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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62화 (62/269)

62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망량고양이 (11)

시우는 무너져내리듯 입을 열었다. 이미 그게 잘못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정신적으로도 몰려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하는 건 고해성사에 가까웠다.

“네, 제가 할아버지를 방에 가뒀어요.”

할아버지가 한번 실종된 뒤,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시우는, 가능하다면 자신이 조금 할아버지를 돕겠다 말했다.

순진한 선의였고 아버지에게는 동아줄이었다.

문제는, 치매 노인은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짐이었다는 것이다.

시우의 할아버지는 종종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집안을 배회했다.

이방 저 방을 할아버지는 돌아다녔고, 그러다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질렀다.

“어떤 날은 화를 냈다가, 갑자기 울기도 했어요. 옷장을 열어서 옷을 다 끄집어낸 날도 있었어요.”

그 모습은 무섭기까지 했다. 시우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아주 위험한 짓은 하지 않았으니 순하다면 순한 편이기는 했다. 그 정도니 시우는 견딜 수는 있었다.

그러나, 견디는 데는 항상 한계가 오는 법니다.

“그래서, 가둔 건가요?”

시우는 몸을 한번 떨고는 말했다.

“처음엔 일부러 그랬던 건 당연히 아니었어요.”

어느 날,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할아버지가 한 방에 갇혀서 나오지 못한 것이다.

그저 어쩌다 보니 발생한 사고였다. 시우는 애초에 눈치를 채지도 못했다. 상황을 알아챈 것은 시간이 조금 지난 뒤였다.

시우는 거실이 너무 조용하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나왔다.

집안 어딘가에서 작게 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시우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갔다. 그곳은 할아버지 방이었다.

그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시우는 안으로 들어가려다 문을 열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바깥쪽 문고리에 뭔가 걸려있었다.

정원을 가꾸는 용품이었던 것 같은데 그게 왜 여기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 할아버지께서 문 바깥에 세워 뒀던 게 아닐까요?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넘어진 거고요. 사실 그것 말고는 이유를 알 수 없으니까요.”

시우는 말했다.

시우는 황급히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할아버지가 엉엉 울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를 가뒀다며 소리치고 화를 냈다. 할아버지를 달래는 데는 한 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시우는 잠깐이지만 그때, 차라리 열지 말 걸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시우는 한동안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점점 힘들고 피곤할 때마다 그때 할아버지가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그 상황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저는 그랬던 것 같아요.”

긴 망설임 끝에 시우는 한번 문을 막아 봤다. 타이밍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늘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 했으므로. 그것이 그리 어려울 이유가 없었다.

처음에는 죄송스러운 마음에 금방 문을 열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린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심이었다.

그래서 시우는 가끔, 할아버지가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밖에서 막았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그다음에는 보름에 한 번, 이주, 일주, 그러다가 며칠에 한 번씩 그럴 정도로 시우는 그런 행동에 익숙해졌다.

“완전범죄였군요.”

태주의 표현에 시우는 흠칫하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도 몰랐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은 시우을 믿고 맡겼고 할아버지는 제대로 증언할 능력이 없었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그렇지만, 아무도 피해 보는 사람이 없으니 어쩌면 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거리낌은 더더욱 없어졌다.

문틈에 흠집이 잔뜩 생겼을 때는 조금 당황하기는 했다. 지금은 부모님이 잘 모르지만, 나중에는 눈치챌 수 있을 거다.

시우는 그래서 일부러 다른 정원용 도구들도 들고 와 벽 이곳저곳을 긁어 놓기도 했다. 문에만 그런 스크래치가 있으면 너무 이상해 보일 테니까. 복도와 바닥에도 그런 것들을 만들었다.

그 모든 것은 할아버지가 한 것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시우를 성호라고 불렀다. 성호가 자꾸 자신을 방에 데려간다고 말했다.

그때가 되어서 시우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 수 있었다.

“저는 그냥··· 그게 사람을 가두는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때 알았어요. 할아버지는 자식이 자신을 방에 가두고 있다고 생각하고 계신다는 것을요.”

오히려 그때가 되니 시우는 자신의 행동을 한발 떨어져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의미로는 훌륭한 행동이었다.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러나 개인에게는 불행이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저는 그 짓을 숨기려고 했어요.”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만둬야 했다.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러나 그 뒤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뭔가 반성하고 고칠 틈도 없이 할아버지는 건강 악화로 순식간에 돌아가신 것이다.

아버지가 생각했던 것처럼, 시우 역시 할아버지가 아직 몇 년 더 사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사실은 그래서 시우는 장례식장의 빈소에 있지 못했다. 그 영정 사진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잘못한 것들이 너무 선명하게 떠올랐기에.

“그래서 사실은 망량이라는 걸 처음 봤을 때 저는 올 게 왔다고도 생각했어요.”

할아버지가 나를 벌하러 오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시우는 말했다. 그래서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자신이 했던 일을 자신은 똑같이 되돌려 받아야 할아버지가 용서해 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이 할아버지가 아니라고 들으니까 조금 괜찮아졌었어요.”

망량이 할아버지와 연관이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들었기에 시우는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누가 들어도 할아버지의 목소리로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걸 들으니까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게 할아버지가 아닐 리가 없잖아요?”

“그게 당신이 버티지 못한 이유였군요.”

태주는 조금 딱하다는 느낌은 들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해야 할 일은 해야 했다. 그 태도를 시우도 느꼈는지 물었다.

