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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136화 (137/151)

▣ Chapter 6-11

엑시디움은 역시 엑시디움이었다.

파놓은 함정은 겨우 큐브 하나가 아니었다.

이중… 아니, 지금 대법관이 준비하는 무언가를 포함하면 삼중으로 함정을 파놨다.

덕분에 형우는 피로가 몰려오는 걸 느꼈다.

“그래도 난 괜찮다지만…….”

형우는 동요하는 통합군 소속 헌터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 부서져 가는 큐브가 마지막까지도 그를 고생시키고 있었다.

형우가 살았던 거짓 세계의 배우들이 진짜가 되어 쏟아졌다.

통합군 구성원 대부분이 한국인이고 배경 역시 한국이었기에 혼란을 느끼는 게 당연했다.

그나마 외국 출신 헌터들이나 이종족들은 동요가 적었지만 많은 수가 아니었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이게 대체 뭐야?!”

다들 동요의 목소리를 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다들 가짜라는 거 알잖아! 이미 죽은 사람들을 어떻게 살려내겠어! 다들 전투 준비!”

성민은 큰 목소리로 전체를 독려했다.

그러나 그런다고 혼란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누구 하나 섣불리 행동하지 못했다.

결국, 형우 일행이 먼저 손을 썼다.

“낙하!”

“증폭!”

어느새 콤비가 된 성민과 용준은 낙하와 증폭을 여러 개 사용해 하늘에 유성이 떨어지는 듯한 장관을 만들었다.

원래 성민의 능력 ‘낙하’는 원래 가지고 있던 A급 스나이핑과 성격이 비슷했다.

다수가 아닌 개인에게 힘을 가득 모아 치명타를 입히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증폭이 더해지니 위력도 강해지고 범위가 넓어져 다수를 공격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조금만 위력이 더 낮춰 여러 개의 공격을 날리면 그만큼 더 대인용 공격으로 변한다.

휘이익! 쾅! 콰아앙!

“으아악!”

“아악!”

“사, 살려줘!”

두 능력이 땅에 떨어지자 수많은 폭음과 함께 비명이 같이 들려왔다.

확실히 효과는 뛰어났다.

이미 보여줬던 것처럼 한 번에 많은 수의 적을 처리했다.

그러나 이건 악수가 돼버렸다.

“진짜 사람 아니야?”

“진짜 같은데…….”

“성, 성희야!”

그때 한 헌터가 어느 여자에게 달려갔다.

그 헌터는 마치 잃어버린 연인을 다시 찾은 눈이었다.

“안 돼!”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그를 막으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하필 공간 계열 헌터인 그는 블링크로 여자의 앞에 이미 도달했다.

팟!

“성희야, 정말 보고 싶었어…….”

“오빠.”

성희라 불린 여자는 울먹이는 눈으로 헌터에게 안겼다.

아니, 안겼다고 생각했다.

푸욱!

“커억…!”

그는 미처 대응할 시간도 없이 무방비로 당했다.

정확히 심장에 검을 찔린 헌터는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

“…!”

그 모습을 본 다른 헌터들은 경악을 하며 정신을 차렸다.

지금 죽은 헌터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 극소수의 희생으로 다른 이들이 정신을 차렸으니 다행이었다. 그리고 곧 충돌이 일어났다.

“뒤로 일단 피하면서 싸워!”

“사방이 다 막히면 안 돼! 지원조는 얼른 거리를 벌려!”

여기 모인 통합군의 수는 거의 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언데드처럼 다시 일어난 엑시디움과 큐브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가짜들은 무려 10만에 가까워 보였다.

정말 짧은 시간 동안 쏟아져 나온 적은 통합군을 포위했다.

“저것부터 부숴야겠어.”

형우는 바로 힘을 끌어올렸다.

남아있는 큐브에서 끊임없이 적이 튀어나왔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어떤 에너지 때문에 저리 많이 나오는지는 이해가 안 갔지만 이미 소멸 중인 큐브였다.

부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오러!”

형우는 신성력을 가득 담은 보라색 오러를 큐브에 뿌렸다.

휘이익! 쿠우웅! 휘이익! 쿠웅!

날아간 오러들은 철저하게 큐브를 부쉈다.

큐브가 부서지며 확실히 전보다 나오는 적의 수가 줄어들었다.

형우가 큐브를 처리하는 사이 통합군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적을 처리했다.

“지원조는 계속 후반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길게 퍼져!”

원거리 계열과 힐러 계열의 헌터들은 본대와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내부에서 싸워도 괜찮았지만 적의 수가 많아 근접 계열이 제대로 지켜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원거리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조금 높이가 있는 언덕이나 건물 위에서 능력을 쓰는 게 제일 나았다.

“아이스 스톰!”

