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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144화 (145/151)

▣ Chapter 6-19

우웅. 끼기긱! 쿠구구구.

온갖 잡음이 들려오는 세계.

그곳은 난잡 그 자체였다.

뭐 하나 정돈된 게 없었고 수많은 차원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더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그 세계에서도 질서란 있었다.

아무리 무질서한 세계에서도 계속 유지가 되려면 질서가 있어야 했다.

그렇기에 계속 이 세계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래도 한편으로 참 신기하기도 했다.

수많은 차원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데 이게 계속 유지된다는 게 말이다.

그때 그 신기한 세계에 방문객이 등장했다.

파아앗!

밝은 빛이 터져 나오며 거대한 차원의 틈이 생겨났다.

차원의 틈은 점차 크기를 키웠고 어느새 하나의 거대한 문이 됐다. 그리고 그 문에서 누군가 나왔다.

스륵. 스르륵.

“여기가 그 폐기장?”

“와… 뭔가 엄청 신기한데요?”

“…….”

그들은 바로 형우 일행이었다.

이제 원래 이스케이프 길드 구성원에서 형우와 민희만 포함되고 나머지는 빠진 일행이지만 그래도 다른 셋이 추가됐다.

물론 이들은 일행이라기보다 임시 동행에 가까웠다.

인사니오의 경우는 원래 형우와 계속 있었으니 거기에 껴놓기도 애매했고.

여하튼 그렇게 새로 구성된 형우 일행은 최종 보스 엑시디움이 있는 차원으로 넘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예상보다 빨리 왔네.”

“맞아요. 전 최소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뭐… 이거보다 더 빠를 수 있긴 했지만…….”

초반에 의지를 꺾어놓은 게 주요했는지 의외로 정말 빨리 지배에 걸렸다.

다만, 거기에 이유가 있었다.

대법관 스스로 자신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힘을 써왔다.

그 때문에 완벽한 기억을 얻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빨리 정보를 캐냈고 반년 만에 이렇게 엑시디움이 있는 차원으로 넘어올 수 있었다.

사실 세뇌는 더 빨리 끝났다.

그러나 선우를 설득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가족이기에 형우가 하는 모든 것들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오랫동안 떨어져 봤던 가족이고 몇 번이나 눈앞에서 이별의 위기를 겪을 뻔한 가족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선우도 결국 형우의 뜻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구가 멀쩡히 계속 살아있으려면 마지막 끝판왕, 최종 보스 엑시디움을 처리해야 했다.

그래야 완벽한 평화가 있는 거였고 완벽한 승리가 있는 거였다.

그렇게 선우를 선택하고 마지막 최정예 인원 선출해서 최종 멤버가 이렇게 꾸려지게 됐다.

다른 길드원들은 같이 못 가게 되어 아쉬워했지만, 객기는 부리지 않았다.

‘나도 솔직히 데려오고 싶지만…….’

형우의 입장에서도 몇 년간 같이 사투를 벌여온 일행들을 빼놓고 가기 싫었다.

그러나 팩트로 보자면 민희 하나도 전체 일행들이 상대하기 버거울 정도로 격차가 컸다.

그래서 다들 순순히 포기했다.

그래도 못내 그게 아쉬웠는지 형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바라봤다.

“왜 폐기장, 폐기장 그러나 했는데 진짜 폐기장이네.”

주변엔 수많은 차원, 정확히 말하자면 차원의 파편들이 이리저리 뿌려져 있었다.

차원이 소멸해도 사실 완벽히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조금씩 파편이 남고 그 파편들은 이곳에 모이게 된다.

어떠한 이유에서 모이는지는 몰랐지만, 이곳은 그 파편들을 모아서 새로운 차원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작업 속도가 워낙 느렸기에 파편을 모아 차원을 만드는 작업보단 차원의 파편들이 모여 있는 게 더 눈에 띄어 정말 폐기장이란 말이 어울려 보였다.

[시간이 꽤 걸리겠군.]

인사니오는 수많은 차원의 파편을 보며 인상을 썼다.

오두막집에서 봤던 그 미남자의 모습을 한 인사니오가 인상을 쓰자 그것 자체로도 그림 같았지만, 누구도 외모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문제는 엑시디움이 있는 차원을 찾는 거니까.

“대법관도 허락을 받아야지만 위치를 알 수 있다고 했죠?”

“그렇다더라. 매번 위치도 바뀌고 나름 신경 쓴 것 같더라고. 문제는 그것 때문에 우리가 노가다를 하게 생겼어.”

대법관은 이곳에 와서 힘을 방출하면 항상 엑시디움이 먼저 문을 열어줬다고 했다.

