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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43화 (43/269)

43화.

괴담 전문 사무소 : 저주의 동영상 (5)

“아잇, 대체 어디 있는 거야?”

한설과 월이는 점심을 먹고 나와 학교를 돌아다니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월이야, 지금 누구를 찾는 거야?”

아직도 사람이 많은 게 어색한 한설은 월이만 졸졸 따라다니며 물었다.

“말로 설명하기에는 굉장히 이상한 녀석이라, 만나서 소개해주려고 했는데….”

월이는 한설에게 조금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금방 찾을 줄 알고 데리고 나선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지금 내가 찾는 건 보영이라는 친구야. 정보영.”

“응?”

한설은 조금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응? 수현이가 아니구?”

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걔가 누군지도 모르잖아. 어떤 아이인지도 모르고.”

“응응, 한 번도 본 적 없어!”

“그런데 이 학교에는 교내의 일이라면 뭐든지 조사하고 다니는 괴짜가 하나 있거든.”

“괴짜?”

“조금 과장을 보태면 우리 소장이 떠오를 정도로.”

월이의 말에 한설은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월이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이 학교 일에 관해서는 보영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장님이라고? 말도 안 돼! 그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야?”

물론 정말 소장 같지는 않겠지만, 비교 대상이 소장라는 말은 이미 한설에게는 놀라운 수준의 말이다.

“그러게. 니네 소장은 뭐 하는 분이냐?”

“으악, 깜짝이야!!”

“으힉!”

갑작스럽게 끼어든 목소리에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뒤에는 짧은 단발의 활기차 보이는 여학생 하나가 서 있었다.

“야! 진짜 놀랐잖아!!”

월이는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곧장 타박했다. 그 모습을 본 한설은 곧바로 저 사람이 찾던 사람이라는 걸 눈치챘다.

“아, 혹시 이 친구가…?”

게다가 지금 이 행동으로 딱 소장 같다는 게 무슨 말인지도 알 것 같았다.

* * *

인제 와서는 지나치게 새삼스럽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월이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아니다.

월이는 사무소의 핵심 전력 중 하나였고, 실제로 위험한 문제가 생겼을 때는 빠질 수 없는 해결사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곳의 멤버였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 사건으로 인해 사무소에 합류하게 되었다.

월이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이일을 계속할 거라 생각했고, 사무소의 다른 사람들 역시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여전히 월이는 고등학생이었다. 고등학교는 나와야 한다는 엄마의 부탁으로, 월이는 어쩔 수 없이 꾸준히 등교하고 있었다.

공부에 흥미가 없었기에 대부분 잠을 잤고 자신이 흥미 있는 수업이 아니면 듣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월이는 그 안에서 주변인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며, 불량한 학생도 아니었다. 학교 내에서 친하게 지낸다고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학교를 아프다는 핑계로 자주 빠진 덕분에 몸이 약하다는 인식까지 퍼져, 교사들도 월이가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멍하니 있어도 그다지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월이 역시 자신에 대한 인식이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이미지를 외려 활용하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은 저들과 다른 길을 가야 했다.

그래서 설이가 이곳으로 전학 오기 전까지, 교내에 월이의 친구라 할 만한 사람은 눈앞에 있는 단 한 명뿐이었다.

“뭘 찾는다고 돌아다니는 걸까? 오늘은 몸이 괜찮은가 봐?”

“아, 뭐 그렇지.”

“점심시간에 돌아다니는 건 처음 봤는데, 급한 일?”

보영은 웃으며 말했다.

“너 나 관찰하고 있었냐?”

월이가 눈을 찌푸리자 보영은 장난스럽게 손을 저었다.

“너는 아니고. 저 친구 조금 알아보고 있었지. 너야 그 옆에 붙어 다니니까 겸사겸사 알게 된 거고.”

당당하게 자신를 조사 중이었다는 말을 들은 한설은 조금 눈이 흔들렸지만, 월이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알아낸 게 뭔데?”

“글쎄? 너랑 저 친구가 전학 온 패턴이 완전히 똑같다는 거 정도? 아마도 같은 방식을 쓴 거 같은데, 법적으로 문제가 될 구석이야 전혀 없지만.”

“그새 빨리도 알았네.”

기가 막힌다는 듯 월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영은 월이가 부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역시 그랬나 하고 혼잣말을 했다.

“근데 쟤도 몸 약한 컨셉이냐?”

“아냐. 쟤는 그냥 평범해. 최소한 신체적으로는.”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왜 찾은 거야?”

월이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을 찾아다녔다는 걸 보영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널 찾는 건 어떻게 알았냐?”

“사람을 찾는 것처럼 돌아다니는데, 너 학교에 친구 나뿐이잖아? 그게 뭐 어려운 추론이라고.”

보영은 그렇게 말하며 우쭐거렸다. 월이는 피식 웃었다. 어이는 없지만 틀리지는 않았다.

“그래 뭐 잘났네. 어쨌든 잘 됐어. 물어볼 게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일단 너는 얘를 알겠지만, 얘는 널 모르니까 소개 좀 하자.”

