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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사무소-7화 (7/269)

7화.

괴담 전문 사무소 : 상자 안의 머리 (7)

정환은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정한은 열정적으로 말했다.

“이래저래 엄청난 친구죠. 누구와도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친구였어요!”

“사교성이 좋은 분이었나 봅니다.”

태주의 질문에 정한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단순히 사교성이 좋다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남녀의 구별이 없다.’

‘나이는 정환이 앞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로 전부 의미 없는 것들이다.’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친구다’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 있다.’

라고 정한은 찬양하듯 말했다.

“만약 제가 정환이와 빨리 친해지지 못했다면, 지금 있는 친구들과도 친해지지 못했을 겁니다.”

정한은 단언했다.

“저는 낯가림이 심합니다. 경계심도 많고요. 그런 제가 많은 친구를 만날 수 있었던 건 오직 정환이 덕분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말 특별한 친구였나 보네요. 혹시 친해지게 된 계기 같은 것이 있었나요?”

정한은 태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있긴 하지만 별 대단한 건 아닙니다. 맨 처음 중학교에서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이름까지 비슷하니 흥미가 갔던 거겠죠.”

실제로 정한과 정환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꽤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다.

마침 그런 사람이 근처에 있다면 흥미 정도는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이름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보는 사이여도 대화의 물꼬를 트기에는 좋은 주제였다.

“그게 계기였습니다. 정말로 그게 다였어요.”

정한은 엄청나게 소극적이었기에, 적극적이고 쾌활한 인간상인 사람들을 부담스러워했다. 선의로 말을 걸더라도, 그 자체로 이미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정환이는 그렇게 극단적으로 소극적인 정한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에서 늘 행동을 멈췄다.

“그건 딱히 계산해서 하는 건 아니고 그냥 본능적인 판단이었던 것 같지만, 꽤 정확했어요.”

만약 사람과 친해지는 능력 같은 것을 계량하여 평가할 수 있게 된다면 분명 정환이는 최상위권이었을 거라고 정한은 말했다.

“제게 한 그런 일을 누구에게도 할 수 있는 친구였죠.”

정한은 조금 씁쓸하게 말했다. 그건 이제는 볼 수 없는 친구에 대한 추억이기에 더 그랬다.

“정말 대단한 분이셨나 보네요.”

“예, 그 친구가 만든 집단이 지금까지 유지가 되는 걸 보면 대단하죠. 심지어 이제 본인은 없는데도요.”

태주는 문득 정한이 설명하는 정환의 모습에 단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굳이 말하지 않는 것인지, 혹은 별문제가 없기에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군요. 큰 단점이라 할 만한 게 없는 분이셨군요?”

태주의 질문에 정한은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정말 엄청난 친구였습니다. 저는 감히 흉내 낼 수도 없는 일을 해내는 그런 친구였죠.”

정한이 말하는 것은 거의 완벽한 인간상에 가까웠기에 스스로도 조금 무안한 듯 덧붙였다.“

“굳이 꼽자면… 장난을 조금 좋아한다는 정도? 하지만 선을 넘는 장난을 친 적은 없어요. 그러니 그것도 단점은 아니었고…. 그 외에는 성적이 그리 높지 않기는 했는데요, 이것도 단점이라기엔 좀 그렇네요. 하하….”

단점이 정말로 없을 리는 없지만, 최소한 정한에게 있어 그 단점은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태주는 일단 정한을 더 떠보는 짓은 멈췄다. 지금은 이 정도면 됐다.

“정환 씨가 좋은 분이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다행이라뇨?”

“아무래도 도깨비와 관련이 있는 분이 정환 씨인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상자에서 나온 게 없으니 이것저것 여쭙게 되네요.”

상자 안에 어떤 물건이 들어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게 있을 거다.

“예를 들어, 저 썰렁한 농담 따먹기가 적힌 작은 책자를 넣은 사람은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겠죠? 그리고 편지를 넣은 분은 아마 평소 성품이 감성적이고, 진지할 확률이 높겠죠.”

그러나 정환이라는 사람의 물건은 상자에서 나오지 않았다. 결국 물건을 통한 추측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제가 그분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건 손님의 이야기밖에 남지 않았거든요.”

정환에 대한 인상은 아무래도 미화되어 부정확할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저 정도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면 실제로도 좋은 사람이었을 거라는 추측은 할 수 있다.

“만약 도깨비를 악의적으로 숨겨놨다면, 그게 최악일 테니까요. 물론 확률이 낮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었습니다.”

“정환이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정한은 거의 소리치듯 말했다.

“예, 그런 것 같네요. 좋은 분이셨던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악의를 품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저 정도까지 말한다면 거기까지 걱정하는 것은 기우에 가깝다. 태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좋은 분이라는 건.”

더 방법이 없다. 소장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면, 이 상황에서 무언가 더 추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이제부터 도깨비와 대화를 하러 가야 할 테니까요.”

태주의 말에 정한은 딱딱하게 굳었다. 태주에게도 그다지 내키는 일은 아니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약속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곳에 있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현재 도깨비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도깨비를 숨긴 게 아니라면, 굳이 경계심을 너무 크게 가질 필요는 없을 겁니다. 의외로 말이 통하기도 하는 족속들이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정한의 두려움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렇게 되는 거군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도깨비는 아직 정한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괜히 그랬다가 더 위험해지면 어쩌죠? 지금까지는 모른 척하면서 넘어가긴 했지만, 그렇게 대화하고 나면 더 숨길 수도 없잖아요?”

“하지만 월이가 있기도 하니, 괜찮을 겁니다. 그리고 애초에 손님은 안전한 곳에 모셔두고 대화할 생각이거든요.”

