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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164화 (164/269)

164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불길 속 무언가 (14)

“거긴 정말로 아무것도 없어요!”

설이는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까지 이곳에 소속된 뒤로 가장 놀랐기 때문이었다.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했다. 자신이 바깥으로 나온 뒤에는 처음으로 생긴 일이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태주에게 미리 듣기는 했다. 혹시 너조차도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정말로 그럴 줄은 몰랐다. 승현이 보는데, 자신이 볼 수 없을 리가 없다고. 설이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무슨 소리인가요?”

승현은 눈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분명히, 저쪽에 있었다고요?”

“없어요! 아무리 열심히 봐도 없어요! 손님이 뭘 보고 계셨던 건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아뇨! 잘이, 잘이 아니에요. 전혀 모르겠다고요!”

승현은 멍하니 저 쪽을 바라봤다.

“지금은 없네요.”

하지만, 하지만 그런 것이 없었을 리가 없다. 물끄러미 그 방향을 쳐다보던 중 말했다.

“있었어요.”

어딘가 멍한, 그러나 단호한 말투다.

“혹시 제대로 안 보신 게 아니에요? 못 보셨을 리가 없어요. 그런 걸 놓칠 수는 없잖아요?”

승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기엔 분명히 뭔가 있었어요. 그걸 놓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천천히, 승현은 설이에게 다가갔다. 눈이 날카롭다.

“없었… 없었는데요.”

너무 강한 확신을 가진 눈이다. 설이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있었어요.”

“없었어. 아저씨.”

보다 못한 월이가 뒤에서 끼어들었다.

“원래는 마지막까지 뒤에 있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안 될 거 같아서.”

월이는 확실하게 말했다.

“내가 봤어. 나도 설이만은 못해도 어지간한 건 볼 수 있거든? 애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내가 더 잘 파악할 수도 있고. 냄새가 나거나, 소리가 나거나. 그 어느 쪽도 일어나지 않았어. 거기에는 안 보이는 게 있었던 게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구.”

“없었다고?”

승현은 여전히 멍한 눈으로 말했다. 월이는 설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거기엔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어. 그러니까 이상하게 압박하는 거 그만두지?”

“있었… 분명히 있었을 텐데?”

승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는 듯 중얼거렸다. 월이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승현에게 다가갔다.

“뭘 하려고?”

설이는 월이의 행동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뭘 하냐고? 내가 부탁받은 건 딱 두 개야. 하나는 너도 알지?”

사실 혹시라도 미행하다가 상대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 하나지만, 따로 특별한 지시가 없다면 뒤에는 늘 하나가 더 붙는다.

“다른 하나는 널 지키는 거야. 그러려면 저 아저씨를 어떻게든 진정시켜야지.”

월이는 그렇게 대답한 뒤 승현의 앞에 똑바로 서서는 말했다.

“자, 아저씨. 나는 거짓말 같은 거 잘 못 해. 설득도 뭐, 할 줄 몰라. 왜냐하면 거짓말도 설득도 할 필요도 없거든.”

월이는 아주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 설이는 그 눈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알아서 진정하지 않으면, 나는 아저씨를 기절시켜서라도 진정시킬 거야.”

월이는 농담기 하나 없는 목소리로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아저씨, 순순히 진정해 줄 수 있어?”

* * *

“손님한테 협박을 하면 어떻게 해!”

태주는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나한테 그런 말을 했으면 니가 감수해야지!”

월이는 역으로 말했다.

“암튼 내 탓은 아닌 듯?”

“…그래.”

태주는 눈을 감았다. 애초에, 그런 섬세한 대응을 기대했던 것도 아니고, 최악의 상황이 되기 전에 스토퍼 역할로 보낸 것이니 틀린 말이 아니다.

게다가, 이번 일은 자신이 손님의 상태를 잘못 봤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보니 할 말이 없다.

“그나저나, 상태가 그렇게나 안 좋았다고?”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태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월이는 한숨을 쉬듯 말했다.

“글쎄, 어떻게 평소 생활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였는데.”

태주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상태가 그렇게 나빠지지 않을 거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혼자일 때 얼마나 상태가 나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

그런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월이는 잠시 눈을 굴리다가는 태주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나 여기 오래 있으면서 범죄 비슷한 거 실력만 느는 거 같은데?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번에 한 것도 사실상 그냥 협박이다.

“뭔가 진로가 잘못되고 있는 거 같은데? 나?”

