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괴담 전문 사무소 : 저주의 동영상 (7)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두 사람은 멈춰 섰다. 어느 동네에나 있을 것 같은 그런 흔한 아파트다.
“이곳이 그 애가 사는 아파트가 있는 단지가 맞나?”
시아는 옆에 있는 월이에게 물었다. 월이는 멍하니 건물들을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하긴 하는데… 나도 처음 온 거거든?”
월이도 주소를 받아왔을 뿐이니 이 아파트에는 와본 적이 없었다.
“나도 잘 모른단 말야.”
“그럼 오히려 낭비할 시간이 없는 거 아닌가? 태주가 얼마나 오래 잡아 둘 수 있을지 모르니까 더 빨리 움직여야겠는데.”
시아는 그렇게 말하고 앞서 나갔다. 월이는 잠시 멈춰 있다가 총총걸음으로 따라갔다.
단지 안에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등학생들이 막 하교할 시간대라 그런지 가는 도중 마주친 사람은 아파트를 거니는 노인 한둘 정도였다.
물론 노인들은 두 사람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대부분은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거나, 혹은 장기인지 바둑인지 같은 것을 두고 있다.
간혹 쳐다보는 사람이 있기는 했으나 그저 뭐가 지나가니 쳐다보는 정도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시선조차도 월이는 신경이 쓰였다.
“언니, 근데 이래도 되는 거야? 우리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냐?”
“귀신도 두들겨 패는 애가 뭐라는 거야?”
시아의 핀잔에 월이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내가 귀신은 잡아봤어도 아직 남의 집 허락 안 받고 들어가 본 적은 없단 말야.”
두 사람은 수현의 집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태주가 정보 탐색을 목적으로 수현을 붙잡아두기는 했지만, 태주의 역할은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두 사람이 몰래 수현의 집에 들어갈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나쁜 일 같은데….”
놀랍게도 괴담 속의 존재들을 두들겨 패는 건 범죄에 속하지 않지만, 주거침입은 범죄다.
월이는 망설임을 영 떨쳐낼 수 없는지 계속 우물쭈물했다. 시아는 한숨을 살짝 쉬었다.
처음 시아가 두 사람 중 누가 따라올지 물었을 때, 월이는 자기가 하겠다고 나섰다.
자기가 선배랍시고 나선 것 같았지만, 사실 이런 일은 월이 역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불안한 것도 당연했다.
시아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미리 경고했던 이상 기다려 줄 생각은 없었다.
시간이 있다면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고 움직여도 되겠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시간제한이 있다. 불안하다는 월이를 마냥 오냐오냐해 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이다.
“그래, 지금 하는 짓이 불법이긴 해. 하지만 저주는 불법이라고 그냥 물러나 주질 않는단 말이지.”
시아의 말에 월이는 움찔했다.
“우리가 물러나면, 저주는 방치되는데 그건 괜찮나?”
시아의 말에 월이는 일단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석연치는 않았으나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정도는 아는 것이다.
시아는 찾던 숫자가 쓰여 있는 아파트 동 앞에 섰다. 우물쭈물하다 뒤처진 월이는 재빨리 그 옆에 섰다.
“아이, 씨 그래도 뭔가 불안한데···.”
월이는 여전히 우물쭈물했다. 미묘하게 남은 죄책감을 떨치지 못한 탓이다.
“걱정도 과하면 문제야.”
그러나 월이는 시아의 말을 듣지 못하는 듯 멍했다. 아마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버린 것 같았다.
시아는 작게 한숨을 쉰 뒤 조금 멍하니 서 있는 월이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월이는 깜짝 놀랐는지 뒤로 물러섰다.
“앗!”
“뭘 놀란 척이야?”
“깜짝 놀랐거든?”
시아는 무심한 표정으로 월이를 쳐다보곤 먼저 건물 안으로 향해 갔다.
“그럼 성공이고. 빨리 출발하자.”
“같이 가!”
기다려달라며 월이는 외쳤지만 시아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뭘, 제대로 뛰면 나보다도 한참 빠른 녀석이 그러나.”
월이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뜬 뒤 시아의 옆에 섰다. 마음을 굳힌 것이다.