물론 대화를 하고 맞춰갈 생각이라고는 하지만 간단한 계획 정도는 있다.

“도깨비는 지금 폭탄 같은 존재입니다. 물론 당장 터지지는 않는 그런 폭탄이요.”

폭탄이라는 말에 정한은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하지만 그렇게 겁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폭탄이 있으면 보통은 터져도 괜찮을 만한 안전한 장소로 옮기거나, 그 장소를 터져도 괜찮은 곳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죠.”

어찌 되건, 직접 그 ‘폭탄’과 대면해야 하는 최소한의 인원을 남기고 나면 나머지 사람들은 대피하는 게 정석이다.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실패하더라도 손님께 위해가 가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여전히 정한은 겁이 난 듯 물었다.

“실패하시면… 여러분들도 다치시는 건…?”

“네, 뭐 그럴 수도 있긴 한데.”

자신들까지 걱정해 주는 걸 보면 근본이 참 선한 사람이다싶어 태주는 웃었다.

“폭탄이 터져도 멀쩡하게 걸어 나올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있거든요.”

태주는 그렇게 말하며 월이를 쳐다봤다. 월이는 뭘 보냐는 듯 퉁명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게다가 아직 낮이니까요.”

“낮이면 괜찮은 건가요?”

“도깨비는 보통 밤에만 움직입니다. 대부분 그렇죠. 사람이 밤에 자듯, 도깨비는 낮에 잡니다.”

예외도 있지만, 밤에만 소리가 들린 걸 생각하면 이번이 그 예외는 아닐 거다. 게다가, 이렇게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태주는 강조하듯 말했다.

“게다가 그 도깨비, 슬슬 데리고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까지나 바깥에서 하루하루 숙소를 옮기며 돌아다니실 수도 없으니까요.”

꽤 솔깃한 말이다. 여전히 조금 겁나는 건 사실이지만, 도깨비를 자신의 집에서 쫓아낸다는 건 그만큼 매력적인 말이다.

“조, 좋아요. 그럼… 자세한 계획이 어떻게 되죠? 데리고 나오신다면서요? 그냥은 어렵지 않을까요?”

정한의 질문에 태주는 씩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그냥은 어렵죠. 그래서 저희도 한 가지 준비를 해뒀습니다.”

“어떤 준비요?”

“어제 집에 들어가서 연기를 하셨지 않습니까?”

“예, 그랬죠. 덕분에 도깨비를 속이고, 안전하게 바깥에서 하루 묵을 수 있었죠.”

정한은 당시를 떠올리면 조금 부끄러운 듯 말했다. 충분히 부끄러울 법한 수준의 연기였기에 태주는 그 연기에 대한 평은 하지 않으며 말했다.

“그건 물론 처음 설명해 드린 역할도 있지만 동시에 도깨비를 데리고 나오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태주의 목적이 ‘필요한 메시지 전달’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말을 올곧이 전달한 정한의 수준 낮은 연기는 오히려 자연스럽기만 한 연기보다 좋았다.

“손님께선 그날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주셨습니다.”

태주는 그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설명했다.

“그건 도깨비에게서 도망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한 것도 있지만, 며칠 동안은 집에 안 돌아갈 거라는 말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거기도 했거든요.”

전화의 내용은 이틀 뒤에나 집에 돌아갈 거라는 말이었다.

“친척이 돌아가셨다는 거짓말을 믿고 있는 도깨비는 지금 안심하고 잠들어 있을 겁니다. 집에 다른 사람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알고 있으니 평소보다 당연히 더 깊게 잠들어 있겠죠.”

지금이라면 도깨비를 무난하게 컨트롤 할 수 있다. 상대가 완전히 방심하고 잠들어 있는 사이 이쪽은 꽤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이 기회입니다. 미리 준비를 다 해 놓는다면 도깨비를 아예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곳을 안전지대로 만든 채로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도깨비가 중간에 깨어나면 어떻게 하죠? 깨어나서 난동을 부리기라도 했다간… 사람보다 훨씬 강한 존재라면서요?”

정한은 조금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충분히 걱정할 만한 부분이었기에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럴 수도 있긴 하죠. 하지만 낮이라면 대응 가능한 정도일 겁니다.”

“시간상 지금은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말씀이시군요.”

“예. 설령 일어나더라도 잠에서 깬 직후의 상태가 어떤지는 손님도 잘 아시잖아요?”

정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때는 반쯤 제정신이 아니다. 도깨비라도 그건 마찬가지구나. 정한은 무심코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외에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다른 방법들도 준비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저기 뒤에서 개미나 구경하고 있는 월이가 있죠.”

조금 이야기가 진지해지자 월이는 어느새 다시 자리를 피한 상태다.

“그러고 보니 무슨 일이 생기면 저분 뒤로 가라고 말씀하셨죠. 그런데 정말로 괜찮은가요? 뭐랄까 그렇게 강해 보이는 분은 아니신데….”

조심스러운 정한의 질문에 태주는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저렇게 보여도 제가 고려한 상황 중 가장 최악의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을 아이입니다. 최대한 돌발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계획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면, 이미 터진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게 저 애의 역할이고요.”

그렇게까지 말하자 정한은 태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모르는 뭔가 있겠지 싶었다.

“그래도…. 변수 없이 잘 옮겼으면 좋겠네요.”

최악의 상황이라는 말이 못내 불안한 듯 정한은 조금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안전하다고 머리로는 이해하더라도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게 가장 좋겠죠.”

정한은 침을 꿀꺽 삼켰다. 태주는 정한이 긴장한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굳이 풀어주지는 않았다.

어쩌면 차라리 조금 긴장한 게 나을 수도 있었다.

“그럼 어디 한번 도깨비를 보러 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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