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괴담 전문 사무소 : 망량고양이 (3)
“부적은 효과가 있었습니까?”
[글쎄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아들 상태가 호전된 건 아니었거든요.]
다음 날, 점심쯤 두 사람은 남자가 알려 준 주소로 향했다. 며칠씩이나 일을 쉴 수는 없었기에 남자는 회사에서 태주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악화가 되지도 않았으니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그 부적은 주변에 사악한 것이 오지 못하게 하는 종류의 부적이었습니다. 부적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주변에 다시 그게 나타나지는 않았던 모양이네요.”
어떤 의미로는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상태가 별 호전이 되지 않았다는 말이니까. 남자는 잠시 침음성을 흘리더니 물었다.
[참, 어제 알아보시겠다 하셨던 건…?]
“별 건 없었습니다.”
장례식장엔 그 흔한 귀신 하나도 없었다. 태주는 그 이야기를 전했다.
[그렇습니까, 그럼 오늘 일에 모든 게 달렸겠군요.]
남자는 침통하게 말했다. 태주는 남자에게 질문했다.
“저희가 간다는 걸 아드님께서도 알고 있습니까?”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다면, 혹여 아이가 겁을 먹어 문을 열어주지 않을까 걱정된 탓이다.
[예. 말은 해 놨습니다. 가족이 없으면 불안해할 것 같아 하루 더 휴가를 써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는데, 오히려 사람이 온다니까 안심하더군요.]
“다행이네요.”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
[···아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목소리에서 죄책감이 묻어났다. 남자의 상황과 마음을 헤아린 태주는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태주는 시아와 함께 전달받은 주소 앞에 서 있었다.
“와, 집 크기가….”
널찍한 단독주택이었다. 외곽이라고는 하나, 남자는 생각보다 부자인 모양이었다.
“저 이런 집은 처음 들어가 보는데요.”
“나도 그런데.”
두 사람은 웅장한 집의 모습에 압도되었다.
“이쯤 되면 벨 누르기도 부담스러운데요?”
그러나 이대로 계속 대문 앞에 서 있기만 할 수도 없다. 두 사람은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벨을 누르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만한 집은 초인종을 누르는 것만 해도 꽤 긴장되는 일이다.
“왜 꼭 제가 질까요.”
결국, 벨을 누르는 것은 태주였다. 언제나 꼭 첫판은 태주가 졌다. 이번만 그런 것도 아니다.
“운도 실력이라네.”
시아는 킬킬 웃으며 태주가 뒤에서 벨을 누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태주가 벨을 누르자 초인종의 카메라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철커덩하며 문이 열렸다.
카메라에서는 말이 없다. 들어오라는 말을 기대하고 있던 터라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문은 열렸으니 들어오라는 의미일 것이다.
“어··· 들어가도 되는 거겠죠?”
“그렇겠지.”
두 사람은 조심히 집 안으로 향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당이 있었다. 그리 넓지는 않았으나 잘 관리되어 있었다.
“깔끔하네요.”
“그리고 세련된 편이군.”
장식물과 식물들이 조화로웠다. 분명 이런 조형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부가 좀 필요할 것 같았다.
“집은 참 좋은데 말이에요.”
나중에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태주가 생각할 정도로 집은 참으로 좋았다.
“저쪽인가, 빨리 가지.”
시아는 멋진 집에 조금 기분이 좋아졌는지 먼저 현관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태주가 뒤따랐다. 시아가 노크를 해볼까 고민하던 사이 안에서 먼저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조금 주눅 들어 보이는, 그러나 생각보다는 멀쩡해 보이는 남학생이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자신만만한 시아의 인사에 남학생은 수줍어했다.
“저··· 아버지가 말씀하신 분들이신가요?”
“그렇습니다.”
태주는 뒤에서 그런 상황을 지켜보며 말했다.
“저는 태주라 하고 제 앞에 이 분은 시아라 합니다. 문제를 겪으시고 있다 해서 찾아왔어요. 아버지께서 저희를 뭐라 소개해 주셨나요?”
“···그런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분들이요.”
어색하게 소년은 말했다.
* * *
둘은 다이닝룸으로 안내받았고 시우는 차를 내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두 사람이 되자마자 태주는 말했다.
“다시 봐도 이야기 들은 만큼 상태가 안 좋지는 않은데요.”
“그래. 확실히 그렇지.”
