 달라고 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들어도 여전히 알기 어렵다. 태주는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냐는 듯 시아를 쳐다봤고, 시아는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좌우로 저었을 뿐이다.

“음, 정리를 좀 해볼게요.”

태주는 말했다. 일단, 지금 가장 납득이 가는 전개라면 이런 내용이 될 것이다.

“일단, ‘이상한 일’이 생기신 거죠? 지금 말이에요.”

“네.”

“그 ‘이상한 일’은 해외에서 있었던 일의 연장선인 걸로 보이고요.”

“어어, 그렇죠?”

“그런데 해외에서 같은 일을 겪었을 때, 손님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 일은 해결이 되었거나, 최소한 당시에는 해결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 거예요. 여기까지는 맞죠?”

“네, 정확하네요.”

손님은 오오 하는 표정이 되어 태주를 쳐다봤다.

“그런데, 그때 도움을 받았던 당시에 손님은 다시 한번 ‘이상한 일’이 생기면 연락을 달라는 말을 기억하고 계셨던 거에요. 그래서 그 도와줬던 사람을 찾으려고 하시는 거고요.”

“와, 어떻게 아세요?”

감탄하는 말투다. 태주는 이게 칭찬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을 조금 한 뒤 말했다.

“어떻게 안 게 아니고 그냥 말씀하신 거 정리만 좀 한 거예요.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태주는 손님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왜 꼭 연락을 하시려는 건가요?

조금 이상한 점이다.

“사실, 아직 무슨 문제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꼭 그분과 연락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찾아오신 곳이 여기, 사무소라면 더 그렇죠.”

이곳은 괴담과 엮인 사람들을 도와주는 곳이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 중,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가끔씩 이곳을 찾아오려고 찾아온 것이 아니라 착각한 사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 정확히 알고 왔다면 그걸 모를 리는 없다.

“그냥, 직접 저희한테 이러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으니 해결해 달라고 말씀하시는 편이 더 나아요. 높은 확률로요.”

그런데도 이번 손님은 다른 요청을 했다. 태주는 다시 물었다.

“혹시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그분과 연락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바로 해결이 될 수 있는 종류의 문제인가요?”

“으음, 아니요. 하지만 그래도 전 그 사람을 찾아야 해요.”

“대체 왜요?”

그런데도 왜 사람을 찾고 있는가. 태주는 그게 의문이었다.

“문제가 뭐길래요? 그걸 모르면 이야기가 되지 않아요.”

무슨 일을 겪었는가. 결국 그걸 제대로 듣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문제…. 말하자면 길긴 한데요.”

손님은 커피를 한번 후루룩 마시고는 말했다.

“전부 이야기해야 할까요?”

“네. 가능한 길게 설명해 주세요. 놓치는 것이 생기는 것보다는 그편이 훨씬 나을 것 같으니까요.”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처음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해외를 좀 다녀왔어요. 돌아온 지는 한, 일주일 정도 됐을까요?”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외라 하면 어디인가요?”

“아아, 프랑스요.”

“프랑스요?”

유럽 쪽이라. 아무래도 잘 모르는 분야다. 그리고 잘 모른다면, 짐작해서는 안 된다. 태주는 조금 더 주의 깊게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네, 그 에펠탑이 있는 프랑스요. 그리고 그곳에 있을 때 이상한 소리를 조금 들었어요. 귀로 듣는 게 아니라 머리로 듣는 것 같은… 아마 텔레파시라고 하는 게 실존한다면 분명히 그런 느낌일 것 같더라고요?”

“흐음.”

뒤에서 듣던 시아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이쪽 일에서는 흔하다면 흔한 증상이지만, 해외에서 그런 일을 겪었다는 이야기는 조금 드물다.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영어랑 한국어 말고는 못 하거든요. 확실한 건 그 두 가지 언어가 아니었다는 것뿐이에요. 아마 그 나라 말인 것 같기는 한데….”

“프랑스어가 아니었나요?”

“으음, 죄송하지만 제가 프랑스어를 잘 몰라서요. 그리고 거기 나라들이 아무래도, 말투가 저는 구분이 안 간다고 해야 하나… 아마 프랑스어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제가 비슷한 억양의 다른 나라 말을 착각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현지 말인지, 그렇지 않은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는 말을 들은 태주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대뜸 모르는 나라 말을 들려주면 알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그 문제는 생각보다 금방 해결이 됐어요.”

“누군가, 손님을 도와줬을 테니까요.”

태주의 말을 들은 손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랄까, 이걸 어째야 하나, 한국에 돌아가면 병원을 가봐야 하나 하는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누가 말을 걸더라고요. 그것도 영어로 말이에요.”

그 사람은 그때 분명 이상한 소리를 듣지 않았느냐고, 귀가 아닌 머리로 듣는 것 같은 소리를 듣고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 그런 질문을 했어요. 여자분이었는데, 정말 대뜸 질문을 하더라고요.”