자신이 있는 곳과 이어진 문을 열어줬기에 대법관도 어느 차원에 엑시디움이 있는지 몰랐다.

덕분에 정말 수작업으로 장소를 찾아야 했다.

문제는 그동안 부숴놓은 차원이 워낙 많아서 사막에서 바늘 찾기의 느낌이었다.

한 차원에서 하나의 파편만 나오는 게 아니라 수백, 수천, 수만의 파편이 나왔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단서는 있잖아요. 제일 어두운 차원.”

“그래, 제일 어두운 차원. 그게 진짜 암흑만 있는 차원을 뜻하는 건지 아니면 기운이 어둡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 그럼 흩어져서 찾아보죠.”

형우가 그 말을 하자 다들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폐기장이라 불리는 이곳의 원래 명칭은 재창조의 차원이었다.

이곳 역시 차원이긴 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넓었다.

얼마나 넓은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1년을 찾아도 부족할 거 같은데…….’

정말 막막했다.

앞에 펼쳐진 수백만 개의 차원 파편들을 보며 형우를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대충 보기에도 수백만은 넘어 보였으나 그건 시야에 보이는 것만이었고 그 너머에도 이것만큼 똑같이 파편들이 널린 상태였다.

지구의 행성만 한 크기에 말이다.

그 때문에 정말 막막했다.

“그래도 어쩌겠어. 찾아야지.”

형우는 한숨 쉬듯이 말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어? 뭐야? 뭐가 있잖아?”

그런데 얼마 안 가서 형우는 정말 놀라운 걸 발견했다.

놀랍게도 그 파편 안에선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

원래 하나의 차원이라는 그릇이 깨졌음에도 말이다.

놀랍고 신기하다는 말로 정의가 안 될 만큼 형우의 흥미를 끌었다.

차원의 파편 안에서는 수많은 개체가 살고 있었고 어느 곳은 국가 단위도 보였다.

[저들 중 하나만 살아남을 거다.]

형우가 신기하게 바라보자 어느새 다가온 인사니오가 툭 그 말을 내뱉었다.

그 말에 형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네? 하나만 살아남는다니요?”

[결국, 파괴된 조각에 남아있는 자들. 새로운 차원이 만들어졌을 때 모두 그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 하나만 살아남아 그 차원의 신이 되겠지. 저 파편만 하나만이 아니라 수천, 수만의 파편 중 단 한 생명체만이 말이다.]

한 차원의 주신이었기에 인사니오는 이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크레아에 뒤를 이어 오티움의 주신이 됐을 때 차원의 법칙과 여러 얽힌 차원들의 관계 등 많은 걸 알게 된다.

이것도 그것 덕분에 알게 된 정보 중 하나였다.

“아…….”

형우는 그 말에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결국, 파편은 파편.

온전하지 못한 파편의 주인들은 그곳이 다른 곳과 합쳐서 새로운 하나의 차원이 만들어질 때 모두 소멸한다.

그 차원이 탄생하기 위해 밑거름이 돼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수천, 수만의 파편에 사는 이들 모두가 죽고 그 중 딱 단 한 생명만 살아남아 그 차원의 신, 주신이 된다.

엑시디움 때문에 차원을 잃은 것도 서러운데 마지막 최후마저 그러니 더 안타까웠다.

“근데 혹시 저들을 꺼내올 수도 있습니까?”

[가능하다. 파편이라고 해도 출입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얼마든 꺼내올 수 있다.]

그 말에 형우는 반색했다.

사실 이들을 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있었다.

‘이들을 지구로 데려오면 어떨까?’

안 그래도 지구의 인구가 너무 많이 줄었다.

생태계 입장에서 그게 좋은 걸진 몰라도 인간에겐 정말 불편했다.

그동안 수많은 인구 덕분에 얻어지는 혜택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있는 이들 전부를 데려올 생각은 없었다.

지구의 사람들과 잘 섞일 수 있는 인종 위주로 데려올 생각이다.

괜히 우리나라 생태계를 망쳐놨던 황소개구리 같은 인종들은 당연히 걸러야 했다. 그리고 웬만하면 지구와 유사한 형태의 차원에서 동물들도 데려올 생각이었다.

그동안 지구에서 인간만 죽은 게 아니었다.

동물이나 식물들도 너무 많은 수가 죽어버렸다.

식물은 그나마 엘프들이 열심히 키워주긴 했지만 동물은 불가능했다.

이곳에서 지구에 있는 것들과 유사한 동물들을 데려오면 지구 복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물론 이것도 엑시디움을 이겨야 가능한 이야기지만.