월이의 말에 보영은 씩 웃으며 월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 나는 보영. 정보영이야!”

“어… 나, 나는 한설이라고 해.”

한설의 우물쭈물한 대답에 월이가 덧붙여 소개했다.

“나랑 같은 곳에서 일하는 애야.”

“역시 그랬나? 아니 그래도 추측과 확인은 다르니까. 어쨌든 만나서 반가워.”

“그리고 얘는 이 학교에 모르는 게 없는 사람. 이름은 아까도 들었겠지만 정보영이야.”

“진짜로 모르는 게 없어?”

대뜸 던지는 한설의 질문에 보영은 조금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뭐, 내가 이것저것 알아내는 걸 좋아해서.”

어쨌든 잘 된 셈이다. 보영은 학교 안의 일은 모르는 것이 없었고 두 사람이 물어보려 하는 것도 어지간하면 다 알고 있을 터다.

“근데 물어볼 게 뭔데?”

보영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우린 지금 수현이라는 사람을 찾고 있는데.”

“뭐야? 찾는 게 사람이야? 항상 다른 사람한테는 흥미 없다는 듯 굴더니?”

보영은 평범한 흥미를 넘어서 재미마저 느끼고 있는 듯했다.

“게다가 전학생까지 끌고 사람을 찾는 이유가 뭘까? 짐작이 잘 안 가는데에-”

보영의 눈은 거의 반짝거리는 수준이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월이는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저주나 귀신 같은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밝혀져서는 안 되는 극비사항은 아니긴 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했다간 미쳤다는 소문이 퍼질 게 뻔했다.

“아냐, 그 뭐냐, 나 일하는 데서 뭐 문제가 생겼거든. 선우라는 애가 태블릿을 맡기고 갔다는데···”

“선우? 옆 반에 있는 그 선우?”

“아, 그런데 걔를 찾는 건 아니고, 그 태블릿이 조금 이상한데 원래 주인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보영은 횡설수설하는 월이의 말에 눈을 조금 찡그린 채 물었다.

“너희 일하는 곳이 전자제품 수리점은 아닐 텐데···? 전에는 뭐 고민 상담 카페 비슷한 거라고 하지 않았나?”

보영의 의문에 월이는 속으로 당황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전에 했던 것도 같았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전혀 가짜 스토리를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월이는 이렇게 된 김에 그냥 반대로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뭐 아무렴 어때? 어지간한 건 다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 데라 그래. 어쨌든! 원래 주인한테 인증받아야 할 게 있는데, 주인이 수현이라는 사람이래. 그래서 너한테 걔에 대해서 좀 물어보려고 했다구.”

보영은 고개를 갸웃했고 월이는 또 트집잡힐까 싶어 불안해졌다.

잠시 침묵 후 보영은 입을 열었다.

“음, 뭐 수현이라는 애를 모르는 건 아닌데··· 그래도 좀 조심하는 게 좋을걸?”

“조심?”

자신의 거짓말이 잘 넘어간 거 같아 다행이었지만, 조심해야 한다는 보영의 말은 의외였다.

“음, 나름 유명하지.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다 알걸? 함부로 말하기 조금… 불편하긴 한데.”

“대체 무슨 말인데 숨기느니 마느니 하는 이야기까지 나와?”

월이의 질문에 보영은 드물게도 잠시 망설였다. 평소의 똑 부러지던 태도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내 말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는지 보영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게, 걔 작년 중순에 부모님 돌아가셨거든. 양친 모두.”

“아….”

예상치 못한 비극이다. 갑자기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던 월이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옆에 있던 한설 역시 비슷한 기분이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기분이야 어쨌든 수현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하는 정보였기에, 보영은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교통사고였다 하더라고. 그 이후로 애가 엄청 어두워졌어. 하던 동아리 활동이나 뭐 그런 것들도 다 그만뒀고.”

“그런 걸 우리한테 말해도 되는 거야?”

보영은 월이의 말에 마음이 복잡한 듯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글쎄, 조심할 수 있으면 아는 게 더 낫겠지. 어차피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기도 하고.”

“그렇긴 하겠다.”

“어쨌든 말을 거는 거 자체는 상관은 없겠지만, 그래도 말을 할 때 조심해서 해.”

“그래. 알려줘서 고맙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진지한 표정을 했다.

만약 보영이 아니었다면 자신들이 실수할 수도 있었기에, 보영을 먼저 찾기로 한 건 잘한 선택 같았다.

“그나저나 또 빌려준 거였다니. 걱정이다, 정말.”

한숨 쉬듯 한 보영의 혼잣말을 들은 한설이 보영에게 물었다.

“응? 뭐가 걱정이라는 거야?”

“수현이 말이야. 걔 지금 별명이 보블린이거든. 딱 아는 사람만 알고 있지만.”

“보블린?”

월이는 되물었다.

“보물 고블린. 요즘 걔한테 뭔가 달라고 하면 달라는 대로 다 준다는 소문이 있어. 샤프심이나 샤프나 펜은 물론이고 책이나 그런 것도 주는가 봐. 그래서 물건 뿌리고 다닌다고 보물 고블린, 줄여서 보블린.”

