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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135화 (136/151)

▣ Chapter 6-10

“후우… 더럽게도 많이 빨아 먹었네.”

큐브의 밖으로 나온 형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큐브 안에 있는 동안 가진 힘의 무려 30%를 빼앗겼다.

전체 양으로 보면 소수에 속하는 비율이지만 그 30%면 하급 신 여럿과 중급 신 하나를 만들 수 있는 힘이었다.

더불어 상급에서 더 위를 넘보고 있던 형우를 바로 아래로 추락하게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빼앗겼던 힘은 다른 힘으로 어느 정도는 다시 채웠다.

30%가 빠져나간 그릇에 새로 들어온 힘은 바로 크루바의 몸에 자리를 잡았고 큐브를 뚫는 데 큰 기여를 한 드래곤의 신물이었다.

드래곤의 신물이 터지면서 만들어낸 강렬한 힘을 형우는 본능적으로 모두 흡수했다.

더불어 주변에 모여 있던 큐브의 기운마저 어느 정도 흡수하면서 형우는 대략 15%의 힘을 다시 얻었다.

물론 그래도 결국 완전히 힘을 되찾은 건 아니었지만.

그 때문에 형우는 짜증 어린 얼굴로 부서지는 큐브를 바라봤다.

한 번의 거대한 폭발이 있었지만 큐브의 전체가 파괴된 건 아니었다.

아직도 아랫부분은 그대로였다.

그 덕분에 형우는 상공에서 아까까지 진짜라 여기며 살았던 거짓 세계를 볼 수 있었다.

‘과거.’

정말 딱 과거의 모습이었다.

엑시디움 때문에 사라진 평화로운 지구였다.

비록 원래는 없던 몬스터라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몬스터들과도 어느 정도 공존을 하며 나름의 균형을 이루고 있던 때였다.

정확히는 인간이 육지 내에선 완벽한 치안을 이뤄냈을 때.

그렇기에 아예 몬스터가 없던 때와 같을 순 없었으나 확실히 평화롭긴 했다.

형우는 그 모습을 보며 약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정말 특출날 것 없이 평범한 삶.

사랑하는 동생이 있고 연인이 있는 정말 평범한 삶이었다.

특별한 일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 속에서 충분히 행복했고 만족할 수 있었다.

지금의 치열한 삶을 생각하면 정말 부러운 생활이기도 했다.

다만, 형우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가 진짜니까.’

치열하게 싸웠지만 그렇게 치열하게 쟁취한 것들이 있었다.

또한, 새로운 가족이 있었으며 지킬 많은 것들이 생겼다.

아무리 가짜가 부럽고 진짜보다 더 좋아도… 형우에겐 진짜가 나았다.

[영락없이 넘어간 줄 알았다. 어떻게 벗어난 것이냐?]

인사니오는 약간 상기된 어조로 물었다.

기억을 끄집어내 주긴 했으나 그동안 큐브에게 지속적인 조작을 당했던 터였다.

신의 지위에 오른 형우의 기억마저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큐브의 능력에 가짜 지영의 설득까지.

솔직히 인사니오는 반쯤 포기했었다.

그때 형우의 얼굴은 ‘감옥의 신’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형우는 놀랍게도 신물을 터트렸고 덕분에 큐브는 무너졌다.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순간 신지영이 재수 없어 보여서요.”

[뭐? 하하하!]

생각지도 못한 형우의 대답에 인사니오는 크게 웃었다.

사실 뭔가 거창한 대답이 들려올 줄 알았다.

과거에 있었던 어떤 계기를 다졌던 사건이라던가 아니면 기억 속에서 선우에 대한 기억 때문에 정신을 차렸다던가 하는 걸 말이다.

그런데 정말 예상외의 답변을 형우가 말해주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형우다운 답변이기도 했다.

“하필 엮어도 지영이랑 엮어서……. 우엑,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토 나오네요. 왜 하필 지영이랑 엮은 거지? 다른 사람도 많은데…….”

형우는 헛구역질하며 질색했다.

실제로 형우는 지영을 좋아하지 않았다.

감옥에서도 지영을 살려둔 이유는 단 하나였다.