[다만, 무작정 꺼내올 순 없다. 이미 합쳐지기 시작한 파편에 잘못 발을 들이면 그곳에 묶일 수도 있다. 그러면 그곳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다른 파편과 합쳐질 거다.]

“그걸 어떻게 구분합니까?”

[다행히 어렵지는 않다. 파편 안에 발을 들이려는 순간 안으로 흡수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몸이…….]

“꺄, 까아악! 도와주세요! 모, 몸이 빨려 들어가요!”

때마침 민희의 비명이 들려왔다.

[저렇게 된다.]

“민희야!”

형우는 바로 민희에게 뛰어갔다.

민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자 차원의 파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늪에 빠지고 있는 것 같았다.

탁.

“꽉 잡아! 크윽!”

달려오자마자 형우는 민희의 두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형우가 버거울 정도로 파편의 흡입력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형우는 자신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냈다.

[도와주겠다.]

그때 인사니오가 뒤이어 달려와 무언가를 했다.

툭. 스아악.

인사니오가 민희의 몸에 손을 대자 몸에 얇은 막 같은 게 씌워졌다.

그게 몸 전체에 다 씌워졌을 때 파편이 민희를 빨아들이는 힘이 사라졌다.

털썩! 쿵!

“꺄악!”

“켁!”

그 덕분에 둘은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사이좋게 바닥을 뒹군 둘은 고통스러워하다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다.

“이건 빨리 좀 말해주시지…….”

형우는 인사니오를 향해 핀잔의 눈총을 보냈다.

물론 인사니오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민희야, 괜찮아? 어디 이상하거나 다친 덴 없고?”

“으, 음… 네.”

민희는 어색하게 말했다.

“이제 다시 찾아봅시다.”

잠깐의 소동이 끝나고 다시 수색이 시작됐다.

그러나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엑시디움의 차원을 못 찾았다.

어쩔 수 없이 그날은 전초전을 치렀다고 생각하고 빠르게 접었다.

다음날 다시 수색을 시작했고 그걸 몇 날 며칠 반복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을 무렵 드디어 목표한 차원을 찾아냈다.

“찾았다.”

형우는 감탄사처럼 그 말을 내뱉었다.

온통 까맣게 어둠에 물든 입구를 가진 차원.

바로 엑시디움의 차원이었다.

그런데 정말 생각보다 더 빨리 엑시디움의 차원을 찾아냈다.

거기엔 약간의 치트키가 있었다.

‘위성이라…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대박이야.’

초반 며칠을 허탕 치면서 솔직히 처음부터 많이 지쳤다.

수가 너무 많았고 갔던 곳도 다시 갈 만큼 미로 같았다.

너무 많아서 말이다.

그러던 중 민희가 이런 말을 했다.

“여기에도 위성 띄워버리고 싶어요. 그럼 이렇게 돌아다닐 필요도 없는데…….”

“아…!”

그 순간 형우는 머리에 스파크가 튀는 걸 느꼈다.

차원의 파편이 모여드는 곳이라 차원 같은 느낌이 안 들었지만 어쨌건 이곳은 차원이었고 행성이었다.

그 때문에 위성을 띄울 수 있는 똑같은 환경이 됐다.

형우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이미 한국엔 위성이 많았다.

물론 그 위성에 필요한 추진체가 없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그냥 형우가 위성을 들고 우주로 가면 됐으니까.

그게 해결되니 관련 기기들을 준비하는 건 일사천리로 끝냈다.

그렇게 위성을 띄우고 보름이 지났을 때, 그러니까 수색한 지 한 달이 되었을 무렵 드디어 위성으로 엑시디움의 차원을 찾을 수 있었다.

“되게 긴장되네요.”

“그러게.”

둘은 어둠이 뚝뚝 떨어지는 검은 차원을 보며 긴장했다.

발을 들이기 상당히 꺼려지는 비주얼이었다.

그러나 신들은 이미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뭐 하나?]

[어서 오렴. 우리가 들어가면 둘이 몰래 딴짓하려는 건 아니겠지?]

[쯧, 이런 눈치 없는 분들이 오티움의 최고신들이었다니. 이럴 땐 그냥 모른 척해주는 겁니다.]

“그런 거 없습니다.”

“그런 거 없어요!”

신들의 말에 둘은 얼굴을 붉히며 차원 안으로 들어갔다.

“흡!”

형우는 이곳에 들어온 순간 뭔가 목이 옥죄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들을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의 원흉.

엑시디움의 목소리를.

[나의 차원에 온 걸 환영한다, 버러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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