아이의 이름은 시우라고 했다. 고초를 겪은 탓인지 낯빛이 조금 창백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 또래의 평범한 남학생이었다.
오히려 두 사람이 낯선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면, 시우의 태도는 평온하기 그지없다.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또 일이 기묘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며 태주는 말했다.
“어떻게 매번 이러지? 보통은 반대여야 하는 거 아닐까요? 대부분이 무난한 일이고, 가끔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게 맞지 않아요?”
“우리 하는 일에 표준이 어디 있겠나.”
자조하듯 시아는 말했다. 태주 역시 그 말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이런 건 조금 이상하지 않나?”
시아는 식탁 모서리에 둘려 있는 안전 쿠션을 쿡쿡 누르며 말했다.
“이 푹신푹신한 스펀지 같은 거,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 달아 놓는 것 아닌가?”
시아가 가장 눈에 띈다 여긴 것은 뾰족한 모서리마다 붙어있는 알록달록한 안전쿠션이었다.
미적 센스가 없어서 붙여 놨을 리는 없다. 그렇다기엔 마당의 정원은 확실히 센스가 넘친다.
“마당은 그렇게도 세련되게 꾸며 놓은 사람이 이곳에는 왜 이런 것들을 붙여 놨지?”
주변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정말로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이해됐겠지만, 이 집에는 어린아이가 없었다.
“그러게요. 때도 별로 안 탔고 깨끗한 걸 보면 비교적 최근에 일부러 붙인 거 같죠?”
최소한 시우가 어릴 때부터 붙어있던 물건은 아닐 거다.
그렇게 둘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시우가 차를 내왔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아뇨. 감사합니다.”
시우는 티백을 빼놓을 접시까지 준비해왔다. 태주는 이 소년도 나름 차에 대한 지식은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찻잔을 받아들었다.
“냄새가 참 좋네요.”
시우는 자신 몫의 차는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리고는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아서 말했다.
“아하하…. 그렇죠?”
시우의 모습은 이야기로 들은 것과는 너무나 다르다. 태주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들은 것만큼 상태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안심이네요.”
“네?”
소년은 손을 파르르 떨고 있고 긴장을 조금 한 것 같기는 했지만, 낯가림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상할 것도 없는 정도의 반응이었다.
물론 하루 사이 상태가 많이 나아진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아이의 아버지가 말을 해 줬을 것이다.
“혹시 지금 돌이켜 보니 겪은 일이 무섭지 않아지신 건가요?”
태주의 질문에 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지금도 무서워요.”
“그렇다면 어떤 점이 두려웠습니까?”
태주의 질문에 시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은 두려움에 말문이 막힌 것보다는 그저 막막한 것에 가까워 보였다.
“조금 대답하기 어려우시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먼저 얘기해주시겠어요?”
“···그냥 자동으로 해결은 안 되는 거죠?”
시우는 별 기대는 하지 않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쉽지만 저희는 그게 뭔지 조차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태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지요.”
“그런가요.”
시우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하지만 제가 겪은 일은 아버지께 말씀드린 그대로인걸요.”
“그래도 말씀해 주시죠. 직접 들으면 또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태주의 말에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단순한 이야기인데요.”
시우는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날, 급하게 장례식장으로 갔다 말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이가 나이시니까요. 건강도… 그리 좋지는 않으셨고요.”
그렇기에 아마도 아이의 아버지가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장례식 내내 오시는 분들도, 가시는 분들도 제가 아는 분들은 많지 않았어요. 그나마 친척들 몇 분을 알긴 했지만, 대부분 모르는 분들이었어요.”
“힘드셨겠네요.”
장례식장에서 중학생은 참으로 애매한 나이다. 어린아이라고 일일이 챙겨 주기에는 나이가 많고, 그렇다고 장례식에서 뭘 해야 하는지는 또 잘 모를 나이다.
그러니 장례식 내내, 겉돌 수밖에는 없다.
“사실은 그러면 안 됐지만, 저는 그래서 중간에 몰래 밖에 나갔다 오곤 했어요.”
“그렇군요.”
태주는 그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나가서는 뭘 하셨나요?”
“아는 곳이 아니니까 멀리 갈 수도 없었죠. 그래서 고양이를 봤어요. 평범한 고양이요. 장례식장 근처에 많더라고요.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요.”
심심한 아이에게는 좋은 구경거리였을 것이다. 확실히 빈소들이 있는 공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고양이들이 많은 것을 태주도 봤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희도 가서 봤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죄다 평범한 고양이던데요.”