“후, 좋아. 들어가자고. 그런데 집에 가서 뭘 보면 되는 거야? 뭐 뒤적거려야 하나?”
그런 월이를 보고 시아는 살짝 부드러워진 태도로 말했다.
“물건을 샅샅이 뒤질 필요는 없어. 집에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보이지. 이 사람의 삶, 생각 등등. 우리는 그걸 보면 돼. 될 수 있는 한 상세하게 말이야.”
“아, 저번에 비슷한 짓 한 거 같은데.”
이전에 태주가 도깨비를 보러 갔을 때 겸사겸사 손님의 집을 살폈었다. 당시 월이는 뭐 그리 호기심이 많나 했지만, 그것도 일이었던 것이다.
“그때 한 게 그거였구나?”
“늘 그때처럼 허가를 받으면 좋겠지만, 가끔은 그게 안 된단 말이지.”
이번 같은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아예 없을 것도 아니다.
“익숙해져야 해.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야.”
그러니 합법이 아니더라도 종종 해야만 한다.
“…알긴 알아.”
“그럼 얼굴 좀 펴라. 더 수상해 보이니까.”
시아는 넌지시 월이에게 말했다. 월이는 나름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오히려 더 수상해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주변에서 두 사람을 신경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망정이지, 누가 보고 있었으면 분명 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
시아는 살짝 고개를 저을 뿐 지적하지는 않았다. 당장은 바뀌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여기가 문제인데.”
두 사람은 큰 유리문 앞에 섰다.
“중앙현관을 열 방법이 없나?”
월이의 질문에 시아는 눈을 조금 찌푸린 채 말했다.
“난 없다. 그냥 기다리는 방법밖에는 모르겠는데.”
택배가 오거나, 혹은 안에 있는 주민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방법이지만, 아무래도 수상해 보일 것이었다.
“옛날 집들엔 이런 게 없었는데…”
시아는 혀를 찼다. 월이는 어처구니없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대체 몇 년 전 이야기를 하는 거야?”
“…한 십 년?”
두 사람은 잠시 기다려 봤다. 그러나 사람이 들어오거나 나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마냥 기다릴 순 없는데… 내가 한번 열어 볼게.”
월이는 은근슬쩍 출입문 쪽이 아니라 그 옆으로 내려섰다. 아예 흙으로 깔린 화단을 밟고 선 것이다.
그리고는 벽에 딱 붙었다. 마침 나무 뒤라 잘 보이지 않았다.
“거기서 뭘 어쩌려고?”
“망이나 잘 보고 있어 봐.”
월이는 그렇게 말한 뒤 살짝, 그러나 높게 뛰어서 아예 중앙현관의 위로 기어 올라갔다.
“보통 사람들이 여긴 안 잠그거든.”
월이는 2층으로 연결되는 창문을 열고는 들어갔다.
저런 건 어떻게 안 걸까. 시아가 어처구니없어하는 사이 문이 열렸다.
“뭐해? 안 들어오고?”
“…범죄는 안 저질러봤다면서?”
시아는 의혹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다.
“아,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냐. 이거 옛날에 우리 집 들어갈 때 해본 거거든?! 키를 놓고 가서….”
월이의 변명에 시아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진짜란 말야!”
“그래그래.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믿어 줄게.”
“범죄자 아니라고….”
월이는 억울한 듯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금세 수현의 집 앞에 도착한 둘이었다.
“자, 그럼 이제 진짜 본론인데.”
문에는 당연히 도어락이 있었다.
“나와 봐, 내가 한번 볼게.”
월이는 도어락 잠금장치를 열었다.
“음 잠시만···”
그러곤 버튼들을 자세히 노려봤다. 유난히 더러운 버튼들이 보였다. 2780이라는 네 숫자가 유난히 닳아 있었다.
“2, 7, 8, 0이 자주 누르는 숫자 같아.”
“그럼 그걸로 만들 수 있는 조합들을 다 눌러봐야 하나?”
시아의 걱정스러운 말에 월이는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수현이의 생일이 8월 27일이라는 걸 내가 알아왔지!”