“유사 범죄 실력 말고 딴것도 늘었으니까 괜찮겠지.”

태주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월이는 그 소리를 듣고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안 괜찮거든!”

월이는 조금 더 큰 소리를 내려다가, 고민하는 설이를 보고는 태주를 조금 노려보며 뒤로 물러났다.

설이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그래서, 손님이 본 건 대체 뭐였던 거에요?”

조금 질린듯한, 말도 안 된다는 것 같은 그런 표정을 지은 채로 설이는 물었다. 태주는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였냐고?”

“네! 제가 아무것도 못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혹시 아무것도 못 볼 수도 있다는 말을 미리 해주셨지만, 사실은 그래도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다못해, 흡혈귀 사건에서도 그랬어요. 뭐가 아예 안 보이지는 않았다구요!”

실제로 설이에겐 처음 있는 일일 거다.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겠지. 그건 너무 스케일이 큰 이야기라 문제였지, 지금처럼 파악 자체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게 진짜였어요. 오빠 말이 맞았다고요!”

그 사실이 꽤 당혹스러웠던 듯, 설이는 말을 쏟아냈다.

“그러게.”

태주의 표정을 본 설이는 조금 더 가열차게 물었다.

“그럴 수도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건, 그게 진짜로 뭔지도 알고 계신다는 말이죠?!”

설이의 말을 들은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아. 그게 정확히 뭐냐고 물으면, 거기까지는 아직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태주의 말을 들은 설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걸 본 태주는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변명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진짜 환각일 수도 있어. 그게 아니면 그냥 그것과 한없이 비슷한 기억 속의 무언가일 수도 있고. 처음에는 분명 그랬을 거야. 아니, 두 번째라 해야 하나?”

태주의 말을 들은 설이는 당황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어, 진짜 환각이라면, 없는 거라는 말이에요?”

“그래. 네가 볼 수 없었다면 더 확실하지.”

설이조차 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런 가정보다는, 거기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는 가정을 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 가정이다.

“만약에 설이 네가 못 봤더라도 월이는 뭔가 느꼈다고 한다면, 그럼 뭔가 더 고민해 볼 여지도 있겠지만 말이야. 월이도 그런 건 확실히 없었다고 말했고?”

태주의 말을 들은 설이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했죠?”

“그럼 그렇게 생각해야지.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다고.”

태주는 조금 평온한 태도로 말했다.

“맨 처음에 본 그 한번을 제외한다면, 사실 손님은 진짜로 그 ‘꿈틀거리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거야. 두 번째 이후로 반복적으로 나타난 어떤 것은 사실 처음부터 없었고, 그냥 본인이 그런 것이 있었다는 상상을 했을 뿐이라는 말이지.”

“기가 막히네.”

월이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그럼 뭐야? 그건 우리 일과 아무 상관 없다는 이야기?”

“어느 정도는? 하지만 아예 관련이 없기만 하냐면, 사실 그건 또 아니야.”

“긴 이야기는 나중에 해. 대체 그건 언제부터 짐작한 거야?”

알면 미리 말이라도 좀 하지. 월이는 불만에 찬 표정이 되어서 말했다. 태주는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말했다.

“짐작? 글쎄. 뭔가 조금 이상한 걸 느낀 건 말 그대로 처음부터긴 한데…. 물론 그 이상한 것을 느꼈다는 말이 정체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말은 아니야. 그냥, 위화감을 느꼈을 뿐이거든.”

태주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사실은, 손님이 스스로 겪은 일에 대해 하는 묘사부터 좀 이상했어.”

진짜로 존재하는 무언가를 봤다면 할 수 없는 증언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

“원근감을 완전히 무시한다. 멀리를 보면 아주 큰 것처럼 보이고 가까이를 보면 아주 작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 것은 많이 드물지.”

하지만 그중 이렇게 정체불명의 무언가와 상관이 있는 것은 없다.

“게다가, 그런 것들은 대체로 정체도 명확한 편이라서 더더욱 쉽게 결론을 낼 수 있는 편이고.”

첫 번째로 본 것과 두 번째로 본 것이 같은 것이라 생각했기에 더 골머리를 앓았던 것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는 결론이 나오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로 본 것의 정체를 확정할 수 있었잖아?”

소장이 그 한마디를 던지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 생각을 해내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죽은 것이 있다. 그 장소에서 그런 형태를 가지고서 죽을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지.”