이상한 일이다. 자신이 그런 ‘소리’를 듣고 있는 걸 어떻게 알고 있을까. 당시 채연은 그런 의문을 가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사실이기는 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 여자분이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최근에 이 근처에서 의식을 치렀는데, 그러던 도중에 뭐 하나를 놓쳐버리고 말았다고요. 그리고, 그게 아마도 당신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요. 내 실수니 내가 돕겠다. 뭐 그렇게 말했어요. 물론 솔직히, 처음에는 저도 그게 좀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당시에도 채연은 그렇게 느꼈다면서 손님은 눈을 찌푸렸다.

“이상한 제사 같은 걸 강요하거나, 사이비 종교 같은 거라고도 생각했어요. 사실, 좀 그렇게 보이잖아요?”

만약 그때 채연이 정말로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내쫓았을 것이다.

“문제는, 제가 정말로 그런 소리를 듣고 있었다는 거죠. 그 전에는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사실이었는데 말이에요.”

심지어 처음에 그 사람과 만난 건 채연 쪽이 찾아간 것도 아니다. 그 여자는 말 그대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그저 찾아와 도와주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건 좀, 신기한 일이었어요. 그렇죠?”

태주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일단, 네. 계속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래서 저는 그 여자분을 쫓아내지 않았어요. 뭐 별 수 있나요? 사이비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 말이에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시간을 내달라 했다고 한다.

“뭘 하던가요?”

손님은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면서 제 몸을 깃털같이 생긴 걸로 쓸었어요. 채 오 분 정도나 걸렸을까요?”

꽤 짧은 시간이다. 태주는 의외라는 듯 질문했다.

“그게 다였나요?”

“으음, 하지만 정말로 이게 다였어요. 아, 혹시 이게 무슨 방법인지 알고 계신가요?”

신기하다. 태주는 시아 쪽을 힐끗 봤다. 하지만, 시아 역시 잘 모르는 방법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글쎄요. 저희도 처음 듣는 방법이네요. 어쨌든, 그러고 나서는 괜찮아졌나요?”

“네. 그렇더라고요.”

손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당부를 받았어요. 만약 비슷한 소리가 들려온다면 최대한 안전한 곳에 있어라, 그리고 자신에게 꼭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나도 위험하다고요.”

경고를 들을 당시는 좀 으스스했지만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는 그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실제로 돌아오는 날까지 그런 이상한 소리는 단 한 번도 듣지 못했어요. 돌아오기 전날이랑 비행기 탈 때쯤에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으니까요.”

“당시에는 정말로 괜찮았다는 말씀이시군요.”

물론 그게 다라면 손님이 이 곳에 찾아왔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다음부터가 문제겠네요.”

태주의 말대로다. 이상한 일이 다시 시작하게 된 건,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부터라고 손님은 말했다.

“네. 공항에서 조금 일이 있었거든요. 사실은, 여기서부터가 정말로 이상한 이야기인데요.”

공항에서 내려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러 갔다. 그리고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빨간색의 공중전화 부스에 전화가 오고 있었다.

“공중전화요?”

“네, 전화를 받았어요. 그것도 공중전화를요. 사실 처음으로 공중전화를 써 본 건데요.”

태주는 다시 한번 되물었다.

“공중전화를 받았다고요? 공항 정류장 쪽에서요?”

“신기하죠? 저도 나중에 찾아보니까 공중전화에는 전화를 받는 기능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뇨,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태주는 일단 잠시 말을 멈췄다.

“혹시 그 공중전화가 어떻게 생겼는지 묘사해 주실 수 있나요?”

“그, 왜요?”

“조금 신경이 쓰여서요. 옛날 모습의 전화가 맞나요? 금속 몸체에, 검은 플라스틱 수화기고 동전을 넣는 게 위쪽에 있는 그런 공중전화기 말이에요. 카드 같은 걸 집어넣는 부분이 있다거나요.”

태주의 질문을 들은 손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네 대충 그런 모습이었어요. 빨간색 부스 안에 들어있더라고요.”

처음 보는 것이지만 확실하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데서 보던 그런 공중전화기였어요.”

“그런가요.”

태주는 쯧, 하고 혀를 찼다.

“왜, 왜그러시죠?”

“이렇게 말하면 손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모르겠지만요.”

태주는 눈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손님이 오셨다고 말씀하시는 그 공항에는 그런 빨간 부스의 공중전화기가 없어요.”

“네?”

“그런 공중전화 부스는 없다고요. 정확히는, 그런 옛날 방식의 공중전화기가 있기는 있어요. 하지만 손님이 말한 것처럼 공항 바깥쪽에 버스 정류장 가는 길에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핸드폰이 없거나 분실한 사람들을 위한 무료 전화대의 형태로 공항 내에 있을 뿐이죠.”

그런 옛날 모델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공항에서 버스로 이어지는 정류장 쪽에는 없다.

“어어.”

손님은 잠시 입을 뻐끔거렸다.

“그, 그럼 제가 본 건 뭐죠?”

태주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말했다.

“글쎄요, 일단 그게 공중전화는 아닐 거라는 건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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