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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173화 (173/269)

173화.

괴담 전문 사무소 : 오래된 용 (3)

“물론 용에게는 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할 만큼의 관심이 없어 보여. 최소한 지금 당장은.”

태주도 시아도, 확실히 그 말 자체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에게 나쁜 의미로 관심이 많았던 흡혈귀의 태도와 비교한다면, 지금 이 용의 태도는 고맙기까지 한 태도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긍정적인 상황이냐 하면 조금 애매하다.

최악은 아니지만, 좋은 편은 아니다.

“용에 대해 안다면, 그게 별로 좋은 태도는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을 거다.”

“으음… 잘 모르겠는데 난.”

월이는 찌푸린 눈으로 말했다. 설이 역시 영 애매한 눈으로 말했다.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그렇겠지.”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에게 용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렵겠지.”

“난 원래 잘 몰라.”

“저도요. 대충 뭔지는 알 것 같은데, 그래서 그게 정확히 뭔데? 하고 물으면 저도 대답하기 좀 난감해요.”

“역시나.”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야. 평범한 사람이라면 용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사람들은 용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이랑 마찬가지로 말이지.”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데,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시아는 눈을 찌푸렸다.

“일단은 용에 대해 설명을 하긴 해야 하는데.”

시아는 눈을 찌푸렸다.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조금 애매한 지점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방금 말한 대로 용에 대해 아예 모르는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군. 아무래도 용이라는 건, 지나치게 유명하니 말이다.”

“응? 유명하면 유명한 거지 대체 ‘지나치게’는 왜 붙는 거야?”

월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설이 역시 그게 조금 의문인 듯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정말로 지나치게 유명하니까.”

시아는 살짝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용은 세계 어딜 가도 있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환상이라 할 수 있을 거다. 사람이 감히 대적할 수 없는 크기의 아주 거대한 파충류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사실 전 세계에 있으니까.”

동양에서는 용, 서양에서는 드래곤.

생김새와 그 위상에 대한 세부적인 특징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완전히 다른 것이냐 묻는다면 아무도 그 둘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 말할 수는 없다.

“유럽에서 아시아까지는 확실하고, 문화적으로는 완전히 분절되어 있는 남미나 아프리카 쪽에도 용 비스름한 것 정도는 있지.”

그렇기에 용은 사실 일반적인 괴담의 범주 안에 들어가기에 지나치게 거창하다. 전에 말했듯 신화의 영역에 가까운 것이다.

시아는 한숨을 쉬었다.

“용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되는가 같은 이야기나, 용에서 분화되어 파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야기까지 포함하면 아무리 나라도 전부 알지는 못하지. 용인 같은 것이나, 나가, 와이번 같은 것들까지 포함해 이야기하다 보면 정말로 한도 끝도 없고.”

“으엑.”

월이는 자기도 모르게 괴상한 소리를 냈다.

“그거 혹시 다 알아야 해?”

“원래라면 알아서 손해 볼 건 없으니 알아두면 좋다… 라고 말했겠지만.”

시아는 눈을 감았다. 용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면 가능이야 하다. 하지만, 당장 그게 필요한 이야기인지 아닌지는 다른 문제다.

“제대로 시작하면 정말로 한 달 내내 할 수 있는 이야기니 일단은 넘어가도록 하지. 서양의 용에 대한 이야기도 참고 수준으로만 할 거다. 당장은 동양 쪽에서, 특히 동아시아 쪽에서 통용되는 용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도록 해 볼까.”

시아는 그렇게 말한 뒤, 단언했다.

“용은, 강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성공?”

월이는 고개를 조금 갸웃하고는 말했다.

“…뜬금없네.”

“뜬금없다고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몇 가지는 알 거다. 용은 처음부터 용으로 태어나기도 하지만,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아, 그렇네.”

월이는 어딘가 그럴듯하다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무기도 용이 되는 거잖아?”

“이무기만 그런 게 아니다. 지렁이나 뱀 같은 것도 경우에 따라 될 수 있고, 하다못해 잉어 같은 것도 될 수 있다고 하지.”

등용문에 대한 이야기는 잉어 같은 물고기가 용이 되는 이야기다. 물고기가 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하지만 넘기만 하면 용이 되는 이야기.

“잉어? 진짜? 그, 그 진화가 사실이었어!”

월이는 홀로 경악했다. 태주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본인은 나름 진지하게 이해하는 중이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게, 괜한 헛소리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구나, 그래서 성공이라는 거였어요.”

설이의 말에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다못해 용 꿈만 꾸더라도 사람은 복권을 사러 간다. 용은 그 자체로 성공의 상징인 게지.”

문제는 거기에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용이 강하기를 바란다. 혹은 강해야만 한다 생각하지.”

그 자체로 이미 일종의 상징이자 길조이기 때문에, 용은 약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이 점은 서양에서도 비슷하지.”

서양에서는 방향성은 반대지만, 역시 성공의 상징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용 자체가 넘어야 할 큰 위험한 존재로 취급되는 것이기는 하다만.”

용을 넘어서서, 용을 처치하는 것으로 영웅은 성공한다. 혹은 그것으로 영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느 쪽이든 용은 약해서는 안 된다.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용은 대체로 스스로 성공을 거머쥔 것이기에 약점이 거의 없다. 단순하게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약점이 없다는 말? 그거야 뭐, 저번에 그 흡혈귀도 그랬잖아?”

“약점이 없다는 게 아니야. 약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무슨 말이지?”

월이의 의문에 시아는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흡혈귀는 죽음에 이르는 약점은 없었지만, 그 장점이 이쪽이 가진 장점을 넘지 못했다.“

“으음?”

