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전문 사무소-88화 (88/269)

88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붉은 마스크 (5)

딸랑-

시아는 안쪽을 한번 스윽 둘러보고는 말했다. 손님만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인지 모르는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마지막인가. 손님은 가셨나?”

“아, 오셨어요?”

설이가 쪼르르 달려와서는 밝게 인사했다.

“손님은 안쪽에 들어가 계신대요. 너무 불안해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은 늘 그렇듯 다용도실에 있었다는 말이다.

하긴 확실히 폐쇄된 공간이 사람이 안심하기에는 좋다.

“그나저나…”

시아는 한창 시끄럽게 소리치는 월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둘은 왜 저러고 있지?”

시아는 설이에게 슬쩍 물었다.

“어제까지는 별일 없을 것 같다며! 내일은 쉴 수 있을 거라며어!!”

월이가 애처롭게 소리치는 걸 보고 시아는 설이에게 소곤거리며 물었다.

“뭐 문제가 있나?”

“아하하, 저랑 어디 놀러 가려고 했었나 봐요. 좀 기대하고 있었나 본데….”

시아는 피식 웃었다. 결국은 제대로 좀 놀아보려던 계획이 어그러져서 그렇다는 말이다.

“어쩐지, 유난히 날 반긴다 싶었다.”

설이는 멋쩍은 듯 마주 보고 웃었다. 설이도 중간에 껴서 난처하던 차에 한 사람이 더 오니 반가웠던 모양이다.

“저번엔 일 끝나고 나서 조금 쉬게 해 준다고 했잖아!”

“야, 말은 바로 해야지. 별일 없으면 쉴 수 있다고 했잖아. 게다가 이번 일도 너희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야. 너희를 쉬게 내버려 둘 수가 없다고.”

태주도 월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이 죽은 일이야. 네가 쉴 때마다 이렇게 돼서 억울할 건 아는데,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

“왜 나한테만….”

지난번에도 놀러 나갔다가 일이 터져 중간에 돌아왔고, 이번에도 그랬다. 그러나 그렇다고 태주를 더 탓하는 것도 의미는 없다. 그걸 월이도 알았기 때문에 결국 씩씩거리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진정했으면 거기 앉아 있어. 누나도 왔으니 무슨 일인이 이야기해 줄게.”

“네에!”

설이는 느긋한 목소리로 답하며 움직였다. 시아가 물었다.

“빨리 얘기해 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시아의 질문에 태주는 최대한 압축적으로 답했다.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살인사건의 범인이라 추정되는 붉은 마스크를 손님이 만났고, 그 범인은 손님이 아는 사람이었다 예요.”

먼저 시아가 말했다.

“정체를 알고 있다고?”

“네. 그리고 붉은 마스크로 추정되는 사람도 손님이 자신을 알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럼 위험한 거 아니에요?”

설이의 말에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서 본인도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이곳으로 온 거야.”

“켁,”

월이는 자신이 그런 투정이나 부릴 때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는지 표정을 조금 고쳤다.

“그럼 붉은 마스크가 누군지 알 수 있다는 말이야?”

월이의 질문에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너희 학교 삼학년 오연화. 혹시 아는 사람이야?”

“연화? 모르는 사람인데. 아니, 그보다 우리 학교 학생이라고? 그럼 우리 학교 학생이 우리 학교 교사를 죽였단 말이야?”

“글쎄. 붉은 마스크일 가능성은 아주 높아 보이긴 하는데…”

거기까지는 모른다. 아직은 그저 주장일 뿐이다.

“어쨌든 내일 학교에서 몇 가지 좀 알아봐 줘. 이번에는 너희가 이전에 말한 친구 손은 최대한 덜 빌리는 방향으로 하고. 위험할 수 있으니까.”

다른 이야기라면 모를까, 살인사건 관련 이야기다. 괜한 피해자를 늘리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월이 역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게.”

반면 시아는 조금 다른 곳에 신경이 쓰인 듯 말했다.

“그 학교, 이제 확실히 요주의 장소라 봐야겠군.”