헌터수사부 차장이라는 높은 권력자가 선우를 보호해주면 안심이 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순전히 선우를 위해서였지 이 여자에게 측은지심이 생겼다거나 살생에 거부감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이미 형우의 의지로 저지른 첫 살인에서 그런 감정 따윈 버린 지 오래였다.

‘파츠 길드 손병철. 그리고 길드원들.’

정확히 따지자면 최초의 살인은 최준석이었다.

그러나 그건 인사니오가 형우를 조종해서 한 살인이지 형우의 의지가 있지는 않았다.

다만, F구역에서 탈출하며 죽인 손병철과 길드원들은 온전히 형우의 의지로 죽였다.

그때 의지와 각오를 다지며 살인에 대한 정당화를 따윈 버렸다.

오직 선우를 살리기 위해 살겠다며 말이다.

그런 각오를 다졌던 형우가 자신을 이용하고 버린 지영에게 자비를 베풀 이유는 없었다.

“차라리 봄이나 민희랑 엮었으면 아직도 저기에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이제 보니 그게 최대의 괴리였나 봅니다.”

[그것참 대법관에겐 안타까운 이야기군.]

인사니오는 형우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다시 웃었다.

“형우!”

“길드장님!”

“오빠-!”

형우 일행이 소리를 지르며 형우를 불렀다.

몇몇은 눈가가 촉촉해진 상태로 몇몇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형우를 부르고 있었다.

형우는 그들을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어줬다.

그때 어디선가 누군가의 고통 어린 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으윽…! 쿨럭!”

대법관은 비틀거리며 거짓 세계의 중앙에 서 있었다.

온몸은 만신창이였고 연신 기침을 하며 피를 토했다.

딱 보기에도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위태위태한 모습.

그러나 그런 모습임에도 대법관은 허리를 숙일지언정 절대 쓰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눈빛 또한 죽지 않았다.

여전히 살신(殺神)의 눈으로 형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이만 포기하지, 그래? 이 정도면 정말 많이 노력한 거 같은데.”

“포기. 쿨럭! 포기라.”

“너흰 그냥 조용히 지내면 안 되냐? 왜 굳이 남의 차원들 다 부숴가면 사는 건데? 도대체 이유가 뭐야?”

엑시디움이란 종족이 차원 에너지를 빨아먹어 가며 강해지는 종족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도대체 왜 무슨 목적으로 그러는 건지는 전혀 몰랐다.

그들이 아닌 이상 전혀 모르는 이유긴 했지만 솔직히 예전부터 너무 궁금했다.

한두 차원도 아니고 지금까지 수십 개의 차원을 수만 년에 걸쳐 파괴하고 다니며 모은 에너지를 도대체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 많은 차원을 돌아다니면서 에너지를 모았으면 솔직히 나 정도는 이겨야 하는 거 아냐?”

형우가 상급 신 이상으로 강해지긴 했고 엑시디움 종족이 인사니오의 저주로 금제에 걸려 있는 상태라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이상했다.

아니, 그걸 떠나서 저주에 걸린 것 자체가 이상했다.

이 정도 해 처먹었으면 흔한 말로 ‘먼치킨’이 되어 있는 게 맞았다.

“우리의 모든 힘은 그분께로 향한다.”

“그분?”

“엑시디움 종족의 지배자이자 신이신 엑시디움 님. 쿨럭! 모두 그분께로 향하지…….”

“엑시디움이 너희한테 뭘 해준다고 모시고 힘을 다 주는 거야?”

형우가 그 말을 하자 대법관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 비릿한 웃음은 여러 감정이 뒤섞인 복합적인 표정인 거 같았다.

그러나 그 감정 중 하나를 확실하게 알아챘다.

오만.

이 순간에도 대법관은 오만했다.

자신이 무언가를 더 많이 안다는 우월감 섞인 오만.

무엇에서 나오는 오만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우로 하여금 기분 나쁘게 만드는 표정이었다.

“뭘 주실까. 수많은 차원의 힘이 집약되어 하나로 모였을 때. 그리고 그 힘이 최고에 다다랐을 때 과연 그분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실까.”

“…….”

“미안하지만 말해줄 수 없을 거 같군.”

“허…….”

장황하게 떠들던 대법관의 마지막 말에 형우는 김빠진 듯 허탈한 소리를 냈다.

그래도 뭐 하나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형우는 이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쩐지 친절하게 이야기해준다더니…….”

