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6-21
“…….”
[…….]
그 스산한 웃음을 들으며 모두 긴장을 했다.
차라리 주변이 어두울 때가 나은 듯했다.
원래대로라면 직접 마주한 공포보다 직접 마주하지 않고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대를 상대할 때 공포감과 긴장감이 컸지만 이번엔 달랐다.
오히려 적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게 긴장감이 더했다.
물론 그건 크기 때문이 아니었다.
조금의 영향은 있었지만 중요한 건 엑시디움에게서 풍기는 기운이었다.
엑시디움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형우 일행의 전의를 꺾어버릴 만큼 강렬했다.
마치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뭉개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덕분에 형우 일행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게다가 제일 큰 문제점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야?’
형우 일행은 엑시디움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대법관에게서 많은 걸 알아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기억을 이미 없애버린 뒤였다.
때문에 엑시디움에 대해 대비를 하나도 못했다.
거의 그냥 맨몸으로 들이박는 것과 같았다.
다만,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있었다.
‘영혼석을 만드는 능력.’
대상이 죽으면 영혼석이 되는 능력은 분명 엑시디움에게 나온 거였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능력을 얻게 되고 죽으면 영혼석이 됐으니까.
그리고 그게 에너지로 변한 덕분에 인사니오가 그걸 이용해서 형우에게 능력을 전해줬다.
그걸로 유추해봤을 때 엑시디움은 꽤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 듯했다.
[일단 가볍게 시작해보겠다. 쉽게 없애는 건 나도 아쉬워서 말이야.]
콰아앙! 휘익! 휘이익!
그때 화산이 폭발하며 거대한 암편, 바윗덩어리가 날아왔다.
바윗덩어리는 그대로 콜로세움 안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수가 딱 다섯 개였다.
떨어진 다섯 개의 바윗덩어리는 용암을 머금은 채 흐물흐물 녹았다.
그런데 돌 녹아내리고 안에서 사람의 형상을 한 5명의 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물흐물.
마치 용암으로 만들어진 사람인 것처럼 몸 전체에 용암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용암 전체가 흘러내렸고 거기에 완벽한 모습의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많이 눈에 익었다.
“…첫판부터 장난질?”
민희는 그걸 보며 농담 아닌 농담을 내뱉었다.
형우 일행의 앞엔 그들과 똑같은 모습을 한 5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심지어 그들은 모두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다가 느껴지는 것 역시 같았다.
존재감이 너무 똑같아서 뭐가 진짜인지 헷갈릴 정도로 말이다.
[너희 세계엔 좋은 말이 있더구나. 구경은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 제일이라고.]
쿠구구!
엑시디움은 그 말을 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콜로세움의 관객석 한편에 거대한 의자가 솟아올랐다.
쿵. 쿵. 턱.
엑시디움이 그곳으로 가 앉았다.
마치 왕좌에 앉은 왕처럼 거만하고 오만하게.
[날 위해 춤춰라, 버러지들아. 네 친히 너희의 춤을 구경해주마.]
엑시디움은 그 말을 하며 웃었다.
그러나 형우 일행은 그것에 뭐라 할 여유도 없었다.
용암에서 나온 가짜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으니까.
“설마 능력도 똑같이 쓰는 건 아니…….”
“제어.”
쿠구궁!
제어라는 말이 나오자 땅이 흔들렸다.
“…!”
형우는 가짜 형우가 본인의 능력을 똑같이 사용하자 기겁했다.
다른 것도 아닌 형우가 전매특허로 사용하고 있는 능력이기에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파드득! 쿠웅!
바닥이 뜯기면서 돌덩어리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가짜 형우는 그걸 바로 날리려 했다.
“제어! 큭!”
형우는 바로 똑같이 제어를 사용해 대적했다.
그러자 공중에서 줄다리기하듯이 돌덩어리들이 팽팽한 긴장감 가졌다. 그러나 공격을 막은 건 좋았는데 다음이 문제였다.
워낙 전력으로 제어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똑같이 전력을 써주지 않으면 안 됐다.
“익스플로젼!”
퍼어엉! 부스스,
민희는 바로 그곳에 익스플로젼을 날렸다.
