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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151화 (151/269)

151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불길 속 무언가 (1)

“이런 미친! 사우나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누군가의 농담 섞인 고함이 들렸다. 웃는 사람은 없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도저히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시간상으로는 이미 한밤중에 가까운데도 주변은 거의 대낮처럼 밝았다. 끔찍하게도, 마치 산 하나가 태양처럼 불타오르고 있었다.

-우지직, 쿵

갑자기 한 번,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나며 불길이 한번 높이 치솟았다. 아마도 나무일 것이다.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음에도 확 오르는 불길에, 몇몇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거리상으로는 꽤 떨어져 있는데도,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장난이 아닌데, 이거.”

어색한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런 거대한 불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방화광이 아니라면 없을 것이다.

소방관인 승현 역시 전혀 웃지 못했다. 그저 식은땀을 흘리며 호스를 붙잡을 뿐이다.

이미 몇 번이나 고비를 넘긴 승현에게도, 불의 규모만 놓고 봤을 때는 이번이 가장 크다.

승현은 주변을 힐끗 살폈다. 주변 동료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다. 아마 자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우나 같다고 하는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 승현은 이를 악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견디기 힘들 정도다. 지금 쏘고 있는 물을 자기 머리 위에도 물을 한번 붓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지만, 참았다.

지금은 그렇게 손을 놀릴 틈도 없고, 물도 넉넉하지 않다.

이미 몇 시간이나 이곳에서 물을 쏘고 있었다. 차는 계속해서 오고 가지만, 아무리 그래도 쏘는 양이 보충하는 속도보다 빠르다.

“물 얼마나 남았어!?”

승현의 외침에 누군가가 대답했다.

“차 두 대! 일단 아까 그 차가 다시 물 채워서 온다니까 일단 부어! 어떻게 시간이라도 끌어야지!”

상황이 좋지 않다. 승현은 이를 악물었다.

“젠장, 차 두 대? 산 하나가 통째로 불타고 있는데 차 두 대?”

지금이야 하나지만, 아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둘이나 셋이 될 거다. 그나마 지금은 바람이라도 불지 않지만, 언제 바람이 불기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은 지역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도 비킬 수 없다.

승현은 불길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이만한 규모는 진짜 처음이야.”

승현도 그리 경험이 적은 건 아니다. 꽤 큰 건물 화재도 여러 번 출동한 경험이 있다. 지금까지 몇 번 겪은 건물 화재도 끔찍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산불의 규모는 정말이지 차원이 다르다.

이런 산불은 끌 수 없다. 그나마 초기라면, 어떻게든 사람이 들어가 끌 수 있지만, 불이 이 정도까지 번지고 나면 확실히 이미 늦은 거다.

사실, 이렇게 지금 같은 상황이 되면 사실은 소방 헬기도, 살수차도 큰 의미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불길의 방향을 유도하고, 특정 방향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시도하는 것 정도다. 그나마도 성공 확률은 낮다.

“기운 빠진 놈 없지?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해봐야지 어쩌냐!”

누군가의 고함이 들렸다. 그 말이 맞다. 그냥 손을 놓고 있을 거면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다.

여기서 막지 못하면 이 불은 민가까지 번질 것이다. 효과가 거의 없을 거라는 의문이 들더라도, 멈출 수는 없다.

“물 떨어졌다!”

“차 바꿔!”

단 몇 분. 몇 분이라도 더 저지한다면 사람 한 명이 더 피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 마음으로 승현은 그 자리에 버티고 섰다.

하지만, 그렇다 쳐도 겨우 의지만으로 불이 꺼지지는 않는다. 이 정도 남은 물의 양으로 몇 분이나 더 불을 저지할 수 있을까.

승현은 일부러 그런 생각을 머리에서 지웠다. 그런 생각을 하면 이런 일은 못 해 먹는다. 그저 불길을 노려보면서, 승현은 최대한 불이 번지지 않도록 물을 쐈다.

그러던 도중, 승현은 무언가를 봤다. 정확히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하얗고, 길고 꿈틀거린다. 그것도 아주 멀리서 보인다.

‘뭐지?’

승현은 그 소리를 입 바깥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저 혼자서 봤을 뿐이다.

