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마지막 흡혈귀 (16)
잠시 흡혈귀는 홀로 방치되었다. 사무소의 이 층까지 질질 끌려온 흡혈귀는 그대로 방 안에 갇혔다.
아직도 갈퀴는 몸에 박혀 있었고 비장의 수단은 이미 들통났다. 그러니 흡혈귀에게 도망갈 방법은 없다.
왜 굳이 자신을 이런 곳에 가둔 걸까. 흡혈귀는 짐작할 수 없었다.
몸은 다 나았지만 도망갈 엄두는 나지 않는다. 이대로 도망가 봐야 밖에는 그 늑대가 있을 거다.
그때, 방의 문이 열렸다.
흡혈귀가 처음으로 보는 두 남녀였다.
“누구냐?”
“글쎄, 네가 물어볼 처지인가?”
먼저 입을 연 건 여자 쪽이었다. 짧은 칼단발에 한쪽 손에는 붕대를 감은 여자다.
“그 상처.”
흡혈귀는 곧바로 알아봤다.
“그 피냄새를 보아하니 네가 내 계획을 망쳐놓은 건가.”
“그래.”
시아의 대답에 흡혈귀는 얼굴을 구겼다.
자신을 솔직히 밝히는 것의 의미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흡혈귀가 멍청하지는 않았다. 그건 자신이 이들에게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흡혈귀는 이를 한번 꽉 깨물고는 물었다.
“여긴 어디냐?”
“사무소. 이름은 없다.”
시아는 짧게 답했다.
“그래서, 여기서 뭘 하려는 거냐.”
도망칠 수는 없다지만, 자신은 죽지는 않는다. 그걸 믿고 흡혈귀는 당당한 자세를 취했다.
“다시 한번 날 불에 집어 던질 거냐?”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대답이 돌아온 것은 남자 쪽이었다.
흡혈귀는 그제야 남자를 제대로 살폈다.
“뭐지?”
언뜻 볼 때 인상이 흐릿했다. 그렇기에 별 것 아닌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봐도 인상이 흐릿하다. 특정되지 않는다. 나이를 알 수 없고 체형도 알기 어렵다.
이쯤 되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흡혈귀도 알 수 있었다.
“넌 누구지?”
다른 문제는 뒷전이다.
불에 맞았을 때조차 이렇게 위험하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월이에게 난도질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그리 위험하다 느끼지는 못했다.
아주 오래전에 느꼈던 위험을 알리는 본능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누구냐고?”
소장은 웃었다.
“이 장소를 만든 사람이지.”
“그건 대답이 아니다…!”
전혀 도움이 되는 정보가 아니다.
“하지만 이름 같은 걸 들어도 넌 모를 거 아니냐.”
의뭉스럽게 웃는 소장의 말에 흡혈귀는 바락 소리 질렀다.
“뭐 하는 놈인지나 말해!”
핏발 선 눈으로 흡혈귀는 말했다.
“글쎄, 내가 하는 일이 워낙 많아서…. 하지만 네가 뭘 궁금해하는지 아니까 말을 더 돌리지는 않으마. 난 네 상사가 찾는 사람이야. 그 표현이 아주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에 흡혈귀의 눈이 부릅떠졌다.
“너, 너, 너는 그럼!”
말을 더듬는다. 여유롭게 말을 고를 정신 따위는 없다.
대답을 듣고 나서야 흡혈귀는 소장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래. 내가 너희들이 찾던 그 사람이야.”
소장은 흡혈귀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런 곳에 있을 줄 몰랐지?”
“왜 이런 곳에?”
그 질문은 비명에 가까웠다.
“어째서 이딴 곳에!”
누추하고 좁다. 고작 이런 작은 건물 따위에 있을 리 없는 거물이다.
“왜 이런 곳이냐니? 웃기는 질문이야. 내가 만든 곳에 내가 있겠다는데.”