학교에서 일어난 그런 괴담에 엮인 사건이 두 건이 됐을 때 이미 한번은 했던 이야기였다.

이제 그 학교 학생 중 이런 일을 겪은 사람만 다섯이 넘는다.

태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딱 한 번은 그래도 있을 수 있지만 딱 두 번은 없죠. 역시 세 번째가 나왔네요.”

월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학교가 이상한 곳이라니, 이상하네.”

월이의 말을 들은 태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방금 굉장히 멍청해 보이는 발언이었어.”

“하지만 진짜 이상하잖아.”

월이는 불퉁거리며 말했다. 태주 역시 그 말에는 동의했기에 표정을 진지하게 고치고는 말했다.

“그래, 단순히 이상한 사건이라면 아무리 일어나도 괜찮아. 하지만 사망자가 나오는 건 안 돼.”

두 번째 피해자가 나오면 안 된다. 그걸 막지 못하면 세 번째, 네 번째가 나오는 것을 막는 건 더 어려워진다.

“붉은 마스크 관련된 건 그 이상한 증언 말고는 뭐가 더 없다는 거죠?”

“이전에 말했듯, 나온 건 없어. 골치 아프지만, 현재 뚜렷한 약점은 없다는 말이지.”

시아는 눈을 찌푸린 채 말했다.

“약점이 없다. 당연하네요. 아직은 괴담보다는 요상한 살인사건에 가까우니까요.”

괴담이 될 수 있는 요건 자체는 모두 갖추고 있지만, 아직 괴담이 되기엔 좀 이른 물건이다.

“아무도 모르는 괴담….”

설이의 눈은 이미 반쯤 게슴츠레했다. 지금까지 배운 것과 전혀 상관 없는 상황이 발생했기에 뇌에 과부하가 온 것이다.

“대체 그게 뭐예요? 그럼 우린 뭘 가지고 공략해야 해요?”

“우리도 몰라. 이런 건 처음이라고.”

태주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할 뿐이었다. 단순히 처음 괴담이 만들어지는 일을 보는 경우도 드문데, 없는 괴담이 생겨났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어라, 그러고 보면.”

태주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일이라면, 처음이라는 걸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혹시 이게 가능할까요?”

태주는 시아에게 자신이 생각한 방법을 말했다. 시아는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리긴 했지만 결국 긍정했다.

“이론상 문제 될 건 없겠는데?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도 있겠지만.”

“그 부분 다듬는 건 그럼 조금 도와줄 수 있죠?”

태주의 질문에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시아의 평가에 태주는 조금 웃었다.

“인터넷을 무시하시네요. 하루면 될 수도 있어요?”

“하긴, 그런 건 네가 더 잘 알겠지. 제대로 먹히기만 하면 그보다 좋은 방법도 없겠어. 구체적인 사항들도 정해 둔 게 있나?”

“그건 뭐 조금 있다가 손님이랑 조금 더 대화해 보고 고르려고요.”

“그래. 그럼 그 자리에는 나도 끼기로 하지.”

그렇다면 이번 일에서 각자의 역할은 정해졌다. 늘 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아무래도 살인사건은 너무 무게감이 크다.

“자, 그럼 일단 지금은 계획대로 진행하면 되겠지. 혹시 질문 있는 사람?”

의외로 월이가 손을 들었다.

“니가 웬일이냐? 어쨌든 질문이 뭔데?”

“이번에 뭔가 좀 중요한 사건인 거잖아?”

“…그렇지?”

“그럼 이번엔 우리도 좀 자세를 바꿔야 하잖아?”

“바꿀 게 있나? 조금 더 주의 깊게 하기는 해야겠지만.”

태주는 그렇게 말했지만 월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도 조금 멋있게 가보자! 작전 이름 같은 거 정해 보자고!”

작전 이름? 그런 건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태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왜! 괴담은 늘 이름이 중요한 거라며! 붉은 마스크도 그래서 처음에 관심 가지고 조사시킨 거잖아! 그럼 우리도 이름 짓는 거 중요한 거 아냐?”

