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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105화 (105/269)

105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마지막 흡혈귀 (6)

잠시 사무소에 정적이 흘렀다.

불사의 존재를 잡으려면 상대를 방심시키지 않고는 어려운데, 조심성까지 강하다면 쉽게 방심시키기는 어렵다.

“죽지 않는 존재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태주는 물었다. 어떤 명확한 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일종의 독백 같은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태주도 막막한 상황이다. 특별한 대답을 기대하고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입을 여는 사람은 있었다.

“글쎄, 그런 존재를 어떻게 붙잡을지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겠군.”

시아 역시 그런 방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반적인 흡혈귀를 잡는 방법 따위는 수십 가지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약점이 사라진 흡혈귀라는 건 상당히 난해하다.

흡혈귀는 엄청나게 강하지만, 약점이 있기에 흡혈귀다.

“약점이 없는 흡혈귀라. 난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거든.”

“글쎄요.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소장조차 몰랐던 모양인데.”

태주는 그렇게 말한 뒤 시아를 쳐다봤다.

“그래도 뭔가 말하고 싶은 건 있는 거죠?”

“어떻게 알았지?”

시아는 의외라는 듯 쳐다봤다.

“우리가 하루 이틀 같이 있었나?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할 거면 누나는 말을 안 하고 말 거 아니에요?”

태주는 살짝 웃었다.

“뭐, 말하고 싶었던 게 한가지 있기는 한데….”

시아는 잠시 침묵했다.

“약점이 없는 불사의 존재라 해도 가두는 방법 정도는 안다. 일단 붙잡아서 무력화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도록 봉인하는 것 정도는 지금도 가능해. 내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의 필살기 비슷한 거긴 한데.”

“그게 된다고요?”

태주는 당황해 물었다. 생각보다 터무니없는 게 가능하다. 사소한 힌트 정도나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꽤 엄청난 걸 들고 왔다.

“맨손으로는 무리지만, 그리고 여러 번 쓸 수 없는 방법이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지.”

“붙잡기만 한다면 그 뒤는 고민할 필요 없다는 말이네요.”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려면 일단 붙잡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니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결국 아무 의미 없을 수도 있어.”

시아는 조금 눈을 찌푸렸다. 시아가 말하기를 주저했던 이유는 그래서였다.

“그게 어디에요? 말 그대로 그걸 할 수 없으면 붙잡아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었던 거잖아요?”

“한 번 만 붙잡으면 된다 이거지?”

조용히 있던 월이가 말했다. 월이는 이글거리는 눈을 숨기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나쁜가 하는 정도였지만, 태주는 이유를 알기에 그저 조금 웃었다.

“그래. 그게 가장 중요해. 하지만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를 모르겠네.”

결국 문제는 원점이다.

“나는 싸우면 이길 수 있어.”

월이는 말했다.

“절대 안 져. 그딴 놈한테.”

월이의 눈이 불탔다.

“그놈은 팔 하나가 잘리기 전까지 반응도 못 했다고. 본인 입으로도 나보다 느리고 약하다고 말했고. 그러니 죽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붙어서 질 이유는 없어!”

상대가 죽지를 않는다고 하니 아무래도 이길 수는 없겠지만, 절대로 지지는 않는다. 그런 자신감이 있는 말이다.

“일 대 일로 붙으면 지지는 않는다는 말이지.”

“도망만 못 가게 하면 돼. 도망만.”

월이는 손가락에서 우드득 소리를 냈다.

“그게 제일 문제인데 말이야."

태주는 쓰게 웃었다.

“결국은 그 한번을 몰아넣는 게 어렵겠는데.”

일반적인 흡혈귀라면, 해가 뜬 틈을 노리면 된다. 해 정도는 견디는 흡혈귀라면 십자가를 쓰면 된다. 흐르는 물, 마늘, 말뚝 등등 온갖 약점 중 하나라도 통한다면 그걸 사용해서 작전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소장이 그런 건 없다고 단언했으니까.”

괜한 시도를 해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면 결국 생각나는 방법이 없다. 다시금 침묵이 왔다.

“그런데, 정말 왜.”

설이는 질문을 하나 던졌다.

“약점이 없는 걸까요?”

투덜거림에 가깝지만 정말로 귀찮은 주제다. 그에 대한 답은 정말로 아무도 할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정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있어 봐야 답은 없겠는데.”

태주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멀리서 봐서 모르면 가까이에서 봐야지. 직접 만나보러 간다.”