“비밀번호가 생일이라고? 요즘 세상에?”
시아의 말에 월이는 어깨를 으쓱하곤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삐리릭 소리와 함께 문은 한 번에 열렸다.
“이게 되네?”
한 번에 열릴 줄은 몰랐던 시아는 조금 놀랐다. 월이는 이전보다도 좀 더 우쭐거리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월이는 수현의 생일을 알려준 보영에게 속으로 감사 인사를 하며 문을 열었다.
“일단 들어가, 어우….”
그러나 월이는 문을 열고 안을 본 순간 멈춰 서고 말았다.
“왜 그래?
월이는 시아가 안을 볼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줬다. 그리곤 시아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걔, ….”
일하는 도중의 시아가 당황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데도, 시아는 이번에는 당황한 티를 숨기지 못했다.
“걔, 혼자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시아는 현관 가득 차 있는 신발을 보며 말했다.
사이즈가 큰 남성용 구두, 그리고 여성용 신발이 다양하게 늘어서 있었다. 아마도 가족들이 신던 신발일 거다.
“응… 혼자 사는 거 맞아.”
아마 유품일 물건이다. 이건 이젠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 물건임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신발들은 마치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앞코가 까지고 뒷굽이 닳아 있고, 그러나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닦여 있다.
둘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흠.”
시아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 소리는 안타까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일단 집 안을 더 둘러보도록 하자고.”
월이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 이거 심각하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시아가 한숨을 쉬었다.
가족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관리 잘 된 신발장과는 달리, 거실은 방치되어 있었다.
텔레비전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텔레비전이 없었고 책장은 텅텅 비어 있다. 소파나 테이블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그러나 바닥만은 심각하게 꽉 차 있었다. 세탁하지 않은 옷가지가 바닥에 널려 있고, 먹다 남은 음식들도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당연히 평범한 쓰레기도 산더미였다.
“들어온 게 들킬 염려는 거의 없겠는데.”
시아가 무심코 그런 농담을 던질 만큼 집 안의 상태는 심각했다.
“이런 바닥은 별로 밟고 싶지 않아….”
바닥은 심지어 끈적끈적하기까지 했다.
두 사람은 그 쓰레기장 속에서 최대한 물건을 건드리지 않은 채 조심히 움직였다.
“그나저나 거실에 텔레비전은 왜 없는 거지?”
거실의 한복판에서 시아는 그런 질문을 던졌다.
“원래 없던 거 아닐까? 요즘 그런 집 많다던데.”
시아의 물음에 월이는 시큰둥하게 답했다.
“아니, 자세히 보면 텔레비전이 있던 흔적은 있어. 있었던 게 없어진 거야.”
시아의 말대로 벽에는 텔레비전 모양으로 색이 덜 바랜 부분이 있었다.
“그럼 저게 어디 갔는데?”
“그건 나도 모르지.”
그렇게 말하며 시아는 방 하나를 골라 안으로 들어갔다. 월이 역시 곧장 따라가서 방 안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들어간 방은 수현이 쓰는 방 같았다.
거실과 마찬가지로 심각하게 더럽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몇 권의 책과 컴퓨터만이 방에 있었다.
“아무것도 없네.”
컴퓨터를 켜 보면 뭔가 더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렇게까지 하는 건 조금 찝찝하다.
“내가 이 방을 살펴보지. 너는 저 방을 확인해줘.”
남은 방은 두 개였다. 시아가 먼저 다른 방을 하나 골라서 들어갔다.
거실과 수현의 방과는 달리 그 방 안은 아주 깔끔했다. 수현의 부모님이 사용했던 안방이었던 것처럼 보였다.
언뜻 봐도 별로 볼 것은 없어 보였다. 두 사람이나 그쪽으로 향할 필요는 없어 보이기에 월이는 다른 쪽 방으로 가보기로 했다.
“나는 다른 방으로 가볼게.”
“오냐.”
건성인 대답이 들려왔다. 월이는 바로 다른 방의 문손잡이를 붙잡았다.
“엥?”
안쪽에서 잠겨 있는 듯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열쇠가 필요한 문은 아니었기 때문에 월이는 슬쩍 부엌에서 젓가락을 하나 가져왔다.
