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142화 (143/151)

▣ Chapter 6-17

“뀨우! 뀨우-!”

평화로운 햇살이 비치는 오후 한때.

뀨우의 목소리가 이스케이프 길드 본부 안에서 울려 펴졌다.

하도 소리를 질러대서 눈살찌푸릴 수 있었으나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다들 웃고 있었다.

몇몇은 귀여워 죽겠다는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꺄하하! 꺄하!”

“뀨우!”

뀨우의 등엔 이제 3~4살쯤 되어 보이는 금발의 아이가 올라타 있었다.

아이는 뀨우의 날개를 꽉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그 때문에 뀨우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아이를 떨치려고 했으나 아귀의 힘이 어찌나 센지 절대 안 놔줬다.

덕분에 비명… 아니, 구슬픈 울음을 내고 다녔다.

“푸웁!”

“하하하!”

“아, 뀨우 너무 귀여운 거 아냐?”

“뀨, 뀨우?!”

뀨우는 자신을 보며 웃는 사람들을 보며 당황했다.

심지어 그 안에는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는 소정이마저 웃고 있었다.

전혀 자신을 도와줄 생각이 없는 인간들을 보며 뀨우는 눈물을 흘렸다.

“뀨우-!”

뀨우는 아픔의 크기만큼 크게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그럴수록 사람들의 웃음만 더 커졌다.

“재밌게 노네.”

형우는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흐뭇한 표정으로 그 평화로운 광경을 느긋하게 즐겼다.

정말 오랜만에 맘 놓고 푹 쉬는 거니까.

탐욕과 대법관을 처리한 지구엔 평화가 찾아왔다.

지구는 드디어 완벽히 침략자를 격퇴했다.

엑시디움 종족은 모두 전멸했고 그들의 수장인 대법관은 감옥에 갇혔다. 그리고 마지막 고비였던 탐욕은 정말 어렵긴 했지만 결국 이겨냈다.

그 승리 덕분에 지금의 평화로운 광경이 만들어졌다.

다만, 갑자기 형우의 안색이 굳었다.

“그런데 인사니오 님. 저거 괜찮은 거 맞습니까?”

[물론. 괜찮은 게 당연하겠지. 이제 새로운 차기 지구의 신이 됐으니 말이다.]

차기 지구의 신.

인사니오에게 놀라운 말이 들려왔다.

형우도 처음 들었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지구의 신이 생긴다면 당연히 형우 본인인 줄 알았다.

나름 토종 지구 출신이고 전(前) 지구의 주신이었던 그란디타스의 조각을 소지했었으니까.

그러나 그걸 터트린 형우에겐 안타깝게도 지구의 주신 자리가 주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기운을 받아냈던 ‘탐욕’ 그러니까 탐욕의 본체에 그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그 본체가 바로 지금 뀨우 위에 올라탄 어린애였다.

‘사실 본체라 부르기도 애매하지.’

딱히 부를 호칭이 없어서 본체라고 부르긴 했지만 마땅한 표현이 없었다.

탐욕의 안에 가장 중앙에서 있었으니까 그냥 그렇게 부르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 어린애가 결정적으로 형우가 탐욕에게서 이길 수 있게 도와줬다.

어떻게 하면 탐욕에게 힘을 흡수당하지 않고 본체의 연결을 끊을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가장 약한 부위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물론 거의 약점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약간의 차이가 형우를 승부를 갈랐다.

거기에 외부에서 강한 공격으로 지원해준 일행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거기서 형우 말고 그 어린애도 살아남았다.

‘그란디타스의 목소리.’

마지막 들려온 그란디타스의 목소리가 형우를 보호해준 건 알고 있었는데 그게 이쪽에도 걸쳐졌다는 게 놀라웠다.

게다가 차기 지구의 신이 된 것조차 말이다.

[모든 게 신의 뜻이다. 음… 내가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군.]

인사니오는 그 말을 내뱉곤 멋쩍은 듯 뒷말을 붙였다.

어쩌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말 신의 뜻이었으니까.

알 수 없는 신의 뜻이라도 말이다.

[여하튼 괜찮을 거다. 탐욕의 ‘분노’라는 감정에서 분리된 게 바로 저 아이다. 가지고 있는 거라곤 정말 순수한 아이가 가질만한 것밖에 없지. 그렇기에 탐욕이 걸러낸 걸 거다.]