소장은 웃었다. 정말로 만족스러운 웃음이었다. 반면 흡혈귀의 얼굴은 경악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왜 하필 지금 이곳에 있는 거지? 그것도 알고 있었나?”
“우연이야, 우연. 네가 일을 저지르기 전까진 몰랐어 나도.”
이젠 여유 같은 것은 없다. 저 남자가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를 흡혈귀는 짐작하고 있다.
“너는, 넌!”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가 있다면 자신이 이렇게 붙잡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어디까지 알고 나타난 거냐…!”
“어디까지 알긴? 이번에 나타난 쪽은 너잖아? 가만히 있었다고 우린.”
그러나 흡혈귀는 믿지 않았다.
“거짓말 마라…!”
“참, 걔는 잘 있냐? 그래도 얼굴 안 본 지 오래돼서 좀 궁금하긴 하단 말이야.”
소장은 넉살 좋게 말을 붙여 봤지만, 흡혈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그래도 궁금한 건 사실인데.”
하지만 대답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뭐, 됐어. 나중에 알 방법이 있겠지. 이제 그리 오래 숨길 수도 없을 거 같고.”
소장은 그 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난 간다. 이젠 우리 직원 중 최연장자가 일할 차례거든.”
“마치 제가 늙은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시아는 찌푸린 눈으로 소장을 봤다.
“따지고 보면 그 옥분 씨도 있지 않습니까. 지네랑.”
“거기는 뭐랄까, 하청이잖아.”
“하청… 입니까?”
따지고 보면 입장은 그렇긴 하다.
“당연히 농담이지. 아 이런, 대표가 할 농담은 아니었나.”
소장은 머리를 긁적였다.
“어쨌든 뒤는 맡기마.”
소장은 그대로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뒷일은 알아서 하라는 태도다. 소장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흡혈귀는 곧바로 말했다.
“거래하지.”
시아는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뭐?”
지금까지 자존심이 강한 것처럼 굴던 흡혈귀다. 이렇게 갑자기 태도를 바꿀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거래를 하자고 했다. 나는 아직 이대로 끝낼 수가 없어.”
“갑작스럽군.”
시아는 흥미롭다는 듯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에 흡혈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든지! 날 여기서 내보내만 준다면 네가 원하는 모든 걸 주겠다. 힘? 정보? 어떤 것이든 나는 줄 수 있다.”
흡혈귀는 시아와 눈을 마주쳤다. 어떻게든 허세부리는 자세는 유지하고 있었으나, 명백히 급해 보이는 모습이다.
“말해 봐라. 원하는 것을 줄 테니.”
“흠.”
시아는 뭔가 신기한 말을 들었다는 듯 짧게 소리를 냈다. 대화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조금 생긴 것 같다.
“원래라면 굳이 대화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 좀 궁금하긴 한데. 줄 수 있다는 정보가 뭔지.”
시아는 지금까지 질질 끌고 오던 상자의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전자담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시아는 눈썹을 한번 치켜올렸다.
“그래, 한 번 들어 볼까. 그 정보 말이야.”
시아의 말에 흡혈귀는 조금 희망을 본 듯 눈을 크게 떴다. 바라마지않던 말이다.
희희낙락하며 흡혈귀는 거만한 표정으로 시아를 쳐다봤다.
하지만 시아는 조금 측은하다는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 눈은 뭐지?”
얼빠진 목소리였다. 그런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흡혈귀에게 있어 지금의 그 시선은 의외였다.
“그 눈은 뭐냔 말이다!”
흡혈귀는 스스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이 위협적인 존재라는 걸 아주 잘 알았다.
그러니 흡혈귀가 예상한 건 자신을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의심과 경계가 뒤섞인 눈빛일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의심하고 경계하면서도 붙잡지 않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기에, 결국 받아들이는 시아의 모습을 상상했다.
자신 특유의 매료나, 언변이 있으니 기회 한 번쯤은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 눈은 뭐란 말인가. 저 불쌍한 것을 바라보는 눈은 대체 뭐란 말인가.
