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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186화 (186/269)

186화.

괴담 전문 사무소 : 오래된 용 (16)

아래쪽에서는 싸움이 한창이다. 이 쪽은 비교적 안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마냥 그렇기만 한 건 아니다.

원래는 그저 통로였던, 그러나 이제는 한쪽이 뻥 뚫린 방처럼 되어버린 곳에서 승현은 밑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정말로 밤이 되다니.”

위쪽에서도 아래쪽에서도 처음 보는 일들만 일어나고 있다. 마치 마법이라도 본 것 같다고, 승현은 그런 생각을 했다.

“놀랍네요.”

지금까지 이만큼이나 이상한 일들을 경험했으니 앞으로는 그리 놀랄 일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도 이번 일은 놀랍다.

상상으로만 해 본 일이 일어나는 수준이 아니라, 상상조차 해 본 적 없었던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너무 앞으로 나가지는 마세요! 아마 그걸로 눈치채기는 어렵겠지만, 상대가 상대라서요!”

설이는 조심스럽게 경고했다. 자신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상대가 너무나 규격 외의 존재일 뿐이다.

“조심해야 해요!”

“그래야죠.”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더 앞으로 갈 생각은 없다.

승현은 잠시 밑에 뒀던 시선을 돌리고는 물었다.

“우리가 할 일은, 지켜보는 것뿐인가요?”

“지금은요. 지켜보면서, 타이밍을 재야죠? 각자 역할이 있는 거잖아요!”

맞는 말이다. 타이밍을 재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유심히 살피다 보면 잡생각이 조금 들고 만다.

“참, 이런 걸 어떻게….”

승현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설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신기하죠? 저도 말로만 들었지 진짜 하는 건 처음 봐요! 나중에는 저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하던데요.”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낸 것이 뒤에 있는 저 여자인가. 승현은 뒤에 있는 시아의 얼굴을 힐끗 살폈다.

눈을 감은 채, 바깥의 목소리도 듣지 못한 채 시아는 오로지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제가 이런 건 잘 모르지만, 이거 엄청 어려운 일인 거 같은데요.”

“어렵죠. 당연히요!”

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낮과 밤을 바꾼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은 아무리 시아라도 고작 하루의 준비로 이런 게 가능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딱 두 가지뿐이다. 첫째로, 이 극장이 나름대로 익숙한 장소라는 점, 그리고 지금은 그런 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전에 만들어 뒀던 경계가 있었던 덕분에 시아는 이 주술을 실행은 할 수 있었다.

원래 불가능할 일을 억지로라도 하고 있다. 그러니 단 한순간이라도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수 없다. 만약 대량의 당분과 카페인, 그리고 타우린이 없었더라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실상 일종의 도핑인 셈이다. 마약 수준은 아니지만, 미래의 에너지를 엄청나게 끌어다 쓴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일이 끝나면 쓰러지듯 잠드는 건 거의 확정이다.

승현은 고요히 눈을 감고 있는 시아를 쳐다보다가는 다시 밑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쪽도 저쪽도 말도 안 되는 사람뿐이네요.”

여기 있는 이 사람이 하는 일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방법이 있다면 납득이 간다.

반대로 저기 아래에서 파편이 튀지 않게 조심하고 있는 저 태주라는 사람이 한 일은 하나씩 놓고 보면 어떻게 했는지는 알 것 같지만 어떻게 저런 일들을 모두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

저 사람은 대체 어디까지 계산과 준비를 마쳤던 걸까.

물론 말로 하면 간단하다. 상대를 방심시키고, 갑작스러운 낮과 밤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게 한 채 번개를 맞춘 뒤 감춰뒀던 패를 꺼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다.

하지만 이 속임수를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이 짧은 시간에 생각해서 준비했다는 점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천장을 뚫어둔 건 용이 한 짓이라면서요?”

“그렇죠?”

“허.”

설이가 긍정하는 모습을 본 승현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내뱉었다. 심지어는 상대방이 만들어낸 환경까지 이용해 먹었다는 말이다.