딴에는 틀린 말도 아니기에 태주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아 역시 고개를 끄덕였고, 한설은 옆의 두 사람을 보고 황급히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따라 할 필요 없는데. 태주는 미묘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이름이라… 생각해 본 적 없는데….”

하지만 지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처음 해 보는 일이니까, 해 보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뭐가 좋을까.”

태주는 그냥 적당히 이름 붙이기로 했다.

“체포는 아니고, 사냥도 아니고… 그냥 포획 작전이라 하는 게 적당하겠네. 포획 작전.”

“붉은 마스크 포획 작전? 오~ 구린데?”

“구린 것까지는 모르겠다만 조금 대강인 느낌은 드는군.”

아무리 정성껏 지은 이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런 말을 듣고 있자니 섭섭하다.

“미안하네. 나도 이름 짓는 센스는 없거든,”

태주는 조금 얼굴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그럴 거면 직접 만들어 보시지, 둘 다.”

그러나 두 사람 다 딱히 새로운 이름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아, 저기, 전 괜찮은 것 같긴 해요.”

설이만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표정을 보니 그냥 위로인 것 같았다.

“됐어. 다음엔 내가 이름 짓나 봐라.”

태주는 투덜거리며 말하고는 두 사람에게 손짓했다.

“어쨌든 너희 둘은 조사하려면 결국 내일부터지? 그럼 오늘 저녁까지는 쉴 수 있으니까 나가서 놀다 와. 우린 손님이랑 중요한 이야기 좀 할 테니까.”

그래도 바로 내일 놀러 가기로 한 두 사람의 약속을 파투낸 것이 못내 미안했던 태주는 두 사람에게 훠이훠이 손짓했다.

“오! 좋다! 그럼 밖에서 저녁도 먹고 올게.”

“어, 다녀오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정해진 터라 두 사람은 조금 얼떨떨해하기는 했지만, 군소리 없이 나갔다. 이제 안에 남은 건 시아와 태주뿐이었다.

“자, 그럼 이제 손님을 다시 모셔올까요?”

태주가 그렇게 말하자 시아는 두 손가락을 펼치며 당당하게 말했다.

“조금만 더 쉬지. 급히 오느라 나도 조금 나갔다 오고 싶은데.”

손가락 모양을 보니 담배 한 대 빨고 오겠다는 말이다. 태주는 어쩔 수 없겠다 싶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빨리 갔다 와요.”

니코틴이 그렇게 좋을까? 태주는 알 수 없었다.

* * *

시아가 멋쩍은 듯 문을 열고 들어왔다. 태주는 그제야 안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던 지훈을 부를 수 있었다.

“조금 진정은 되셨습니까?”

“덕분에요.”

이제는 여유가 좀 생긴 듯 안색이 좋아진 지훈을 보고 태주는 한 손으로 시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분이 아까 말씀드린 분입니다. 전화할 때 옆에 계셨죠?”

“아, 그럼 시아 씨인가요?”

지훈은 먼저 인사했다. 시아 역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조금 늦긴 했지만.”

태주는 말을 꺼냈다.

“손님의 의뢰가 정확히 어떤 건지 다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살려 달라거나 도와 달라는 건 조금 애매해서요.”

그것 역시 목적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최종적인 목표라 보긴 힘들다.

“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지훈은 조금 망설이며 말했다.

“사실 저는 그냥 무서워서 이곳에 온 것뿐이라서요.”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건 천천히 정해 주세요. 일단 저희의 목표는 어느 정도 정해 놓기는 했습니다. 당신의 의뢰 내용과는 별개로요.”

“어, 그게 뭔가요?”

“일차 목표는 붉은 마스크를 붙잡는 거예요.”

“네?! 뭘 어떻게 하신다고요?”

지훈은 잘못 들었나 싶어 태주를 쳐다봤지만 태주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어… 그게 가능할까요?”

지훈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물론 이 곳 분들이 이런 일 하시는 분이라는 건 들어서 알지만, 그래도 상대는 괴물이잖아요.”

지훈은 상대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괴물인지 알고 있었다.

단순히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한번 제대로 쫓겨 본 경험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말할 수 있었다. 그건 도저히 사람이 대항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지훈의 태도를 본 태주는 말했다.

