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괴담 전문 사무소 : 상자 안의 머리 (20)
“목을 날리라고?”
도깨비와의 싸움 이전에, 월이는 시아에게 한 가지 지시를 받았다.
“그래.”
월이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으엑, 싫어.”
“그래도 안 죽거든. 도깨비는.”
“피 엄청 튀는 거 아냐?”
“안 튈 거다. 걱정하지 마.”
시아는 월이의 못 미더워하는 표정에 고개를 저으며 한 번 더 강조했다.
“도깨비는 사람이 아니야. 목을 날린다고 죽는 게 아니라는 말이지. 그러니 피도 안 튀어.”
“그래도. 꼭 그래야 해?”
월이는 여전히 찌푸린 채 말했다. 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꼭 그래야 해.”
“으, 알겠어. 알겠는데.”
월이는 시아에게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왜 본인 앞에서 말하냐고.”
“엉?”
도깨비는 두 사람의 대화를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듣고 있었다.
“그거 나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던 거냐?”
도깨비의 질문에 시아는 도깨비를 보며 말했다.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가 맞습니다.”
당연히 도깨비 앞에서 하는 이야기는 도깨비가 들어도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그렇다는데?”
도깨비는 월이에게 말했다. 월이는 도깨비를 한번 흘겨보고는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본인 앞에서 목을 날리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좀 그렇지 않아?”
월이는 불만을 표했지만 시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별로 안 그런데. 짜고 치자는 이야기를 할 거거든.”
“뭐어?”
월이는 눈을 찌푸렸다. 도깨비 역시 눈을 찌푸렸다.
시아는 도깨비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한번, 지는 척해주시지요. 타이밍 맞춰서 목이 잘린 척하면 됩니다.”
“싫은데?”
도깨비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 심드렁하게 말했다.
“내가 뭐하러?”
도깨비는 별로 내키지 않는 듯 말했다. 그러나 시아는 도깨비를 설득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장난에 한 번 당하셨으니 장난으로 되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난으로 되갚는다고?”
눈에는 눈, 장난에는 장난이다. 도깨비라면 절대 참을 수 없다.
“어떤 장난으로 갚는데?”
도깨비가 흥미를 보이자 시아는 웃으며 말했다.
“저번에 정한 씨가 사용했던 방법과 비슷한 걸 이번엔 당신이 써 보는 겁니다.”
“그래서 그때 반쯤 장난이라고 말했던 거였냐.”
도깨비는 피식 웃었다. 남의 장단에 놀아나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좋은 장난 계획이라면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아, 그 결과로 얻는 건 뭐지?”
“장난으로 한번 크게 골탕을 먹일 수 있을 거고, 또 약속한 것을 약속한 날짜에 볼 수 있을 겁니다.”
“흐음?”
도깨비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당사자가 아닌데 그런 확답을 할 수 있는 거냐?”
“있습니다. 태주가 단언할 정도면 꽤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래서 하실 겁니까? 마실 겁니까?”
시아는 도깨비에게 말했다.
“그게 장난이라면 해야지. 당연한 거 아냐? 그런데 어떤 방법을 쓰게?”
“한번 숨는 것 다음은 맨 처음 말한 것과 같습니다. 목을 날리는 거죠.”
월이는 다시 한번 싫은 표정을 지었지만, 도깨비는 이미 마음이 조금 동했는지 조금도 꺼리지 않았다.
“날아가는 목을 정한 씨의 발밑으로 굴러가게 하는 겁니다.”
피는 없겠지만 꽤 호러블한 광경이다. 분명 심약한 정한이라면 다시 한번 크게 놀랄 것이다.
반복되기에 더 놀라고 충격받는 일도 있는 법이다.
“원래 한번 통한 장난을 또 하는 게 꽤 재미있는 일 아닙니까.”
같은 수에 또 당하게 하는 것은 장난으로는 꽤 고단수다.
“그런데 너희만 재미 보는 느낌인데.”
도깨비는 조금 아쉬운 듯 말했다. 그러나 시아는 도깨비가 별로 아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무슨 소립니까, 당신이 제일 좋아할 일인데.”
“뭐?”
“정한 씨를 처음 본 날, 일부러 발밑으로 굴러가서 눈을 뜬 것도 장난이지 않았습니까.”