보영은 하지만 태블릿마저 넘겨줄 줄은 몰랐는데. 하고 혼잣말을 했다.

월이가 생각해도 태블릿 PC는 앞선 예시들과는 가격대부터 크게 다르다.

월이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둘이 평소에 친한 사이였나?”

“친하다? 그렇기는 했지. 수현이랑 선우는 같은 동아리였거든.”

“동아리?”

“동아리?”

월이는 새로운 정보라고 생각하며 한 말이었고, 한설은 동아리 자체가 뭔지 몰라 던진 질문이었다.

“수현이 나름 거기 대표까지 하고 있었어. 의외지?”

“동아리가 뭔데?”

자신의 물음에 아무도 답해주지 않자 한설이 다시 물었고, 월이는 한설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야….”

다행히 보영은 무슨 동아리였는지 묻는 거로 생각했는지 별 의심 없이 답했다.

“영화 동아리였어. 그 동아리를 만든 게 선우였지, 아마?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쓰는 활동을 했었는데, 우수 리뷰로 뽑혀서 신문사 상도 받았었어. 그래서 학교에서도 좋게 보고. 그래 봐야 제대로 거기서 활동하는 건 둘 뿐이긴 했지만 말이야.”

“선우랑 수현이?”

월이의 말에 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이가 들어가기 전까지는 거의 노는 분위기였대. 선우도 그러려고 만든 거 같고. 그런데 수현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영화를 탐구하는 활동으로 바뀐 거지.”

실제로 선우는 이전까지 영화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보영은 말했다.

“그걸 수현이라는 사람 혼자서 바꿨다고?”

월이는 기가 막힌다는 듯 물었다.

“근데 뭐, 지금은 영화 동아리도 이름만 남았지.”

“왜? 아…”

한설은 왜 그런지 물으려다가 곧바로 답을 알 수 있었다.

“사고….”

“그래. 그 동아리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사실 둘이었던 건데, 그중 한 명이 활동을 안 해 버리니 지금은 공중분해가 된 상태야.”

“그렇구나.”

의외의 소득이었다.

“이건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둘이 영화관에 가서 감상 후 토론을 하고 보고서 형식으로 학교에 제출한 것도 있어. 나도 우연히 본 건데 잘 쓰긴 했더라고.”

“너 진짜 많이 알고 있구나?”

한설이 대단하다는 듯 감탄하며 말했다. 이런 걸 다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월이 역시도 이 정도까지 자세히 알고 있을 줄은 몰랐기에, 월이 마음속 조정간의 보영의 수치를 ‘조금 소장 같음’에서 ‘조금 더 소장 같음’으로 바꿨다.

“너는 대체 어떻게 그걸 다 알고 있냐?”

큰 도움이 되었지만, 같은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정보력이었다.

“비밀이야. 너도 비밀 많잖아?”

보영의 뼈있는 말에 월이는 더는 묻지 않았다.

“대단하긴 해. 참.”

“자,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는 대신 부탁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어, 어??”

갑자기 얼굴을 훅 들이밀며 말하는 보영이 덕에 월이는 당황하여 뒤로 조금 물러섰다.

“그럼 이 정보들을 다 공짜로 얻으려고 한 거야?”

“아니 뭐, 그래! 이만큼 듣고 아무것도 안 한다고 뺄 수도 없지. 원하는 게 뭐야?”

대체 뭘 요구하려는 건지는 몰라도, 성격상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닐 것 같아 월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저번에 말한 거랑 이번에 말한 거를 통해서 생각해 본 결과로 그냥 해보는 부탁이야.”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보영은 한참을 망설이며 뜸을 들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불가능하면 어쩔 수 없긴 해도, 수현이 걔가 마음을 좀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

“마음을 돌리다니?”

“걔, 부모님 돌아가신 이후로 애가 거의 좀비처럼 됐어. 생기가 전혀 없다고. 왜 그러는지 이해는 가지만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폭탄 같은 느낌으로 불안불안하다 해야 하나. 아니, 폭탄보다는 유리조각 같은 느낌이려나. 만지면 베일 것 같은.”

보영은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대로 가다가 사고 한 번 칠 것 같기는 하거든. 안 좋은 의미로 말이야. 그래서 말해준 거야. 혹시나 너 일하는 곳에서 이런 걸 알면 좀 도움이 될까 봐.”

보영의 말에 월이는 그 말을 그대로 전하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보영은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는 손사래를 쳤다.

“두 사람 다 낯간지러운 짓 하지 말고 그럼 가봐. 아마 지금 반에서도 혼자라 말 걸기 편할걸?”

“그래도 고마워!”

한설이 감사 인사를 하는 사이 월이는 마음이 급했는지 먼저 쌩하니 바깥으로 나갔다.

그러다 무슨 일인지 다시 교실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왜 돌아왔나 싶어 의아해하는 두 사람을 보고 월이는 뒷머리를 긁으며 물었다.

“어… 근데 걔 얼굴이 어떻게 생겼지?”

보영은 한심한 눈으로 월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 진짜 멍청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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