흡혈귀는 뭔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직도 넌 잘못 이해하고 있구나. 너는 끝났어. 역전의 여지도 없이, 더 이상 쓸 수 있는 수단도 없이 말이다.”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다. 대화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숨겨진 의도 같은 것은 없다. 정말 말 그대로 너는 끝났다는 말이다.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은 네 이야기의 끝을 마무리하는 것에 불과한 거고.”
시아는 차갑게 말했다.
“그럼…! 그럼 왜 정보가 궁금하다고 한 거냐!”
“그냥, 네가 한 말이 조금 신기해서 말이다.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 조금 재미있단 말이지.”
전혀 웃지 않으며 시아는 말했다.
“그래, 끝나지 않으면 뭘 할 생각이었지?”
“뭐?”
“우리와 만나지 않았거나, 우리와 만나도 이겨냈다면 뭘 할 생각이었냐는 말이다.”
아마도 연화는 제대로 된 붉은 마스크가 되었을 것이고, 지훈 역시 죽었을 거다.
“…아마 네가 소장이라 부른 자를 찾았을 거다. 그 중간중간 내가 원래 하던 일을 하면서.”
“그 중간중간 만나던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생이 끝나버렸겠군.”
시아는 물었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끝나도 되는 사람이었나?”
“낭비는 없었다. 게다가 어차피 사람은 하루에도 수없이 죽지 않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시아는 탄식했다. 그렇게 답할 거라는 짐작은 했다.
지금 흡혈귀는 결국 기존의 흡혈귀를 답습할 뿐이었으니까.
“나는 네가 약자였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리고 지금의 네가 얼마나 강한지도 안다.”
그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태주도 이 괴물을 비웃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성장만큼은 비난하지 않았다. 같은 조건에 놓였을 때 그만큼의 일을 해낼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어쩌면 그렇기에 본질적인 부분에서 괴물은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다.
“하긴, 그걸 구분하지 못하니 귀족 같은 게 되고 싶었던 거겠지. 고전적인 의미의 귀족이란 건 이미 시대에 뒤처진 그런 것일 뿐인데.”
시아는 조금 측은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 눈은 마지막 순간 태주가 흡혈귀를 바라본 것과 유사한 눈이었다.
“모든 건 끝난다. 그러니 네가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사람이 죽는 수가 늘어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네가 죽인 사람도 언젠가는 죽을 사람일 테니.”
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상자가 자연스럽게 열렸다.
“뭐냐, 그건.”
흡혈귀의 질문에 시아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하던 말을 이어 했을 뿐이다.
“하지만 다르게 죽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많았을 거다.”
“그래서, 날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흡혈귀는 비난했다. 어차피 돌아갈 수 없다면 막 나가도 상관없다.
“나는 죽지 않는다. 그런 불사의 힘을 그분께 받았단 말이다!”
목에 핏대를 세운 채, 흡혈귀는 소리 질렀다.
“나는 영원한 삶을 받았다. 전능한 나의 주인에게 죽지 않는 삶을 받았단 말이다! 이런 나를 어떻게 죽일 생각이냐!”
“죽이지 않는다.”
“뭐라고?”
“내가 언제 죽인다고 했지? 나는 너를 끝낸다 말했지, 죽인다고 하지 않았다.”
죽지 않는 존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시아는 방법을 하나 알고 있었다. 시아는 앞으로 조금 걸어갔다. 그리고는 너무나도 가볍게 흡혈귀의 몸에 박혀 있던 갈퀴를 뽑았다.
어떻게 이걸, 그리고 왜 하필 지금 뽑는가. 흡혈귀가 당황하는 사이 시아는 이어 말했다.
“아까 이 상자에 대해 물었나? 이 상자는 대단한 물건이야. 이 갈퀴만큼은 아니지만.”
시아는 대답이 없는 흡혈귀에게 말했다.
“여기가 이제부터 네 집이다.”