시아의 말에 월이는 엥? 하는 눈으로 쳐다봤고 도깨비는 의외라는 눈으로 시아를 봤다.
“어떻게 알았냐.”
“너무 극적이니 말입니다.”
도깨비의 몸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사이즈를 자유자재로 할 수도 있고, 몸을 아예 없앨 수도 있다.
그런 존재가 목만이 남아 있다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다.
상자 안에 굳이 있어야 한다면 몸 자체를 작게 줄여 팔다리가 있는 편이 낫다.
굳이 머리통만 남긴 것은 여는 사람을 골탕 먹이기 위한 장난임이 분명했다.
“에잇, 너희 같은 놈들은 재미가 없어.”
도깨비는 투덜거렸다. 트릭을 모두 들킨 마술사가 하는 불평과도 비슷했다.
“뭐, 우리한테는 안 통하지만 이미 통하는 사람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시아는 그렇게 말했다.
“같은 짓을 한 번 더 해 보시죠.”
* * *
태주가 정한을 사무소 바깥으로 쫓아낸 직후, 사무소의 긴장은 풀렸다.
하지만 자기 전에 정리 정도는 하고 시아가 원 없이 핀 담배 연기를 환기할 필요도 있었다.
대강 정리가 끝나고 난 뒤 월이는 널브러져 있는 도깨비의 몸을 발로 한 번 툭툭 건드려 봤다.
“감쪽같네, 이거.”
“야야, 발로 차지는 마. 그것도 진짜 몸이야.”
“어, 그래?”
월이는 미안한 듯 황급히 발을 치웠다.
“난 가짠 줄 알았지.”
“장난에는 진심인 녀석들이라서 말이야.”
“괜히 괴물은 아니구나.”
한가운데 엎드려 쓰러져 있는 몸을 그래도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 월이는 일단 그 몸을 들어 구석진 곳에 있는 의자에 앉혔다.
머리 없는 몸이 의자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모습은 좀 그로테스크했지만, 그냥 바닥에 누워 있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했다.
“근데 머리는 어디 갔어?”
월이의 질문에 태주는 크게 관심 없다는 듯 답했다.
“아마 작게 변해서 저 손님 따라갔겠지, 뭐.”
물건 같은 것으로 변했을 것이다. 무슨 물건으로 변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제는 정말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았기에 태주는 앓는 소리를 내며 털썩 주저앉았다.
“으아-”
어제부터 한숨도 쉬지 못했기 때문에 심각하게 피곤했다.
“그나저나 도깨비 연기력이 별로 좋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통하긴 통했네요.”
“아니, 그래도 머리를 날리는 연기가 가능하니 엄청난 연기자 아니냐.”
태주가 도깨비의 연기를 놀리듯 말하자, 시아가 옹호했다.
“저 머리 잘린 척 연기는 사람은 못 하잖나.”
“글쎄요. 자는 척은 더럽게 못 하던 거로 봐서 그냥 종족특성빨 아닐까요.”
연기력은 솔직히 구리지만, 정말로 목을 날려버릴 수 있다는 건 임팩트가 있다.
“하긴 그래도 그만한 충격이면 안 믿을 수 없긴 하겠죠.”
오랫동안 속일 필요는 없으니 괜찮긴 했다.
태주가 번호를 바꿔 문자로 부른 친구들과 정한이 마주할 때까지만 속으면 됐다.
“근데 이거 신기하다. 감각이 남아 있을까?”
그거야말로 도깨비 말고는 아무도 몰랐기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월이 역시 대답을 바라고 물어본 것은 아니었기에, 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의자에 앉힌 뒤로는 발로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신기한지 월이는 도깨비의 몸통을 몇 번 더 툭툭 건드려 봤다. 그러다 그것도 곧 질렸는지 쪼르르 태주와 시아 곁으로 달려와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거야?”
월이는 갸웃거리며 말했다.
“본인은 꽤 충격받지 않았겠어?”
시아와 태주는 한번 마주 봤다.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까.
“하나 말하자면 충격을 주지 않으면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굳어 있었어.”
태주는 피곤한 정신을 붙들고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코 관계를 새로운 눈으로 보지 못 할 걸.”
정한의 문제는 자신이 모든 걸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데 있었다.