단번에 그것들을 가루로 만든 민희는 바로 후속타를 준비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휘이익!
언제 사용했는지 콜로세움 밖에서 용암으로 물든 바윗덩어리 하나가 날아왔다.
형우는 그걸 다시 막았다.
“제어!”
화르르!
‘눈앞에서 라이브로 용암을 볼 줄이야.’
용암이 뚝뚝 떨어지는 바윗덩어리는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열기를 발산했다.
[파괴.]
바스스.
그때 인사니오가 짧게 한 마디를 내뱉자 바윗덩어리는 불꽃이 사그라들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걸 신호로 제대로 전투가 시작됐다.
“쿼드 캐스팅. 콜 샤워, 워터 웨이브, 기가 라이트닝, 라이트닝 스톰.”
쏴아아아! 파지직.
가짜 민희가 쿼드 캐스팅으로 마법을 날렸다.
다만, 소름 끼치는 건 캐스팅 스타일도 민희랑 똑같았다.
민희가 주로 멀티 캐스팅을 사용할 때 웬만하면 시너지를 일으키는 마법 위주로 조합했다.
물론 이건 다른 이였어도 똑같은 거였다.
그러나 그 똑같은 것도 완벽히 똑같을 순 없었다.
지금 가짜 민희가 하는 건 평소의 민희와 완벽히 똑같은 조합이었다.
“올 라운드 베리어!”
촤아악!
민희는 바로 일행 전체를 감싸는 방어막을 만들었다.
거대한 막이 만들어지고 공격이 거세게 부딪혔다. 그리고 형우 일행의 반격이 시작됐다.
[파괴.]
콰아아!
인사니오는 본인의 원래 특기이자 이명인 ‘파괴’를 사용했다.
파괴는 흉포한 기운을 발산하며 가짜들에게 날아갔다.
[파괴.]
그러자 역시 가짜도 똑같은 능력을 써서 상쇄했다.
[광휘여!]
파밧! 파바밧!
크레아는 번쩍이는 빛을 내뿜으며 상대를 공격했다.
여기저기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공격들이 날아갔다.
물론 이 역시도 똑같은 공격에 효과를 내지 못했다.
[…….]
그 난전 속에서 세계수 엘리안만 평화롭게 있었다.
정확히는 방어 위주로만 능력을 쓰는 중이었다.
공격 능력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본래 식물을 키우고 무언가를 방어하는 쪽에 특화되어 있었기에 민희가 방어 마법을 쓸 때 거들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고 형우는 자신과 똑 닮은 가짜를 상대하며 답답함을 느꼈다.
“오러! 제어!”
“오러. 제어.”
콰아앙! 쿠웅!
‘도플갱어야, 뭐야? 뭘 이렇게 다 따라 해?’
뭐를 해도 다 따라 했다.
마치 거울과 싸우는 듯했다.
전투 스타일마저 같으니 유효타를 주면 유효타를 받았다.
그 때문에 전투는 점점 답답해졌다.
‘이대로라면 변수가 너무 없는데?’
탐색전 개념으로 그동안 최대한 거리를 벌리며 싸워왔다.
그러나 이러면 탐색전이고 뭐고 없었다.
저 가짜는 형우의 능력부터 전투 스타일까지 모두 똑같은 놈이었다.
탐색해볼 것도 없이 이기려면 그저 변수를 만들어야 했다.
그 변수는 계속 원거리 전투에선 절대 만들어질 수 없었고.
‘일단 무조건 붙는다!’
형우는 그 생각을 하며 빠르게 달려갔다.
그러자 가짜 형우는 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매스 블링크.”
팟!
거리를 좁히려고 하자 바로 블링크로 멀어졌다.
형우는 그 모습을 보며 바로 블링크로 따라붙었다.
“매스 블링크!”
“매스 블링크.”
팟!
가짜는 형우가 블링크도 달라붙자 다시 블링크로 멀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은 계속 반복됐다.
‘장난하나?’
붙으려고 하면 도망가는 가짜 형우를 보며 형우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딴 방법이 없었다.
놈이 도망가면 쫓아가야 했다.
