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괴담 전문 사무소 : 저주의 동영상 (12)
“이 거울들은 다 뭔가요?”
수현은 언제 울었냐는 듯 멀끔하게 정리한 후 선우와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확실히 이전과는 장소의 분위기부터 달랐다. 이전에는 평범한 카페같이 생긴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누가 봐도 뭔가 주술적인 의미가 있어 보이는 배치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는 다 치워져 있었고 비상계단이 있는 쪽엔 텔레비전 하나만이 덩그러니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네 개의 거울이 그 주변을 몇 미터 간격으로 널널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저 거울은 경계입니다.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 절대 안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마세요.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만, 안에서는 바깥이 보이지도 않고 나올 수도 없습니다.”
두 사람은 믿지 않는 것 같은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당연히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이상한 배치의 거울들로만 보일 뿐이니 의심하는 것도 당연했다.
태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말로만 말씀드려도 못 믿으실 거 아니까, 잠시 안을 보여드릴게요. 위험하니까 뒤에 목 잡는 건 이해하시고요. 절대 뿌리치지 마세요.”
태주는 두 사람의 동의를 구한 뒤 목덜미를 잡고 두 사람의 머리만을 잠시 경계 안으로 들이밀었다.
“어엇.”
“악!”
두 사람은 안쪽의 모습을 보고는 경악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이 넓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안에서는 바깥이 보이지 않았고 그저 벽으로 보일 뿐이었다.
원형의 높은 우물과 같은 벽. 두 사람은 그 안에서 머리만 나와 있는 상태였다. 태주는 뿌리치지 말라고 헸으나 애초에 그럴 수 없었다.
목 아래로는 벽에 박혀 있으니 움직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어떻게 한 거예요?”
태주가 두 사람을 다시 뒤로 잡아당겨 준 뒤에야 두 사람은 다시 원래 보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목을 만져 보았지만, 통증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영업 비밀입니다. 어쨌든 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거 아시겠죠?”
태주의 말에 두 사람은 그저 망연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수현은 조금 얼굴이 상기되어 물었다.
“저런 공간은 왜 만든 건가요?”
“음, 저주를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거예요. 선우 씨는 저주를 이미 직접 보셨죠?”
태주의 질문에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저주는 귀신의 모습이에요. 반지 시리즈에 나오는 귀신과 비슷하게 생겼죠. 하지만 지금까지는 바깥으로 온전히 나올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패드의 화면 크기는 사람이 나오기에는 너무 작으니까요.”
태주는 텔레비전에 연결한 상태의 패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그 방향으로 향했다.
“그래서 비교적 덜 위험한 물건으로 그쳤죠.”
태주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런 곳에서 사람이 나올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귀신이 나오지 못한다는 건 우리 역시 귀신을 없애기가 어렵다는 뜻이에요.”
“그럼, 저 텔레비전은…?”
태주의 말을 바로 이해한 두 사람이었다. 선우는 표정이 창백해졌고, 수현은 당황했다.
시간을 확인하고는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틀었다. 안에는 당연하다는 듯 귀신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까지 등장한 귀신의 모습 중 가장 온전한 형태였다.
귀신은 화면을 켬과 동시에 얼굴을 바깥으로 들이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화면을 켜 주기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흐읍···!”
선우는 겁을 집어먹어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숨을 삼켰다.
“괜찮아요. 바깥은 안보여요.”
선우는 바들바들 떨었지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에도 귀신은 계속해서 화면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커다란 화면을 보는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귀신은 당혹스러운 것처럼 보였다.
귀신은 천천히 팔을 바깥으로 뻗었다.
팔은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왼팔이 먼저, 그다음은 오른팔이었다. 양팔을 다 바깥으로 꺼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귀신은 활짝 웃었다.
하지만 절대로 보기 좋은 웃음은 아니었다. 큰 화면으로 보니 더 징그러운 모습일 뿐이었다.
푸른 피부에 눈에서는 검붉은 핏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입안은 암흑처럼 새까맸다.
“···흐윽···.”
괴상한 소음을 내는 귀신을 보며 선우는 자기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밤에 보면 무서울 모습이 맞았다며 태주는 내심 웃었다. 그 태도를 바깥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태주는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시끄럽게는 하지 마세요. 모습은 안 보이고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아 놓기는 했어도 소리는 들리거든요.”
수현은 뭔가를 각오한 듯 결의한 눈으로 입을 꾹 다물었지만, 선우는 태주의 말이 잘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사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소리가 들린다 해도 시아가 연기를 계속해서 보충해주는 한 이쪽이 보일 일은 절대 없다.
- 드디어
어느새 온몸을 온전하게 꺼낸 귀신은 환희하며 말했다. 입을 열자 입에서도 검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덕분에 그다음부터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긴 검은 머리카락이 바닥에 쓸렸다.
“오, 영화에서 보던 모습”
태주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 소리에 시아는 한숨을 푹 쉬었다. 전자담배를 한숨 크게 들이킨 이후라 하얀 연기가 섞여 나왔다.
“옆에 두 사람이 무서워하니까 자제하지 않겠니?”
하얀 연기는 어느새 방을 자욱하게 채우고 있었다.
