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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58화 (58/269)

58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망량고양이 (7)

사무소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자리에 서 있었다.

망량이 온다면 곧바로 공간을 닫기 위해서 시아가 가장 바깥쪽에 서 있었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월이는 원 바로 바깥에 서 있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상황을 보고 맞춰가기 위해 중간 자리에 있다.

네 사람이나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 그러나 원 안에는 혼자다. 가슴속이 술렁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어느 정도 마쳤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안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망량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괜찮을 거다. 시우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불안을 달래기 위해서는 뭐라도 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은 뭔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그저 서서히 연기가 짙어지고 있을 뿐이다. 매캐한 냄새는 아닌, 어딘가 인공적인 과일냄새 같은 것이 났다.

연기는 옆에 있는 두 개의 촛대에서 나고 있었다. 고작 작은 초에서 이만한 연기가 날 리 없다. 그게 너무나도 이상한 나머지 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상해….”

시우는 무심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제풀에 놀라 입을 막았다.

망량이 나타나고 나면 한마디도 하지 말라고 했다. 지금부터 미리 조심해야 한다.

시우는 주머니 속에 넣어둔 유리구슬을 만지작거렸다.

이게 있으면, 그리고 이 사람들이 있으면 괜찮을 거다. 그 망량이라는 건 자기 곁에 오지 못할 거라고 시우는 애써 마음을 달랬다.

언제 닫았는지 창문은 닫혀 있었다. 열려 있는 입구는 이로써 단 하나뿐이었다. 문을 열어 둔 채 시아는 부채를 이용해 바깥으로 연기를 내보냈다.

딸랑, 하고 방울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시아는 평소의 천으로 된 방울이 아닌 금속 방울을 팔에 매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채질을 하며 소리는 자연스럽게 울려 퍼졌고, 중첩되며 소리는 커졌다.

“이게 그 불러내는 행위인 거죠?”

“그렇지.”

설이는 태주에게 작게 질문했다.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울 소리는 사람이 아닌 것에게 더 멀리까지 들린다. 게다가, 향이 섞인 연기는 더더욱 주의를 끈다. 사람이 아닌 것을 이끌어 온다. 낚시에서 떡밥을 뿌리는 것과 같은 행위다.

“나중에 제가 같은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설이의 질문에 태주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려울걸? 무엇을 불러오고 무엇을 불러오지 말아야 할지에 따라서 사용하는 재료와 용량은 천차만별이라고 하니, 우리가 하기는 어렵겠지.”

그리고 설이가 해야 할 일은 애초에 다른 거였기에 굳이 배울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걸 설명하기엔 시간이 없었다.

“곧 망량이 나타날 거야.”

“…알고 있어요.”

“누나도 망량을 부를 수는 있지만, 쉽게 볼 수는 없어. 그래서 네가 알려줘야 해.”

시아가 한 일이 떡밥을 뿌리고 그물을 친 거라면, 설이가 할 일은 그 안에서 물고기가 있는지 지켜보는 것과 같다.

“이 안에 들어온 망량이 있는 게 확실할 때 문을 닫아야 해. 그래서 네 역할이 중요한 거고.”

시아가 문 쪽에 서 있는 이유는 그래서였다. 설이가 신호한 순간 문은 닫히고 경계가 완성된다.

“그러고 나서 붙잡는 건가요?”

“가능하다면.”

물론 오래 붙잡아 둘 수는 없다. 망량은 빛도 아니고 그림자도 아닌 곳에 숨는 존재니까,

고작 이 정도의 경계로 붙잡을 거라 생각하는 건 욕심이다.

그러나 분명 놀라고 당황하도록 만들 수는 있다. 사실 그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다.

“하지만 붙잡지 못하더라도 좋아. 망량은 겁이 많아. 근본이 숨는 존재니까 말이야. 그러니 이 정도만 해도 물러날 거야.”

하지만, 상대를 놀라게 하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아예 붙잡아 버리든 혹은 엄청나게 놀라게 해서 도망가게 하든, 상대방이 가장 안심했을 때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건 명백하다.

“그래서 우리가 노릴 수 있는 건 아주 짧은 틈이야.”

태주는 뭔가 보이면 곧바로 말해 달라며 설이에게 말했다. 설이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론적으로 낚시와 같다는 것은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곳에는 시계가 없고, 창문에는 어둠만이 비친다. 시간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천천히 녹아내리는 초뿐이다.

보통이라면 지루할 시간이지만, 이곳에 지루한 사람은 없다. 오히려 긴장감이 감도는 시간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초가 몇 센티미터 줄어들었을 때가 되어서야 설이는 처음으로 반응했다.

“나타났어요.”

그 말과 동시에 시아는 문을 닫았다. 쾅 하는 소리가 났고 조금 어두운 방 안은 완전히 닫힌 공간이 되었다.

“어느 쪽에 있지?”

태주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 설이는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태주는 설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자 이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것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네. 확실히 저기 있어.”

확실히 그것은 끔찍한 모양새다.

고양이보다는 조금 큰 짐승의 몸에 노인의 머리가 달려 있었다. 몸에는 짧은 털이 수북했고 어두운 노란 빛을 띠고 있었다. 발톱은 발과 잘 구분이 되지 않았지만, 굉장히 날카로웠다.

확실히 고양이는 아니었으나 고양이 외에 다른 비유할만한 동물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조금 작지만 확실히 맹수의 뭄통이다. 그 몸통에 머리만은 노인의 모습이라는 점이 끔찍했다.