일방적인 희생이 관계를 유지할 유일한 방법이라 여겼단 점이다.
“위태로워 보이지만, 사실 생각하는 것만큼 위태롭지는 않아.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말이야.”
사실은 도깨비가 말한 것을 보여주는 것은 맨 처음부터 가능한 일이었지만, 본인이 그게 불가능하다 여기고 있으니 도깨비에게 그걸 보여줄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이 방법이 생각나는 것 중에는 최선이었어.”
아마 지금쯤 친구와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몇 사람이나 올지는 몰라도 중요한 것은 정한이 그래도 된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그 시간에 부르면 민폐인 거 아냐?”
“그래. 그래서 그런 짓을 해야 했어.”
태주는 하품을 하며 말했다.
“사실 친구는 가끔은 서로 민폐를 끼쳐도 괜찮은 관계지. 서로 참아줄 수 있는 게 나는 친구라고 생각해.”
월이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의미심장하게 문자를 남겼으니 걱정이 돼서라도 꽤 오겠지.”
사람이라면 그 내용에 분명 뭔가 이상함을 느낄 것이다. 걱정이 되는 사람이라면 그 문자를 보고 오지 않을 리 없다.
“근데 정말로 아무도 안 오면?”
“엉?”
태주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한쪽이 그렇게나 사람들을 잘 챙겼는데, 반대쪽에서는 그런 상황에 아무런 연락도 없고 찾아오지도 않을 리 없다.
“아무도 안 올리가.”
태주는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말했다. 슬슬 잠이 오고 있었다.
“진짜 그러면 그거야말로 없느니만 못한 관계지. 늦든 빠르든 정리해야 해, 그건. 만약 그랬다면 도깨비가 실망할 수도 있겠네.”
그렇다 해도 몸의 구할 이상이 이곳에 있으니 도깨비는 정말로 별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월이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물었다.
“그런데. 그럼 도깨비는 어떻게 돌아와? 몸 찾으러 와야 하잖아?”
월이의 질문에 태주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알아서 오겠지, 뭐. 일단 나 좀 쉴래. 좀만 더 가면 72시간 무수면이거든.”
아무리 그래도 그 전에는 자고 싶었다.
“해 떠도 부르지 마.”
* * *
그 날 저녁까지도 도깨비의 몸통은 자리에 잘 앉아 있었다. 이게 일반 카페가 아니라 정말 다행이었다.
“적응 안 되네 저거….”
그래도 저녁쯤에 태주는 회복할 수 있었다.
낮 동안은 두 사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이제는 태주의 차례였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태주가 말하자마자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아, 소장님.”
검은 옷의 남자를 보고 태주는 반갑게 인사했다.
“이번에 사소한 일 하나를 놓쳤더라.”
소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주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짐작이 가서 머리를 긁적였다.
“이봐, 사소하다니.”
소장의 어깨에는 미니 도깨비가 앉아 있었다.
“내가 거기 버려질 뻔했잖아.”
“성공한 장난과 지켜진 약속에 비하면 사소하지 않나?”
소장은 도깨비에게 그렇게 말했다.
“마지막에 한 번 더 놀래킬 수 있게 해 줬잖아.”
도깨비는 별로 할 말이 없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와, 근데 작으면 다 귀여운 줄 알았는데 별로 안 귀엽네요.”
태주의 말에 도깨비는 얼굴을 한번 찌푸리더니 말했다.
“내가 귀여워질 수는 없으니 빨리 커지든가 해야지. 이리로 와라, 몸통아!”
도깨비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몸통은 저벅저벅 걸어와 곧장 미니 도깨비와 합체했다. 굉장히 기묘한 광경이었다.
“문제는 없었나 봐요?”
태주는 도깨비에게 물었다. 도깨비가 기분이 좋은 걸 보면 보고 싶은 건 본 모양이었다.
“그래. 머리가 좀 아픈 걸 빼면 문제는 없었어. 너무 세게 맞았거든.”
도깨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말했다.
“힘 조절이고 나발이고 안 하던데. 나한테 맺힌 거라도… 있긴 했군. 여전히 왜 그랬는지는 이해는 안 간다만.”
도깨비는 끙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래도 묵은 감정은 조금 풀었으니 나쁠 건 없다.
“그런데, 왜 나를 죽이지 않은 거냐?”