태주는 조금은 긴장한 태도로 말했다.

“너도 같이.”

“네? 제가요?”

설이는 당황했지만 이내 납득했다.

“어, 그렇겠네요. 혹시라도 제가 볼 수 있는 게 있을 수도 있고요.”

“그럼 이번엔 둘이서 한번 가 보자고.”

태주는 웃으며 말했다.

“한번 낯짝이나 봐야지.”

* *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당장 시도할 수는 없다. 애초에 곧 있으면 해가 뜰 때다. 쉬어야 하는 건 손님뿐이 아니다. 사람인 이상 사무소 사람들도 잠은 자야 했다.

그렇기에 다들 논의는 여기까지로 마치고 자러 갔다. 이 자리에 남은 것은 두 사람뿐이다.

월이와 태주다.

사실 태주 역시 지금이라도 자고 싶은 상황이기는 했지만 월이가 따지고 있어서 그럴 수가 없다.

“왜 내가 포함이 안 돼!”

“상대가 네 얼굴을 알잖아.”

결국 상황이 이러니 금방 잠들기는 글렀다. 태주는 조금 피곤한 채 말했다.

“얼굴 좀 아는 게 어때서!”

위험한 일이다. 자신을 제외하면 그 흡혈귀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월이는 그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내가 안 가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

“아냐. 아예 위험이 없다는 말은 안 하겠지만 생각보다는 덜 위험해.”

“그래도!”

월이는 테이블을 쾅쾅 내리쳤다. 다리에서 조금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래도 힘 조절을 한 모양이지만, 부족하다. 아마 저 테이블은 내다 버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상대를 보고 싶으면 불러오면 되잖아! 유인책을 쓴다거나 뭐 그런 거!”

“계획 네가 세우냐? 말만 하면 그런 게 뿅 나오는 게 아니거든?”

태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애초에 지금 당장은 유인책 못 써.”

태주는 시작부터 말했다.

“대체 왜?”

월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야 나중에 제대로 붙잡을 때 써야 할 수도 있는 방법이잖아? 그러니 지금 쓰면 안 되지. 한번 쓴 방법은 두 번 안 통하니까. 네 말이나 연화 씨에게 말을 들어 보면 상대가 허세는 좀 있는 것 같지만 머리가 나빠 보이지는 않더라고.”

동물조차 같은 수법에 여러 번 당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경계심이 강한 상대라면 더 그럴 것이다.

상대가 바보라고 확신할 수 있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렇게 가정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찾아다니는 건 한가지 이점이 더 있어.”

흡혈귀는 지나가다 연화를 만났다 말했다.

“우리가 먼저 상대를 찾을 수 있게 된다면 흡혈귀의 평소 상태가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겠지.”

예를 들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통해 무엇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혹은 무엇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그걸 알게 된다면 상대방의 행동을 어느 정도 유도할 수도 있을 거야.”

약점이 없으니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염두에 두지 않으면 잡는 것은 어렵다. 평소라면 태주도 여기까지 고려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이런 거라도 고려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설이는 눈을 찌푸렸다. 월이 역시 눈을 찌푸린 채다. 아직 납득하지 못한 것이다.

“고작 그 정도 이점을 얻자고 위험을 감수한다고?”

“고작 그 정도가 아니야. 그거라도 없으면 우리가 계획을 더 짤 수가 없어.”

뚜렷한 약점이 없는, 신출귀몰한 상대를 잡으려면 그런 사소한 이득이라도 챙겨야 한다.

“난 반대야. 나도 데려가.”

“네가 가면 우리가 더 위험해.”

결국 태주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지금 우리를 경계하고 있어. 그리고 그게 나쁜 상황인 건 아냐.”

“나쁜 거 같은데…”

미심쩍어하는 월이의 말에 태주는 약간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표현이 조금 잘못되긴 했네. 정확히 말하면 우리도 안 좋은 상황이지만 저쪽도 지금 마냥 좋지는 않은 상황이라는 말이 되겠다.”

흡혈귀는 지금 그렇게나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붉은 마스크, 그러니까 연화 씨를 놓쳤다.

지훈이 살아남은 것 정도는 오차범위 내에서 큰 상관은 없는 일이겠지만, 연화를 빼앗긴 건 흡혈귀 입장에서 뼈아픈 손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상대는 그냥 물러갔다. 연화를 회수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다음을 기약하며 튀었을 뿐이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상대가 우리를 경계했기 때문일 거야. 그것도 심하게 말이야.”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월이는 조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경계를 안 하는 게 좋은 거 아냐?”