한번 그걸 생각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나머지 사건들은 다른 것이라고 분리할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것은 무조건 이무기인데, 두 번째부터의 것은 절대로 이무기일 수가 없으니까.

“그러고 나서는 선입견의 문제였어. 선입견을 걷어내고 나면 결론이 나오더라고.”

“선입견?”

월이는 물었다.

“무슨 선입견?”

“그러니까, 여기에 온 사람은 무조건 괴담에 관련한 어떤 일을 겪은 사람들이잖아?”

“그렇지.”

“사실 지금까지 우리가 써먹을 수 있었던 꽤 편리한 규칙이지만, 사실 이번에는 그것 때문에 헷갈렸어.”

손님이 처음에 겪은 일과 이후의 일이 분리되었다면, 이후의 일은 사실 관련이 없더라도 상관없다.

“맨 처음에 본 것을 잘라내고 나서 생각하면, 그 뒤엣것들도 무언가 괴담 속의 것이라고 할 필요는 사실 없는 거잖아?”

처음에는 그냥 한번 해 본 생각이지만, 찬찬히 따지면서 생각해보니 꽤 이치에 맞는 결과다.

“그래서 생각해봤지. 혹시 손님은, 본 적도 없는 것을 보았다고 착각한 것이 아닐까? 이건 원래라면 괴담과 관련 없는 손님의 심리적인 문제인 게 아닐까?”

“으에에….”

설이는 입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늘 단어 선정이 조금 이상하다. 태주는 조금 씁쓸하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그분이 나쁜 사람 같잖아. 상태가 안 괜찮다고 하면 그야 맞는 말이지만.”

“앗! 제가 하려던 말이 그거였어요!”

황급히 덧붙인 설이의 말에 태주는 오해하지 않고 이해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실제로 오늘 오전까지도 손님의 상태는 참 멀쩡해 보이긴 했다.

“어쨌든,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조금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가 되지.”

“트라우마….”

설이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트라우마. 옛날에야 그게 뭔지도 몰랐으니 이해할 수 없었겠지만, 이제는 다들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개념이기도 하고.”

“뭐에 대한 트라우마일까요?”

“뭐에 대한 트라우마냐고?”

태주는 설이 쪽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나도 모르지. 짐작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 하면 가능이야 한데.”

태주는 조금은 씁쓸한 표정이 되어서는 말했다.

“내 생각은 그래. 그만한 충격을 받으려면, 그만한 경험이 있어야겠지.”

자라를 한번은 봐야 솥뚜껑을 보고도 놀랄 수 있다.

“아마 손님은 이전에 그런 걸 본 적이 있었던 거겠지. 그리고, 잊어버린 채 잘 살다가 이번에 터져 나오고 만 거야.”

불길 속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무언가. 어떤 나쁜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에는 충분한 모양새다.

“원래 무엇을 봤던 걸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끔찍한 이야기다. 월이도 눈을 미세하게 찌푸렸고, 설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경악했다.

“그, 그 산채로 불타는 사람을 본 걸까요?”

“글쎄? 그건 나도 몰라. 사람을 봤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거기까진 모르겠어.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아닐 거라 생각해.”

꼭 사람이 죽는 것을 봐야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아니더라도 뭔가가 산 채로 불에 타는 걸 경험했다면 그야 충격이야 받겠지.”

승현은 소방관이다. 그리고, 사람을 먼저 구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애써 무시해야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본인 입으로 말했어, 그런 것에는 익숙하다고. 하지만, 글쎄. 익숙해진다고? 정말로?”

태주는 고개를 저었다.

어떤 사람은 사고 현장을 단 한 번만 목격하더라도 결코 잊어버리지 못할 정신적인 상처를 입는다.

파병을 나갔던 군인이 큰 소리에 바로 임전 태세를 갖추거나. 교통사고로 큰 사고를 당한 사람이 다시는 차를 탈 수 없게 되거나. 한번 칼에 찔린 적 있던 사람이 식칼조차 보면 손을 부들부들 떨게 되거나.

“사람에 따라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 있다. 뭐,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자신이 본 것이 쿠네쿠네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할 리가 없지.”

승현은 왜 그것을 쿠네쿠네라고 착각했을까. 뻔한 이야기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정신을 갉아먹는 그런 것이니까.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겠지.”

원래대로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착각인 그것은, 이번에 한해서 마치 정말로 있는 것처럼 작동하고 말았다.

“하필이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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