“순순히 다 말해줄 거로 생각한 네놈이 더 미친 거겠지.”

스륵.

대법관은 그 말을 하면서 억지로 허리를 일으켰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푸욱!

“크억…!”

대법관은 뻗었던 손을 몸으로 가져와 그대로 찔렀다.

몸 안으로 들어온 손에 대법관은 짧은 신음을 냈다.

쩌억! 콰득!

손은 온갖 징그러운 소리를 내며 몸을 헤집었다. 그리고 목표했던 무언가를 잡아 밖으로 끄집어냈다.

푸앗! 뚝! 뚝!

끄집어낸 무언가에선 피가 뚝뚝 떨어졌다.

“검은 영혼석?”

몸 안에서 끄집어낸 그것은 검은 영혼석이었다.

일전에 봤을 때보다 크기가 많이 줄어 있는 조각이었지만 거대한 에너지가 밀집되어있는 건 같았다.

[아무래도 큐브가 망가질 때 어느 정도 힘을 회수한 듯하군. 게다가 형우, 그대의 힘도 저기에 흡수된 듯하다. 그 때문에 많이 불안정해 보인다.]

“불안정이요? 그럼 터진다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인사니오는 애매하게 답했다.

물론 인사니오가 애매하게 답하고 싶어서 그렇게 답한 게 아니었다.

저 상황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그저 추정만 할 뿐이라 그런 거였다.

“음… 여하튼 어찌 될지 모르니 바로 끝내야겠군요. 이만 끝내자.”

“킥킥, 끝내자고? 미안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멍청한 네놈에게 뺏은 힘 덕분에 보여줄 수 있는 한 가지를 말이다. 그분께서 최고의 힘을 가지실 때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것 하나를…!”

“뭐?”

스아아악! 파아앗!

갑자기 대법관이 들고 있는 검은 영혼석의 조각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빛은 어둡고 스산한 빛이었다.

그 빛은 불길한 빛을 발산하며 점점 영역을 넓혔고 다른 곳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두드드드!

“헉!”

“모두 물러서!”

“최대한 멀어져!”

땅이 흔들리자 헌터들은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곧 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 일이 생겼다.

“시, 시체가 움직인다!”

“죽었던 놈들이 왜?!”

죽었던 엑시디움의 시신들이 산 사람처럼 다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헌터들은 다들 기겁하며 뒤로 피했다.

그러나 그들은 피하면 안 됐다.

지금 최대한 적들을 처리하는 게 정답이었다.

물론 헌터들이 그걸 알 턱이 없었지만.

스륵. 스으윽.

죽었던 이들이 다시 일어났다.

그들은 마치 자가 복구되듯이 상처 입은 육체를 회복했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이 썩 석연찮았다.

이전과 달리 전혀 감정이 없는 눈을 하고 있었다.

휙! 휘익!

그때 엑시디움 간부들의 몸속에 남아있던 검은 영혼석의 조각들이 대법관에게 모여들었다.

[형우! 막아라!]

탓!

인사니오의 말에 형우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소용없다.”

우우웅!

대법관을 중심으로 검은 방어막이 형성됐다.

그것은 마치 작은 큐브를 보는 것 같았다.

형우는 그것을 온 힘을 다해 내리쳤다.

“하아압!”

콰아아앙!

오러를 가득 실은 형우의 주먹이 방어막에 폭발하듯이 꽂혔다.

“윽!”

형우는 본인이 공격하고도 그 반발력에 밀려 뒤로 튕겨 나갔다.

그러나 그 이유가 있었다.

방어막에 전혀 피해를 주지 못해 형우가 썼던 힘을 그대로 돌려받았기 때문이었다.

형우는 그걸 보고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기다려라. 곧 다시 상대해줄 테니……. 그동안 심심하지 않게 장난감을 붙여주마.”

휙! 휙!

그때 다 부서져 가는 큐브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아래로 내려왔다.

수백, 수천은 넘어 보이는 그들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그리고 모두를 경악시켰다.

“사람들?!”

“잠깐 넌 죽었잖아!”

“민수야!”

안에서 나온 이들은 놀랍게도 사람들이었다.

거짓 세계에서 튀어나온 그들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통합군을 바라봤다.

형우는 그들을 보며 머리를 헝클었다.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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