“네 말대로야. 상대가 경계심을 가지게 하는 것 자체가 좋은 건 아니지.”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그런데, 지나치게 경계를 하고 있는 건 그거대로 이용할 수 있거든.”

월이에게는 밀린다고는 해도 흡혈귀는 강한 존재다. 게다가 보여준 특수한 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어지간히 불리한 상황에 처해도 자기 한 몸은 뺄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상대는 월이와 한번 손을 섞은 뒤 바로 도망갔다.

“처음에는 약점이라도 찔릴까 두려워서 도망간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솔직히 월이 너는 규격 외의 힘을 가지고 있고, 그만한 힘으로 약점을 찌른다면 확실히 큰일이 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상한 점이다.

“하지만 소장이 보장했잖아. 약점이 없다고.”

그만큼이나 강한 것이, 약점도 없고 죽지도 않는데도 팔 하나를 잘리고 난 뒤 바로 도망쳤다.

“심지어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팔이 자라나는 걸 보면 그건 그리 대단한 타격이 아니야.”

그런데도 도망갔다면 그건 단순히 월이가 무섭기 때문에 도망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른 무언가를 더 경계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쳇.”

월이는 기분 나쁜 듯 혀를 찼지만 부정하지는 않았다.

“하긴 그래. 너무 빠르다 싶을 정도의 도망이었어.”

월이 역시도 느꼈었다.

분명 뒤의 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월이는 흡혈귀를 쫓을 수 없었던 것이지만, 만약 뒤에 두 사람이 없이 쫓았다 해도 붙잡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흡혈귀는 그렇게나 빠르게 도망갔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갑작스러운 도망이지만, 그 뒤에 또 다른 이유가 있겠지.”

태주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먼저, 상대는 우리의 존재를 눈치채기는 했지만, 아직 규모를 모르고 목적도 몰라.”

상대가 지금 사무소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것은 월이가 이곳에 속해 있고, 또 그 두 사람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 정도다.

“월이 네가 붉은 마스크가 되지 못하게 막은 게 아니라는 정도는 상대도 짐작하고 있을 테니 우리가 여러 명이라는 것 정도는 알았을 거야.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거기다 몇 명인지 모를 집단과 마주한다면 우선 경계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그래서! 그거랑 둘이서만 만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건 우리 규모뿐만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도 과대평가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야.”

월이는 눈을 깜빡거렸다.

“너랑 누나는 둘 다 한눈에 보기에도 조금 특별한 구석이 있지. 사람이 아닌 괴물이 보더라도 말이야.”

딱 봐도 경계심을 가질 만한 그런 무언가를 둘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설이는 조금 호의적인 감상이야 받겠지만 한눈에 봐도 특별해 보이지 않고, 나는 애초부터 그런 건 없어.”

그러니 상대는 이 둘이 월이와 같은 집단에 속해 있는 적으로 인식하지 못할 확률이 크다.

그렇다면 그 점을 이용해야만 한다.

“그 방법이 통하려면 너와 함께 있으면 안 돼.”

“그래도 그냥 가는 건 안 돼! 허락 못 해!”

월이는 고집을 부렸다. 월이는 강하게 말했다.

“내 눈앞에서 아는 사람 또 다치는 꼴은 못 봐.”

“그래. 안 그러려고 하는 거 아냐.”

태주는 쓰게 웃었다. 결국은 이게 다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일은 해야 했다.

“아무도 안 다치려고 해도 결국은 위험을 감수해야 해.”

태주는 월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나서는 건 좀 더 나중이어야 한다는 말이야.”

지금은 안된다. 지금도 월이는 흡혈귀를 상대할 수 있지만, 그냥 맞붙는 건 결국 월이에게 출혈을 강요하는 짓이다.

“…흥.”

월이는 픽 고개를 돌렸다. 결국 싫지만 알겠다는 표현이었다.

“그래서, 그 흡혈귀는 어떻게 만날 건데?”

“그 흡혈귀가 연화 씨를 우연히 지나가다 만났다고 했지?”

태주는 히죽 웃었다. 방금까지의 쓴웃음과는 다른, 어떤 생각이 있는 그런 웃음이다.

“우리도 ‘우연히’ ‘지나가다’ 만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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