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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179화 (179/269)

179화.

괴담 전문 사무소 : 오래된 용 (9)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건 이럴 때 불편하단 말이지. 생각만 하면 알 수 있을 때가 편했는데.”

소장은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듣는다면 세상일은 원래 모르는 일 투성이라면서 어처구니없어할 수준의 말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있다가 없어지면 불편하다.

마치 팔 하나가 없거나, 혹은 다리 하나가 없는 것 같은 그런 불편함이다.

“그래도, 곧 올 때가 되지 않았나?”

소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하늘 쪽을 올려다봤다.

서 있는 곳은 옥상 위, 저번에 이야기를 하던 바로 그 장소 쪽이다. 원래는 헬기가 올 때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어차피 들어가고자 했을 때 막을 수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지금 기다리는 것이 헬기와 크게 다르냐 하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어쨌든 용도 날아다니는 종류의 비행체니까.

게다가, 제 자리에서 날아다니는 호버링 비슷한 것도 되니 결국은 헬기라 못 할 것도 없지 않은가.

소장은 그런 생각을 하고는 씩 웃었다.

“저기 오네.”

하늘을 올려다본다.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겠지만, 거대한 용이 이쪽으로 날아온다. 그리 서둘러 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빠르다.

얼마 안 있으면 도착할 것 같다. 소장은 옆으로 몇 발자국 움직였다. 이대로 일직선으로 날아오면, 부딪힐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용은 직선으로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굳이 머리 위 꽤 높은 곳으로 날았다. 이윽고 저 높은 곳에서 용은 인간으로 변했다.

“어휴, 조심성 없어라.”

소장은 조금 허탈하게 웃었다. 자기가 비켜준 걸 모르는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쿵— 하고, 꽤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낙법 비슷한 것도 전혀 취하지 않은 용은 그저 두 다리로 평범하게 설 뿐이다. 진짜 사람이라면 분명 크게 다치거나 죽을 높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낙법을 취해야 하는 건 낙법이 없다면 다칠 가능성이 있는 쪽이지, 호텔 옥상이 아니라 그냥 땅끝까지 떨어져도 멀쩡한 쪽이 아니다.

옥상의 콘크리트 일부가 깨졌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겉면에 금이 조금 갔다.

안전관리 직원들이 한바탕 갈려 나갈 거라는 미래를 본 소장은 씁쓸하게 말했다.

“생각보다 큰 소리가 나는군.”

그래도, 부실하지 않게 지은 건물이다 보니 겉보기에 큰 충격이 있다는 걸 제외하면 문제는 없다.

“왜 나와 있지?”

용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눈을 찌푸린 용은 말했다.

“안쪽에 있으라고 했을 텐데.”

“바람 좀 쐴 겸, 구경도 좀 할 겸. 참, 알고 봐도 웅장하기는 하단 말이야. 네 그 모습”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건 알지 않나. 네 녀석, 명목상이라곤 해도 일단은 인질이지 않으냐.”

“서로 다 아는 사이에서 무슨? 게다가 아마 이제는 그 녀석도 알 것 같은데.”

“아마?”

용은 의외의 말을 들었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이내 그 궁금함에 대한 의문은 거뒀다. 아마 쓸모없는 내용일 거다.

“하지만 그래, 네가 누굴 말하려는 건지는 알겠군. 이름은 관심 없다만, 그 사내녀석 말이다.“

“아하, 태주?”

“그런 이름인가? 그래, 당돌하게도 물어보러 왔다. 허약한 녀석이 배짱은 꽤 있더군.”

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빨리 죽을 녀석이야. 아니, 이번에도 당장 쓸모가 없었다면 곧바로 죽었을 거다.”

예로부터 약한데 겁이 없는 녀석은 제일 먼저 죽었다. 경험상, 그 녀석은 오래 살지 못할 거다. 그런 용의 평가를 들은 소장은 웃었다.

“그럴지도. 그 녀석 묘하게 몸을 아끼지 않으니까 말이야. 아마 옛날 일 때문에 그렇겠지.”

여전히 용은 태주에 대해서는 여전히 별 관심이 없는 듯 손을 말했다.

“어쨌든, 약속은 했다. 내일 네 녀석을 그 자리에서 풀어주면 흡혈귀가 어떻게 죽었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고, 그 전능의 규칙을 무시하는 방법도 함께 알려주겠다고 말이다.”

“약속이라.”

소장은 슬쩍 웃었다.

“네가 약속을 하다니.”

“평소라면 믿지 않았겠지만, 목숨을 걸고 하는 약속이니 어기지는 않겠다 싶어서 말이다. 서양에서는 그런 걸 기아스라 하나?”

어쨌든, 그렇게까지 하는 데 비해 자기 손해는 없다. 그렇다면 굳이 약속을 받지 않아 줄 이유도 없다.