무슨 말이냐. 하고 흡혈귀는 말하려 했지만,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시아는 느긋한 태도로 말했다. 가만히 제 자리에 삐딱하게 서서 시아는 그저 흡혈귀를 내려다봤다.
“널 어떻게 할 거냐고? 이 방 안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했다.”
흡혈귀의 본체와 시아가 필요로 하던 물건을 태주가 가져온 시점에서 이미 조치는 끝나 있었다.
흡혈귀가 도망치지 못하게 막던 갈퀴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흡혈귀가 아직 자기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무방비하게 혼자 이 방 안에 들어올 리가 없지.”
흡혈귀는 점차 말라 갔다. 불사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저 온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흡혈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신이 팔에서 몸이 자라날 수 있었듯, 자신은 저 상자 안에 있는 무언가에서 새로이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자신을 새로 자라나게 하는지를 흡혈귀는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정상적인 재생이 아니다. 무언가 말라붙은 것에 합쳐지는 그런 기분이다.
‘뭐냐, 무슨 짓을 한 거냐?’
말하고 싶었지만 흡혈귀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궁금해할 만한 것이라고 해 봐야 뻔하다. 시아는 흡혈귀의 의문에 답했다.
“저 안에 있는 건 늑대의 잔해다. 월이를 말하는 게 아니야. 기존의 흡혈귀를 모두 죽인 늑대를 말하는 거야.”
그게 어떻게 작동하기에 자신이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가. 흡혈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결국 흡혈귀는 일방적으로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어떻게 죽든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던가? 그렇다면 네가 어떤 식으로 살아있든 달라지는 건 없겠지.”
반박하고 싶다. 그러나 이미 정신의 반 이상이 상자 안에 들어간 시점에서 흡혈귀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넌 지금 목소리를 들을 수는 있을까? 내가 너를 그렇게 만들기는 했지만, 나도 그런 꼴이 되어 본 적은 없으니 모르겠군. 하지만 확실한 건 넌 말할 수 없다. 움직일 수도 없을 거다.”
상대가 듣는지 듣지 못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시아는 말했다.
“관도 아닌 상자 속에 넌 영원히 갇힌다. 관이라니, 나는 네게 그런 예우를 갖추지 않겠다. 다시는 펼쳐보지 않을 책의 낙엽 책갈피처럼 너는 그대로 잊혀 사라진다.”
시아는 선언했다.
“네게 피울 향은 없다. 축문도 없다. 너는 죽은 게 아니니까. 그저 말라비틀어진 채 상자 안에 그대로 봉인될 거다. 십 년이 지나서, 혹은 백 년이 지나 그 상자가 열린다 해도 너는 되돌아오지 못한다. 네 그 모습을 보고 흡혈귀라는 걸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영원한 삶이라.
시아는 비웃었다.
“너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 했던가.”
어찌해도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움직이려 하지만 괴물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애초에 제대로 된 몸이 아니니 더 그렇다.
“나는 굳이 너를 죽이지 않겠다. 너는 앞으로 영원히 죽어있지 않으나 살아있지도 않은 것이 되어 이 상자 속에 있을 거다.”
안돼. 싫어. 살려줘. 말하고 싶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행동으로도, 말로도 거절할 수 없다.
흡혈귀는 알았다. 정말 눈앞의 사람 말대로 자신은 이미 끝나 있었던 거라고.
말라비틀어져 상자 안에 담긴 채, 이대로 영원히 있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 어떤 반항도 할 수 없었다.
시아는 아주 잠깐 연민의 눈초리를 했지만 그렇다고 하려던 행동을 무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잘 있거라.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무언가라 불러야 하겠구나. 하긴, 그래도 왕에게 붙는 것이니 만족할 수 있겠지. 귀족적인 의미에서.”
시아는 상자를 닫았다.
어떤 드라마틱한 변화도, 어떤 신비로운 변화도 없다.
그저 조금 무거워진 금속성의 상자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