도깨비는 그게 의아했는지 물었다.
“나를 쉽게 잡는 방법을 너희가 모를 것 같지는 않은데.”
“피 말하는 건가요?”
“윽, 역시 아는군.”
도깨비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렇다면 더욱 의문이었다. 방법을 안다면 쉽게 죽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태주는 그런 도깨비의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
“굳이 죽일 필요가 없으니까요.”
“인간은 원래 자기와 다른 걸 배척한다 들었는데. 조금만 달라도 달려들어 싸우는 게 사람들 아니냐.”
“뭐, 요즘도 그렇긴 한데…. 그래도 요즘은 잘못된 태도라는 이야기도 해요.”
“뭐, 나야 안 죽었으니 좋긴 한데.”
도깨비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희는 어지간하면 온건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말 안 통하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통해도 안 들어주는 놈도 한 트럭이고.”
“일종의 연습이었다 이거냐.”
도깨비는 김이 샌 듯 말했다.
“뭐, 어쨌든 연습 삼아 살려 줬다 쳐도 빚은 진 셈인가.”
도깨비는 태주에게 말했다.
“뭐, 개인적인 욕심도 있긴 했어요.”
시아는 희귀해진 도깨비를 굳이 죽이고 싶지 않아 했고, 태주 역시 말이 통하는 이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
월이야 원래 인간형의 무언가를 해치는 것을 심하게 꺼렸다.
“뭐, 어쨌든 도움받았다는 건 사실이지. 도와줘서 고마웠다. 언젠가 한 번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도와주지.”
“그냥 다음엔 이런 일로 오지만 마요.”
도깨비는 태주의 말에 킬킬 웃으며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자리에 남은 것은 소장과 태주뿐이었다.
“그래서, 소장님은 뭘 얻어 온 거예요?”
“상자.”
그러고 보면 정한에게 상자를 돌려주지 않았었다.
“상자요?”
“그래, 비싼 건 아니지만 희귀한 물건이거든.”
이제는 더 생산하지 않는 물건이라고 소장은 말했다.
“멀쩡한 물건은 이제 세상에 세 개 정도 남았을걸?”
“저런 걸 어디에 써요?”
“너는 수집품을 쓰려고 모으냐?”
소장은 태주에게 뭘 모른다는 듯 말했다. 결국, 그 말은 상자가 쓸데없는 물건이라는 말이었다.
“저건 또 어디에 두게요?”
“4층에 둘 거니까 걱정하지 마.”
“또 정리 안 할 거죠?”
4층의 꼴을 아는 태주는 한숨을 쉬었다.
“거기 청소를 시키지는 않으니 됐잖아.”
소장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기에 태주는 그냥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사무소에 또 이상한 물건이 늘었네요. 물건 말고 사람이나 늘려주면 안 돼요? 누나도 얘기하던데.”
태주는 별 기대 없이 말했다.
“아무나 여기 데려올 수는 없잖아.”
소장은 그렇게만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태주는 한숨을 푹 쉬었다.
빨리 누군가가 왔으면 싶기도 하고, 아니면 차라리 안 오는 게 좋은 일인가 싶기도 했다.
하루가 또 그렇게 갔다.
*다음이야기*
“…이 야밤에 저를 여기다 떨어트리고 가신단 말씀입니까? 진심으로?!”
시아는 절망적인 눈으로 산을 바라봤다. 소장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 뭐 한 바퀴만 돌면 대충 견적 나올걸?”
“아니아니, 이 산 주위를 다 돌라는 겁니까?”
“요즘 뭐 둘레길이니 뭐니 유행이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십시오, 저건 애초에 길이 아니지 않습니까?!”
“길은 만들어 나가는 거야.”
낄낄대며 말하는 소장의 헛소리에 시아는 머리를 짚었다.
“나머지는 그렇다 친다 해도, 아무리 그래도 저 홀로 이런 곳에 떨어트리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뭐가 나올지도 모르는 곳에서.”
“아냐. 이 산에는 야생동물이 나오지 않아.”
소장의 말에 시아는 표정을 조금 달리했다. 소장은 여전히 유쾌한 얼굴로 말했다.
“동물이 살기엔 좀 위험 하거든, 여기. 오히려 사람은 괜찮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