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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154화 (154/269)

154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불길 속 무언가 (4)

“아마도 다음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당연히 그편이 좋겠지만 한가지 말씀드릴게요. 다음엔, 이런 곳에 오실 예정이 있으시다면,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미리 알아보고 오지 마세요.”

태주는 작게 눈을 찌푸린 채 말했다. 승현은 어색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알아보면 안 되나요?”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착각한 병명은 의사가 바로잡아 줄 수 있지만, 저희가 상대하는 것들은 착각해버리면 정말로 바뀌어버릴 수도 있는 거라서요.”

“제가 생각한 대로 바뀐다고요?”

“예를 들어볼까요. 만약 손님이 자신이 본 어떤 것이… 음, 유니콘이라고 생각한다면, 경우에 따라 유니콘이 아니던 것이 유니콘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이런 사례가 너무 흔하다.

“착각을 하면, 실제로 그렇게 되어버릴 수도 있어요. 흔들리는 버드나무에 그칠 수도 있는 게, 귀신 같은 것으로 변할 수도 있거든요.”

“제가 혹시 위험한 일을 한 건가요?”

걱정스러운 승현의 말을 들은 태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 자체로 많이 위험한 건 아니에요. 대체로 별 일 없지만, 가끔씩 일이 좀 이상해지죠. 사실상 일종의 확률 문제에요.”

주사위 굴리기나 마찬가지다. 좋아질 확률도, 나빠질 확률도 있다.

“만약, 운이 좋다면 일이 더 쉬워질 수도 있을 거예요. 아마 대부분의 경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고요. 하지만, 일이 잘못되면 어디까지 잘못될지 아무도 알 수 없죠.”

문제는 주사위의 눈이 뭔지도, 몇 면체인지도 모르고 굴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도박을 던질 바에야 여러모로 원래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일만 감당하는 것이 낫다.

“그런가요?”

“물론 이해는 가요. 찾아보지 않으실 수 없었겠죠. 이미 며칠씩이나 그런 일을 겪으셨다면 안 찾아보는 쪽이 이상하죠.”

태주는 그렇게 말한 뒤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번에 손님이 보신 것 같은 경우에는 오해의 소지가 너무 많아서 말이에요.”

“오해의 소지요?”

“아무래도, 그렇죠. 이해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라는 건 사실은 이야깃거리가 아니에요.”

보통은, 이름을 모르는 것을 착각한 것에 불과할 확률이 높다.

“그도 그럴 게, 일반적으로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무 이야기나 붙게 되죠.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모두 뭉뚱그려진 이상한 것이 되거나.”

사람이 무언가를 쓸데없이 두려워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거창한 것이 붙다 보면 이야기가 부풀려진다.

“결국 그 결과로 새로운 것이 되기도 하고 되지 못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좀 귀찮은 이야기가 되어버리거든요.”

그러나, 이미 지난 일이다. 더 이상 지난 일에 대해 지적해봐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 이미 늦은 경고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어쨌든, 쿠네쿠네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신 거군요.”

“하지만, 너무 비슷했던걸요.”

승현은 변명하듯 말했다.

“제가 이런 거 별로 흥미가 없는데도 이거 완전 내 이야기 아니야?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해는 합니다. 비슷하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쿠네쿠네라. 태주는 한숨을 살짝 쉬었다.

“꽤 그럴듯한 걸 가져오셨네요.”

태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무 그럴듯해서 오히려 문제다.

“유명하기도 한데다, 꽤 들어맞는 구석이 있어요.”

“네.”

승현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거 같더라고요.”

하필이면, 처음에 우려했던 것 그대로의 상황이다.

“곤란하네요.”

태주는 혀를 찼다.

“그런데, 쿠네쿠네가 뭐에요?”

갑작스럽게 끼어든 설이의 목소리에 승현은 깜짝 놀랐다. 호기심 가득한 그런 말투다.

“앗! 깜짝이야!”

“앗! 죄송합니다. 놀래킬 생각은 아니었는데.”

설이는 당황해서 말했다.

“쿠네쿠네가 뭐냐고?”