“그래비티!”

원거리 계열 헌터들은 높은 지역을 올라가자마자 능력을 난사했다.

워낙 수가 많았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능력을 써야 했다.

그렇게 원거리 공격의 지원이 있자 다른 헌터들은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걸 느꼈다. 그리고 형우 일행도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하앗!”

퍼엉! 퍼어엉!

차민은 전장을 휘젓고 다녔다.

맨손 전투를 하면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기 힘들었지만 전투를 하는 장면을 보면 그게 이해가 갔다.

주먹을 한 번 내지를 때마다 사람의 머리가 하나씩 터졌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파괴의 기운을 가득 담아 주먹을 휘두르자 주변에 있는 적들이 황산 테러를 당한 듯 녹아내렸다.

다만, 그것만으론 안 죽는 놈들이 있었다.

“쿠라…!”

차민은 부활한 쿠라를 보고 눈을 찌푸렸다.

어렵게 잡은 상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공을 들여 상대했던 적이었다.

게다가 옆에는 데브릭마저 있었다.

둘에게 또 시간을 뺏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비슷했다.

부활한 레닉과 테메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은 전보다 강해 보이지 않다는 거였다.

“검은 영혼석 조각이 역시 차이가 크네.”

그들의 몸속에 있던 조각은 모두 대법관에게 옮겨갔다.

그래서 전에 상대했을 때보단 약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그 대신 뭔가 불길한 느낌이 그들에게 풍겨왔다.

“뭔가 영 이상한데…….”

도영은 석연찮다는 듯 그들을 바라봤다.

큐브에서 흘러나온 이들과 달리 되살아난 그들은 표정이 없었다.

게다가 뭔가 알 수 없는 진득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그게 도영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생각은 나중에! 빨리 안 처리하면 우리 쪽 피해가 커!”

“네.”

도영은 민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로 적은 약했다.

그러나 그 약한 게 형우 일행 기준이지 다른 헌터들에겐 아니었다.

A급이나 S급만 있어도 생명의 위협을 받아야 할 대상이 반 이상.

지금도 형우 일행이 막고는 있었지만 피해가 계속 생겼다.

이들을 빨리 처리해야 통합군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싸움은 쉬이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쉬이익! 파아앗!

“빛? 웨이브?!”

“피해!”

갑자기 하늘에서 빛의 기둥이 떨어졌다.

마치 이전에 있었던 3차 몬스터 웨이브를 보는 듯했다.

인류 대부분의 목숨을 앗아간 그때를 말이다.

그런데 하필 그 빛의 기둥이 통합군의 정중앙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다급히 몸을 피하려 했다.

그때 형우가 나섰다.

“제어!”

콰아아아!

형우는 제어를 사용해 주변에 있는 돌을 끌어모았다.

돌은 마치 하나의 돔 경기장을 만들 듯 상공에서 결집했다.

거기에 구조물에서 흉물로 변한 건축자재들까지 모이면서 더욱더 견고하게 바뀌었다.

빛의 기둥은 그대로 그것과 충돌했다.

쿠우우웅!

“큭…!”

순간 큰 충격을 받은 형우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그 정도로 빛의 기둥이 주는 충격은 상당했다.

형우는 그것을 계속해서 물러서지 않고 막았다.

만들어낸 돔에 균열이 생겼으나 균열을 막을 자재는 주변에 넘쳤다.

휘익! 툭! 투둑!

곳곳에서 날아온 돌과 쇠붙이들은 계속해서 돔을 보강했다.

덕분에 끝까지 밀리지 않았다.

“와아아!”

“휘이익! 멋지다!”

헌터들은 그 모습을 보곤 환호성을 질렀다.

다들 저걸 막을 수 있는 거라곤 상상을 못 했다.

그런데 형우는 흔들림 없이 끝까지 그걸 막고 있으니 환호성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치이이익! 팟!

결국, 빛의 기둥은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소멸했다.

그러자 정말 섬뜩한 비명이 들려왔다.

[끼아아악!]

[으아아아!]

흠칫!

“무슨 소리가?!”

마치 지옥에서 들려올 법한 소름 끼치는 악귀 목소리가 같았다.

그 소리를 들은 대부분이 몸을 떨었다.

다행히 비명은 그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문제 이제부터였다.

파아아앗! 파아아앗!

“하나가 아니었어?”

“미친!”

하나인 줄 알았던 빛의 기둥이 계속해서 내려왔다.

마치 섬 전체를 뒤덮으려는 듯 수십 개의 빛이 쏟아져 내렸다.

그걸 본 헌터들은 경악했다.

“이 작은 섬에 도대체 얼마나 쏟아지는 거야?!”

방패로 써먹은 돔을 치운 형우 역시 경악했다.