툭, 하고 잠금장치가 밀려나는 소리가 났다.
월이는 대체 이곳에 뭘 넣어 뒀기에 문을 잠근 것인지 궁금해졌다.
“엣취!”
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서자 먼지 냄새가 훅 끼쳐왔다.
월이는 코를 쓱 문지르며 방 안을 둘러봤다.
“우와…. 이게 다 뭐야?”
이 방은 다른 방과는 다르게 굉장히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방에는 한 벽을 꽉 채울 만큼 엄청나게 큰 책장이 있었고, 그걸 다 채우고도 공간이 모자랄 만큼의 많은 양의 CD와 DVD가 있었다. 심지어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도 있었다. 꽉 들어차 있어 가장 넓은 방인데도 불구하고 좁게 느껴졌다.
물건은 전부 다 영화에 관한 것이었다. 혹시 영화와 관련되지 않은 물건이 있는가 싶어 잠시 둘러봤지만 찾지 못했다.
“어마어마하네.”
월이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확실히 이 정도로 영화에 미쳐있는 사람이라면 신문사에서 상을 받을 정도의 글을 쓰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잠가 놓은 이유가 다 있구나?”
월이는 감탄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황급히 사진을 찍었다.
“이건 또 뭐야?”
한창 사진을 찍던 도중 방 한구석에 정리된 앨범들을 발견했다.
월이는 열어봐도 괜찮을지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앨범을 열었다.
그 안에는 대량의 영화 포스터와 팸플릿이 들어있었다. 깔끔히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면 꽤 정성 들인 물건 같았다.
“진짜 영화 좋아했구나?”
“그러게나 말이야.”
갑작스럽게 시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아이 씨, 깜짝이야!”
“어허, 조심해야지. 흠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깜짝 놀란 월이가 앨범을 떨어트리자 시아가 핀잔을 놓았다. 월이는 황급히 앨범을 다시 주워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다행히 눈에 띄는 흠집은 보이지 않았다.
“아! 왜 뒤에서 놀래키고 그래!”
“주의 안 하고 있던 네 잘못이지. 저 방은 금방 끝났어. 별로 볼 게 없었거든. 자기 방은 청소도 안 하면서 저 방엔 먼지가 안 쌓이게 해 두고 있으니, 거 참 알기 쉬운데.”
시아는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아니, 그것 보다 와서 이것 좀 봐!”
월이는 다른 앨범들을 꺼내 살펴보며 말했다.
앨범은 여러 개가 있었지만, 월이가 집어 든 것만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는 반지 시리즈만 따로 모아놨어.”
“반지 시리즈라. 영화는 잘 모르지만, 그 유명한 장면은 알지. 이번 사건처럼 귀신이 화면에서 튀어나오는 공포영화지? 묘하게 연결점이 보이는데.”
월이는 그 부분 역시 사진으로 찍고는 다시 원래 자리에 돌려 두었다.
그때 시아의 핸드폰으로 태주에게서 연락이 왔다.
“왜?”
시아는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기는 마무리되고 있어요. 슬슬 정리하고 나오세요.]
두루뭉술하게 말했지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알겠어. 우리도 바로 나가지.”
[오케이.]
두 사람은 놓친 것은 없는지 확인했다. 떨어트리고 가는 게 있다면 큰일이다.
마지막 확인까지 마치고 둘은 조심스럽게 집을 나섰다. 다행히 단지 바깥으로 나가는 동안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놓고 온 물건은 없지?”
시아의 물음에 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날 뭘로 보고 그래?”
월이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실수를 할 거 같아?”
“그럼 다행이고.”
둘은 단지 밖에 세워둔 차에 올라탔고 시아는 망설임 없이 차를 출발시켰다.
아파트 단지는 점점 멀어져갔고 월이는 뒤를 돌아 멀어져가는 아파트를 바라보았다.
혹시나 자신이 실수한 게 있나, 돌이켜 생각해보던 월이는 한 가지가 떠올랐다.
“어어라…? 아? 어?!”
월이는 순간 그 영화 방의 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망한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