“무리 같나요?”

“…솔직히, 네.”

“확실히 성공한다고 말씀드리면 거짓말이겠지만,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능성은 있어요.”

“…방법이 있으신가요?”

“붉은 마스크는 괴담 속의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죠.”

예를 들어 빨간 마스크의 경우에는 특정 단어를 말하면 도망쳐야 했다. 거기에 2층을 오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더해졌고, 나중엔 사탕을 주면 멈춰 서서 그걸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게 점점 많은 종류의 약점이 붙고, 하나같이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하지만 그런 게 있기에 괴담은 퍼질 수 있다.

“설령 그게 아무리 바보 같다 하더라도 그렇죠. 규칙이 일단 생긴다면 그걸 지켜야만 합니다.”

아는 사람은 그저 아는 것만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래서 빨간 마스크는 공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초등학생이라도 대처 가능할 정도의 어떤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럼, 붉은 마스크에게도 그런 게 있는 건가요?”

지훈은 조금 희망을 찾은 듯 물었다. 그러나 태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런 건 없습니다. 애초에 이제 막 생겨났기 때문에 알려진 게 없죠. 알려진 약점 같은 건 없습니다.”

“뭐에요, 그게? 그럼 어떻게 해요?”

지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그럼 왜 그리 자신만만하냐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있죠. 바로 직접 소문을 퍼트리는 겁니다.”

“소문요? 무슨 소문요?”

지훈은 태주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곧바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지금 이건 아직 제대로 된 괴담이 아닙니다. 붉은 마스크는 지금 절대 완성된 괴담이라고 할 수 없죠. 손님이 만나기 이전에, 심지어는 만나고 난 뒤에도 그런 소문이 있었나요?”

“…아뇨.”

이전은 솔직히 모르겠지만 뒤에도 없었으니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방법이에요. 붉은 마스크가 사실은 엄청나게 멍청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퍼트리는 겁니다.”

아무도 사실관계를 모르고, 아무도 약점을 모른다. 애초에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그러니 어떤 괴담이 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이라면 통하는 방법이 있다. 제대로 정해진 것도 없을 때 소문을 먼저 퍼트리는 거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섞어서 퍼트릴지는 아직 미정이지만요.”

지훈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가능하다면 치명적일 것 같기는 하지만 저게 진짜 되는 건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론상 문제는 없습니다.”

옆에서 시아가 참견했다.

“정말요?”

“예.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아예 무해한 소문으로 만드는 거지만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건 왜 불가능하냐 물으려던 지훈은 나지막히 탄식했다.

“그건 왜… 아.”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미 돌아가신 분이 계시니까요.”

이미 죽은 사람이 생긴 이상 상대를 무해한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이미 쓸 수 없다.

그렇기에 그다음으로 좋은 방법을 써야 한다.

“이 방법은 일시적으로 그 괴담을 더 유명한 것으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대신 더 이상 사람을 죽이기는 어려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대처법을 알기만 하면 막을 수 있는 괴담으로 만들고 나면 여러 의미로 편해진다.

“그렇군요.”

확실히 그럴듯해 보인다.

“그럼 어떤 종류의 소문을 퍼트리실 생각이신 건가요?”

“그게 지금의 문제죠.”

태주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어떤 소문이라도 퍼트릴 자신이야 있지만, 더 효과적이고 덜 효과적인 약점이 있겠죠. 아마 붉은 마스크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분의 약점과 연계된다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혹시, 그분이 싫어할 만한 게 뭐가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네?”

“같은 반 학생이시니까요.”

“네? 아, 저도 그렇게 잘 아는 건 아닌데.”

지훈은 잠시 고민했다. 사실 지훈 역시 연화와 그리 친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사이였다. 대뜸 약점이나 싫어하는 게 뭐냐 물어도 말하기는 어렵다.

“뭐가 있을까요….”

잠시 고민하던 지훈은 문득 한 가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하나, 있는 것 같아요.”

“뭔가요?”

태주의 질문에 지훈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약점이라 하기도 뭐하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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