‘동물인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구해줄 수는 없다. 저게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라 해도 지금 들어가서 도와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승현은 미안한 마음을 품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심지어 승현이 보고 있는 것은 어디로 도망치거나 하지도 않고 그저 그 자리에서 꾸물거릴 뿐이다. 뭔지는 모르지만 이미 가망이 없어 보인다.

약간의 미안함을 가지고, 승현은 불길 쪽으로 다시 눈을 돌리려 했다.

“잠깐만.”

승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무시하려 했지만, 갑자기 떠오른 의문이 머릿속을 사로잡았다.

왜 아주 멀리 있는데도 꿈틀거리는 것이 선명하게 보이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동물이 아닌가? 구조물 같은 건가?”

어쩌면, 불길의 아지랑이 때문에 무생물을 착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승현은 무심코 조금 더 자세히 살폈다.

“아니, 그건 아닌데.”

확실하다. 저것은 생물체의 꿈틀거림이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크기도 그리 작을 것 같지 않다.

“우리나라에… 나무만 한 크기의 동물이 있나?”

고등학생 때 생물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알 수 있다. 그런 동물은 우리나라에 없다. 길고 하얀빛의, 커다란 소나무보다 큰 살아있는 무언가.

저게 뭔가.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려던 찰나 그것은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무엇인지 제대로 보지도 못한 사이에 사라져 버리고 만 것이다.

“…뭐? 야! 비 오는데?”

그 하얀 것이 사라짐과 동시에 비가 쏟아진다. 폭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작 사람이 차 몇 대를 동원해서 들이붓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물이다.

일기 예보에는 없었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는 그런 행운이다.

“비다! 비야!”

주변에서 기뻐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승현은 계속 앞쪽만을 노려봤다. 비가 내리는 하늘을 보지도 않고, 함께 기뻐하지도 않고 그저 계속 앞을 볼 뿐이다.

저것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견딜 수가 없다. 아직 꺼지지 않은 불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은데도, 불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그저 방금전에 사라진 그것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 들 뿐이다.

승현도 모르는 사이, 물줄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동료가 승현의 어깨를 툭 쳤다.

“아?”

“뭐해! 비 와도 아직 불 꺼진 거 아냐! 그렇게 아무 데나 뿌리면 안 된다고!”

승현은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물줄기가 불길 쪽을 향하고 있긴 하지만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승현이 해야 하는 일은 불길에 물을 쏘는 것이라기보다는,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그 주변에 물을 계속해서 뿌리는 것이다.

물이 넉넉하다면 모를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정확하게 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쳤으면 교대해! 잠시, 쉬고 있던가!”

그렇게 승현은 호스를 빼앗겼다. 어쩌면 자신은, 꽤 지쳐 있을지도 모른다. 승현은 넋을 놓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지.”

동료의 말이 맞다. 이곳은 정신을 놓아도 될 정도로 안전한 장소가 아니다. 아직 나무들은 통째로 불타고 있고, 비가 잠깐 오는 정도로 완전히 잡힐 만한 산불이 아니다.

“맞아. 그래.”

얼빠진 말을 들은 동료는 승현의 헬멧을 툭 치고는 말했다.

“지친 건 알겠는데, 그래도 정신은 놓지 마! 위험해!”

동료는 그렇게 말한 뒤, 승현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으니 당연하다.

다른 동료들이, 비를 틈타 앞으로 향하는 것을 봤다. 이 틈에 저지선을 좀 더 가까이에서 구축하려는 것이다. 근처의 나무 몇 개만 치워 놔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평소에는 위험하니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비가 오고 있으니 하는 짓이다.

호스를 빼앗긴 김에, 승현도 앞으로 갔다.

“뭘까 그건.”

하지만 의도는 조금 불순하다. 가능하다면 그 하얀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가 뭔지 다시 한번 보고 싶다.

그렇게 천천히, 앞으로 걸어간 승현은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언제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나무들 주변에서, 승현은 중얼거렸다.

“저건가?”

* * *

해가 뜨면, 다시 하루가 시작한다. 당연한 세상의 이치다.

마찬가지로 방학이 끝나면, 다시 학교생활이 시작된다. 바로 내일이 개학하는 날이다.

“안돼에에에에!”

월이는 단말마를 남겼다.

“저거 누가 들으면 납치라도 당하는 줄 알겠는데.”