과장을 좀 보태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의 기둥들로 아이슬란드 전체를 뒤덮을 것 같았다.

“크르륵…!”

“키아아!”

“…….”

빛의 기둥은 곧 섬에 안착했고 안에서 수많은 몬스터를 토해냈다.

정말 각지에서 모아온 듯한 그것들의 수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저 많은 수를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모아온 것일까.

물론 지금 저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차피 이걸 끝낼 해결책은 작은 방어막 안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으니까.

“인사니오 님. 저걸 부실 방법이 없을까요?”

[불가능할 것 같군. 크기만 작다뿐이지 큐브와 똑같다. 저걸 다시 부수려면 적어도 다른 신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크레아나 세계수는 이미 그대를 구출하기 위해 많은 힘을 쏟은 상황. 나 역시 마찬가지다. 형우, 그대 혼자만의 힘으로는 뚫을 수 없을 테니 저것에서는 눈을 떼는 게 좋을 것 같군. 물론 다른 것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제대로 집중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또 모르겠지만.]

“끄응…!”

인사니오의 답에 형우는 침음성을 냈다.

해결책이 바로 앞에 있는데 그걸 못 쓰고 멀리 돌아가야 하는 게 뻔히 보이니 그럴 수밖에.

그러나 아예 또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정말 미친 짓을 한 번 해봐야지. 힘이 좀 많이 들어도 이거면 충분히…….”

쿠구구궁!

형우는 그 말을 하며 힘을 끌어올렸다.

힘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떨려왔다.

“다들 한곳에 모여!”

“예?”

“그게 무슨?”

형우가 그 말을 하자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나 형우 일행은 의문을 갖지 않았다.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비상하고 기발한 장면을 보여준 게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에겐 익숙했다.

“모두 한곳에 모인다!”

“빨리 움직여!”

형우 일행은 바로 병력을 통솔했다.

일단 군 체계를 가진 통합군답게 상위 명령권자들이 일괄적으로 명령하자 다들 빠르게 움직였다.

“민희는 이쪽으로 와!”

“네, 오빠! 플라이!”

민희는 형우의 말에 바로 날아왔다.

곧 통합군 전체가 한 곳에 모였다.

형우는 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통제!”

움찔!

통제를 사용한 순간 통합군 주변에 있던 적들이 모두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연달아 능력을 썼다.

“제어!”

쿠구구궁!

형우는 아까 방패로 쓴 돔을 그대로 가져왔다.

거기에 살을 더해 그대로 통합군 전체를 덮었다.

“어어?”

“아아악!”

다들 그걸 보고 경악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쿠우웅!

순식간에 만에 가까운 이들이 돔 안에 매몰됐다.

그러나 이게 그들에게 해를 끼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보호해주는 거였다.

“민희야, 물로 다 쓸어버릴 거니까 같이 컨트롤 하는 거다. OK?"

"물로요? 아…!“

형우의 말을 이해 못 했던 민희는 금세 이해하곤 감탄사를 내뱉었다.

“시작한다! 제어!”

촤아아!

형우는 바로 제어를 사용했다.

제어는 바다에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끌어왔고 마치 섬 전체를 덮을 듯 계속 위로 솟아올랐다.

“으으…….”

민희는 그것을 보고 질린 표정을 지었으나 정신은 이미 물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물은 점차 크기를 불렸고 어느새 섬의 서쪽 해안가 전체 면적만큼 넓게 퍼졌다. 그리고 멈춰있던 그것은 안전고리가 풀리며 쏟아졌다.

“하아압!”

촤아아아!

마치 아가리를 크게 벌려 한 번에 사냥감을 집어삼키는 호랑이처럼 파도는 서쪽 해안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끼아아!”

“크, 크르르!”

몬스터들은 그걸 보고 황급히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섬에는 도망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파도는 서쪽 해안뿐만 아니라 섬 전체를 쓸어가 버렸으니까.

“정말 오빠가 신이 맞긴 하네요.”

민희는 대단하다는 듯이 형우를 바라봤다.

아이슬란드가 섬이긴 해도 전체 면적은 10만 제곱킬로미터가 넘었다.

즉, 아이슬란드 전체가 한반도의 남한 크기보다 더 크다는 거였다.

물론 형우가 힘을 쓴 건 섬에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충분한 양의 물이 더해지자 섬 전체를 뒤덮게 됐다.

형우는 마치 성경에 나오는 신의 분노, 대홍수를 직접 재현해냈다.

“후우…….”

단번에 모든 걸 쓸어낸 형우는 대법관을 바라봤다.

형우의 눈빛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제 정말 너만 남았다.’

그 눈빛은 튼튼한 방어막의 보호를 받는 대법관을 흠칫 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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