“하하, 죄송해요.”
어느새 전신이 다 텔레비전 바깥으로 나온 귀신은 주변을 두리번거릴 뿐 일행의 위치를 찾지 못했다.
그저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기괴한 목소리로 어디냐는 말, 혹은 이쪽으로 오라고 부르는 것 같은 말이 들리기는 했지만 그게 정확히 그런 말이었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온몸의 관절을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거 봐요, 기묘하긴 하네요.”
“동의하긴 하지만 좀 조용히 좀 해주지?”
태주와 시아가 한마디씩 하는 동안 경계의 내부에서 끼이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계단의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터벅거리는 발소리도 이어 들렸다. 귀신은 그 방향을 쳐다봤다.
경계 너머를 꿰뚫어 본 것은 아니었다. 당연했다. 문은 경계 안에서 열렸기 때문이었다.
“쪼끔 늦었나?”
월이의 등장에 귀신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려 하다가 멈칫하고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오- 나 기억해주는 거야?”
“크아아아아아아!”
월이의 장난스런 말에 귀신은 화가 난 듯 소리를 질렀고, 입에서 검붉은 핏물을 쏟아져 나왔다.
태주는 귀신의 팔을 슬쩍 봤다. 아직도 완전히 나아 있지 않았다. 귀신은 계속 거리를 두고 대치했다. 월이가 한 걸음 다가가면 한 걸음 물러났다.
“혼자 저기 있으면 위험하잖아요? 괜찮은 거예요?”
“저렇게 무방비하게···”
선우와 수현이 깜짝 놀라 말했다. 모르고 본다면 실수로 발생한 사고 같은 것으로 보일만 했다.
“괜찮아요.”
태주는 두 사람의 걱정과 경악을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받아넘겼다.
“쟤가 우리 중 제일 세요. 머리는, 뭐 그냥저냥이지만.”
월이는 상하의 맞춤 트레이닝복을 입었고 야구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까지 낀 채였다.
생각보다 늦은 이유가 저걸 챙겨 오느라 그랬던 듯했다. 어디서 챙긴 것인지 알루미늄으로 된 야구 배트도 들고 있었다.
“쟤 설마 저걸로 얼굴을 숨길 생각을 한 걸까요?”
태주는 놀라고 있는 두 사람 몰래 시아에게 말했다.
“자기 딴엔 숨긴 거겠지. 뭐 가끔 보여주는 저런 멍청함이 매력 아닌가. 우리 월이는?”
시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마 제 딴에는 정말로 숨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입은 복장이겠지만 그럴 리가 없다.
애초에 귀신이 자길 알아보는 시점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텐데. 전자담배를 한번 쭉 빨아들인 시아는 다시 한번 하얀 숨을 내뱉었다.
아니, 애초에 수현이를 데려온 게 본인이면서 굳이 얼굴을 가린 이유가 뭔지 태주는 이해가 안 됐다.
“혼자는 위험하지 않을까요?”
태주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선우는 걱정이 되는지 태주에게 뭐라도 해 달라는 듯 말했다.
그러나 월이가 어떤 인물인지 아는 태주에게 있어서는 그저 재미있는 소리일 뿐이었다.
“하하, 쟤한테 위험한 수준이면 우린 여기서 대피해야 해요. 사실, 이 경계도 손님들 때문에 펼친 거지 위험한 일이라 펼친 건 아니에요. 우리만 있으면 펼치지도 않았을 걸요.”
태주가 그리 말하자마자 귀신이 갑자기 월이에게 달려들었다.
“꺄아악!”
귀신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를 들은 선우 역시 크게 비명을 질렀다.
스테레오로 들리는 비명에 태주는 얼굴을 찌푸렸다.
누렇게 변한, 그러나 확실히 튼튼해 보이는 짐승의 손톱이 월이를 덮쳤다.
선우는 다시 한번 비명을 질렀다. 그 뒤에 나올 장면이 상상이 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우가 우려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깡, 하는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다. 손톱이 월이의 몸에 닿기 전에 야구 배트로 월이가 귀신을 후려친 것이다.
정확한 타이밍에 턱에 배트를 날려버린 월이의 일격에 귀신은 머리부터 공중으로 크게 날았다. 날아간 귀신은 이윽고 중고로 산 텔레비전을 반으로 부수며 처박혔다.
“아, 비싼 건 아니라도 아깝네요. 한 번 밖에 안 썼는데.”
“중고로 싸게 산 물건이니 다행이지 뭘.”
두 사람이 한가롭게 잡담을 하는 사이 안에서는 피 튀기는 혈전이 벌어졌다. 일방적으로 한쪽에서만 피를 흘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피와 살이 튀는 말 그대로의 혈전이었다.
월이는 ‘이빨을 들이밀면 머리를 친다. 손톱을 들이밀면 팔부터 친다. 도약해서 날아들면 바닥에 찍어버린다.’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반복적으로 귀신을 후려치고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귀신은 의외로 튼튼해서 관절이 꺾인 채 피투성이가 되어도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러나 튼튼한 것과는 별개로 귀신은 아직도 월이의 옷자락 하나 찢지 못했다. 월이는 귀신을 앞에 둔 상태로도 여전히 멀쩡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여유로울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귀신은 전면전은 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달려드는 것을 포기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연히 귀신이 도망치는 방향은 바깥에서 사람들이 구경하는 방향이었다.