어느 쪽이 더 대단한지, 승현은 구분할 수 없는 채로 말했다.

“대단하네요.”

“진짜 대단하죠? 정말, 이곳의 조명이랑 건물의 배치까지 쓸 수 있는 건 죄다 썼거든요.”

설이는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럴 만큼 태주가 이번에 한 준비는 주도면밀했다.

낮과 밤이 바뀌는 도중에 밑에 있는 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이곳의 조명들을 죄다 임시로라도 작동하게 만든다. 용이 이곳에 떨어질 때쯤에는 이미 모든 조명이 다 들어와 있었다.

천장이 뚫려 있기 때문에 조명이 켜져 있더라도 눈치채지 못한다. 충분히 밝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갑자기 어두워지더라도 한순간에 지나치게 어두워지지는 않는다. 공연을 위한 조명을 전부 켜놓는다는 건 그런 의미다.

안 그래도 용은 자신이 있는 장소는 늘 구름이 끼도록 만든 상태니 위화감도 비교적 적다. 충분히 해 볼 만한 트릭이었다.

다만, 미세한 위화감이 느껴질 수는 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말을 걸고, 되도 않는 공격을 한다.

“그런데, 천장이 망가지는 도중에도 전기 설비는 망가지지 않았던 걸까요? 보기에는 다 낡아서 망가진 건물처럼 보였는데요.”

“생각보다 최근까지 여기는 쓰던 곳이었거든요. 오빠랑 저기 저쪽의 언니도 이 쪽이 닫기 전에 여러번 와봐서 가능한 일일 거에요."

설이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엄청 낡은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까지 열심히 관리되던 장비들이고 시설이라는 것 같아요. 그래서 큰 충격을 받더라도 부서진 게 아니면 써먹을 수 있기는 하다더라고요!”

만약 쓸데없을 정도로 진심인 노인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수명을 넘겨 가끔씩 뻗는다고는 하지만, 쉽게 고칠 수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꾸준한 관리가 있었으니 가능했던 일이다.

게다가, 오히려 낡은 장비들이기 때문에 초보자가 쓰기엔 낫다. 구조가 단순하다 보니 단순히 켜고 끄는 것 자체는 아주 쉽다. 세부적인 조절을 즉각 반영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심지어 전기가 끊기는 상황을 대비해서 심지어는 휘발유를 넣고 돌릴 수 있는 임시 발전기마저 있다. 여러모로 손익 계산을 도외시한 수준의 장비 운용이다. 한 노인의 고집 때문에 갖춰진 이 환경은, 그래서 지금은 최고의 환경이 될 수 있었다.

“아예 물리적으로 부서진 것들 말고 전선만 끊어지거나, 전기 공급만 문제가 있는 부분은 쉽게 다시 연결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 의미로는 용은 운이 나빴고, 태주는 운이 좋았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는 것도 여기까지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의미 있는 이야기다. 보통은 그걸 그저 운이 좋았다고는 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일이네요, 정말.”

승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거기까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니…. 여기까지 치밀하게 준비했으면 정말 이기는 거 아닐까요?”

설이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아마 그럴 거예요. 게다가 아직 준비한 건 하나 더 있잖아요?”

“그야 그렇죠.”

아직 ‘진짜’ 준비한 건 꺼내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한 모든 준비는 승현과 이무기가 준비한 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고, 그건 아직 제대로 사용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상황을 여기까지 풀어냈다. 승현은 중얼거렸다.

“다 계획이 있었네요.”

승현은 다시 한번 아래를 내려다봤다. 지네와 한 사람, 그리고 노인의 모습을 한 용이 싸우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승현은 주의 깊게 아래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설이는 웃으며 말했다.

“오빠는 거짓말을 잘 안 해요. 어지간하면요.”

“그런 가 보네요.”

승현은 습관처럼 챙긴 물건을 조금 만지작거린 뒤 말했다.