상황을 모르고 듣자면 꽤 슬픈, 혹은 절망적인 목소리지만 태주가 보기에는 그냥 바보같아 보일 뿐이다.

“진짜 바본가.”

태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어, 바보지.”

시아는 조금 웃으며 말했다.

“개학이 다음 주인 줄 알았다는 게 바보가 아니면 뭐겠니?”

“아뇨, 저 정도로 바보짓을 할 줄은 몰랐어서요.”

평소의 바보 점수가 10점이었다면, 오늘의 바보 점수는 20점이다. 참고로 15점이 만점이다.

“방학 일주일 손해 봤어!!”

“넌 아무 손해도 안 봤어.”

태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냥, 일주일 더 날로 먹을 뻔한 거지.”

“기분이 다르다고 기분이!”

“옆에 봐. 쟤는 상태 괜찮잖아?”

월이는 설이를 한번 힐끗 보고는 말했다.

“쟤는 즐기는 자 모드잖아! 나랑 다르다고.”

“너도 즐기면 되잖아?”

“그게 되겠냐!”

시아는 조금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할 거라면 며칠 더 쉬던가? 출석일수가 모자란 것도 아니고 하니 이제 와서 학교 며칠 안 가는 정도는 큰 상관 없지 않나 싶기도 한데.”

시아는 조금 재미있다는 말투로 말했다. 월이는 엄청 끌리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그럴까?”

“그러긴 뭘 그래? 헛소리하지 말고 일 안 생기면 가. 설이 혼자 가면 심심할 거 아냐.”

설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혼자 가면 영 재미없더라고요.”

설이의 말을 들은 태주는 고개를 갸웃하며 월이에게 물었다.

“…너 쟤 학교 혼자 보낸 적 있었냐?”

“어어, 음 아니이?”

“그렇게까지 가기 싫으면 말을 하지.”

가는 것을 권장하기는 하지만 숨기면서까지 몰래 쉴 필요는 없었다. 태주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냥,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쉬고 싶을 때가 있단 말야!”

월이는 그렇게 말한 뒤 떼를 썼다.

“치사해! 두 사람은 학교 안 가잖아!”

“나는 다 갔다 온 거거든? 나름 개근 비슷한 거라고. 수능 치고 난 뒤에는 한 번도 안 갔지만.”

태주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렇게까지 가기 싫다면, 억지로 보내진 않아. 하지만 너 몸이 피곤한 것도 아니잖아? 극장에서 있었던 사건 이후로 며칠 정도는 아무 일도 없었고.”

심지어는 그 일을 해결하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하기도 했다. 마지막에 공연 구경이나 하고 끝이었다.

“사실상 그냥 놀았잖아, 그동안.”

“안 놀았어! 더블 배틀 레이팅 올리느라 바빴다고!”

“세상 사람들은 그걸 보고 노는 거라고 하거든?”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시아는 설이를 보며 말했다.

“느긋하구나, 정말.”

“네. 그렇네요.”

설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아는 웃으며 말했다.

“딱 좋지 않니?”

시아는 기지개를 켰다.

“솔직히 이렇게 느긋하게 있었던지가 얼마 만인지.”

“그러게요. 저도 계속 이랬으면 좋겠어요!”

“그러게나 말이다.”

시아는 웃었고, 태주는 한숨을 살짝 쉬었다.

“그래요, 겨우 개학 때문에 일주일 손해 봤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 정도나 하는 게 평화롭고 다 좋긴 한데. 소장이 조용한 게 마음에 걸리네요. 이렇게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잖아요.”

평소대로라면 늘 뭔가 끼어들어서 참견하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어쩐지 감이 조금 좋지 않다는 태주의 말에 시아는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이내 하품을 한번 하며 말했다.

“뭐어, 아무리 그래도 무슨 중대한 일이 생기면 알려주지 않겠나.”

시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작게 웃었다.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건 네 나쁜 버릇이야.”

“그런가요?”

잠시 생각하던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최소한 지금은 그래도 되겠네요.”

최소한 오늘 오전 정도는 느긋하게 있어도 괜찮겠지. 태주는 조금 느긋한 마음을 먹기로 했다.

“저도 얘가 이렇게 헛소리하는 게 오늘 가장 큰 사건이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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