경계 덕분에 귀신은 밖으로 나올 수 없었지만, 가까이에서 쥐어 터진 귀신의 얼굴을 본 선우와 수현은 이제 귀신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자, 보세요. 안심이죠?”
월이의 배트쇼를 보고 있는 두 사람은 얼빠진 듯한 표정이었다.
“저게··· 저게 혹시 별것 아닌가요?”
수현의 질문이었다. 그래 봐야 같은 고등학생이 야구 배트로 귀신을 신나게 두들겨 패고 있으니 그런 질문이 나올 법도 했다. 태주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쟤한테는?”
태주의 말에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깜짝 놀랐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뿐만은 아니었다. 자신은 이 감정을 알고 있었다.
처음 회원가입을 해서 글을 올렸을 때, 반지 시리즈가 공포영화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리고 처음으로 텔레비전에서 귀신이 나오는 장면을 봤을 때. 그 순간 수현은 가슴의 이런 두근거림을 느꼈었다.
“재밌지? 저거?”
태주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오직 수현에게만 들리게 작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수현은 문득 자신이 저걸 재미있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런 장면을 보면서 기뻐하면 안 된다. 재미있어해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돼. 재밌어도 된다고.”
동시에 방금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저걸 그렇게까지 거부하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태주의 말대로였다. 자신은 여전히 공포영화를 좋아하고 있었다. 다시는 보지 않겠다 결심했어도, 자신은 여전히 참을 수 없이 저런 장면을 좋아했다.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인정하는 걸 네 부모님도 더 좋아할 거야. 좀비마냥 죽지 못해 사는 것보다는 말이야.”
갑작스럽게 수현은 눈물이 났다. 방금과는 다른 의미에서 나는 눈물이었다.
수현은 남몰래 눈물을 닦았다. 아까처럼 감정에 북받친 것은 아니었기에 눈물은 쉽게 멈췄다.
“저런 단순무식한 방법으로도 해결이 되는가 보네요.”
선우는 태주에게 물었다. 이전의 걱정 어린 눈빛에서 이제는 고어한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오는 영상을 보는 눈으로 변한 채였다.
확실히 선우가 좋아할 것 같은 장면은 아니다. 하지만 선우 역시 저런 장면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져서인지 그래도 공포심은 많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가끔은 저런 단순 무식한 방법이 먹히기도 해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머리가 좋으면 몸이 편하다. 반대의 경우도 있죠. 몸이 좋으면 머리가 편하다. 저렇게 잡을 수 있는 걸 굳이 복잡하게 해결할 필요도 없잖아요?”
태주의 농담대로 월이는 지친 기색도 없이 열심히 배트를 휘둘렀다. 슬슬 몽둥이찜질이 지겨워진 것인지 손아귀에는 힘이 더 실렸고 휘두르는 양 역시 전보다 늘어났다.
점점 더 강한 힘이 실리는 배트의 위력에 결국 저주는 이리저리 튕겨 다니다가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보세요, 저게 그 저주의 실체에요. 별거 아니죠?”
선우는 차마 보기 싫다는 듯 곁눈질을 했지만, 수현은 열띤 눈빛으로 그 꼴을 보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했던 것은 저런 것이었다. 자신이 좋아하지 말아야 한다 생각했던 것이 저것이었다.
수현은 처음 귀신이 화면에서 튀어나오는 저주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건 어쩌면 계속 저런 것을 좋아하는 벌로 내려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부모를 죽인, 그리고 그러고도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자신을 벌주기 위해 하늘에서 내린 무언가라고 그렇게 수현은 생각했었다.
저것이 자신에게 내려진 벌이라니, 수현은 피식 웃었다. 저건 아무것도 아니다. 벌 같은 것이 아니다. 수현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저주는 서서히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것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자리에서 사라졌다. 피도 살점도 없었다. 남은 것은 오직 안개처럼 남은 연기와 거울들 한가운데 서 있는 월이 뿐이었다.
“끝난 건가요?”
수현은 물었다. 선우 역시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고개를 돌렸다.
“네, 일단은요.”
“일단은, 이라면···”
선우는 불안한 눈으로 되물었다. 태주가 대답하기 전에 수현이 먼저 대답했다.
“나머지는 저에게 달린 건가요?”
태주는 조금 놀랐다. 자신이 하려던 말을 수현이 먼저 해 버렸기 때문이다.
“맞아요. 그리고 어쩌면 선우 씨한테도 달렸죠. 별 대단한 건 안 해도 돼요. 평범하게 살면 괜찮을 거예요.”
더 이상 자신을 원망하는 것은 그만둔다면, 수현에게 다시 저주가 나타나지는 않을 거라는 구구절절한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수현은 어느 정도 깨달은 듯했고, 그렇다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건 어설픈 어른의 잔소리일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수현은 고개를 숙였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인사였다. 태주 역시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이제 나가세요. 정리해야 하니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