“마지막까지, 무사하게 끝나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 * *

용은 인정했다. 상대의 준비는 철저했던 반면, 자신은 확실히 방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지금 상황은 썩 좋지 않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이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속은 것 자체는 불쾌하지만, 눈앞의 이 녀석이 확실하게 준비를 해 왔다는 점이 너무나 즐겁다.

자신은 지금, 사냥을 당하고 있다.

하나하나는 자신보다 강하지 않지만, 원래라면 집단을 이루지 않을 녀석들이 하나로 뭉쳐 자신에게 덤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식으로 당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원인은 다른 것일 리가 없다.

‘저 녀석 때문이다.’

용은 한번 태주를 힐끗 쳐다봤다. 재미있는 녀석이다. 이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별 의미 없는 녀석은 확실히 아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죽을 녀석이라는 평가 자체는 수정하지 않을 거다. 만약 저 녀석의 역할을 적이 눈치챈다면, 가장 먼저 노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다. 아직 위험한 곳에서 저 녀석은 피하지 않고 있다. 조금 거리를 벌리기야 했지만 겨우 그게 다다.

먼저 죽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 봤지만 태주라고 하는 저 작은 녀석을 지금 처리하는 것은 손해다. 지금 당장 특별히 뭔가를 하고 있지는 않고 그저 있을 뿐이니까. 이미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조금은 느긋한 모습으로 싸움을 구경하고 있다.

용은 잠시 고민했다. 거슬리기 때문이다. 미리 저 녀석을 처리할 필요가 있을까? 내버려 둔다면, 또 뭔가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저 녀석을 무리해서 공격한다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위협 때문에 확실한 손해를 봐야 한다.

까다롭다. 생각보다 더 까다로운 일이다. 아마 지금 저기 있는 것도 자신을 신경 쓰이게 하려는 일종의 책략일지도 모른다. 용은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이 장소에서 가장 약한 녀석을 신경 써야 한다니. 살면서 처음 있었던 일이었기에 용은 씩 웃었다. 그 시선을 본 월이는 눈을 찌푸린 채 몸을 낮췄다.

“어딜! 한눈팔아!”

으르렁거리면서 월이가 낮은 자세로 달려든다. 거의 본능에 의존하는 자세지만, 이럴 때는 효과적이다. 상황이 상황이기에 나름 위협이 된다.

만약 늑대가 혼자서 이렇게 달려들면 쉽게 처리할 수 있었겠지만, 이 녀석의 빈틈을 노렸다가는 결국 지네에게 물릴 확률이 조금 있다. 결국 그럼 손해를 본다.

결국 용은 다시 한번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한쪽의 저돌적인 공격과 한 쪽의 집요한 견제는 생각보다 골치가 아프다.

결국 지금의 인간 형태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좀 더 높은 방어력과 위력이다. 이 형태로는 한 번에 둘 다 제압할 수는 없다.

‘선택해야 한다.’

용은 생각했다. 피해를 감수하고 틈을 만들어 용의 형태로 돌아갈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손해를 절대로 감수하지 않고 그저 어느 한쪽의 체력이 다할 때까지 버틸 것인가.

만약 용의 형태로 돌아간다면, 둘의 협공을 확실히 밀어낼 수 있을 것이다. 크기에서 나오는 위력은 절대적이다.

다만, 변화에는 짧지만 치명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지금은 모습이 드러나있지 않은 역린을 보이는 변수도 있다.

위험한 수인가, 안전한 수인가. 까다로운 선택이다. 정보가 제한된 이상 정답을 고르는 것은 확률에 의존해야 한다. 용은 잠시 생각한 이후, 한번 도박수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용에게는 믿음이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있다. 기본적으로 속전속결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런 도박에 실패해 본 적이 없다는 자신감이 용의 행동을 결정했다.

‘성공적으로 변한다면, 이긴다.’

용은 태주의 느긋해 보이는 모습을 살짝 살폈다. 저쪽도 어느 정도는 시간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몇 날 며칠을 싸우는 건 그리 원하는 바가 아니다.

애초에 따지고 보면 처음 늑대가 바보같아 보이는 공격을 할 때 곧바로 변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다. 방심의 대가다.