“···제 아버지에게 말씀드릴 건가요?”

시우는 반쯤 체념한 모습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직도 걱정하는 부분은 그런 부분인 것 같았다. 어른스러운 태도를 보이지만 그래 봐야 역시 어린애였다.

“아뇨.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네요.”

아직도 태주는 시우의 아버지에게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지는 않았다. 아버지에게 전달한 것은 그래 봐야 아들이 본 것이 망량이라는 것과 망량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정도였다.

“게다가 그건 우리가 전할 말이 아니겠지요.”

“그럼 누가 전하나요?”

“본인이 직접 해야겠지요.”

그건 대신 전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하면 고백이지만, 타인이 하는 것은 고발이 될 뿐이다.

“그리고 그건 망량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저희 의뢰는 망량이 다시는 당신에게 나타나지 못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지, 당신의 죄책감을 더는 게 아니니까요.”

태주는 냉정하지는 않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망량을 잡는 것까지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풀어주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없어요. 죄책감을 이겨내는 방법은 본인이 사실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방법은 자신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말에 시우는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정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방법이요?”

시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없는 것 같은데요.”

이 마음의 응어리를 푸는 방법은 간단했다. 용서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용서해 줄 사람도 없거니와 할아버지께서 살아 계셨다 한들 용서받을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었다.

“제가 저지른 잘못을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겠어요?”

태주는 시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었다.

“용서받는 것만이 당신이 해야 할 일의 전부는 아니죠. 아직, 그 사실을 밝혀야 할 사람은 남지 않았나요?”

그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말이 누구를 말하는지는 너무나도 명백했다.

“제 아버지께 말씀드리는 거 말이죠.”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도 두려운 일이었다. 아직 중학생인 시우에게 그것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린아이에게 부모는 곧 세계고, 모든 것이었다. 그에 미움받을 각오를 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엄청난 일이었다.

“못해요.”

“정말요?”

태주는 시우에게 그렇게만 말했다. 어떤 강요도 조언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시우를 바라봤을 뿐이었다.

시우도 알기는 알았다. 그것이 자신이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그러나 지금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언젠간 할 거예요.”

시우는 그렇게 말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아뇨. ‘언젠가’는 안 하겠다는 말이에요. 내일 하겠다. 모레 하겠다. 한 달 뒤 하겠다. 그런 건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언젠가 한다고 하는 일은 하지 않아요.”

그것은 태주가 몇 가지 단언할 수 있는 진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진심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비밀은 점점 더 무거워지죠. 지금은 진심일지 몰라도 무거워진 비밀을 꺼내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언젠가’라는 말은 무거운 짐을 해결하는 걸 점점 미루게 할 겁니다.”

시우는 말문이 막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시간이 지금 얼마나 지났나요.”

“그건···”

“이제 일주일 정도는 되었네요. 그동안 죄책감은 더 가벼워졌나요? 무거워졌나요?”

시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시우의 편을 들어주는 것은 시아였다.

“아직 어리잖아. 무서울 수 있어. 그럴 수도 있지.”

옆에서 시아가 말했다. 그것은 시우를 보호하는 말이기도 했으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도 되었다.

시우가 듣고 싶었던 위로의 말이기도 했지만, 어떤 의미로는 태주보다도 더 잔인한 표현이었다.

너는 아이이므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것은 일종의 무시하는 발언이었다.

“무거워졌어요. 아니, 무서워졌어요.”

“그럼 더 힘들어지기 전에 털어내야지.”

시아는 그러나 그렇게만 말할 뿐이었다. 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끙하는 신음을 냈다.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당신의 선택이 뭐가 되건 우리는 개입하지 않을 거예요.”

태주는 말했다. 이것이 시우에게 어떻게 들릴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은 협박은 아니었다. 스스로 이겨내길 바랐다.

“망량은 무조건 잡을 겁니다. 저희의 행동은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건 바뀌지 않아요.”

“그러면 제게 왜 그런 선택을 강요하시는 건가요?”

시우는 꽤 의기소침한 채 물었다. 그러나 시우의 질문에 태주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할 뿐이었다.

“저희가 강요하는 거로 보이나요?”

“아닌가요?”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게 들렸다면, 그리고 꼭 해야만 하는 일로 여겼다면 아마 그건 본인도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그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아….”

시우는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당신은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어른이 되려면 그 감정과 마주할 줄은 알아야 해요. 저도 그리 대단한 어른이 된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뻔히 문제 있는 선택을 하는 걸 보고만 있을 정도의 사람은 못 되는지라.”

태주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생각해 볼게요.”

시우는 결국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생각해 봐요. 오늘 안에 모든 걸 결정할 필요는 없겠지만요.”

태주는 그렇게 말하며 시계를 봤다.

“망량은 오늘 밤이 되면 이번엔 확실히 붙잡을 겁니다. 그때는 아마 아버님도 오시겠지요.”

“아버지가요?”

“네. 이번에는 확실하게 붙잡을 수 있는 계획이 있어서 오전에 아버님과 이야기를 해 뒀습니다.”

“그런가요.”

의외로 시우는 싫다거나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태주는 그런 시우를 보며 말했다.

“저는 망량을 몰아내고 나서 곧바로 아버지께 말씀드리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마 그렇겠죠….”

시우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무언갈 다짐한 표정이었다.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시우를 두고 두 사람은 자신의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조금 바빠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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