“네. 물론 그 고양이들은 평범한 게 맞아요.”
시간이 날 때마다 가서 시우는 고양이들과 놀았다 말했다.
“말 그대로 사람의 손을 조금 탄 길고양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
시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우는 말했다.
“다른 날에는 별일 없었어요. 문제는 마지막 날이었죠. 그날 다 같이 버스로 이동하자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그렇게 하죠.”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소년의 안색은 급격히 좋지 않아졌다.
“제가 버스에 오르고 나서도 버스는 한참을 멈춰 있었어요. 심심하니까 저는 바깥 구경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 저는 멀리 있는 고양이를 봤어요.”
시우는 반가운 마음에 고양이가 자신을 봐 주기를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다가 문득, 시우는 이상한 것을 느꼈다. 고양이 하나가 기묘할 정도로 큰 것이다.
자신이 봤던 고양이 중 자동차 바퀴만 한 고양이가 있었나 하고 생각한 순간 시우는 등골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꼈다.
“그 고양이가 그 사람 얼굴이라는 말이겠군.”
시아의 말에 시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고양이가 사람의 얼굴을 한 고양이였죠.”
방금까지는 고양이가 뒤를 돌아봐 자신을 봐 줬으면 했지만, 이제는 이쪽을 보지 말아 줬으면 했다.
그러나 시선을 뗄 수는 없었다. 그만 볼 수도, 더 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고양이는, 그것은 뒤돌아 시우와 눈을 마주했다.
시우가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던 사이 버스는 출발했다.
시우는 그것이 자신을 봤다는 생각에 어떻게 나머지 절차가 진행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벌벌 떨었다고 말했다.
불행히도 그 태도는 슬픔과도 꽤 비슷해 보였기에 아무도 장례식이 끝나기까지 시우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했다.
“사람의 얼굴을 한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 건 그때란 말이죠.”
“네. 그때에요.”
시우는 긴장했는지 손에 식은땀이 흘렀다. 손을 팔 쪽의 옷에 올려 땀을 닦는 것을 본 태주는 물었다.
“이상한 일이군요. 당신이 그 고양이를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이유를 아직도 저는 잘 모르겠어요. 당신은 저희에게, 그리고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더 있을 거예요. 그렇죠?”
태주의 질문에 시우는 침묵했다. 이 경우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희가 시우 씨를 처음 봤을 때, 생각보다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최소한 아버님께 들은 것보다는 훨씬 좋죠. 하지만 아버님이 거짓말하신 건 아닐 테니, 뭔가 다른 비밀이 더 있다는 건 조금 뻔한 이야기죠.”
“그러네요.”
시우는 순순히 인정했다.
“혹시 그건 말씀하실 수 없는 이유인가요?”
“아뇨,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요.”
시우는 그렇게 운을 떼고는 말했다.
“제가··· 제가 본 걸 아버지께는 말씀드리지 않아 주실 수 있나요?”
시우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이쪽이다. 이쪽이 정말로 더 중요한 것이리라.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너무 중요한 일이라면, 약속은 못 드립니다.”
“···그래도 최대한, 하실 수 있는 데까지는 비밀을 지켜주실 수 있나요?”
“그 정도까지는 약속드리죠.”
태주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시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제가··· 제가 무서워했던 건 그게 사람 얼굴의 고양이라서가 아니에요. 아니 그렇기는 한데··· 정확히는 그냥 사람의 얼굴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에요.”
시우는 눈에 띄게 불안이 심해졌다. 태주는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게··· 그 얼굴이 문제였어요.”
“얼굴 말이죠.”
어떤 의미로는 설이는 상당히 정답에 근접했던 모양이었다. 역시 감이 좋은 친구다.
“얼굴이 어떤 모습이었죠?”
태주는 재차 물었다. 시우는 여전히 대답을 꺼리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것과는 다르다. 그저 말하는 그 자체가 끔찍하여 말하기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 정말로 제 아버지한테는 전하지 말아주세요. 가능한 최대한요.”
“네. 그렇게 할게요.”
태주가 다시 한번 대답을 하고 나서야 시우는 눈을 질끈 감고는 말했다.
“고양이의 얼굴이, 그러니까 그 얼굴이 돌아가신 제 할아버지의 얼굴이랑 같았어요. 돌아가시기 직전의 모습 그대로, 영정사진의 모습 그대로의 얼굴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