시아가 대신 답했다.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대한 괴담이다. 우리가 평소에 말하는, 아주 포괄적인 종류의 괴담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괴담 말이다.”

이제 와서 일반적인 괴담에 대해 논하는 것도 조금 웃기지만, 하고 시아는 말했다.

“쿠네쿠네는, 일본 쪽 괴담이다. 빨간 마스크가 그랬듯 이것도 그렇지. 그리고 이쪽은, 본격적으로 인터넷에서 시작한 괴담이기도 하고.”

그러니 쿠네쿠네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추론을 하는 건 어렵다. 그저, 단편적인 일화 몇 개가 나열되는 그저 그런 종류의 괴담이다.

“말 그대로 정체불명이야, 그건. 어떤 의미로는 그게 더 괴담 같기는 하지만….”

“나도 잘 모르는 이야긴데, 그거.”

월이 역시 가까이 와서는 물었다.

“이름은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은데? 유명한 이야기야?”

“마이너한 녀석들 중에서는 가장 유명하다… 같은 느낌인데. 흠….”

시아가 고민하는 것을 본 태주는 손님에게 잠시 양해를 구했다.

“잠시, 이 애들한테 쿠네쿠네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요?”

“네, 뭐.”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시간이 급한 것도 아니고 위험한 상황도 아니다.

“안 될 이유는 당연히 없죠.”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태주는 그렇게 말한 뒤 두 사람을 가까이 불러서는 말했다.

“쿠네쿠네는, 아주 간단히 말하면 뭔지 알 수 없다는 게 핵심이야.”

“뭔지 알 수 없다고?”

월이는 눈을 찌푸렸다.

“그게 뭐야?”

“뭐긴, 쿠네쿠네지.”

태주는 지체 없이 입을 열었다.

“애초에 쿠네쿠네는 그냥 하나의 단어야. 꿈틀꿈틀이던가? 꾸물꾸물이던가?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네.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어차피 비슷비슷한 단어들이다.

“어쨌든 대충 그런 종류의 의태어거든.”

“그러니까 이름이 꾸물꾸물이라는 거에요?”

설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성의 없는 이름이네요.”

“그래, 뭐 성의 없긴 하지. 세상에 꾸물꾸물이라니. 젤리 이름도 아니고 말이야.”

태주는 작게 웃었다.

“하지만 그 괴담에 등장하는 괴물은 그냥 ‘아주 멀리서 꿈틀거리는 무언가’거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게 다야.”

“확실한 게 없어요?”

“그래.”

인터넷이 타고 번지기 시작하며 만들어진 괴담이다 보니, 이야기가 쉽게 바뀌고, 결국 초기와 후기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처럼 보일 정도까지 바뀌게 된다.

“그러니 꿈틀꿈틀이라는 이름으로 충분한 거야. 그것 말곤 확실한 게 없으니까.”

잠시 생각하던 태주는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쿠네쿠네’라는 이름의 괴담이 나온 건 인터넷의 한 사이트에서였을 거야. 마치 체험담 같은 이야기였지.”

거기에 이야기를 맨 처음으로 한 사람이 쿠네쿠네의 최초 목격자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을 풀어 놓은 거였어.”

“어린 시절이라.”

월이는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이야기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태주는 그 말을 입 바깥으로 꺼내지는 않은 채 살짝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얼마나 어린 시절?”

“아마 많아 봐야 초등학생이었을 거야. 정확하게는 모르지.”

태주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쨌든 어릴 때, 이 쿠네쿠네라는 것을 경험한 사람에겐 형이 있었어. 아니, 오빠인가? 어느 쪽이든 손윗형제가 있다는 게 중요하지. 이 두 사람은, 시골에 방문했어.”

“시골이요?”

설이의 질문에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방학 중이었는지, 명절이었던 건지. 거기까진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 확실한 건 시골에 갔다는 것뿐이야. 조부모님이 계신 그런 시골.”

하지만, 가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도시 출신 어린아이가 시골에 가서 할 만한 게 있을 리 없다.

“당연히 엄청나게 심심했겠지.”

“핸드폰 안 챙겨갔나? 아님 배터리가 없었나?”

월이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거, 그렇게 최신 이야기가 아니거든?”