노인의 얼굴은 표정 없이 설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살아있는 것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 아니었다. 사람은 저렇게 무감정한 표정을 지을 수 없다. 저것은 마치 시체의 표정 같았다.

“저게··· 망량···.”

설이는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봤다.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런 상태를 눈치챈 태주는 곧바로 설이의 어깨를 툭 쳤다. 황급히 설이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설이가 잠시 홀렸던 사이 시아는 손목에 달려 있던 방울을 떼 곧바로 망량에게 던졌다. 망량은 황급히 피하며 털을 바짝 세웠다. 그 모양새는 놀란 고양이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표정 변화는 없었다. 그 점이 가장 기괴했다.

시우는 크게 긴장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월이는 망량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면서도 힐끗힐끗 시우의 상태를 살폈다.

낯선, 그리고 자신이 올 거라는 것을 알고 기다린 것이 명백한 사람 여럿이 보이자 망량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자신을 보고도 혼란에 빠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망량의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망량은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잠시 머뭇거렸다.

“생각보다 의태가 완전하지는 않군.”

시아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람을 홀리는데 능하다면 표정 같은 것도 사람과 유사하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망량은 무표정할 뿐이었다.

시아가 생각한 것보다 의태 수준이 낮다. 하지만 보통의 망량이 그럴 리는 없다.

무엇이 다른 걸까. 고민은 나중에 할 문제다. 시아는 곧바로 다음 수단을 쓰려 했다.

그러나 망량은 그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그것은 여기 있던 사람 중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아니, 말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것이 불러일으킬 파장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디니?”

망량은 별 대단한 일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노인의 목소리로 말했을 뿐이다.

“뭐···?”

당황한 태주의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망량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냈다.

“어디니? 성호야?”

불현듯 불길한 느낌에 태주는 곧장 뒤를 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시우의 얼굴은 크게 일그러졌다.

그것은 분명 공포였지만 그뿐만은 아니었다.

태주는 그 표정을 보고 일이 크게 틀어진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시우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입을 열었다.

“잘못했어요….”

그것은 아주 작은 소리였고 대답이라 할 수도 없었지만, 망량의 말에 대한 반응이었다.

답하지 말아야만 하는 질문에 답하고야 만 것이다.

망량은 처음으로 어색고도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망량은 시우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다. 이제 경계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시우는 망량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이런….”

시우는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로 놀란 것 같았다. 그것이 태주는 당황한 와중에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물론 충격적인 장면이다. 사람의 머리가 달린 것은, 그것이 아는 사람의 얼굴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감안해도 시우의 반응은 지나칠 정도로 격렬했다.

저렇게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충격을 받아 말하는 것은 예상했던 바가 아니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망량과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시우는 그저 부들부들 떨었고 목소리를 들은 이후부터는 그저 고장 난 녹음기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확실한 판단미스였다.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태연한 것처럼 행동했기에 태주도 시아도 그 정도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다.

“정신 차려!”

월이가 원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외쳤다. 월이는 바깥쪽에서 무언가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곳에 있었던 것이지 안쪽에서부터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태주는 이를 꽉 물었다. 이것은 자신의 잘못이다. 시우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리스크를 감당할 만한 것으로 여겼던 것이 잘못이었다.

문제는 망량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망량은 분명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고 사람을 홀리는 기괴한 존재이지만, 현재 망량이 한 것은 어떤 마법적인 힘 같은 것을 부려 시우의 정신을 망가지게 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존재하는 약점을 찔러 안에서부터 무너지게 한 것이다.

“거기구나…?”

노인의 목소리로 망량은 말했다. 이제는 원 안의 모습이 뻔히 보이는 듯싶었다. 월이는 혹시 몰라 준비했던 나이프를 빼 들었다.

그러나 경계가 무색하게도 망량은 달려들지는 않았다. 그저 시우와 눈을 한번 마주치고 씩 웃고는 그저 그 자리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을 뿐이다.

그 모습은 귀엽다기보다는 역겨웠다.

월이는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월이는 독단으로 망량을 향해 나이프를 던졌다. 새까만 나이프는 순식간에 날아갔다.

하지만 망량은 마치 그림자처럼 나이프를 투과시켰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나이프가 콘크리트 벽에 박혔다.

그러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쾅 하는 소리에 놀란 시우가 유리 공을 떨어트렸다.

“팡!”

유리구슬이 깨짐과 동시에 섬광이 일어났다. 예상치 못한 섬광과 폭음에, 망량은 놀란 듯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그리고 연기를 풀풀 풍기며 경계도 함께 박살이 났다.

월이는 경계가 깨지자마자 안으로 들어가 시우의 상태를 살폈고 나머지 사람들은 망량이 혹시 아직 남아 있을까 싶어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아가 문을 닫아 놨음에도 불구하고 망량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도망간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전은 완벽한 실패였다.

망량은 시우를 보고 존재를 확인한 후에 도망갔으며, 시우의 상태는 악화되었다.

얻은 거라곤 시우에게 약점이 하나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것뿐이다.

망량은 사라졌지만, 시우는 여전히 덜덜 떨고 있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신음을 흘렸다.

“낭패인데.”

표정이 굳은 것은 태주뿐만이 아니었다. 시아 역시 표정이 굳었다.

최악이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잠시 뒤 시우의 아버지가 온다는 것이었다. 이 꼴을 아버지 앞에 보이고도 철면피로 있을 수 있을 만큼 태주의 신경줄은 굵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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