형우와 가짜 형우는 계속 이 행위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형우는 무의식적으로 블링크는 쓰다가 멈췄다. 그리고 공격을 날렸다.
“매스 블… 오러!”
휘이익! 콰아앙!
[큭!]
그러자 가짜 인사니오가 신음을 흘렸다.
‘잘못하면 한 번에 훅 갈뻔했네.’
형우는 그 모습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지금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형우에게 가짜 인사니오가 접근했고 가짜 형우는 블링크로 도망간 상황이었다.
그런데 형우가 블링크를 안 쓰고 가짜 인사니오에게 공격을 날렸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가짜 형우가 블링크로 도망친 곳이 함정이었고 가짜 인사니오는 공갈로 다가온 거였다.
제대로 공격할 의사도 없었지만 형우를 함정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위협용으로 왔다. 그리고 함정엔 미리 가짜 민희의 빙계 마법이 준비되어 있었다.
형우는 그 상황을 빠르게 캐치하고 다가오던 공갈용 가짜 인사니오에게 유효타를 먹였다.
그러나 급하게 날린 공격이기에 큰 타격이 되진 못했다.
유효타라기보다 그냥 기선제압을 해줬다는 정도?
‘그래도 이게 어디냐. 이렇게 한두 번 성공하다 보면 그게 승리로 가겠지.’
그걸 위안으로 삼은 형우는 다시 전투 준비를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음 유효타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형우 일행이 당할 뻔한 그림이 여럿 나왔다.
‘내가 이렇게 똑똑했었나?’
가짜 형우는 정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형우 일행을 공격했다.
가끔 들어오는 변칙 공격은 오리지널인 형우마저 당황할 정도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생각하는 그때마다 형우가 공격을 다 막았다.
당황하긴 했지만 어차피 형우의 머릿속 복제 버전이었다.
똑같은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기에 못 막을 것도 없었다.
“오빠가 진짜 사악하게 싸웠구나.”
[동의한다. 형우, 그대의 싸움 방식은 정말 사악하다.]
“이게 도대체 왜 사악한 겁니까?!”
민희와 인사니오의 말에 형우가 발끈했다.
형우의 평소 전투 스타일은 사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순간순간 재치, 전투 센스가 주를 이뤘다.
최근엔 전투 센스보다 거의 힘으로 다 밀어붙였지만, 자신보다 강한 상대거나 동등한 상대를 만났을 땐 정말 빠르게 머리가 돌아갔다.
머리가 똑똑한 건 아니었으나 그 재치 덕분에 많은 위기를 넘겼다.
다만, 그걸 본인이 역으로 당하고 있자 정말 헛웃음이 나왔다.
“오빠도 뭐 좀 해봐요! 헉! 에어 밤!”
펑!
뭐라 말하던 민희는 가짜 크레아가 근접하자 급하게 에어 밤을 날렸다.
“뭐가 있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촤악!
형우는 한탄하듯이 말하며 길게 오러를 뿜어냈다.
보랏빛 오러는 넘실대는 기운을 다 통제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상대도 똑같았다.
“하아압!”
쿵-!
형우와 가짜 형우의 오러가 부딪혔다.
묵직한 소리가 주변을 진동케 했다.
“넌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거냐?”
“…….”
형우는 가짜 형우에게 의미 없는 질문을 던졌다.
어차피 대답을 안 할 게 뻔했지만 궁금했다.
엑시디움은 어떻게 이런 복제품들을 만들었고 어떻게 둘이 똑같은 힘을 가지게 만들었는지 말이다.
분명 능력일 게 틀림없었지만 그 능력이 뭔지를 몰랐다.
‘능력이 뭔지만 알아도 이기는 데 도움이 될 텐데……. 근접에서 싸워도 별 이득도 없고 오히려 저놈들이 우리 능력을 더 잘 사용하는 것 같아. 잠깐… 능력?’
형우는 속으로 생각하던 도중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다.
형우는 바로 아공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우웅.
꺼낸 그것은 검은빛을 발산했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짧게 진동했다.
‘변수가 없으면 변수를 만들면 되잖아?’
형우가 꺼낸 것은 바로 검은 영혼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