수많은 것들을 먹으며 흡수한 탐욕에게 그저 식욕과 분노만 생긴 건 아니었다.

새로 태어난 생명체에 지능이 생겼기에 다양한 감정이 공존했다.

그러나 탐욕은 그 모든 걸 걸려서 본체로 만들었다.

그게 분노에 방해가 되는 요소라 판단했기 때문.

그런데 그렇게 걸러나오면서 그게 탐욕의 약점 아닌 약점이 돼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둘은 대립까지 하게 됐다.

그래서 형우를 도와줬던 거였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들을 저 아이는 이제 전혀 모른다는 거였다.

탐욕이 사라지면서 모든 기억도 사라졌으니까.

“그냥 애나 마찬가지라니. 피조물과 같이 자라는 조물주 아닌 조물주. 참 아이러니하네요.”

[…….]

형우의 그 말 이후 인사니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의 웃음소리만 들려왔다.

물론 뀨우의 목소리도 같이.

“꺄하하!”

“뀨우-!”

대한민국 서울.

조선 시대부터 수백 년간 한 나라의 수도였던 장소.

그러나 몬스터 웨이브 이후 가장 먼저 파괴된 곳이기도 했다.

초토화될 대로 초토화된 서울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이전에 눈부시게 발전했던 도시의 모습은 없었고 무려 천만이 넘는 인구가 밀집된 대한민국의 수도란 명성 따윈 몬스터에게 짓밟혔다.

그러나 형우 일행의 도움으로 다시 복구된 서울은 종로를 시작으로 점점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현재는 과거 지도상에 있던 서울의 대부분 구역을 모두 복구했다.

물론 그전과 배경이 많이 달라지긴 했다.

과거의 서울이 고층 아파트와 빌딩으로 넘쳐나는 모습이었다면 지금의 서울은 고층보단 단독 주택의 수가 더 많았다.

그게 헌터들이 공사하기에 더 편한 건물이기도 했지만 이젠 굳이 고층으로 지을 이유가 없는 것도 한몫했다.

어차피 인구가 없었으니까.

세계 각지에서 아무리 사람을 구해와도 천만의 단위로 올라가질 않았다.

전 세계의 인구수가 거의 중세시대 이전의 인구수로 줄어버린 탓이었다.

계속 구출을 해오고 지속적인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초기와 다르게 지금은 추가되는 인원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인원이 추가되고 한 집을 넓게 넓게 짓다 보니 금방 서울의 면적이 소모됐다.

거기에 너무 밀집되는 모양새도 안 좋았기에 지금에 와선 다른 곳으로도 점점 확장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 확장은 한반도 전역으로 퍼졌고 서울에서 가까운 옛 경기도의 부천이란 곳에서도 공사가 시작되려 했다.

부천엔 새로 구출된 이들이 이주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주민들은 부천을 보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것도 없잖아?’

‘이주민이라고 차별하는 거야?’

‘정말 너무하는군. 여기에 직접 집이라도 지으라는 건지, 아니면 텐트를 쳐주겠다는 건지…….’

이주민의 앞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대지였다.

굳이 있는 걸 찾아본다면 무너진 건물들과 열심히 사람이 없는 도시를 점령한 식물들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폐허에 그들을 데려다 놓으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그러나 그걸 대놓고 행동으로 보여주진 않았다.

그러고 싶어도 여기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동행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대통령과 동행 중인 이주민들은 눈치를 봤다.

주 대통령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온화하게 웃는 표정으로 주변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그들의 틈에서 형우가 나왔다.

“벌써 하시렵니까?”

“이왕이면 빨리 시작해야죠. 저분들도 어서 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합니다, 박 소장.”

짧게 대화를 나눈 형우는 광활한 대지 가운데로 걸어갔다.

이주민들은 그걸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뭘 하려는 거지?’

‘그래도 양심이 있어서 철거 정도는 해주는 건가?’

‘물어보질 못하니 답답하네.’

갖가지 생각에 빠진 이주민을 뒤로하고 형우는 힘을 끌어올렸다.

“흡!”

두드드드! 쿠구궁!

“억?!”

“뭐, 뭐야!”

갑자기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이 흔들렸다.

이주민들은 당황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평온했다.

심지어 경호원들과 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지진이 일어나면 대통령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는데 다들 가만히 있었다.

그것에 의아해할 찰나 모든 상황을 설명해줄 일이 일어났다.

