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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152화 (152/269)

152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불길 속 무언가 (2)

딸랑-

귀신같이,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자 삼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성이 들어왔다. 다 같이 한창 풀어져 있던 오전 중에 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태주는 그런 마음을 숨긴 채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움직이기 편한 종류의 복장이고, 격식은 그리 차리지 않았다.

한쪽 팔에는 깁스를 하고 있지만, 그 외에 나머지 부분은 한없이 건강해 보인다.

태주는 마지막으로 그 팔을 힐끗 살핀 뒤 말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남자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여기가 그곳인가요? 사무소인가 뭔가 하는?”

“네, 맞아요. 솔직히, 제가 봐도 카페처럼 보이긴 하지만요.”

대부분의 사람이 하는 말을 미리 선수 친 태주는 조금 웃으며 말했다.

지금 온 손님은 지나치게 수다스러워 보이지도 않고, 무서운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간만에 보는 아주 평범한 손님에게 조금의 반가움마저 느끼며 태주는 말했다.

“저는 이곳에서 일하는 강태주라고 합니다. 손님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아, 제 이름은 승현이라고 해요. 이승현이요.”

승현은 그렇게 말한 뒤 주변을 조금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네요. 처음 봐요.”

“근처에 사시나요?”

“음, 아뇨. 하지만 종종 지나다니던 곳이에요. 옛날엔 근처에 살았거든요. 자주 가던 병원 들르는 김에, 들른 건데요.”

승현은 조금 미심쩍은 눈으로 태주를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여기, 카페처럼 보이는데 식품영업허가 같은 건 받은 건가요? 허가증 같은 게 안 보이는데요.”

의외의, 그리고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다. 신선한 질문이기에 태주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뇨? 안 받았어요.”

“…그럼 안되는 거 아닌가요?”

태주는 어깨를 으쓱했다.

“상관없죠. 여긴 음식점이 아니니까요. 가끔 손님께 음료를 대접하는 정도가 끝이거든요.”

태주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여기에 손님은, 승현 씨밖에 없어요.”

시아도, 다른 두 사람도 느긋하게 앉아있기는 하지만 손님은 아니다.

승현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건가요?”

“네, 다들 직원이에요. 물론 직원치고 좀 풀어져 있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요.”

태주는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허가증부터 신경 쓰시는 걸 보니 손님은 경찰이신가요?”

태주의 질문에 승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하지만 공무원이긴 해요.”

“공무원이요? 공무원이 여길 온 건 처음 있는 일 같은데.”

태주는 조금 신기하다는 말투로 물었다.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공무원도 종류가 많잖아요? 잘은 모르지만 사무직은 아니신 것 같아 보이거든요.”

평범한 사무직치고는 체격이 좋은 데다, 피부가 전체적으로 거칠다. 아마 야외활동이 잦은 것으로 보인다.

취미로 운동을 하는 거라면, 게다가 근육을 꽤 부각되게 만드는 종류의 운동이 취미라면 보통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인 경우가 많다.

“물론, 단순히 야외에서 하시는 운동을 유별나게 좋아하시는 분일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가능성은 비교적 낮아 보인다. 실제로 태주의 말을 듣고 난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 소방관이에요.”

“아, 그럼 혹시.”

태주는 승현의 다친 팔을 살짝 가리키며 물었다.

“그것도 일하다 다치신 건가요?”

“그렇죠. 기본적으로는 제 부주의지만요.”

승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저런. 많이 아프셨겠네요. 고생도 많이 하셨겠어요.”

“아뇨, 뭐 사실 그렇게 아프진 않아요. 당시에는 정신이 없었고, 지금은 이대로 고정시켜 놨으니까요. 건드리거나 하지 않으면 괜찮아요.”

“글쎄요, 그게 아픈 거 아닌가요?”

승현은 조금 더 씁쓸한 표정이 되어서는 말했다.

“뭐, 제 기준이 조금 남들과 다를지는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주변에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는 일이 아주 드문 건 아니니까요. 제 팔은 정말로 살짝 금이 갔을 뿐이라서요.”

그런 중상 같은 것들과 비교했을 때 이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며, 승현은 팔을 살짝 흔들었다.

“거기다, 이정도 부상으로 끝난 게 참 다행이다 싶은 현장이기도 했고요.”

그 말을 들은 태주는 물었다.

“그 정도 부상이 별 것 아닌 현장이라 하시면, 혹시 최근에 난 산불 때 다치신 건가요?”

“네, 어떻게 아셨죠? 오기 전에 이미 뭔가 알 방법이 있는 건가요?”

태주의 말에 남자는 조금 놀란 눈으로 말했다. 태주는 작게 웃었다.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제가 최근에 본 사건 중에서 사람이 다칠 수 있을 만한 사건은 그 정도거든요.”

그 거대한 산불은 하루 정도 모든 뉴스에서 다룰 정도로는 대단한 사건이었다.

“아무래도 산 하나가 통째로 불타는 모습이 확실히 기억에 좀 남아서”

태주는 화면 너머로 어마어마한 불길이 치솟던 모습을 떠올렸다. 고작 작은 화면으로만 봐도 압도될 수 있는 그런 거대한 불길이었다.

“거기에 계셨던 거군요.”

물론, 요즘 사람들이 그렇듯 그 관심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인명 피해도 없었던데다, 어쨌든 꺼진 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 국민이 기억은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루 동안의 임팩트는 확실했다.

“네, 제가 아마 최전선에 있었던 사람 중 하나일 거예요.”

“와.”

태주는 조금 전율했다.

화면 너머로만 봐도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 그런 거대한 산불을 몸으로 막아서야 한다면 무슨 기분일까.