“나한테는 그 녀석의 목숨이 전혀 가치 없지만, 그 녀석에게는 그 녀석의 목숨이 가장 중요할 테니 말이다.”

소장은 잠시, 용에게는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은 뒤 말했다.

“약속의 내용이 뭐였지? 평범한 약속이라면 네가 받아주지 않았을 텐데.”

“말해주는 게 어렵지는 않다만.”

하지만 용은 별로 말해줄 생각은 없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허나, 네가 약속의 내용을 모른다고? 너는 세상 모든 걸 알고 있지 않나?”

“네가 껴 있는데 어떻게 알아? 전능의 밑에 있는 것들은 직접 알 수가 없어서.”

“흐음, 그런가.”

용은 그렇게 말한 뒤 별 고민 없이 이어 말했다.

“네 녀석이 말할 수 없다고 한 걸, 자신은 말할 수 있다고 하더군. 그게 다다. 그게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모르겠다만. 어떻게 되든 의미 있는 결과가 되겠지. 암, 그렇고말고.”

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되든 안 되든, 싸움이라면 환영이다. 얻어갈 것이 있는 싸움이라면, 더더욱 환영이다.

“흐음, 그런가.”

소장은 그렇게 말한 뒤, 말했다.

“하나만 힌트를 줘 볼까?”

“힌트?”

용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소장은 웃었다.

“너도 궁금하잖아. 우리 직원 녀석들의 얼굴 말이야.”

노인은 눈을 치켜뜨고는 말했다.

“허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조금 있다 한번 내가 말하는 쪽으로 가 봐.”

소장은 그렇게만 말했다.

“아마 한 시간 정도 더 있다가 출발하면 딱 맞을 거 같은데.”

* * *

사무소의 별 것 아닌, 그러나 생각보다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는 배달이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배달원이 개인적인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곳을 찾을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택배 같은 건 주변 편의점에 부탁하는 식으로 받을 수 있지만, 음식 배달 같은 건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저녁밥을 사 오겠다는 명목하에, 월이는 바깥으로 나갔다.

“진지한 이야기도 뭐, 싫기만 한 건 아니지만.”

월이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조금 길고 복잡한 데다 지루한 이야기를 할 거라면 자신은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면, 손이 비는 김에 자신이 바깥으로 나가는 편이 낫다.

“어쨌든 밥도 중요하니까.”

게다가, 다른 장점도 있다. 바로 메뉴 선택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이다.

돈은 남의 돈으로, 하지만 먹고 싶은 건 자기가 고르는 이상적인 상황. 월이는 씩 웃었다.

“이번에는 꼭 감자튀김을 사고 말겠어! 손님 포함해서 세트 여섯 개! 그리고 감자튀김은 하나씩 더 해서 두 배로!”

월이의 그런 사소한 결의가 잘 이해가 가지는 않는 듯, 설이는 난처하게 웃었다.

“으음, 싫은 건 아니지만… 너무 돈 많이 드는 거 아냐? 괜찮아?”

“응? 괜찮지. 내 돈이 아니니까!”

월이는 씩 웃고는 말했다.

“당연히 내 돈일 리가 없잖아! 난 아직도 용돈을 못 받고 있다고! 아마 다음 달부터는 조금씩 나올 것 같긴 한데.”

어쨌든, 지금은 내 돈처럼 써도 될 거라면서 월이는 씩 웃었다.

대놓고 히히 웃는 월이의 말을 들은 설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기 돈 아니면 더 마음대로 쓰면 안 되는 거 아냐?! 나중에 혼나면 어쩌려고?”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지만, 월이는 개의치 않았다.

“괜찮아. 어차피 뭐, 본인 허락도 받은 일이고. 알아서 사오라는 말을 한 것도 본인이고.”

“금액이 문제잖아? 그렇게 비싼 걸 사도 된다고 말 한 거야?”

저녁밥 사 오라고 받은 돈이고, 저녁밥을 사 오는 데 쓰는 거니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갑작스럽게 몇십만 원이 긁히면 누구라도 당황하고 말 거다.

그러나, 설이의 질문은 월이의 자제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비싸면 뭐 어때? 다 같이 좋은 거 먹으면 좋지. 참, 사는 김에 음료수도 다 라지로 할까? 거기다 한 천원 추가하면 바닐라 콜라 같은 거로 바꿀 수도 있다는데?”

오히려 부추긴 꼴이 되어버린 설이는 역으로 당황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바닐라 콜라가 뭔지도 모르는 채, 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왜 그리 다운된 표정이야? 자신감 부족이야?”

“아니, 자신감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 감자튀김과 콜라가 뭐가 대단한지 잘 모르겠어서… 애초에 난 감자튀김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냥 뭔가 좀 느끼해서 싫은 데다, 그 돈 주고 그걸 먹어야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설이는 말했다. 월이는 경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어? 안 좋아해? 그건 네가 잘 못 하는 데서 먹어서 그래!”