그렇다면 이쪽도 감수해야 한다. 조금의 부상정도는 괜찮다. 지네의 독만 회피한다면 아마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용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일부러 지네에게서 가장 먼 위치에서 월이와 크로스 카운터를 날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받아서는 안 되는, 명백하게 용이 손해를 보는 교환이다. 용은 처음으로 팔에서 피를 흘렸다.

“뭐? 무슨?”

월이는 당황한 표정으로는 말했다. 그리고는, 그 직후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월이의 복부를 반대쪽 손바닥으로 쳐서 저 멀리로 밀어낸 용은 중얼거렸다.

“전투라는 건 늘 주고받는 법이지.”

저 늑대가 놀랄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맞지 않을 공격이 갑자기 맞는다면, 맞춘 쪽도 놀라기 마련이다. 피할 것을 전제로 해서 싸우던 도중이다 보니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공격에 성공해 버린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그렇게 용은 빈틈을 얻어낼 수 있었다. 물론 대가로 내어 준 것은 있다.

팔 한쪽. 인간 형태로 계속 싸워야 한다면 조금 치명적인 문제지만 용의 모습을 기준으로 하면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다. 그저 조금 불편한 정도일 뿐이다.

“팔을 미리 줬으니 시간을 좀 받아가마.”

용이 그런 말을 한 뒤에야 소리가 들렸다.

쿵— 콰직!

월이는 나무로 된 무대 쪽으로 처박혔다. 무대의 형태가 나무다 보니 용이 예상한 것보다도 더 깊숙이 처박혔다. 거기까지는 계산 했던 바가 아니지만 오히려 좋다.

이제 자신과 가까이에 있는 적은 없다. 지네는 늑대만큼 빠르지 않으니, 한 일초 하고도 반 정도는 벌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

“멈춰!”

월이는 나무 파편 사이에서 뛰쳐나오며 말했다. 큰 피해는 아니다. 고작 벽에 처박히는 정도로는 월이도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하지만, 저 정도까지 거리가 벌어진 이상 용을 막을 수는 없다.

“늦었다.”

한순간에 노인은 용의 형태로 변했다. 여전히 팔에 부상은 남아 있지만, 이 모습이 되었다면 그 정도 상처는 별 것 아니다.

“내가 용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계속 견제를 했던 모양이지만.”

이걸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이전까지는 사람의 모습이라 할 수 없었던 질량의 공격을 이제는 할 수 있다.

“이제는 안 될 거다.”

월이도, 지네도 용과는 거리를 벌렸다. 방금 전까지는 나름 대등한 싸움이 되었을 지도 모르지만 용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상 그 정도로는 불가능하다.

용은 둘을 내려다봤다. 이제는 질 수 없다는 절대적인 자신감이다.

그러나, 용은 그 순간 바닥에 짓눌렸다. 머리 위의 사각지대에서 무언가가 용을 덮친 것이다.

“크아아아아!!!”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용은 바닥으로 처박혔다. 늑대는 아니다. 늑대는 이만한 질량이 아니다. 지네도 아니다. 지네는 눈앞에 있다.

그렇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격이다.

“누구냐!”

용은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눈을 크게 떴다.

“용?”

늙은 용은 올려다보며 말했다. 눈앞에 있는 것은 어리고 작다. 자신과 비교하면 한참 작다. 그러나, 그래도 용이다.

“용이라고?”

놀랐다. 이런 상대가 하나 더 나타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기에, 원래라면 대응할 수 있었던 공격을 막지 못했다.

어린 용은 늙은 용의 턱밑을 물어뜯었다. 역린을 뜯어낸 것이다.

처음으로, 용은 목에서 격통을 느꼈다. 동시에, 꼬리 쪽에서도 통증이 느껴진다. 한 번의 빈틈으로 두 번의 피해를, 그것도 아주 정확한 약점만을 두 번 찔렸다.

지네의 독과 역린의 손상. 용이 패배할 수 있는 조건은 모두 모였다.

“크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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