“쉽게 말하면, 그때 그 흡혈귀는 약점이 없었을 뿐이지, 그 자체로 엄청나게 강한 건 아니었다. 불사가 아니라면 너를 결코 이길 수 없었을 테니까.”

반면, 용은 아주 간단하게 강하다.

“게다가, 흡혈귀의 강함은 조건을 타지. 흡혈귀는 밤에 특별히 강하다. 조건부로 강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용에게는 그런 조건이 없다.

“하늘에서, 땅에서, 물에서 강한 것이 아니야. 해가 떠 있는 동안 강하거나, 달이 떠 있는 동한 강한 게 아니야. 때와 장소 같은 것이 없다. 그건 그냥 강한 거다.”

약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런 의미다.

“약점이야 오히려 있지. 몇 가지 있다.”

시아는 말했다.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 중 유의미한 것이라 하면, 지네의 독이 있겠지.”

“엥? 진짜?”

월이는 의외라는 듯 말했다.

“그럼 쉽게 이기는 거 아냐?”

“아니, 하지만 그걸로 죽일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지.”

시아는 애매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네의 독과 불에는 너도 약하다. 하지만 지네가 너에게 이겼나?”

월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의미다. 역린도 마찬가지다. 명백하게 눈에 띄는 약점이겠지만, 그것을 정말로 노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말이야.”

게다가 서로 알고 있는 약점을 노리고 막는 싸움이라면, 사실 그건 정공법이나 다름없다.

“…이길 수 있나?”

“난 모르겠다.”

사이는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보지 않았다면 이길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말이라도 했겠지만 말이다.”

약한 소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걸 봐 버린 이상 이길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는 않는구나.”

“그 정도야? 그렇게 쎄?”

월이는 경악해서 말했다. 시아는 걱정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그 정도다. 그리고, 그래서 인간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게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 할 수 없다.”

이제야 처음 의문으로 돌아왔다. 시아는 물을 조금 마신 뒤 말했다.

“방금 말했지? 여러 가지 것들이 용이 될 수 있다고. 그래서 용은 그 자체로 선하거나, 그 자체로 악하지 않다. 다양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신적인 존재로 취급되는 용이 있다. 황룡과 청룡 같은 사방과 중앙을 책임지는 용이나 용왕 같은 것이 그렇다.

신적인 존재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악한 용도 있고, 선한 용도 있으며, 이도저도 아닌 용들도 분명히 있다.

그러니 용은 그 자체로 어떤 성질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니 용이 그런 성질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은 아니야. 사실 그 용이 적당히 약한 것이었다면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없는 약점이라도 만들어서 찌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상대는 강대하다.

“그 용은,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나쁜 감정이든, 좋은 감정이든 있다면 써먹을 수 있었을 게다. 하지만, 관심이 없다면 사람이라는 것을 미끼로 이용해서 뭔가를 할 수가 없지.”

물론 사람에게 악감정이 가득해서 사람 많은 곳의 건물을 무너트리고 불을 지르는 등의 패악질을 부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상황이 좋은가 나쁜가로 이야기하면 좋다 볼 수는 없다.

이번 용은 그래서 곤란하다.

“그러니까, 용에게 유의미한 약점을 알아내는 난이도가 더 높다는 말이네요.”

설이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마어마하게 강한데, 심리적 동요도 당장은 노리기 힘들다. 그게 문제니까 말이야.”

이래서야 용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단 하나뿐이다.

“용은 지금 대체 뭘 원하지?”

옆에서 계속 생각하던 태주는 눈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삼 일 내로 흡혈귀를 잡은 녀석을, 내 앞으로 데리고 오라니.”

혹시나 싶어 다른 숨겨진 의도가 있는지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지금 당장은 다른 재료가 없으니 유의미한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글쎄.”

시아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시아 역시 태주와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뭐 달리 더 요구한 건 없었다고 했죠?”

“그래. 말 자체야 조금 길었지만, 요약하면 그게 다였다. 정말로 그것 말고는 더 원하는 게 없는 것 같더구나. 애초에, 그런 숨김 같은 것이 그 용에게 필요할지 의문이기도 하고.”

의도를 숨기는 것은, 결국 트릭이다. 정공법이라 할 수 없고, 일종의 꼼수에 불과하다.

원래는 이길 수 없는 것을 이기기 위해서. 혹은 이길 수 있더라도 이쪽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 하는 그런 행동이다.

“그만큼 강하다면, 글쎄. 의도를 숨길 필요가 있을까.”

머리의 좋고 나쁨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의도를 숨기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짓이다. 태주는 월이를 슬쩍 봤다. 그 시선을 느낀 월이가 도끼눈을 떴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뭐라 더 하지는 않았다. 대신 월이는 질문했다.

“…원하는 건 복수일까? 왠지 좀 그래 보이는데.”

월이는 조금 꺼림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흡혈귀는 좋은 녀석은 아니었고, 잡아서 잘 됐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동료의 복수를 하러 나타난 거라면 조금 마음에 걸린다.

“지금 상황을 보면 조금 그래 보이지?”

설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게 그렇다는 말은 할 수 없지만, 같은 상관을 섬기던 동료 사이에서 그런 말을 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동료의 복수라.”

월이는 눈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정말 그런 거라면 조금 내키지 않는데.”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태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왜 저런 요구를 하는 것인가.

동료의 복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이대로는 어차피 알아낼 방법이 없다.

“방법이야 결국 하나지.”

태주는 눈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내일, 갔다 올게.”

“어딜?”

월이가 뭔 소리를 하느냐는 눈으로 말했다.

“설마 용한테 갔다 온다는 말은 아니지?”

“응? 맞는데?”

“응?”

월이는 도끼눈을 뜨고는 말했다.

“너 또 미친 짓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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