“잘 못 하는 데라고? 전국에 제일 많은 가게인데?”

“그런 감자튀김이 너무 많아서 문제야.”

월이는 이게 다 못하는 집 감자튀김 탓이라는 듯 열변을 토했다.

마치 내장탕만 먹는 아저씨가 전 내장탕이 냄새나서 싫어요! 라고 말하는 신입 사원을 보고 하는 것 같은 그런 말투다.

“잘하는 감자튀김은 달라! 오 분만 지나도 눅눅한 거랑 다르다고! 다섯 시간이 지나도 바삭하고 부드러운 것들이 있단 말이야!!”

주변에 사람이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월이는 큰 소리를 냈다. 주변 사람들이 힐끗거리며 월이를 쳐다보지만 월이는 전혀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

“어어, 그래?”

“그래! 소스도 뭘 같이 먹느냐에 따라서 맛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구… 그럼 소스도 한번 종류별로 시켜볼까? 매운 건 괜찮아?”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로 감자튀김만 한 박스 사서 가게 생겼다. 설이는 황급히 물었다.

“으으, 아니 그런 건 정말 아무래도 좋은데. 근데, 맛있는 데서 먹어야 맛있는 거면 사실 그렇게 맛있지는 않은 거 아냐?”

“뭐?”

월이는 뭔가 절대로 납득할 수 없는 말을 들은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그, 그게 맛있는 음식은 어딜 가도 먹을 만하잖아!”

결국 숙련자만 잘 할 수 있는 음식은 음식 자체의 맛이 조금 떨어지는 게 아닌가. 설이는 그런 의문을 던졌다.

“아냐! 하지만 잘 하는 가게 가면 맛이 전혀 다르다니까! 애초에 감자튀김 싫어하는 사람은 난 처음 봐!”

갑자기 그렇게 진지하게 감자튀김에 대해 논해도 곤란하다. 설이는 어떻게든 화제 전환을 했다.

대체 그 용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설이는 잠시 생각하다가는 물었다.

“그런데 용은 얼마나 강했어?”

월이는 발을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전부 용을 봤다. 아직은 설이만 용을 보지 못했다.

“그러네. 그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월이는 눈을 찡그렸다. 솔직히 말해서 그걸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든다.

다만, 멀리서 보기만 한 것이라도 충분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있다.

“그, 그게 그렇게 어려운 질문이었어?”

“어렵다기보다는, 음….”

월이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멀리서만 본 것이기에 말하기 힘들지만, 그 정도만 해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있었다.

“자세히는 몰라. 나는 그 용이 어떤 건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보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확실히 말할 수 있어. 그 용인지 뭔지가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것 중에 가장 강했어.”

다만, 그 강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감이 오지 않는다. 뭐랑 비교하면 좋을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다른 것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냥, 다른 건 그래도 어떻게 싸우다 보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감이 온단 말야? 흡혈귀 때는 좀 애매했지만.”

실제로 그랬다. 훈련 같은 것을 거치지 않은 그냥 본연의 직감이지만, 틀린 적은 없다. 이기고 지고의 싸움에 한해서, 월이의 이 직감은 틀린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감이 안 와.”

어떻게 하면 타격을 입힐 수 있겠다는 계산은 선다. 어떻게 하면 그래도 공격을 피할 수 있을지 감이 오고, 용이 할 만한 공격이 어떤 것이 있을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다.

“아마 유효타를 넣을 수 있을 거야. 몸에 상처 정도도 만들 수 있겠지.”

그러나 그게 의미가 있는 피해일까.

“절대 못 이겨. 설령 용이 가만히 서 있고, 내가 먼저 공격하는 걸 그대로 맞아줘도 용한테는 질 것 같아.”

오랜만에 겸손해지는 경험이다. 월이는 이전에 태주가 한 말에 일부러 좀 뻗댄 게 조금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면 그렇게 복선 까는 게 아니었는데.”

그런 게 있으면 나타나 보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월이는 자신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복선?”

“어, 아냐. 그런 게 있어. 하여튼, 마음에 드는 일이 하나도 없다니까.”

꽤 불길한 기분으로, 월이는 말했다.

이래저래 짜증 나는 일이다. 결국 지금 기분을 풀 만한 적당한 방법은 진짜로 놓쳐버린 비싼 감자튀김을 먹는 것 정도다.

“하여튼, 심상치 않은 느낌이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걸.”

“으음, 어떤 느낌일까?”

문득, 설이는 눈에 뭔가 스치는 것을 느꼈다.

월이는 가게 앞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저런 느낌?”

“아니, 그렇게 길가에 심상치 않은 게 널려 있을 리가 없잖아?”

월이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곧바로 얼굴에서 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왜 진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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