꽤 최근에 만들어진 이야기라고는 해도 확실히 십여 년 이상은 지난 이야기다. 인터넷을 통해 퍼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보급되었던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쨌든, 결국 심심한 두 사람은 저 멀리, 뭐 없나 구경을 시작했지. 장난감 수준의 망원경을 가지고 놀면서 말이야.”

논과 밭이 있으니, 시야가 뻥 뚫려 있어 그런 것을 가지고 놀기에는 최적화되어 있는 장소다.

“그렇게, 한참을 주변을 살피고 놀았던 거야.”

먼저 힘이 센 형이 구경하고, 그 뒤를 동생이 따른다. 거기까지는 어디에나 있는 흔한, 그냥 뭘 해도 재밌게 놀 수 있는 그 나잇대의 어린아이가 할 법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게 한참을 주변을 둘러보며 놀다가, 형이 뭔가를 봐.”

“뭔가라니요?”

설이의 질문에, 태주는 말했다.

“그게 쿠네쿠네지. 물론 거기서 한 번 더 쿠네쿠네가 뭔지 물으면, 그건 아무도 몰라.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태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동생이거든. 동생은, 그것을 정확히 보지 못했어.”

‘그것’을 본 형은, 뭔가 넋을 놓은 듯 말한다.

“‘나, 뭔가를 본 것 같은데… 저게 뭐지?’ 하고 형이 말해. 동생은 ‘나도 볼래!’하고 말하지만, 형은 계속해서 망원경을 가지고 그걸 살피기만 하지. 너는 보지 않는 편이 더 낫다거나 하는, 그런 의미 없는 말을 중얼거리거나 하면서.”

결국 망원경이 없는 동생은 맨눈으로 형이 보려던 것을 보려 하지만 망원경으로나 볼 수 있는 것을 맨눈으로 제대로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도, 볼 수 있는 게 아예 없진 않았지.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볼 수 있었던 것은 희미하게 꿈틀거리는 무언가뿐이다. 하얀빛의, 그저 꾸물거리는 것 같은, 마치 승현이 봤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그런 모습의 무언가.

“동생 쪽은 좀 더 자세히 보려고 하긴 하지만, 애초에 망원경 같은 것도 없는 데다, 조금 오싹한 기분이 들어서 그만두고 말아. 결국, 동생은 어렴풋하게만 그것을 봤을 뿐, 별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가게 돼. 반대로 형은 조금 멍하니 집으로 돌아오고 말이야.”

“그 형이라는 분이 조금 멍하니 있는 게 다인가요?”

“당연히 아니지.”

태주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처음 이야기를 한 사람이 정말로 이상한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이 지점부터다.

“잠시 뒤, 집으로 돌아온 형은 점점 상태가 이상해져. 발작을 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괴성을 지르거나. 아님 창백하게 되어서 벌벌 떨거나.”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안 동생은 주변에 있는 어른을 데려온다.

그리고, 그 광경을 목격한 할아버지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묻는다.

“혹시 논에 있는 ‘그것’을 보았느냐고, 할아버지는 동생에게 물어.”

동생은 고개를 젓는다. 겁에 질려서는 자신은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너라도 그걸 보지 못해서 정말로 다행이라면서, 조부모님은 동생을 꼭 안아줘. 그리고, ‘너’는 내일 곧바로 돌아가라고 말하지.”

“너는? 형은요?”

설이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태주는 천천히 말했다.

“형은 돌아가지 못해. 할아버지는 네 형은 오늘부터 여기에 머무르는 편이 나을 거다.’하는 말을 하거든.”

그리고는, 그게 끝이다.

“동생은, 영원히 형을 보지 못해. 그대로 끝이야. 자신이 과거에 본 것은 무엇일까, 그런 의문만을 남겼지.”

전해지는 내용에 따라서 ‘나중에 논에다 풀어주는 편이 나을 게다.’ 같은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지만, 공통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은 쿠네쿠네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달라는 말을 마무리로 이야기는 끝나.”

일종의 제보글의 형식을 갖춘 괴담인 셈이다.

“쿠네쿠네라는 것이 뭔지, 결국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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