“최전선이라면, 정말로 그 불을 눈으로 보신 거네요.”

“보기만 했나요, 거기다 물도 퍼붓고 있었죠.”

“대단하시네요. 전 못 버틸 것 같은데.”

솔직히 그 기분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종류의 행동이 아니다. 태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산불이 났던 그 자리에 있으셨다면, 정말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시겠네요?”

태주의 질문을 들은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연히요. 현장에 있었으니까요.”

“잘됐네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조금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손님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물어도 괜찮을까요? 개인적으로 당시 상황이 조금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후속 기사가 많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의 관심이 오래가지 않았으니, 언론도 별로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산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냥, 머나먼 남의 일로 끝나고 만 것이다.

태주는 뉴스에서 들었던 정보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대충 들은 바로는, 그렇네요. 산 하나 정도를 불태우고 있다가 우연히 비가 와서 끝이 났다고 했던가요?”

“네. 그랬죠.”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로 끝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사실 고작 산 하나… 아니,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을 하나나 두 개로 셀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름 붙은 산 하나 단위에서 끝났으니까요. 열심히 막아선 보람이 있었죠.”

“사실, 처음 뉴스를 들었을 때 전 못 끌 줄 알았는데요.”

태주의 질문에 승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맞아요, 비가 안 왔으면 실제로 그랬을 거예요. 사실 초기 산불이 아니면 그냥 저지선을 긋는 게 맞아요. 산불을 막으려 드는 건 어지간하면 바보짓이라서요.”

승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기서 한번 시도하지 않기에는 너무 매력적이라 해야 할지, 거기서 불이 번지기 시작하면 피해가 너무 크다 해야 할지, 그런 상황이었거든요.”

위쪽에서 내린 판단이 그러했고, 현장에 나서본 자신들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 별 수 없지 않았겠냐고, 승현은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대단하네요.”

“그리 대단할 것도 없어요. 어차피 시간 벌이가 한계일 거라 생각하고 한 일이었으니까요. 다행히 비가 와서 아예 밀어낼 수 있었고요.”

“아뇨, 충분히 대단한 일 하신 것 같은데요. 아주 위험하셨을 텐데. 어쨌든 목숨 걸고 하신 거잖아요?”

겸손한 듯, 부끄러운 듯 승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조금 위험했던 건 사실이지만 목숨까지 걸었다, 고 하면 과장이긴 해요. 그 전에 도망칠 수 있는 거리에서 일하고 있었으니까요.”

애초부터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버틸 생각까지는 없었다고, 승현은 말했다.

“막을 수 없는 데서 그냥 서 있는 건 바보잖아요? 아마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게 더 없다면 물러났을 거예요.”

“그래도 대단한 일이죠.”

태주의 감탄을 들은 승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비가 안 왔으면 결국 불에 밀렸을 거예요.”

자신들이 대단하다기보다 그냥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승현은 말했다.

“예보에도 없었던 비가 온 게 아니었으면 분명 그랬을 거예요. 네, 정말로 다행이죠. 놀랍기도 하고요.”

그게 아니었다면 결국, 이정도에서 끝나지 않았을 거라고 승현은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말씀처럼 비가 와서 진짜 다행이었네요.”

“네, 정말로요.”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제때 사람들이 대피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인명 피해는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는 하지만… 사실 재산피해가 나기 시작하는 것도 큰일이거든요.”

주거지가 타버리면 이재민이 나오게 된다. 게다가 시골 지역은 특히나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 보니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다.

“집이 불탔다는 걸 들은 어르신들은 쓰러지기도 하시고… 이래저래 곤란하죠. 단순히 재산 이상의 피해인 거에요.”

그러니 정말 다행이라고, 승현은 미소지었다.

“다치신 건 다행이 아니지만요.”

태주는 승현의 팔을 보며 말했다. 승현은 별 것 아니라는 듯 깁스한 팔을 만지작거리고는 말했다.

“괜찮아요. 실제로 큰 부상도 아닌 데다, 의사도 제 회복력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대로 가면 아마 원래보다 튼튼하게 붙지 않을까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애초부터 크게 부러지거나 했다기보다는 금이 간 정도에서 그쳤고, 원체 회복력이 좋아 이미 사실상 팔은 붙은 거나 다름없다는 판정을 받고 왔다며 승현은 말했다.

“그리고 사실 제가 다친 건 자업자득인 데다, 그런 상황에서 이정도 다치는 거로 끝났으니 말이에요.”

“자업자득이라고요? 불 끄다 얻은 부상이요?”

태주의 갸웃거림을 본 승현은 고개를 끄덕인 뒤 살짝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사실상 이건 불 끄다 얻은 부상이 아니에요. 여기엔 이것 때문에 온 거거든요.”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론은 이쪽이셨나 보네요.”

확실히 화재 이야기는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다. 불이 나고, 불을 끄는 과정에 비가 오는 것은 그저 행운일 뿐이지 특별히 이곳을 찾아와야 할 만한 그런 기묘한 종류의 사건이 아니다.

“불을 끄던 중에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아니면, 끈 직후에?”

“끄던 중이라고 해야겠죠.”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아니면 뭔가를 본 건가요?”

연속되는 태주의 질문에 승현은 잠시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날 당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기보다는 그냥 뭔가를 봤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네요. 네, 저는 그 불길 속에서 뭔가를 봤어요.”

“뭔가요? 뭔가가 뭔가요?”

“그걸 모르겠어요.”

승현은 자신이 본 것을 말했다.

“전 불길 속에서 하얀색의 무언가를 봤어요. 하지만 그게 뭔지, 짐작이 가는 구석이 전혀 없어요. 그냥, 이해할 수 없고 잊을 수 없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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