쿠구궁! 쿵! 쿵!

갑자기 땅에서 돌들이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그 돌들은 마치 장난감을 조립하듯이 다시 땅으로 내려와 하나로 만들어졌다.

처음엔 저게 뭐하는 건가 하고 보고 있던 이주민들은 곧 그게 뭔지 알아챘다.

“거, 건물이 만들어지고 있잖아?”

“아니, 건물 정도가 아니야! 저건 도시가 만들어지는 거라고!”

형우가 하는 일은 놀랍게도 혼자서 도시를 만드는 거였다.

“제어! 제어!”

형우는 연신 제어를 발동하고 있었고 주변 1KM 내 전체에 건물이 만들어졌다.

수많은 작업을 거쳐야 하는 건설을 그저 ‘제어’의 능력으로 모두 커버하는 정말 신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이게 처음부터 된 건 아니었다.

아무리 신이라도 한계는 있었으니까.

게다가 한 번에 여러 공정 작업을 처리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모두 컨트롤하는 건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탐욕과의 전투 이후 형우는 신으로서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폭발 당시 탐욕의 기운을 일부 흡수했고 덤으로 그란디타스의 기운도 흡수했다.

두 기운을 흡수하면서 형우는 이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었다.

게다가 형우를 믿는 신도들이 생기면서 신성력이 한층 더 강해졌다.

신은 자신을 믿는 신도가 많으면 많을수록 힘이 강해진다.

당시 형우의 힘을 봤던 헌터들부터 군사 위성으로 그 장면을 단편적으로 본 시민들까지.

형우라는 신의 힘을 본 이들은 추종을 넘어 신으로 섬겼다.

덕분에 형우의 힘이 더 강해지긴 했지만 형우는 불만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형우교가 뭐냐, 형우교가?’

그의 이름을 딴 종교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본인이 봐도 너무 안 어울렸다.

마음 같아선 없애거나 다 뜯고 고치고 싶었지만… 그냥 포기했다.

“산은 최대한 놔두고… 도로는 이쪽과 이어지도록 하고…….”

형우는 계속 도시 건설 계획서를 참고하고 도시를 만들었다. 그리고 약 30여 분 후 폐허였던 부천이 갑자기 깔끔한 도시로 변했다.

물론 페인트칠이라던가 도시 경관까진 못 꾸몄지만 그건 다른 이들이 해결할 터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박 소장님.”

건설이 끝나자 주 대통령은 가장 먼저 달려와 말을 걸었다.

“아닙니다. 이 정도는 도와드려야죠. 그래야 편하실 거 아닙니까.”

“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덕분에 정말 편하게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습니다. 모든 게 박 소장님 덕분입니다.”

“제가 뭐 한 거 있습니까? 저야 그냥 재주 살리는 거죠. 그것보다 이걸 퍼포먼스로 할 생각을 하신 주 대통령이 더 대단하신 거 같습니다.”

“이거 갑자기 칭찬 배틀이 있으니 쑥스럽군요.”

사실 이 모든 건 퍼포먼스였다.

겨우 30분만에 도시를 만들 수 있는 형우의 능력이면 굳이 이주민들이 도착하기 전에 충분히 건설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주민이 보는 앞에서 능력을 보여준 건 그들의 통제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천외천(天外天).

질투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신의 경지를 보여주면 새로 유입되는 세력이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아니, 아예 반항조차 꿈꿀 수 없게 된다.

기존 인원이야 형우의 활약을 봤다지만 최근 유입되는 이들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퍼포먼스를 보이게 됐다.

“여하튼 수고하십시오. 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가보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우우웅.

형우는 게이트를 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철컹! 쿵!

묵직한 소리를 내며 철문이 열렸다.

“영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무슨 신계가 이렇게 칙칙해.”

철문을 연 이는 바로 형우였다.

형우는 자신의 신계인 ‘감옥’에 들어오며 투덜댔다.

“그러고 보니 인사니오 님은 이명이랑 신계랑 영 다르지 않습니까? 이거 못 바꾸는 겁니까? 네? 바꿀 수 있다고요? 빨리 좀 말해주시지…….”

인사니오와 대화를 하며 감옥 안으로 들어온 형우는 인상을 쓰며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앞에 있는 누군가를 보며 씨익 웃었다.

“자, 오늘은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고.”

“…….”

형우는 어울리지 않는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누군가… 아니, 대법관에게 다가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